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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재발견 - Dive Philippines!!

봄이나라 2008. 10. 4. 14:16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7,10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나라’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감춰진 필리핀 여행의 소박한 즐거움을. 아직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민도로섬. 그곳에서 발견한 ‘휴양지’ 필리핀의 같고 또 다른 야누스적 매력을 공개한다.

글·사진 오경연 기자   취재협조 루카스여행사 02-884-4490/ www.lucastour.com

Where’s Mindoro Island?

민도로는 필리핀 루손섬의 남서쪽에 위치한, 필리핀 제도를 통틀어 7번째로 큰 섬이다. 섬의 총 면적은 제주도의 4배, 경상북도와 비슷한 정도. 우리나라에서 민도로섬으로 가려면 마닐라에서 차로 약 2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한 바탕가스 선착장까지 이동, 보트로 갈아타고 다시 1시간 정도 가야 한다. 민도로섬에서 유명한 관광명소는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사방 비치, 휴양지로 많이 찾는 화이트 비치 등이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취득기
또 다른 세계, 바다 속 비밀을 엿보는 방법

10㎏은 가뿐히 넘는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뒤뚱대며 배 가장자리에 걸터앉는다. ‘괜찮겠지?’ 텀블링하듯이 거꾸로 입수(入水)해야 한다는 말에 덜컥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잠시, 강사의 무지막지한(?) 손길에 떠밀려 반 강제로 “풍덩!” 소리와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갔다. 몇 초 후, 크게 뜬 두 눈 앞에는 대기 중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물빛 향연이 펼쳐진다.


1, 2 사방비치 전경 3‘Under the Sea’에서 만날 수 있는 다채로운 수중생물들 4 바다위에 둥실 떠 있는 보트들. 이곳에서 접하는 보트들은 대개 양옆으로 날개 같은 나무 지지대를 붙이고 있는데, 거친 파도에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5 민도로섬 전경

민도로섬으로 가려면 기나긴 여정을 각오해야 한다. 마닐라에부터 무려 3시간여라는 기나긴 이동시간이 소요되기 때문. 파도가 다소 거칠은지라, 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다소간의 배멀미 기운을 느낄 법도 하다.

짙은 쪽빛의 바닷물이 점점 투명해지나 싶더니, 이윽고 저 멀리 민도로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행정구역상으로 민도로섬은 크게 민도로옥시덴탈주, 민도로오리엔탈주 2개 지역으로 나뉘어지는데 이들 중 오리엔탈주 구역에 속하는 사방 비치(Sabang Beach)에 닻을 내렸다. 민도로섬에서 가장 잘 알려진 다이빙 포인트가 바로 사방비치. 여타 지역의 다이빙 포인트들이 대부분 섬에서 배로 최소한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원거리에 위치하는 반면, 사방비치를 위시한 민도로섬의 다이빙 포인트들은 해변과 바로 인접한 곳에서 바로 다이빙 포인트를 만날 수 있어 전세계 다이버들에게 이름난 ‘명소’라고. 민도로섬의 다이빙 포인트는 무려 60여 군데에 달하는데, 이는 면적이 1만여 평방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꽤 넓은  민도로섬의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주변을 대략 둘러본 후, 본격적으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물 속에서의 액티비티라고는 수면 위를 허우적대는(?) 스노클링 경험이 전부였던 기자에게는 초급 과정인 ‘오픈 워터 다이버’ 코스가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셈. ‘바다를 코앞에 두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니!’ 물놀이를 유독 좋아라 하는 기자로서는 좀이 쑤실 법도 했건만, 3일이라는 ‘짧고도 긴’ 과정을 수료한 끝에 무난히 오픈 워터 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스쿠버 다이빙의 경우 특수장비와 지식이 요구되는 터라, 자격증이 없이는 아예 다이빙을 시도할 수조차 없다(일부 체험다이빙 별도).

Open Water Diver Licence Course



Lesson 1  교재교육

지정 교재로 강사에게 직접 수업을 듣는 과정. 총 5강으로 이루어진 파트 중 4강까지만 교육을 받는다. 영문판은 물론 한글판 교재도 완비되어 있다.

