와인이 건강에 주는 혜택에 대해 귀가 닳도록 들어서 와인 업계에서 로비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지는 않나? 일주일에 와인을 몇 잔씩 마시면 심장 질환, 뇌졸중, 당뇨, 겁나는 알츠하이머, 암의 위험, 가장 최신 뉴스에 따르면 식중독과 위궤양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와인이 어떻게 무적의 건강 식품이 된 것일까? 와인 속 레스베라스톨이 신체의 세포를 젊고 강하게 만들고, 사포닌은 좋지 못한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몰아내기 때문이다. 더불어 후라보노이드는 암 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역할을 해준다, 문제는 와인이 아직도 복잡하게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와인을 기울이자니 슬쩍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다. 와인을 대단한 문화로 생각하지 마라. 소주, 막걸리, 동동주처럼 와인은 몸에 좋고 맛있는 먹거리다. 그 종류가 워낙 많고 다양할 따름이다. 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면 더 친해질 수 있다. MH가이를 위한 와인 가이드는 쉽고 편하다. 긴장 푸시고, 읽고, 마시고, 오래오래 사시라.
MH 와인 강도계 뭔 품종이 이리 많아? 익숙해지기 전까지 마치 주기율표처럼 난해해 보이는 와인 리스트지만 알고 보면 모스경도계와 비슷하다. 중학교 시절 배운 모스경도계를 아직까지 외우게 만든 매직워드 ‘활석방형인정석황강금’을 기억하나? 마지막 금강석이 가장 단단한 광물인 것처럼 와인도 강도가 있다. 와인 강도를 기억해두면 음식에 매칭하는 것이 쉬워진다. 타이 음식이나 스시 같은 아시안 푸드에는 산뜻한 화이트와인을 매치하고, 기름진 육류나 진한 소스로 갈 수록 강한 와인을 매치한다. 다음 와인 강도계를 눈으로 익혀두라.
1소비뇽 블랑 Sauvignon, 떠오르는 다크호스 지역:뉴질랜드, 전통의 강자:프랑스 루아르 2피노 그리지오 Pinot Grigio와 피노 그리Pinot Gris, 떠오르는 다크호스 지역:오리건, 전통의 강자:이탈리아 3리슬링 Riesling, 떠오르는 다크호스 지역:오스트레일리아, 전통의 강자:독일 4로제 Rose, 떠오르는 다크호스 지역:오스트레일리아, 전통의 강자:프랑스 남서부 5샤도네이 Chardonnay, 떠오르는 다크호스 지역:캘리포니아, 전통의 강자:프랑스 부르고뉴 6템프라니오 Tempranillo, 떠오르는 다크호스 지역: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 전통의 강자:이탈리아 7메를로 Merlot, 떠오르는 다크호스 지역:아르헨티나, 전통의 강자:프랑스 포므롤 8진판델 Zinfande, 떠오르는 다크호스 지역:캘리포니아, 전통의 강자:이탈리아 9시라 Syrah, 떠오르는 다크호스 지역:오스트레일리아, 전통의 강자:프랑스 론 10카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 떠오르는 다크호스 지역:캘리포니아, 전통의 강자:프랑스 보르도
와인숍 행동강령 어색하기만한 와인숍. 괜히 얼쩡대다 결국 평소 마시던 와인을 또 사고 말았다. 이러니 발전이 있나! 따라하면 좋은 와인이 넝쿨째 굴러들어올지도 모르는, 와인숍에서 현명해지는 법 6가지.
당신을 위한 소믈리에 한 달에 한 번 머리 자르러 들르는 헤어숍처럼 한 와인숍에 꾸준히 다녀라. 헤어 디자이너가 당신의 가르마 방향을 기억하듯, 와인숍의 종업원도 당신의 취향을 기억하고 좋아할 만한 와인을 추천해줄 것이다. 소믈리에가 뭐 따로 있나?
겉모습에 혹하지 마 미국 와인 업계에는 공공연히 이런 말이 돈다. ‘멍청이들을 라벨과 케이스로 속여라,’ 마케팅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현대 사회에서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왕 사는 거 알토란 같은 와인을 골라라. 재미있는 만화가 그려진 라벨이 가장 주의해야 할 신호다.
몇 년생이세요? 들어본 적 있는 유명한 와이너리에 혹하기 전에 몇 년생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의 질은 연도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2000년산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소비뇽은 평범하지만 2001년산 빈티지는 아주 훌륭하다.
