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

2009년을 빛낼 와인 10개

봄이나라 2008. 12. 13. 11:04
2009년을 빛낼 와인 10개
1위는 그라피냐 그랜드 리저브 말벡

경기 침체로 와인 열풍도 주춤하다. 그러나 거품이 빠지면서 유행 때문에 와인을 마시는 사람과 맛 때문에 와인에 빠진 진짜 와인 애호가가 자연스레 구분되고 있기도 하다.

와인 애호가는 단지 가격 때문에 와인 마시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미각과 식견을 갖춘 상태에서는 품질에 비해 비싼 와인과 가격 대비 우수한 와인을 골라낼 수 있으니 주머니 사정에 맞춰 마시는 와인이 달라질 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좋은 자료가 나왔다. 와인 전문 교육 기관 WSApdp(구 WSET)가 국내 와인수입사들이 내년에 들여올 와인을 시음해 가장 좋은 10개를 뽑았다. 이 행사에는 총 15개 수입업체가 58종 와인은 3만~5만원대의 중저가 와인으로 한정했으며 와인 전문가 및 와인교육을 받은 150명이 시음에 참가했다. 3~5만원대는 일반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지만 워낙 많은 품목이 수입돼 와인 선택에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가격대.

참가자들은 출품된 와인들을 각자 자유롭게 선택해 시음하며 각 와인에 최고(excellent) 10점, 우수(good) 7점, 평이(acceptable) 5점, 불량(poor) 0점을 매겼고 이 평점치로 1위부터 10위를 뽑았다.

평점 9.2점(총점 413/ 투표인원 43명)으로 1위에 오른 와인은 아르헨티나 그라피냐 그랜드 리저브 말벡 2005년산. 아르헨티나 주 포도품종이라고 할 수 있는 말벡으로 만든 와인으로 진한 마른 과일 풍미와 흙내음이 조화된 강인한 와인이지만 맛과 향의 발란스가 잘 맞는다는 평이 많았다. 2위는 폰타나 프레다 브리코톤도 2006년산, 3위는 카피네토 키안티 클라시코 2005년산으로 모두 이탈리아 와인이 차지했다.

1위부터 10위에 오른 와인들을 분석해 보면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와인의 트렌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레드와인의 압도적 강세. 10개 중 9개가 레드와인이었다. 레드와인이 심장병 등 몸에 좋다는 인식 때문인지 한국 사람들은 예전부터 유독 레드와인을 선호한다.

레드와인 중에서는 무겁고 강한 와인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구대륙은 와인 종주국 프랑스보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칠레, 아르헨티나, 미국 등 신대륙 와인들도 약진했다. 남유럽과 신대륙의 와인재배 지역은 일조량이 풍부해 묵직하고 농익은 과일풍미의 알코올 도수가 높은 힘있는 와인들이 많다. 장기간 숙성해 깊은 맛과 향을 지닌 리저브급 와인들이 강세를 나타낸 것도 같은 맥락.

나라별로는 칠레와 이탈리아가 10위 안에 각각 3개의 와인을 올려 가장 선전했다. 반면 출품 와인의 절반을 차지한 프랑스 와인은 10위 안에 단 한 개도 들지 못해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품종별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이른바 노블 품종보다는 말벡, 카르메네르 같은 토착 품종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와인 라벨에 생산지, 품종 등 정보가 상세하게 표기된 와인에 손이 많이 가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인순 WSApdp 대표 강사는 “와인 시음행사의 경우 한 병을 오랜 시간동안 두고 즐기며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한잔만 마시기 때문에 적당한 과일 풍미, 오크향, 알콜 도수가 직감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번에 프랑스 와인에 비해 칠레 등의 와인이 선전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3~5만원대, 즉 우리나라의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와인은 과일 풍미와 오크향을 갖춘 알콜 도수가 높은 레드와인 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와인은 여러 사람이 편안하게 마실 수 있고 음식과 잘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와인전문가 150명이 뽑은 2009 와인 10개]

그라피냐 그랜드 리저브 말벡
Graffigna Grand Reserve Malbec 2005


유서 깊은 구세계 와인의 제조 노하우를 아르헨티나 청정 지역의 산 후앙 지역에 적용해 만든 열정적이고 생기 있는 와인.

말벡은 그 원산지인 프랑스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반면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으로 자리잡으며 사랑받고 있다. 2만1500원. 페르노리카 코리아.



폰타나 프레다 브리콘톤도
Fontana Fredda Briccotondo 2006


몬페라토와 랑게 지역에서 수확한 이탈리아 토착품종 바르베라 100%만으로 만든 피에몬테 지역 와인. 수확한 포도는 프랑스산 오크통과 대형 슬로바니안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뒤 다시 나무 오크통에서 5개월가량 머문 뒤 계란 흰자를 이용하여 정제, 병입한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탄닌이 과일맛과 함께 훌륭한 짜임새를 구성하며 과실의 신선함이 긴 여운을 남긴다. 3만9000원. 두산주류BG.