Lesson 2  비디오교육

각 파트별 내용을 시청각으로 자세히 해설해 주는 비디오 시청이 교육과정에 필히 포함되어 있다. 한글 자막이 나와 있는 경우도, 나와 있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내용이 쉬우므로 이해하기에는 그다지 불편함이 없다.

Lesson 3  제한수역(수영장) 다이빙

본격적으로 바다에 나가기에 앞서 수영장에서 실전스킬을 체험해 보는 과정이다. 총 1~2회 가량 실시하며 긴급상황에서의 대처법, 수신호 등을 연습한다.
 
Lesson 4 비치 & 보트 다이빙

실제로 바다에 나가서 수중생물을 관찰하는, 다이빙의 ‘백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이빙은 크게 해변에서 입수하는 비치 다이빙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깊은 수심으로 바로 입수하는 보트 다이빙으로 나뉜다. 오픈 워터 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회 이상의 실전 다이빙 과정을 체험해야 한다. 그리고 다이버 단계별로 한계 수심이 있는데, 오픈 다이버의 경우 제한수심은 최대 18m이다.

Lesson 5 테스트·자격증 취득

교육과정을 전부 마무리한 후에는 필기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1차로 각 단원별 10문제씩, 총 40문제가 주어지며 2차로는 전체 내용을 총괄하는 문제 50개를 풀어야 한다. 전부 객관식이고 교재에 나오는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므로 짧은 시간이지만 패스하는 데 큰 어려움은 겪지 않을 듯. 자격증은 바로 발급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로 테스트 결과를 송부한 이후 본부에서 직접 발급되므로 약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그 사이에 다이빙을 할 때 필요한 90일 유효의 임시 자격증을 발급해 준다. 정식 자격증은 우편으로 받아 볼 수 있다.

*기자가 취득한 다이버 라이센스 발급기관은 PADI로, 교재 및 교육과정은 PADI의 오픈 워터 다이버 기준이다. 각 기관별로 교육절차는 다소 다를 수 있다. 오픈 다이버 라이센스 수강료는 교재·장비 대여료 포함 380달러.



기자가 직접 체험한
Scuba Diving Enjoy Point 5

1. 불편하면 참지 말 것! 

스쿠버다이빙 강습 중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바로 ‘다이빙은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Fun Diving’을 모토로 하는 비기너 과정부터 물 속에서의 불편한 상황을 꾹~참고 고행(?)하는 기분으로 다이빙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기자의 케이스를 예로 들자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수심 5~10m 부근에서 귀에 통증을 느낄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경우 즉시 강사에게 SOS를 날려 하강을 멈추고 압력평형(코를 막고 숨쉬기, 턱을 좌우로 움직이기 등이 있다)을 시도하는 등 상태가 나아진 후에 다시 다이빙을 시도해야 한다. 또한 100% 맞춤형이 아닌 기성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모든 다이버들은 크고 작은 ‘장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모든 경우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스쿠버다이빙의 ‘궁극적인 목적’은 ‘Have Fun!’임을 잊지 말고 일단 느긋이 즐기는 자세로 임하시길.

2. 점검, 또 점검 

공기탱크, BCD, 레귤레이터, 웨이트 벨트, 오리발, 스노클…. 이름조차 낯선 스쿠버 장비들을 갓 접하면 으레 기가 질리게 마련. 하지만 수심 몇십미터를 넘나드는 속에서 안전과 호흡을 동시에 책임지는 장비 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입수 직전까지 호흡기가 잘 작동하는지, 공기는 충분한지, 계기판 작동에 이상은 없는지 끊임없이 체크하자.

3. 도수가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자 

시력이 나쁜 사람의 경우 바다 속 전경을 선명하게 구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바닷물에서는 제품손상 및 안구충혈을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콘텍트렌즈 착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전문 다이브숍에서는 100% 시력이 매칭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도수가 들어간 스노클 마스크를 구비해 두고 있으므로 다이빙시 미리 요청하는 것이 좋다. 양쪽 시력이 마이너스인 기자도 도수가 있는 마스크를 착용, 산호초의 작은 돌기까지 선명히 관찰할 수 있었다.