등잔 밑을 피하라 카운터 가까이에 진열된 와인은 다시 보라. 와인숍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와인이나 재고가 많은 와인을 빨리 팔아치우려고 할 확률이 높다. 그 와인숍에서 가장 좋은 와인이 카운터 근처에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와인은 구석에 있어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체인징 파트너! 즐겨마시는 와인이 있다면 그 와인을 1병 살 때마다 4병의 새로운 와인을 고르도록 하라. “세상에 맛없는 와인은 없습니다. 와인숍에 들어가 처음 눈에 띄는 와인을 사서 마셔보세요. 자신만의 보물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국소믈리에협회장을 맡고 있는 밀레니엄 힐튼 호텔 고성민 소믈리에의 조언이다.
한 계단씩 올라서기 와인에 흥미가 있거나, 아니면 앞으로 점점 관심을 가져볼 생각이라면 기록하라. 특히 길고 긴 와인 이름은 헷갈리거나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와인 노트가 당신의 입맛을 발전시키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와인의 세 단계 1 온도 맞추기 레드와인은 상온 그대로 마시고 화이트와인은 서늘하게 칠링하는 것이 와인의 기본. 가끔은 상온의 화이트와인을 마셔보라. 와인은 너무 차갑게 해도, 따뜻하게 해도 고유의 맛을 잃는다. 화이트와인을 상온에서 마시면 지금까지 몰랐던 아로마와 부케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살짝 차갑게 해서 마시면 더 맛있는 레드와인도 있습니다.” 모엣헤네시 코리아 이미양 과장의 말이다. 레드와인을 5~10분 동안만 얼음 속에 담갔다 마시면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냉정과 열정 사이, 그것 참 맞추기 힘드네!
2 디캔팅 와인을 공기와 접촉시키는 것을 디캔팅decanting이라고 한다. 병 속에서 풀려나 2~3시간 동안 자유를 맛본 와인은 산화작용을 거쳐 맛이 부드러워지고 복잡한 맛과 향기가 드러난다. 그러나 일상에서 디캔팅이 필요한 와인을 만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만화 <신의 물방울> 좀 봤다고 무조건 디캔팅 해달라고 조르는 민망한 일은 하지 말 것.
3 맛보기 먼저 향기로 혀끝과 위를 흥분시켜라. 한 모금 머금어서 와인이 입속 구석구석에서 춤추게 하라.
와인 셀러 사거나 만들거나 와인을 자주 선물 받거나 와인수집벽이 생겨났다면 셀러가 절실하다. 특히 잘못된 보관으로 좋은 와인을 망친 경험이 있다면 이제 정말 ‘와인 셀러 하나 들여놔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겼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와인을 구입해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것이다. 만약 셀러가 없다면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1 온도가 12.78~14.45℃ 사이면 좋다. 주택에 살고 있다면 지하실 정도가 좋겠다. 와인을 망치는 3요소는 진동, 온도, 햇볕이다. 진동이 없고 햇볕이 들지 않는, 온도가 일정한 장소를 택하라.
2 코르크가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병을 눕혀두라. 코르크가 말라 버리면 산소가 침투해, 와인을 못 쓰게 만들어버린다.
3 일반 냉장고에 보관하지 말 것. 온갖 음식 냄새가 와인을 오염시킨다. 냉장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비닐랩으로 이중 포장하고, 다시 신문지와 스티로폼 등으로 삼중 포장해서 온도가 가장 낮은 야채 칸에 보관하라. 3개월 정도는 보관할 수 있다.
내겐 너무 완벽한 그 와인 저렴하면서도 깜짝 놀랄 만큼 맛있는 와인이 있다. 언제든 의기양양하게 내놓을 수 있는 3만원대 이하의 와인 11가지.
1 2만1천원 컬럼비아 크레스트 투바인 리슬링 Columbia Crest Two Vines Riesling 2005 화이트와인에 끌린다면 리슬링은 꼭 소개하고 싶은 친구다. 독일에서 유명한 품종이지만 신대륙에서도 근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작황이 좋았던 2005년, 저온에서 발효해서 아로마가 살아 있다. 미국, 나라식품.
2 2만7천원 토레스 그랑 코로나스Torres Gran Coronas 스페인 와인의 왕으로 불리는 토레스 와인. ‘블랙 와인’으로 유명한 ‘마스 라 플라나Mas La Plana’의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 주문해보라. 저렴한 가격으로 정열적인 스페인 와인의 명성을 느낄 수 있다. 스페인, 신동와인.
