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남아공까지, 다변화하는 조기유학 대상지
유학, ‘맞춤 교육’ 찾아 어디든 간다
‘어쨌든 한번은 나갔다 와야 한다’는 엄마들의 신념은 조기유학의 보편화와 저연령화를 가져왔다.
유학 대상국도 북미권 중심에서 호주, 뉴질랜드로 확산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 전역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비영어권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학교에 입학시켜 영어와 제 2외국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까지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요즘은 두 나라 이상을 연계하는 새로운 형태의 유학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조기유학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조기유학 대상국의 변화상을 짚어보았다.
조기유학 대상지는 북미권 선호,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선호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초등학교 진학의 경우 미국은 비자 거절률이 높은 편이다.
누가 아이를 돌볼 것인지, 어디에 살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제출해야 하는 등
다른 나라보다 서류상으로 많이 까다롭다.
‘보딩 스쿨(boarding school. 기숙형 사립학교)’도 12세 이하는 받지 않고, 홈스테이 역시 12세 이하의 어린이가 있을 만한 곳은 부족해 미국 내에 확실한 연고가 있지 않은 이상 엄마가 동행하는 이른바 기러기형 조기유학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그런 면에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훨씬 수월한 편이다.
학생비자를 발급받기도 쉽고, 호주나 뉴질랜드의 경우 북미권에 비해 비용 면에서 부담이 적다.
학비와 홈스테이 비용을 합쳐(학생 단독의 경우)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1년에 ‘1천5백만 원+알파’가 소요되지만 북미권에서는 평균 2천5백만 원~3천만 원이 든다.
보딩 스쿨은 사립학교의 교육비가 워낙 천차만별이라 개인차가 크다.
그러다보니 최근 호주, 뉴질랜드행이 급증하고 있고 시드니와 오클랜드 지역의 일부 학교에서는 전체 학생수의 30퍼센트 이상이 한국학생인 곳도 있다.
동남아, 인도로 조기유학지 세계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권 조기유학도 늘어난지 오래.
동남아권 유학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경제적인 효과다.
영미 문화권에 비해 50퍼센트 정도 부담이 줄어든다.
“경제 규모나 수준이 우리보다 낮아 동남아권 국가 이미지 자체를 낮게 보는 경향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조기유학으로 가는 학생들은 그쪽 상류층 학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교육기관, 환경, 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동남아 조기유학은 최근 은퇴이민 추세와 맞물린 측면도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솔직히 더 이상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학부모들도 있다”며
“이는 동남아 조기유학의 만족도가 애초 기대보다 상당히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기유학 연령별 유형을 보면 주로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초반까지는
엄마와 함께 떠나는 기러기형 조기유학이 대부분이고 중학교 이상이면 단독 출발이 많다.
단독 출발의 경우 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탈선’.
인도 유학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미 문화권에 비해 유학 비용이 저렴한 장점도 있지만 탈선의 여지가 거의 없는 사회분위기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
영국식 교육제도와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 등도 국내에서 짐작하는 이미지 이상이라는 것이 중평.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학생의 이미지가 좋은 것도 긍정적인 점으로 꼽힌다.
현지 학생들이 한국학생들을 친구로 잘 받아들여 적응을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연계 유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조기유학도 등장했다.
이미 성인(대학생)들에게는 존재했던 상품으로 형태는
주로 필리핀-캐나다, 필리핀-호주 혹은 필리핀-캐나다-호주 등
2~3개국을 3개월, 6개월 단위로 나눠 체류하는 형태.
예를 들어 필리핀에서 3개월을 지낸 다음 호주로 가서 6개월을 지낼 수도 있고,
거꾸로 필리핀에서 6개월, 캐나다로 가서 3개월을 지낼 수도 있다.
호주보다 비용이 저렴한 필리핀에서 집중적으로 영어연수를 받으며 자신감을 쌓고
본격적으로 영어권 국가로 가서 빨리 적응할 수 있어 호응이 높은 편이다.
영국식 교육 시스템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주목
최근 ‘아프리카 속 유럽’이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주목받고 있는 조기유학지다.
3년째 케이프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이수인 씨는 교육의 질과 방법을 놓고
오랜 고민 끝에 남아공을 선택했다.
2004년 아들과 먼저 가 기러기로 지내다 지금은 남편까지 합류해 이민으로 정착했다.