4. 바다보호, 자연보호

스킨스쿠버 복장을 처음 갖춰 입고 거울 앞에 선 기자의 뇌리에 스친 감상은…. “음~망태 하나 들고 전복 캐러 가면 딱이겠네!” 비록 제주도 해녀를 연상케 하는 물질복장(?)이지만, 다이빙 중 바다 속에서는 모래 한 알도 들고 나와서는 안 된다. 조개·가재 등 식용을 위한 수중생물 채취가 금지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들고 나와도 되는 것은 바다 속에 가라앉은 플라스틱, 비닐봉지 따위의 환경오염 요소들뿐! 가끔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Feeding’ 체험을 할 때도 있는데, 그때에도 먹이를 담았던 용기는 반드시 회수해 와야 한다. 보다 깨끗하고 풍성한 바다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민도로섬의 몇몇 다이빙 포인트의 경우 아예 어업활동이 금지된 지역이 있을 정도.

5. 다이버들의 최대 적은 스티븐 스필버그?!

‘안전 강박증’인 기자가 스쿠버 교육 당시 가장 먼저 강사에게 한 질문은 “스쿠버다이빙, 정말 안전한가요?”였다. 이런 류의 질문에 익숙한 강사의 달변에 따르면, 다이빙은 스포츠 카테고리 중 무려 ‘등산보다 안전한’ 스포츠에 속한단다. 몇몇 영화를 통해 자리잡은 고정관념과 달리, 거의 모든 수중생물은 수줍음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므로 위험도가 현저히 낮다고. <죠스>와 같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은 절대 연출되지 않는다니 안심하시라.


피크닉, 그리고 워킹투어
소박했던, 행복했던 민도로에서의 한나절


발가락 사이로 사각대며 밟히는 새하얀 모래알, 시리도록 투명한 바닷물, 그 위에 한가로이 떠 있는 작은 보트…. 필리핀의 풍경은 지극히 휴양지스럽다. 다이빙 포인트가 산적한 혜택받은 섬, 민도로에서는 이처럼 ‘그림같은’ 풍경을 접한다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더해,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현지 주민들의 생활 모습까지 덤으로 엿볼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1 모게따 비치 인근의 섬 풍경 2 해변에서 갓 만들어 먹는 바비큐 요리는 맛이 일품이다 3 모게따 비치와 인접한 또다른 휴양 포인트, 코코 비치


햇살 좋은 어느 날 아침, 주섬주섬 짐을 챙겨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섰다. 뱃머리가 향하는 곳은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모게따 비치. 화이트 비치, 코코 비치 등 민도로섬의 유수 휴양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소 중 하나이다. 또한 배를 타고 불과 5분 이내의 바닷속에서 대왕조개를 볼 수 있는 매력 만점의 다이빙 포인트이기도 하다.

모게따 비치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배를 타고 나가서 가볍게 스쿠버 다이빙으로 ‘몸을 풀었다’. 바닷 속에서 몇십분간 헤메고 돌아오니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배가 헛헛해진다. 타이밍 좋게도 야자수 밑에서는 닭고기, 돼지고기가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었다. 머리에서 대강 물을 털어내기가 바쁘게 바다 옆에 준비된 피크닉 장소로 달려간다. 테이블보 위에는 어느덧 푸짐한 바비큐 요리가 한상 가득 차려져 있다. 갓 구워내 뜨끈한 고기요리는 매콤한 필리핀 고추, 양파 등의 야채와 곁들여 먹으니 담백한 맛에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80~90년대의 농촌환경을 연상케 하는 필리핀에서는, 가축을 전통적인 옛 방식으로, 자연 속에 풀어놓고 방목하기 때문에 육질이나 맛으로 볼 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최고!

양쪽으로 아름다운 풍광의 바다와 열대우림을 끼고 앉아서 느긋이 식사를 끝마쳤다. 든든히 한 끼를 챙겨먹은 후에는 바로 눈앞에 펼쳐진 해변을 산책해도 좋고, 얕은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가벼운 수영을 즐겨도 좋다.

