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기록하지 않은 여행은 그 자세한 여정을 금새 잊어버리게 된다. 더이상 잊지 않기 위해 늦었지만 기억을 더듬어 신혼여행기를 적어본다.
=======================================================
98점짜리 패키지 유럽 신혼 여행.
여행기를 쓰기 위해 신혼 여행 때 찍은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들을 다시 펼쳐보았다.
제일 먼저 든 느낌은 음... 그 당시 상당한 댓가를 치르고 디지털 카메라를 생애 처음 장만하였었는데 지금 보니 화질이 너무 형편 없음이다.
그래도 너무나 행복하고 멋졌던 허니문이었음은 다시 보아도 틀림 없는 사실인 듯 하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유럽여행 10박 11일 짜리 패키지 상품이었다.
둘 다 유럽 여행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목적지에 대한 선택은 어렵지 않게 하였으나 방법에 대한 고민은 참 많이 했다. 우리가 결혼 전에 계획했던 대로 한달 짜리 신혼여행을 감행할 수만 있었다면 당연히 배낭여행을 택하였을 테지만, 여러 여건상 한달 휴가는 불가능했기에 짧은 일정을 고려하다 보니 패키지 상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신혼 여행 치고는 다소 초라했던 호텔만 빼면 너무 만족스러웠다. 바로 여기서 100점 만점에서 2점이 마이너스 되었다^^.
유럽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여행이었기에 가는 곳마다 현지 가이드의 비교적 상세하고 핵심을 찌르는 설명이 무척 도움이 되고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예상했었지만, 10박 11일짜리 유럽 패키지 여행은 오고 가는 비행기 시간을 빼고도 그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에 정말 빡 센 일정이었다.
당연히 패키지 여행의 단점이라고 꼽을 수 있을 수 있는 빡 세고 깊이는 없는 그런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깊이는 없더라도 서유럽의 전반적인 느낌을 갖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는 나중에 2세를 데리고 아이가 초등학생 무렵이 되었을 때 산 지식을 쌓아주기 위해 다시 오겠다는 계획까지 세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자, 그럼 기억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우리의 98점짜리 여행 기록을 남겨본다.
프랑스(파리) -> 영국(런던) -> 이탈리아(로마, 피렌체, 비엔나) -> 바티칸 -> 오스트리아(??) -> 스위스(??) -> 독일(??)
[프랑스 파리]
너무나 설레는 마음으로 파리의 드골 공항에 내렸다. 공항에서 내려선 첫 느낌은 별다른 새로운 느낌을 없었지만 시내로 이동하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여서는 너무나 이국적이고 멋진 건물 하나하나, 풍경 하나하나에 감탄에 감탄을 하며 정신을 못 차릴 지경.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유럽의 풍경은 비싼 여행 경비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허름하기 그지 없었던 파리에서의 첫날밤 호텔방을 제외하면... 침대의 허리가 움푹 파인 트윈베드였다지. 쩝..
유럽 일정 내내 그러하였지만, 특별히 파리와 로마에서는 미술 교과서나 각종 여행 책자에서나 봤을 법한 미술 작품들과 멋진 거리 풍경에 매료 당했다.
개선문, 에펠탑, 샹제리제 거리, 노틀담, 콩코르드 광장,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 언덕 등을 관광하였던 것 같다.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루브르 박물관과 센강 유람선.
루브루 박물관에서는 미술에 거의 완벽한 문외환인 나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중요하고 값지다는 모나리자 작품 등을 관람할 때는 온몸에 전율이 돋움을 느꼈다. 너무나도 중요한 작품이기에 홀 안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에다가 유리관에 넣어진 채로 전시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센강 유람선은 해질녘에 승선하였었는데, 신혼여행인데다가 멋진 센강의 주변의 야경과 아름다운 조명에 분위기가 한껏 업되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같이 승선하였던 스코트랜트에서 수학여행 왔다는 왁자지껄 소녀들과 간단한 대화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너무너무 아름다운 시간이 되었다.
[영국 런던]
파리에서 런던까지는 영불 해저 터널을 통과하는 유로스타라는 고속철도를 이용하였다. 그 당시 가이드가 열차 안에서 자는 사람은 해저터널을 통과할 때 밖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닷속 경관을 못 볼 것이라 하여 그 말을 믿고서 눈을 부릅뜨고 물고기를 보려 했던 것이 생각난다. 하하.. 우린 마치 수족관 같은 것을 기대했던 것이지.