“남아공의 교육은 영국 교육시스템에, 영국식 영어 특히 ‘왕실 영어’라는 자부심이 강해요.
영어를 국어로 쓰는 곳으로 영국식 영어와 서구의 마인드를 배워 국제적 감각을 키울 수 있고,
크게 보면 마지막 남은 대형시장인 아프리카에서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전문적 포지션이 가능하다는 것까지도 염두에 두고 결정을 했어요.”
한국 나이로 열한 살인 아들 수민이는
남아공 최고의 명문 ‘비숍스(Bishops)’에 다니고 있다.
백인계가 95퍼센트, 나머지 5퍼센트는 타 아프리카 지역의 고위급 자녀들이 유학을 온 경우이거나 ‘컬러드(부모의 인종이 섞이거나 인도계)’가 차지한다.
흔히 생각하는 인종차별은 남아공인들 사이에서만 있고 한국인은 영어를 못하는 백인 정도의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
남아공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치고 나면 지금까지는 주로 영국 대학으로 진학했는데
요즘은 미국 시험 준비반이 있을 정도로 미국쪽 유학이 많아졌다.
아프리카라고 해도 생활비와 교육비는 조금 저렴한 정도.
이씨의 경우 항공료(3인 기준)와 자동차 구입비, 두 달 치 집세(deposit. 보증금) 등을 포함해 초기 정착 비용이 3천5백만 원, 그리고 한 달 생활비로 월세(80만원)와 식비·기름값·공과금(120만원), 교육비(2인 50만원), 어른 학비(1인 50만원)에 60만 원 안팎의 용돈과 과외비를 포함하니 한 달에 360만 원 내외를 지출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단점은 불안한 치안.
이는 아프리카 전역에 걸친 문제인데 그래도 이씨가 정착한 케이프타운은 백인 비율이 40퍼센트에 달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특히 요하네스버그나 프리토리아 지역은 여러 인종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곳으로
남아공 내에서도 지역적 문화적으로 특수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씨는 “한국과 비교하면 조금 불안하지만
사는 지역과 생활에서 약간만 조심한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정도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캐나다 BC주 프린스 조지. 밴쿠버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자동차로는 10시간 가량이 걸리는 이곳은 조기유학생들에게 아직은 신천지에 속한다.
초등학교 1학년과 다섯 살 남매를 데리고 얼마 전 이곳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신경순 씨(36·서초구 방배동)는
“밴쿠버에는 한국인이 많다고 해서 없는 곳을 찾아 이곳으로 오게 됐다.
지금 딸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한국인은 딸뿐이다”면서
“캐나다 대도시와 비교해 경제적인 매력이 크다”고 소개했다.
우선 생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값이나 홈스테이 비용에서 대도시가
C$2,000인데 비해 프린스 조지는 C$600, 한국인 홈스테이도 C$800로,
대도시에 비하면 반값도 안 된다.
신씨의 말대로 한국인이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밴쿠버에서 이곳으로 오고 있는 추세예요.
밴쿠버는 ‘공부 안하는 한국’이라는 소리가 나돌 정도예요.
노래방을 비롯해 ‘노는’ 문화가 한국과 비슷해서
아이들이 쇼핑이나 유흥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민 와서 살다가 엄마는 밴쿠버에 있고 아이만 프린스조지로 보내는 경우도 가끔 있고요.”
단점도 있다.
신씨의 경우 아이들이 아직 어린 편.
프린스 조지는 소도시라 아이들과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하기 힘들다.
신씨는 “엄마의 성향도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조용히 공부만 한다면 괜찮겠지만 시골이라 쇼핑할 곳도, 아이들이 놀 공간도 없는데다
날씨마저 많이 추워 내 경우엔 유학지를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유학지라면 북미권 중소 도시는 유흥문화가 거의 없어
탈선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한데다 ‘북미권 국가’라는 점에서
조기유학을 고려하는 엄마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솔직히 메이저 시티라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의 LA 근교, 샌디에이고, 동부의 보스턴, 뉴욕, 캐나다의 밴쿠버,
토론토 등지는 수요자가 항상 많다.
그런 가운데 최근 북미권 중소도시들도 조기유학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엄마가 유학 비자를 받으면 자녀가 공립학교를 다닐 수 있다.