눈 깜짝할 새 흘러가버린 시간을 아쉬워할 새도 없이, 다시 보트를 타고 사방비치로 복귀했다. 오후에는 사방 비치와 인접한 마을과 등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높지 않지만 산 속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천상 튼튼한 두 다리로 길을 나서야 한다. 산 속 마을의 모습은 옛 모습에 가까운 시골 풍경이다. 집 바깥에 주렁주렁 걸어 놓은 빨랫감, 대나무와 야자잎으로 엮은 전통가옥, 도르래도 없이 손으로 물을 길어다 먹어야 하는 소박한 우물가. 고개를 돌려 보면 길가에 가로수처럼 흔히 심어져 있는 나무들 위로 바나나, 야자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마을을 거쳐 탁 트인 산기슭에는 시난디간 등대가 세워져 있다. 지대가 높은 편이라 민도르섬 주위 풍경을 둘러보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구등대와 신등대, 두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데, 둘 다 5m 안팎의 자그마한 규모이다. 계단이 바깥이 돌출되어 있는 구등대 건물에는 올라가 볼 수도 있는데,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바람이 세게 불라치면 아찔한 ‘스릴감’마저 든다.


4 등대에서 내려다 본 민도로섬 풍경 5 사방비치 인근에서 망태로 성게를 잡는 어부 6 전형적인 민도로섬 마을 모습 7 클래식한(?) 외관의 구등대 건물

다이빙, 이 안에 다~있다 Song of Joy

사방비치의 중심지에 위치한 리조트 ‘송오브조이(Song of Joy)’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 전문 리조트. 자체 다이브숍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리조트 내에 전문 다이빙 풀도 갖추고 있으며 PADI 다이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다이빙 마니아들에게는 최적이다. 1,400페소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객실가격도 장점. 현지주민은 물론 외국인도 즐겨찾는 한식 레스토랑이 인기다.
위치 Sabang Beach, Puerto Galera, Mindoro Island  문의 043-287-3136 홈페이지 www.soj.kr

필리핀에서 만난 사람들 PEOPLE

민도르섬 여행의 묘미를 백배 살려 준 일등공신으로서 첫순위에 꼽을 수 있는 요소는 단연 ‘사람들’이다. 다이버 마니아들에게는 입소문 짜~한 지역이라지만, 아직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지역인 것이 사실인 터라 ‘손때가 덜 묻은’ 현지 주민들의 미소가 인상적이다. 아주 특별한 민도로 사람들과의 짧지만 긴 만남.

★ 무려 4,000회를 웃도는 입수경력을 보유한 진정한 마스터, 송윤호 강사는 다이버들 사이에서도 고수로 인정받는 송오브조이의 ‘간판’ 강사이다. 필리핀은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넘나들며 난파선 수색 등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 알고 보니 기자와 동향이어서 더욱 각별했던 그는, 필리핀에 정착한 지 어언 6년이 넘어 ‘민도로 주민’이 다 되어 있었다.

★ 낯선 외모와 복장에 커다란 카메라까지 둘러멨으니, 어찌 신기하지 않으리오. 마을을 전전하는 기자를 빤~히 쳐다보며 “포토!”를 외쳐대던 아이들.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까지 불러모아 순식간에 무리(?)를 형성하면서 환한 웃음을 빠뜨리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난 후 “땡큐”, “바이바이” 인사를 빼먹지 않는 천진난만함이 눈에 밟힌다.

★ 필리핀에서 최고로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는 단연 농구. 야자수 기둥에 배스킷만 매어놓은 필리핀표(?) 농구골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까마득한 어린이부터 사춘기 청소년까지, 정원이 채 차지 않아도 한데 어울려 농구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어느 마을의 주택 담장 안에서 만난 꼬마는 시원해 보이는 아이스티 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 혼자여서일까, “사진 찍어 줄까?”라는 기자의 꼬드김에 수줍은 미소만을 지어 보이는 소녀. 하지만 눈길만은 카메라 렌즈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프니 투어
덜컹대는 차창 너머로 ‘섬 풍경’을 보다

오늘은 사방 비치 인근에서 많지 않은 관광 명소 중 하나인 타마라우 폭포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타마라우 폭포는 사방 비치에서 차로 40분 정도로 다소 먼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반짝 떠오른 해결책은 바로 필리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 지프니(Jeepny)이다.