카피네토 키안티 클라시코
Carpineto Chianti Classico 2005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로 만든 토스카나 지역 레드와인.

이탈리아 와인 중에서 최초로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와인이자 국내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키안티 클라시코답게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이탈리아 와인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산도가 높은 전통 스타일보다는 적당한 과일 풍미와 산도를 갖춘 모던한 스타일. 6만원. 와인센터.

모란데 에디시옹 리미타다 카르미네르
Morande Edicion Limitada Carmenere 2006


칠레 대표 산지 마이포 밸리 산 베르나르도 포도원 와인. 더운 낮과 서늘한 밤의 여름 기후에서 자란 토착 품종 카르메네르로 만들어 잘 익은 과실의 풍미가 있다. 자주 빛이 도는 깊은 바이올렛-레드, 밀도가 높고, 숲 과일과 초콜릿, 체리브랜디의 아로마를 지녔다. 가득 차는 느낌과 부드러운 풀바디의 매혹적인 맛이 두드러지며 파스타와 크림, 흰고기, 찬고기, 치즈는 물론 과일과 초콜릿 디저트에도 잘 어울린다. 5만1000원. SK네트웍스.

비나 마이포 카베르네 쇼비뇽 리제르바
Vina Maipo Cabernet Sauvignon Reserva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와인. 칠레 센트럴 밸리에서 만들어진 100% 카베르네 소비뇽. 1968년부터 해외 수출이 이루어진 와인이기도 하다. 붉은 체리향과 검은 자두와 구운 오크향이 어우러지며 우아하면서 집중적이고 구조감도 좋다. 마시고 났을 때 길고 기분 좋은 피니쉬가 일품. 특히 구운 양고기, 파스타나 파에야 그리고 치즈와 잘 어울린다. 1만7200원. LG상사 트윈와인.



카스텔로 디 카넬리 모스카토 다스티
CASTELLO DI CANELLI, MOSCATO D'ASTI DOCG 2007


유일한 화이트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 100%.

가볍고 달콤하며 풍성한 아로마가 돋보이는 약발포성 디저트 와인으로 가벼운 초록빛이 감도는 레몬색 컬러에 복숭아향, 아카시아꽃, 꿀냄새 등 달콤한 과일과 꽃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한모금만 머금어도 상쾌한 산도, 톡톡 튀는 생동감 사이의 균형이 매우 훌륭하게 다가온다. 무게감도 적당해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4만원. 금양인터내셔널.

산타리타 메달야 레알 카베르네 소비뇽
Santa Rita Medalla Real Cabernet Sauvignon 2006


칠레 마이포 밸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95%와 카르메네르 5%를 혼합해 만든다.

짙은 루비색 와인으로 오크통의 영향으로 박하향과 타르의 희미한 흔적과 함께 붉은색 과일의 향이 어우러진다. 적당한 바디와 구조감, 완숙한 탄닌, 오래 지속되는 즐거운 잔미가 인상적이며 잘 응축된 맛. ‘와인 스펙테이터’가 뽑은 2007년 100대 와인에서 49위. 3만6000원. 두산주류BG.

팔라시오 데 라 베가 크리안자
Palacio de la Vega Crianza 2003


스페인의 나바라의 토양과 기후는 포도를 수확하기에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나바라의 포도원들은 전통적으로 이웃한 리오하와 똑같은 포도 품종을 재배하면서도 리오하와는 다른 품종을 실용적인 측면에서 심어왔다.

팔라시오 데 라 베가는 나바라의 대표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70%)과 템프라니요(30%)를 블렌딩했다. 2만원. 페르노리카 코리아.

켄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메를로
Kendall Jackson Vintner’s Reserve Merlot 2005


미국 나파밸리 프리미엄급 와인.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하여 오직 손으로 수확한 포도만을 사용한 와인. 캘리포니아 최고의 테루아를 자랑하는 해안가의 구릉지에서 생산된 메를로 99.7%에 미량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을 첨가해 만들었다. 산딸기 향이 무게감있는 바닐라향과 조화를 이루고 맛이 부드럽다. 

5만5000원. 아영FBC.

베린저 파운더스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
Beringer Founders’ Estate Pinot Noir 2005


까다롭지만 식감이 좋은 품종 피노누아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캘리포니아 북부, 중부 해안가 고지대를 비롯한 대표적 피노 누아 산지로부터 엄선한 포도를 사용했다. 각종 붉은 과일, 제비꽃, 라벤더 등의 섬세한 향과 가벼운 훈연향이 잔을 따라 흐른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피노 누아에 비하면 짙은 체리 빛을 띠며 유순한 과일 맛과 부드러운 탄닌, 약간의 바닐라 양념이 더해져 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4만5000원. 나라식품.

출 처 : 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