사립이 아니면 학비 걱정이 없고,
그럴 경우 한국에서의 생활비 정도면 미국에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점을 이용해 편법으로 학원이나 규정이 허술한 칼리지에 등록을 해
유학 비자를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평소 공부를 하지 않던 전업주부가 갑자기 유학 비자를 신청하는 경우
유학 비자 발급심사가 까다로워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변화 이유는 비용 절감과 ‘트라이얼’ 효과
종합하면
이제 지구촌에서 조기유학 대상지에서 제외되는 영어권은
거의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조기유학 대상국이 다변화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역시 각종 압박을 덜 받고자 하는 의지와 연관이 크다.
선호도는 여전히 미국, 캐나다가 가장 높지만
똑같은 영어권 국가이면서 쾌적한 기후 조건, 까다롭지 않은 유학 절차,
그리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호주와 뉴질랜드로,
동남아와 인도, 남아공으로,
여기에 연계유학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 조건 대비 경비 절감을 고려한 이유가 크다.
또 다른 이유는 ‘트라이얼(trial. 견습)’ 기간을 가지려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조기 유학의 실패 사례가 많이 소개되면서
실패를 줄이기 위해 1년 정도는 트라이얼 기간을 가지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학원 말만 듣고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도하는 것이라도 겪어보면서 적응이 되어가는 정도를 보면서 진행하는
신중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유학 상품도 다양해졌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도 그만큼 넓어지는 추세.
관리자 역할을 친부모가 할 것인지, 혹은 현지에 있는 친지가 할 것인지를 확실히 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하는 것이 어디로 보낼지 보다 중요하다.
“처음에는 어디로 가야할 지 관심을 보이다가
정작 유학을 보내놓고 나면 점점 관리를 소홀히 하는 부모가 의외로 많아요.
가끔 전화 통화만 하는 ‘방치 유학’도 적지 않고요.
아는 분은 아이가 유학을 떠난 후 매일 아침 팩스 편지를 보냈어요.
잠은 잘 잤느냐, 아침은 뭘 어떻게 먹어라 등등 세세한 내용을 담아서요.
아침에 일어나서 부모와 매일 편지를 주고받는 느낌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덕분에
아이는 별 문제 없이 처음 목표했던 대로 유학생활을 잘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조기유학, 지속적으로 관리할 자신이 없다면 보내지 말라는 게
선배 경험자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당부다.
미니 인터뷰-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유학간 이수인 씨 가족
> 조기유학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 남편은 대기업 인재 채용·관리 담당자였고,
나는 평생교육 분야 직장에 다닌 터라 아이가 만 5세가 될 때까지 유치원도 보낸 적이 없다.
그런데 아이 스스로 학습 의지가 높았고 학습 능력도 상대적으로 뛰어났다.
물론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꼭 외국이어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았다.
전체 경력관리 차원에서 교육의 질과 방법 면에서 각각의 나라를 따지고
아이의 성격과 특성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었다.
그 중 남아공을 택한 것은 영국인 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영국에서 태어나 대학을 나오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석·박사를 거친 후
캐나다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미국 회사에 스카우트 되면서 40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로 살고 있다. 그를 만나면서 남아공 교육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엿보았다.
> 준비부터 비행기를 타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 10개월 정도다.
우선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기본 영어를 가르치고,
외국인을 만나는 두려움 극복하기, 자율적인 생활 습관 기르기 등에 신경을 썼다.
영어는 ‘성문기본영어’를 교재로 내가 가르쳤다.
아이를 3시간 가르치기 위해 밤을 새가며 공부했다.
아이에 맞게 문법 체계를 잡아 수준에 맞는 단어로 재배열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3개월 후 회화로 확대했다. 스포츠도 필요할 것 같아 합기도와 수영을 가르쳤다.
그 외 비자처리와 학교 검색, 이주를 위한 해외 이삿짐 준비 등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 학교 선택 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 영국식 교육의 특징 중 하나가 여학교와 남학교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학교인지, 여학교인지, 공학인지 여부를 알아보아야 한다.
또 기숙학교인지, 통학 학교인지, SAT 지원이나 A-Level 사항 등을 파악해
학교의 수준을 가늠한 다음 학생의 특성에 맞는지 검토해야 한다.
복지 시설이나 학칙, 학비 등 학교 규정도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