도착하던 날의 런던의 날씨는 듣던 대로였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한 어두컴컴한 분위기, 그래서 더 운치 있고, 우리가 영국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진하게 왔다. 하지만 런던에서의 이틀째 날에는 비온 다음날 처럼 눈부시게 맑은 날씨가 되어 관광하기 참 좋은 날이 되었다.
영국에서는 버킹검 궁전에서의 왕실 근위병 교대식(운좋게도 여왕이 탄다는 차가 지나가는 광경도 구경), 차를 타고 옆에 끼고 지나가만 본 하이드 파크,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대영 박물관, 동화 속에 나옴직한 타워 브리지, 웨스터민스터 사원 등을 관람하였다.
[이탤리 로마/피렌체/베니스]
런던에서 로마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하였다.
이탤리에서는 너무나 많은 것을 보았기 때문에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 것 같다. 크게 세 군데의 도시를 관광했었는데 같은 나라 안에서도 각 도시들의 분위기가 너무나 확연하게 달랐기 때문에 여행 중 찍었던 수많은 사진을 보아도 한눈에 이 도시가 어디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세 도시 중 어디 한 곳 내 맘을 사로 잡지 않은 곳이 없다.
역사와 신화와 어울려져 너무 웅장하고 멋있었던 로마, 카톨릭의 유물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던 정말 분위기 끝내주었던 피렌체, 신비스러움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었던 베니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가슴이 설렌다. 언제쯤 다시 여행할 수 있으려나…
프랑스와 영국, 이탤리에서는 일부러 의도하지 않아도 역사나 신화와 관련된 것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박물관에 있는 작품 하나하나가 특히 기독교나 카톨릭 역사와 관련이 있거나, 고대 신화 등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아쉬웠던 것은 내가 성경과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것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서유럽 여행이 몇 배는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그래서 다짐을 했다. 후에 우리의 2세가 초등학생이 되면 다시금 꼭 유럽 여행을 하리라. 물론 성경책을 숙독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도 숙독한 후에! (우린 결국 여행에서 돌아와서 이원복 선생의 “먼나라 이웃나라” 셋트와 그리스 로마 신화까지 바로 구매했다지…)
[스위스 루째른, 인터라켄, 쮜리히(? 긴가민가함)]
늘 마음 속 한 켠에서 동경하던 스위스는 우리가 패키지 여행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여행지로 점 찍은 상태였다.
..
가본 적도 없는 그곳을 난 수도 없이 ‘제일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을 대할 때마다 ‘스위스’라고 대답하곤 하였다. 왠지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곳임이 틀림 없다고 믿고 있던 터라 그랬던 것 같다.그리고 드디어 말로만 듣던 스위스에 갔다. 고작 1박 2일 동안 머물렀었는데, 1박을 했었던 산중의 자그마한 호텔을 잊을 수가 없다. 호텔 주변 정경은 사방이 마치 내가 달력에서나 보았음직한 풍경이었다. 아마 그때 난 마치 ‘알프스 소녀의 하이디’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평소엔 하지 않던 극도의 오버를 해가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스위스에서의 또 다른 기억은, 스위스 인터라켄을 들르는 패키지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산악 열차를 타고 융프라우 등정했던 것이다. 화창한 5월의 봄날에 느꼈던 눈 덮힌 산 정상에서의 커피 한잔은 아직도 생생하게 그 느낌이 남아 있는 듯 하다.
[오스트리아 루째른]
오스트리아는 스위스를 가는 길에 잠시 들러만 갔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가는 길에 들렀던 것 같은데, 정확한 건지 가물가물하다.
그러고 보니 여행 때 느꼈었던 한가지가 떠오른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관광버스들이 있지만 유럽의 관광 버스는 우리네 것과 사뭇 달랐다. 한마디로 세련 그 자체. 내가 그 당시 다양한 프린트의 관광버스 외관을 보며 ‘우리나라는 왜 저렇게 다양하고 멋지게 안 만들고 천편일률적으로 만들까? 내가 사업 아이템으로 한번 삼아볼까..’하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각각의 도시에서 우리 일행이 탔었던 버스들도 하나 같이 멋진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을 못 찍어둔 게 아쉬울 따름.
아무래도 짧은 기간 동안에 여러 곳을 여행하는 스케줄이었던 터라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꽤 되었었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래서야 무슨 여행이냐 할 테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버스에서 바라보는 바깥 정경이 무척이나 색달랐기 때문이다. 동화 속에나 봤음직한 성들(중세 때부터 내려오는 역사를 간직한 성일 것이다 생각을 했었지.), 드넓은 초원들, 한가로운 목가 풍경 등 버스 여행도 나름대로 나에게 많은 기억을 남겨준 여행 여정이었다.
by 유준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