부릉부릉~. 뿌연 회색빛 매연을 내뿜으며 은빛 차체에 시동이 걸린다. 지프차를 개조해서 더운 열대기후에 알맞게 사방이 뻥 뚫리게 틔워 놓은 지프니에는, 많게는 몇십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끼어 타기도 한다. 지역별로 구간을 정해 두고 이동거리에 따라 정해진 요금을 받는, 버스처럼 운영되기도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차 한 대를 통째로 대절하여 원하는 코스에 따라 맞추어 이용하기도 한다. 지프니를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이동거리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00~2,000페소 안팎. 필리핀의 물가를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가격대이다.

산 넘고 길을 따라 지프니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생각보다 유쾌하다. 에어콘을 트는 대신, 뻥 뚫린 차창을 따라 쌩쌩 들어오는 자연 바람이 드세게 머리칼을 흩날린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덜컹대며 달리기를 40여 분 남짓, 드디어 타마라우 폭포와 조우했다. 10여 미터에 달하는 높이에서 3, 4줄기에 걸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새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장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폭포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폭포물이 모여 조성된 웅덩이에 자연 풀장을 조성해서 수영장 및 피크닉 장소로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당’이다. 성인 1인당 20페소의 입장료를 받는다.

Must Eat in Philippines!

열대과일  후덥지근한 동남아의 기후는 여행하기에는 그다지 쾌적한 환경이 아니지만, 달콤한 과일들이 여물기에는 최상의 조건! 바나나, 망고, 야자열매 등의 과일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발길에 채일 만큼 흔히 볼 수 있다. 나무에 매달려 자연적으로 익었을 때 따 먹는 과일의 맛은, 방부제 범벅의 ‘인공적인’ 맛과는 차원이 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칼라마시 ‘필리핀 라임’이라고 불리우는 칼라마시는 과육이 약간 주황빛을 띠는 이외에는 겉모습도 라임과 꼭 닮았다. 레몬의 몇십 배에 달하는 비타민이 듬뿍 들어 있어 영양 만점인 데다 다이어트에도 좋아 여성미용에 최고란다. 칼라마시 역시 열대기후에서 자라기 때문에 필리핀에서 저렴한 가격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착한’ 과일 중 하나인데, 주로 즙에 물을 희석해서 주스로 마시거나 술에 타 먹는다. 아주 신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생으로 먹어도 된다. 수퍼마켓 혹은 면세점에서 설탕을 가미한 칼라마시 원액을 판매한다.

Nightlife in Sabang Beach!

민도로섬의 전체 인구를 통틀어도 불과 48만 정도이니, 면적에 비해서는 그다지 번잡한 지역은 아닌 셈이다. 사방비치는 그중에도 다이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니만큼 대중적인 관광지는 아니어서, 시내도 한번 둘러보는 데 5분이면 충분할 만큼 자그마한 편. 물론 나이트라이프가 잘 발달한 필리핀의 명성이 무색치 않게, 맥주·칵테일 등의 주류를 가볍게 마시며 라이브 공연, 포켓볼 등을 즐길 수 있는 바는 그 좋은 시내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춤을 추거나 공연을 보고 싶다면 ‘성인용 댄스쇼’를 보여 는 디스코텍 역시 여럿 있으므로 가볼 만하다. 하나에 10페소 정도로 저렴한 꼬치구이, 말만 잘하면 할인혜택을 덤으로 받을 수 있는 마사지 역시 필리핀에서 맛보고 체험해 볼 만한 ‘강추’ 아이템!



1 타마라우 폭포 2 지프차를 개조한 필리핀의‘국민교통수단’지프니 3 지프니 내부 4, 6 뿌에르또깔레라 항구의 여유로운 풍경 5 타마라우폭포 자연풀장 7, 8 뿌에르또깔레라 시장의 수산물코너와 정육코너

타마라우 폭포 전경을 감상한 이후, 다시 지프니에 올라타고 뿌에르또깔레라로 향했다. 외부에서 드나드는 유동인구 및 규모만을 보자면 사방비치를 웃도는 규모의 항구도시. 꽤 오랜 기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역사의 흔적이 남아, 스페니시(Spanish) 계통의 ‘뿌에르또깔레라’라는 명칭으로 불리운다. 크고 작은 보트가 빼곡히 정박한 고즈넉한 항구의 풍경은 다이버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사방비치와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항구 주변에는 꽤 큰 규모의 뿌에르또깔레라 상설시장(Public Market)이 세워져 있다. 총 3층에 걸쳐 정육, 야채, 신선식품 등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는데 그중에서도 인근에서 갓 잡아올린 신선한 생선들이 가득한 수산물 코너가 인기가 높다.