3 2만 7천원 그린 포인트 스파클링 논빈티지 Green Point Sparkling Non-vintage 모엣&샹동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설립한 유일한 와이너리라는 대목에서 신뢰가 간다. 구대륙의 정통성과 신대륙의 역동성이 조화된 합리적인 가격의 스파클링 와인. 탄력 있는 기포와 부드러운 아로마를 느껴보시라. 모엣헤네시 코리아.
4 1만5천원 엘카비오 템프라니오 로블레Ercavio Tempranillo Roble 2005 저렴한 가격에 비해 공이 많이 들어간 와인이라 두 배 이상 가격을 받아도 마실 것 같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품종 템프라니오는 칠리핫도그나 페퍼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린다. 불닭하고 마셔볼까? 스페인, 루벵코리아.
5 3만원 케이프 멘텔 소비뇽 블랑 세미용 Cape Mentelle Sauvignon Blanc Semillon 2005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으로 만든 상큼한 와인. 같이 마실 사람은 없는데 와인은 마시고 싶다면 이 녀석이 든든하다. 돌려서 따는 스크루캡이 장착되어 마시다가 다시 닫아 놓아도 일주일은 걱정없다. 오스트레일리아, 모엣헤네시 코리아.
6 2만9천원 부샤 페레 피스 피노 누아 Bouchard Pere & Fils Bourgogne Pinot Noir 2006 복잡미묘한 맛으로 마니아층이 두터운 피노 누아. 솔직히 말해서 피노 누아를 주문하는 남자는 좀 있어 보인다. 그녀와 함께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 DVD를 보고 이 우아한 피노 누아를 마셔보라. 프랑스, 나라식품.
7 1만3천원 벨라지오Bellagio 시대를 풍미한 부산의 클럽과 같은 이름에서 뭐 느껴지는 거 없나? 새로운 데이트 와인이 등장했다. 달콤하고 진한 장미향과 약간의 기포. 술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도 일단 한모금 마시면 놓지 못할 맛이다. 이탈리아, 두산와인.
8 3만3천원 로라 하트윅 샤도네이 리저브 Laura Hartwig Chardonnay Reserve 2005 우아하고 세련된 와인. 칠레산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는 편견은 버려. 오스트레일리아나 캘리포니아 샤도네이에도 지지 않는다. 다크 서클에 좋은 연어 스테이크를 먹을 때 곁들여보라. 칠레, 루벵코리아.
9 3만원 로즈마운트 다이아몬드 라벨 시라 Rose Mount Diamond Label Shiraz 오스트레일리아 와인을 스타로 만든 시라의 힘을 느껴보라. 파워풀한 맛이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특히 맛이 강한 양고기에 곁들일 와인이 필요하다면 고민 말고 시라를 선택하시라. 오스트레일리아산 양고기면 더 좋다. 신동와인.
10 3만7천원 에스쿠도 로호 Escudo Rojo 2003 레스토랑에서 은근히 잘 팔리는 에스쿠도 로호. 다양한 음식에 매칭하기 좋기로 소문난 와인이다. 방패를 형상화한 힘있는 라벨도 ‘남자의 와인’으로 부르기 손색없다. 오랜만에 남자끼리 모여 한 잔할까? 칠레, 대유와인.
11 2만원 만프레디 모스카토 다스티Manfredi Moscato d'Asti 2005 아스티 지방의 모스카토로 만든, 살짝 기포가 느껴지는 와인을 ‘모스카토 다스티’라고 한다. 만프레디는 은근한 단맛과 풍성한 과일맛을 자랑한다. ‘빌라엠’류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마셔봐야 할 와인. 이탈리아, 한국와인.
소믈리에 활용하기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는 당신이 와인 고르는 것을 도와주는 서비스 맨일 따름이다. 풍부한 와인 리스트를 갖춘 레스토랑이라면 반드시 소믈리에가 있을 것이다. 레스토랑의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꿰고 있는 그에게 매번 같은 와인만 주문하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추천을 받아보라. 정확한 의사표현이 중요하다. 오늘 결정한 메뉴와 평소 취향, 원하는 가격대를 말하면 된다. “저는 오렌지소스의 오리가슴살을, 그녀는 해산물 파스타를 주문했습니다. 추천해주실 만한 4,5만원대 와인이 있나요? 여자 친구는 부드러운 맛의 와인을 좋아해요.” 이 정도면 합격이다. 참고로 식사에 곁들이는 와인은 두 사람의 식사 가격을 합친 것의 절반 정도가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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