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만 제대로 읽어도 선택이 쉬워진다 같은 와인을 마셔도 “너무 맛있다”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큼하고 떨떠름하다”는 사람도 있다. 맛에 대한 취향과 기호의 차이인 것. 대유와인의 이문경 팀장은 “와인 라벨 읽는 법만 알아도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라벨은 와인의 출신 성분 및 특성을 고스란히 담은 ‘이력서’와도 같다. 이름, 생산지, 빈티지(생산 연도), 등급, 포도 품종, 알코올 함량 등의 정보를 담고 있어 맛의 특성을 가늠할 수 있는 것. 기본적으로 몇 가지만 알아두자. 등급은 와인의 질을 가늠하는 잣대로 프랑스의 최상급 와인인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 e, 원산지 통체 호칭법)가 대표적으로 d’Origine 자리에는 원산지 이름이 들어간다. 이탈리아는 ‘DOC’나 ‘DOCG’ 등급이 높은 것이다. 포도는 농작물이기 때문에 매해 기후 조건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그렇기에 수확 연도를 표시하는 빈티지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르도 와인의 경우 1988년, 1989년, 1990년산의 제품이 우수한 맛을 낸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미국, 호주 등과 같이 매해 기후 조건이 거의 비슷한 국가에서 생산한 와인은 빈티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신맛, 단맛, 떫은맛 등 맛의 차이를 내는 것이 바로 포도의 품종. 레드 와인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 시라(시라즈) 등이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리슬링 등이 대표적이다. 보르도 지방의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타닌 함량이 많고 신맛이 강한 데 반해 피노 누아는 이보다 타닌 함량이 적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또 메를로는 부드러운 맛을 내며 색깔이 예쁜 것이 특징.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품종인 샤르도네는 단맛이 강하지 않은 드라이 타입으로 특히 굴, 새우, 연어 요리와 잘 어울리고 독일의 리슬링은 드라이부터 스위트까지 다양한 타입이 있다.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이라면 좀 더 달고 부드러운 화이트나 스파클링 와인(프랑스 샴페인, 스페인 카바, 이탈리아 수푸만테, 독일 섹트)으로 시작해 점차 산미(신맛)와 타닌(떫은 맛)이 느껴지는 드라이한 타입으로 옮겨가도록 하자. 와인을 깊이 있게 즐기고 싶다면 많이 마셔보는 방법밖에 없다. 원산지와 제조 회사, 포도 품종, 생산 연도를 익히며 취향을 발전시켜나간다면 어느 순간에는 마니아가 되어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상황별 와인, 이렇게 골라라 선물할 때는 받을 사람의 취향과 관심도를 알아두어야 선택하기 편하다. 특히 스토리가 있는 와인이라면 의미 있는 메시지를 함께 전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또 초보자에게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것이 부담 없고 오프너, 잔 등 기본적인 액세서리가 함께 들어 있는 패키지 상품이 유용하다. 손님 초대상에 올릴 때는 구입 장소에서 준비할 음식에 맞춰 어울리는 것을 추천받도록 한다. 넉넉히 구입할 수 있고 남녀노소 두루두루 좋아하는 중저가의 대중적인 와인이 좋으며 레드, 화이트 2종을 함께 준비해둔다. 신혼 초 둘만의 시간을 위해서는 남녀 모두 부담 없는 스위트 와인이 제격이다.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은 미리 차갑게 해놓는 센스를 발휘하자. 한꺼번에 와인을 구입한 경우에는 다용도실처럼 온도 변화가 거의 없고 빛이 안 드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또 세워놓을 경우 코르크가 마르면서 와인이 산화해 맛이 변질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눕혀서 마개가 젖어 있는 상태로 두어야 한다. 와인 마니아가 귀띔하는 “이럴 땐 이 와인이 최고” 와인을 마실 만큼 마셔 자유롭게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마니아들이 선물용, 로맨틱 무드용, 손님 초대용 등 신혼 초 와인이 필요한 각 상황에 맞는 5만원대 이하의 제품을 추천해주었으니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 박진형 (광고대행사 멕켄 에릭슨 기획 국장) 코카콜라, 아웃백, 인텔, 티파니 등 많은 브랜드의 광고를 만든 주인공이다. 비즈니스 미팅이 잦은 편이라 와인을 자주 접하다 보니 지금은 같이 마시는 이에 따라 딱 맞는 와인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를 만큼 반전문가가 되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내려면 많이 마셔보고 그 맛을 혀에 기억해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그녀의 조언. * 홍희수(디자인 서다 대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국내 인테리어 트렌드를 이끄는 태홈, 햄튼, 살림, 아르마니 까사 등의 디스플레이를 담당했고 각종 리빙 페어의 아트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이지만 묘하게도 와인은 입에 잘 맞았고 그 맛과 향에 어울리는 요리를 찾아내는 것을 즐기게 됐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거나 손님이 찾아올 때를 위해 그녀의 집에는 언제나 종류별 와인이 가득하다. * 박남규(MAP 대표) 재능 있는 포토그래퍼이자 사진 작업, 여행서 출판 등을 주로 하는 크리에이티브 회사, MAP의 젊은 CEO. 자유로운 여행과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좋아한다. 와인도 그저 어느 날부터 좋아져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마니아’라는 별명을 붙여줄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누군가와 마신 와인이 그 사람과의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때 행복하다고. 선물용 1 프루노토 모스카토 다스티(3만5000원) 초보자는 대부분 단맛이 강하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을 선택하는 편이다. 