뿌에르또깔레라의 또 다른 명물은 바로 ‘닭싸움’. 소정의 돈을 거는 일종의 도박게임 형태인 닭싸움은 매주 금, 일요일 오후 2시부터 뿌에르또깔레라 닭싸움장에서 개최된다(토요일에는 인근 갈라판 지역에서 개최). 가장 큰 규모의 닭싸움은 일요일에 열리는 경기로, 인근 주민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몰려들어 성업 중이라고.


 

깎아지른 듯한 석회암 절벽 사이사이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햇빛에 반짝인다. 그 사이를 배를 타고 가르다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면 온갖 신기하게 생긴 산호와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놀란 듯이 흩어졌다가 이내 다시 주변으로 모여든다. 필리핀 팔라완주 북쪽, 바쿠잇 군도와 칼라미안 군도 중간의 코론 섬에는 그렇게 니모와 도리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대자연의 절경을 찾아 먼 길을 떠나온 전 세계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전쟁의 상처가 만든 다이버들의 천국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9월 24일 오전 5시 50분, 잔잔한 팔라완 코론 베이(Coron Bay)에 팔라완 섬 전체를 흔들 만큼 굉장한 폭격이 가해졌다. 미국 제3함대의 윌리엄 할지(William Halsey) 제독의 명령으로 코론 베이에 정박해 있던 일본 유조선, 화물선, 보트 등의 군함에 가해진 폭격이었다. 폭격기의 공습으로 그곳에 정박해 있던 20여 척의 일본 군함은 검은 연기를 내며 바다 속으로 침몰했고 필리핀은 전쟁의 상처로 얼룩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 흉물스럽게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난파선은 물고기들의 산란터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장소가 되었고, 그로 인해 코론 섬은 선실과 기관실을 넘나드는 수백 마리의 열대어가 이루는 경관과 동시에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 상황을 아련하게나마 선사하는, 전 세계 다이버들에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꿈의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코론 섬의 토착민 타그반와(Tagbanwa) 족 사람들은

특별한 농사활동 없이 코론 섬을 찾는 다이버와 관광객들에게서 얻어지는 관광 수입만으로 살아간다. 자칫 전쟁의 상처로만 남을 뻔 했던 일본 군함이 섬사람들의 보물선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순전히 난파선 덕분이라고 한다면 일곱 개의 환상적 호수와 석회암 절벽이 조화를 이룬 코론 섬의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실례일지 모르겠다. 반드시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즐기지 않아도(물론 이곳에서 이 둘을 빼놓는다면 큰 볼거리를 놓치는 일일 테지만), 그저 보트를 타고 가까이 가기만 해도 절로 탄성이 내질러 지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진 섬의 절경은 아직 때묻지 않은 자연의 진수를 보여주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여유를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파선에서 보물을 찾아볼까?

팔라완 부수앙가의 리조트에는 코론 섬으로 가는 호핑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리조트에서 출발해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즐기며 코론 섬 곳곳을 둘러보고 한적한 해변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돌아오는 코스로, 리조트에 머무르며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부수앙가 시내 코론 타운에서 흥정을 해오는 이들과 적당한 가격에 합의를 보는 것도 괜찮다.

코론 섬으로 가려면 부수앙가 섬 코론 타운의 퍼블릭 마켓(Coron Public Market)에서 ‘방카(Banca)’라고 불리는 6~8인승의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배의 양옆에 대나무를 받쳐놓아 마치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의 배로, 필리핀의 전통 나무배이다. 코론 섬은 부수앙가 코론 타운에서 그리 멀리 앉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배에 올라타기 전부터 그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데, 멀찍하니 떨어져서 보면 능선을 이룬 섬의 모습이 마치 영화 쥐라기 공원에 나오는 것 같은 신비로움을 풍긴다. 그리고 그 신비한 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하늘을 향

해 솟은 깎아지른 듯한 석회암 절벽과 햇빛에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물결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은 쉴 틈이 없다.


