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디 어디를 가야 하죠?"
돈 있고, 시간 있고, 함께 갈 사람까지 정해졌다면 이제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야말로 '마음의 준비'만 끝났을 뿐, 이제 본격적인 루트 짜기와 다양한 세계 일주 서포팅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일주를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반드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세계 일주 항공권(뒤의 Part 5 프로그램에서 자세히 설명) 루트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윤명옥 씨는 세계 일주를 하겠다며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 지도를 먼저 펼쳐놓는다.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어느 방향으로 돌겠느냐'는 것. '돈다'는 것은 일주(一周)를 뜻하는데, 세계를 돈다고 할 때는 경도 0°부터 360°까지 모든 포지션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주하려면 대서양과 태평양을 반드시 가로지르게 되며 최소 3개 대륙 이상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모든 경도를 다 경험할 것이냐. 그 해답은 간단하다. 동쪽 혹은 서쪽으로 출발해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오면 된다.
가고자 하는 곳의 계절이나 기후 등을 생각하면 방향조차도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만일 이 달에 출발한다면 일정을 계산하여 가장 가고 싶은 곳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칠레 산티아고에서 가을을 나고 싶은데 당장 서쪽으로 여행을 시작하면 여름이 채 끝나기 전에 남미를 빠져나와야 할 것이 아닌가.
다른 듯 비슷할 수밖에 없는 세계 일주 루트
컨셉트가 다르고 보고 싶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세계 일주 루트가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를 뿐 여행자마다 이동하는 방법이나 루트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계 일주 여행자들이나 광범위한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교통 상품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가고 싶은 10개 도시를 정한 여행자가 있다고 치자.
그 도시간 이용 항공권을 모두 개별 편도로 끊는다면 여행 비용은 최소 다섯 배 이상 뛴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은 저마다 취항 도시와 서비스를 연합한 세계 일주 상품을 내놓고 있다.
물론 꼭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육로와 해상로를 이용해 인도양과 대서양을 건너려면 공식으로 판매되는 상품이 없는 것은 물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 보니 대다수 세계 일주 여행자들은 육로와 비행기를 결합한 루트를 짜게 되는데, 사고자 하는 비행 상품의 취항 도시를 고려하다 보니 서로 비슷비슷한 루트를 짜게 되는 것이다.
10년이 걸리고 20년이 걸리더라도 모든 나라와 문화를 속속들이 경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여행자는 이방인이다. 이왕 세계 일주를 마음먹었다면 주마간산 식으로라도 될 수 있으면 많은 나라의 많은 도시를 경험해 보는 것이 루트 짜기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1. '절대 루트'를 믿지 마라
세계 일주 여행자 동호회 등에서는 소위 '절대 루트'라는 이름의 정보가 흘러 다닌다. 대부분 80여 국가를 항공 상품과 육로로 연결하는 루트인데, 이걸 무슨 바이블인 양 떠받드는 여행자가 있다. 그러나 절대 루트는 세상에 없다. 취향이 다르고 계획이 다른데 어찌 정답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정 루트 짜는 게 어렵다면 벤치마킹할 루트를 적극 활용해 자신의 계획을 덮어씌워라. 뺄 것은 빼고 더할 것은 더하면 자신만의 루트가 보이게 될 것이다.
2. 루트는 몰라도 티켓은 알아둬라
사실 웬만한 프로 여행자가 아니고는 세계의 유명 여행지나 도시별 특징을 모두 꿰뚫고 있을 리가 없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고 아시아를 출발해 유럽, 아프리카, 남미, 북미를 들러 온다는 정도가 기본일 터. 동쪽 혹은 서쪽 방향으로만 돌아야 하며, 반대 방향의 대륙을 거스르는 백 트레킹은 피해야 한다는 세계 일주 항공권의 원칙만 알아도 기본 이상이다. 원월드티켓, 월드팍스, 스타얼라이언스 등의 세계 일주 항공권에 기반을 두고 취항 도시 가운데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걸리는 항공권을 택하라. 취항 도시를 가장 많이 들르는 선에서 루트가 결정 난다. 항공사별 취항 도시와 대륙별, 마일리지별 가격은 'Part 4 프로그램'을 참조하면 된다.
3.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리스트업하라
세계 일주를 한다고 해서 5대양 6대주(남극 대륙까지 7대주) 231개 국가를 모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반드시 가보고 싶은 곳,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 반드시 보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는 곳, 하나의 테마로 엮을 수 있는 곳 등을 차례로 리스트업해 두면 세계 일주 루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테마는 어떨까? 이집트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 문명, 인도 인더스 강 유역의 인더스 문명, 중국 황허 강 유역의 황허 문명,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서아시아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등 4대 고대 문명 발상지를 돌아보는 여행,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요르단의 페트라, 페루 쿠스코의 잉카와 마추픽추 유적지, 멕시코의 아스텍 유적지, 이집트 가자 지구의 불가사의한 피라미드 등
세계 유명 유적지를 돌아보는 여행, 그리스 에게 해의 섬과 홍해 해변, 호주의 태평양 산호섬 등 아름다운 해안선을 집중하여 돌아보는 여행 등 세계 일주를 경험한 사람들이 권하는 루트를 참조하라.
4. 루트에 리듬을 줘라
세계 일주를 갓 시작했을 때는 2개월 정도에 한 번씩, 반 년 정도가 지났을 때는 1개월에 한 번 정도 슬럼프가 찾아온다고 한다. 여행도 오래되면 일상이 되는지라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 이럴 때 발 닿는 곳에서 쉬어 가는 것도 좋지만 조금 비싼 휴양지라든지 꼭 해보고 싶었던 레포츠,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주는 것은 어떨까? '강약중강약강약강' 등으로 각 루트에 맞는 리듬을 미리 챙겨 놓는 것이 현명하다.
5 기간에 관계없이 환상의 루트를 짜라
무한대의 시간과 상한선이 없는 돈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루트를 짜겠는가? 경험자들은 세계 일주가 끝났을 때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환상의 루트를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더불어 군살을 뺀 최소의 콤팩트 리스트 또한 얻게 된다. 세계 일주를 결심한 순간 가보고 싶은 모든 곳, 사고 싶은 모든 것, 먹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포함한 환상의 루트를 짜라. 그런 다음 그 거품을 걷어 내는 과정에서 최선의 루트가 보일 것이다.
Tips>>비자 탓 하지 말자. 비자를 알고 무비자를 알면 국경이 열린다. |
세계 일주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여행사를 찾는 첫 번째 단계가 비자 문제에 봉착했을 때다. '그 많은 나라의 비자를 어떻게 다 받고 갈 것인가!'라는 한탄과 함께. 그러나 여행사는 오히려 비자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사실 일본, 러시아, 미국, 인도, 중국, 베트남 등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해결할 수 있는 비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자 문제에 대해 크게 염려할 바가 없는 행복한 여행자들이다. 미국 비자만 신경 쓰면 거의 모든 국가의 비자는 현지에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는 거의 국경에서 비자를 발급해 준다. 세계 일주 항공권을 소지하면 비자 발급이 훨씬 쉽다.
무비자 국가 싱가포르, 타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의 거의 모든 국가들.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제외한 유럽 전 국가. 남미의 페루, 가이아나, 수리남, 콜롬비아 등. 북미의 캐나다와 멕시코. 중미의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자메이카
단기 면제 국가 무비자 국가의 대부분은 60~90일 정도 비자가 면제된다. 그러나 튀니지(30일 면제)와 미국령인 괌과 사이판(14일 면제) 등은 면제 일수가 짧으므로 날짜를 초과하여 불법 체류하지 않으려면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