나 역시 처음 와인을 접했을 때 이것을 추천받아 마시게 됐는데 너무 맛있어 취하는 줄도 모르고 연거푸 넉 잔을 마신 기억이 난다. 식후의 디저트 와인으로 주변에 선물하기에 좋다. 박진형 2 샤토 드 상세르(5만원대) 와인을 선물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받는 사람의 취향이다. 이럴 때 나의 지론은 ‘좋은 와인은 누구에게나 좋다’는 것. 시트러스 향이 강하고 뒷맛이 깔끔해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샤토 드 상세르는 늘 선물한 사람들에게 너무 만족스러웠다는 인사를 듣게 했다. 박남규 3 테라자스 레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3만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레드 와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선물용으로도 이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 선물할 일이 있을 때 가장 애용하는 제품. 아르헨티나산이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한 편인데 이것 역시 3만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맛과 향을 자랑한다. 홍희수 4 뉴튼 레드 레이블 클라렛(3만3000원) 빨강색 라벨이 인상적이라 받는 이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고 맛을 본 후에는 ‘참 좋은 와인을 선물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또 고급 원산지를 대표하는 ‘나파 밸리’ 제품이어서 와인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그 가치를 인정하고 고마워할 것이다. 홍희수 5 에쿠스 카베르네 소비뇽(3만3000원) 가격 대비 실속 있는 제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칠레산 답게 타닌이 풍부한 편이고 잔에 따랐을 때 잘 숙성된 깊은 자줏빛을 낸다. 가끔 남녀가 반반쯤 섞인 술자리에 가보면 남자들은 소주나 맥주, 여자들은 와인을 마시자고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 남자들도 무난하게 좋아할 맛이 바로 이것. 이런 이유로 누구에게나 선물하기에도 제격이다. 박진형 로맨틱 무드용 1 무통 카데 로제((3만5000원) 트렌드와 컬러에 민감한 ‘광고쟁이’인 내게 맛보다는 눈으로 먼저 다가온 무통 카데 로제.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데 핑크빛 로제 와인만큼 잘 어울리는 것도 없다. 상큼한 꽃향기 덕분에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기도 해 신혼부부에게는 더없이 좋을 것. 박진형 2 에스쿠도 로호(4만원) 칠레산은 맛이 강하다는 선입견을 없애준 우아한 와인이다. 스페인어로 ‘붉은 방패’라는 뜻의 이름에 걸맞게 라벨에 방패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액운을 막고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신혼 초에 신랑과 분위기 잡을 때 가장 애용한 것이라 추억이 담겨 있어 더 애착이 간다. 박진형 3 클라우디 베이 피노 누아(5만5000원) 남자가 마시면 용기를 얻는다는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들었다. 맛과 향이 유혹적인 느낌이라 사랑하는 이와 마시기에 제격이다. 잘 익은 체리 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혀끝에서는 부드럽고 정교한 맛이 감돈다. 홍희수 4 뵈브 글리코 옐로 레이블 하프(4만7000원)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샴페인으로 이름만으로도 뛰어난 맛과 풍미를 보장한다. 너무 달지 않은 은근한 맛과 코 끝에 닿는 상큼한 과일향이 특히 매력적으로 마시고 나면 기분이 마구 좋아진다. 홍희수 5 마티니 아스티(2만2000원) 낭만적인 분위기를 원할 때 스파클링만큼 훌륭한 조력자는 없을 듯. 톡톡 터지는 기포와 달콤한 맛이 무척 사랑스럽다. 스파클링 와인을 ‘특별한 날의 음료수’ 정도로만 생각한 이들도 이것만큼은 마시고나면 바로 좋아하고 만다. 박남규 손님 초대용 1 산타 크리스티나(2만8000원)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의 제품으로 ‘산타’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와인이다. 붉은 라벨이 파티 분위기에 더없이 잘 어울려 연말연시 손님을 초대했을 때 내놓는 ‘야심작’으로 꼭 추천하고 싶다. 박진형 2 캄포그란데 오르비에토 클라시코(2만2000원) 나도 와인 맛을 잘 모르던 시절 숍에서 가격 대비 품질 좋은 것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꼽은 제품.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고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부드럽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화이트 와인으로 크게 격식 차리지 않아도 되는 자리라면 이것을 구비해놓을 것. 박진형 3 그린 포인트 시라즈 2005(3만원대) 양념이 강한 한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순한 타닌과 후추 향이 매력적인 ‘시라즈’는 한식에 두루 잘 어울려 손님 초대상에 자주 내놓게 된다. 특히 잡채, 두부조림 등 후추나 간장 양념이 들어간 요리와 찰떡 궁합. 홍희수 4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5만5000원) 식전주로 마시거나 해산물 요리와 곁들이기에 더없이 좋은 화이트 와인. 산도가 적당해 전, 부침개, 생선 구이와 같은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리고 상쾌한 풀 향이 나 해파리 냉채, 굴무침과 같은 해산물 요리와도 좋다. 홍희수 5 만소 드 벨라스코(5만7000원) 평소 자주 가는 바 ‘둘세 이 수아베Dolce Y Suave’의 사람 좋은 소믈리에가 권해 준 와인으로 남자다운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 고기 요리와 잘 어울려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가 있을 때마다 애용한다. 마신 뒤에 느껴지는 묵직함이 만소 드 벨라스코의 매력. 박남규 용도별로 잘 어울리는 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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