 코론 아일랜드 호핑 투어의 첫 번째 코스는 카양안 호수(Kayangan Lake)다. 양쪽으로 우뚝 솟은 석회암 사이를 지나면 섬으로 둘러싸여 조용한 카양안 호수 입구에 다다른다. 이곳에 배를 정박하고 내려 산길을 따라 20여 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데 후텁지근한 날씨에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흐를 때쯤 조금 전 지나온 장관을 내려다볼 수 있는 뷰 포인트가 펼쳐진다. 나무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푸르디푸른 물과 하늘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하늘 그리고,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 한 조각까지 프레임 속 멋들어진 한 장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며 반짝인다. 멋진 경치를 뒤로하고 다시 계단을 조금 내려오면 비로소 까양안 호수가 펼쳐진다. 필리핀에서 제일 깨끗한 호수로 상을 받았을 만큼 맑은 물을 자랑하는 이곳은 좀 유치한 표현을 빌리자면 선녀가 내려와 잠시 쉬었다 갈 것 같은, 섬 속에 숨어 있는 나만의 비밀 장소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인적도 없이 고요한 이곳에서 1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가이드가 건네주는 오리발과 물안경 등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이 너무 맑아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이는 탓에 자칫 얕은 물이라고 여길지 모르나 조금만 들어가도 꽤 깊으므로 수영에 자신이 없다면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할 것. 특이한 암벽이 가득한 이곳은 기대했던 것만큼 많은 열대어를 볼 수는 없지만 바닷물과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섞여 그리 짜지 않은 물은 수영을 즐기기에 딱 알맞다.

한참 물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어느덧 1시간이 지났는지 가이드가 이제 그만 가자는 제스처를 취한다. 아쉽지만 다음 코스는 일본 군함이 난파된 곳(Wreck Diving Point)이라는 말에 서둘러 호수 밖으로 나온다. 까양안 호수를 떠난 방카는 다시 푸른 바다를 향해 나아가더니 바다 한가운데 멈춘다. 손가락으로 바닷속을 가리키는 가이드를 따라 또다시 장비를 갖추고 잠수! 바다 밑에 가라앉은 배 한 척과 그 사이를 요리조리 통과하며 우르르 몰려다니는 다양한 빛깔의 물고기떼의 장관에 물안경 속 내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느낀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곳은 태평양전쟁 당시 격침된 20여 척의 일본 군함이 난파된 곳인데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12척으로 산호와 물고기 떼가 난파선과 함께 자리하고 있어 전 세계 다이버들에게 다이빙의 천국이라 불리는 곳이다. 한 번도 다이빙을 해본 적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난파선이 10~40 미터 깊이까지 분산되어 있어 상급자는 물론 초보자도 간단한 교육 후 가이드와 함께 난파선 탐험에 나설 수 있으니 말이다. 꼭 다이빙을 하지 않더라도 스노클링만으로도 전쟁의 상처를 안고 바닷속에 가라앉은 채 60여 년 세월을 견뎌온 난파선과 그곳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의 행진 등 바다 속 신기한 광경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파라다이스를 누리다

아침 일찍 시작된 호핑 투어도 어느새 오후에 접어들면서 배가 출출해져 온다. 코론 섬 호핑 투어의 점심 만찬이 열리는 곳은 바놀 비치(Banol Beach). 코론 섬의 절경을 감상하며 방카를 타고 가다 보면 새하얀 산호가 펼쳐진 100미터 남짓한 길이의 작고 예쁜 해변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바놀 비치다. 여느 해변처럼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것이 아니라 석회암에 의해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 마치 프라이빗 해변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발바닥을 살살 간지럽게 할 만큼 부드러운 산호모래에 발을 디디면 2~3 개의 코티지가 눈에 들어오는데, 가이드는 이곳에 테이블보를 깔고 처음 호핑 투어를 떠날 때 준비해 온 음식을 차례차례 올려놓는다. 밥과 생선, 간장으로 조린 닭고기, 맥주, 콜라 등의 음료수까지. 레스토랑에서 차려내는 식사만큼 푸짐하진 않지만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 맛보는 식사는 그 어떤 값비싼 음식보다 꿀맛이다.

식사를 마친 뒤 바다에 들어가 물장난을 친다. 이곳은 바닷물이 얕고 잔잔해 수영을 즐기기에 좋다. 기자가 수영을 즐기는 사이, 일행 중 한 명은 산호와 예쁜 조개껍데기 줍기에 한창이다. ‘평화로운 지상 낙원’, 해변에 누워 선탠을 즐기는 신혼여행 중이던 미국인 커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여덟 글자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다. 다시 방카에 올라 다음 코스로 가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언젠가 이곳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온종일 바놀 비치에서 먹고 놀며 머무르리라.’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한층 온화해 질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계속해서 방카는 트윈 라군(Twin Lagoon)으로 향한다. 이름 그대로 똑같이 생긴 라군이 바로 붙어 있는 곳으로 물이 빠지면 방카가 들어가지 못해 카약을 이용해 들어가야 하며 물이 차면 방카를 이용해 라군에 들어설 수 있다. 방카가 들어설 수 있는 곳은 첫 번째 라군. 얕은 물 아래로 산호와 열대어떼가 들여다보이는 이곳에는 몇몇 여행객이 물속에서 물고기 구경에 한창이다. 또 다른 하나는 라군을 둘러싼 절벽 뒤에 자리하는데 그곳으로 가려면 물속 동굴을 통과해야 한다. 장비를 갖추고 가이드를 따라 라군 아래쪽 조그만 입구를 통과하자 똑같은 경관의 숨겨진 라군이 모습을 드러낸다. 첫 번째 라군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은 수심이 꽤 깊다는 것. 동굴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형성된 쌍둥이 라군의 모습에 자연의 신비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만조와 간조 시간에 따라서 라군이 있다가 없다가 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한다고.

 시에테 피카도스(Siede Pecados)는 바다 위에 7개의 작은 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그곳으로 향한 방카는 7개의 섬 중간쯤에 멈춘다. 물고기는 충분히 봤고, 아침부터 시작된 투어에 다소 지친 감도 있어 그냥 배 위에 있으려고 하는데 가만히 물속을 들여다보니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어쩐지 심상찮아 또 한 번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가이드가 등을 톡톡 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향해 물안경을 쓰고 고개를 넣은 순간, 하마터면 물속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빵 부스러기로 유인한, 화려한 빛깔을 발하는 열대어 떼가 온몸을 휘감고 있었던 것. 이곳은 코론 섬 최고의 스노클링 포인트로 그에게 물고기를 유인할 먹이를 얻어 조금씩 뿌리면서 헤엄치자 주변을 에워싼 채 따라오는 물고기 떼가 마치 나를 호위하는 물고기 호위대 같은 기분마저 든다.


 복잡한 일상과 맞바꾼 여유

코론 섬에서 신나는 물놀이를 즐겼다면 이제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 차례다. 코론 섬 호핑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노천 온천인 마키닛 온천(Maquinit Hot Spring)에서의 휴식. 시에테 피카도스 근처, 부수앙가 섬에 자리한 마키닛 온천은 방카를 타고 바다 쪽으로 들어가거나 처음 코론 섬 호핑 투어를 시작했던 퍼블릭 마켓에 내려 자동차나 트라이시클을 타고 이동하면 되는데, 소금성분이 풍부한 해수 온천으로 신경통이나 근육통 등 지친 몸의 피로를 풀기에 좋을 뿐 아니라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어 주말이면 부수앙가 지역의 주민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물의 온도는 약 40도.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바로 눈높이에 보이는 바다와 건너편의 코론 섬 그리고, 맹그로브 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대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자니 여행의 피로는 물론 일상의 잡념까지 사라지는 기분이다. 뉘엿뉘엿 바다 쪽으로 해가 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한참을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일어선다. 맑디 맑

은 물속에서 열대어와 유영을 즐기고 화이트 샌드 비치에서 오후의 만찬을 그리고, 우뚝 솟은 석회암 사이를 보트로 가르며 도착한 노천 온천에서의 휴식까지, 그 어떤 하루가 이보다 여유롭고 평화로울 수 있을까? 코론 섬 어딘가 안내표지판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발자국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기억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취하지 말라(Leave nothing but footprints, Keep nothing but memories).’ 그런데 이를 어쩐다. 어느새 복잡한 일상과 스트레스를 그곳에 남겨놓고, 마음 가득 느긋함과 여유를 가져와 버렸으니 말이다.



출 처 : 트래비닷컴 & 뚜르뜨 몽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