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 태어난 것을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
몇 년 전, 어느 핀란드 친구가 한 말이다. 이 친구는 사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이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 선생님이 조국 핀란드에 대해 특별한 자부심을 느끼는 애국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에 다른 경로로 만난 핀란드 친구들도 초등학교 선생님에게서 들은 얘기라며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거다.
지금으로부터 20~30년 전의 핀란드는 가난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이런 집단 세뇌(?) 교육이 '피그말리온 효과'를 거두었는지, 오늘날 핀란드는 정말로 '로또 당첨'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나라로 발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핀란드'... 정말? 일부 핀란드인도 의문
최근, 이 '로또 당첨'론을 공식적으로 증명해주는 순위 발표가 있었다. 미국의 유명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핀란드를 선정한 것이다. '깨끗한 대기와 수질', '온실가스 방출량', '수질 오염/자연재해에 대한 철저한 보호책' 등에서 핀란드는 높은 점수를 따서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핀란드가 선진국이고 좋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1위를 할 정도인가?' 좀 의아한 생각이 들어 기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미국의 세계적인 환경 경제학자 매튜 칸(Matthew Kahn)의 주도 아래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환경학자가 매긴 순위이니 아무래도 의식주 중 주와 관련된 환경에 더 비중을 둔 것 같았다.
'환경만 좋다고 살기 좋은 나라 1위인가?' 나 외에도 <리더스 다이제스트> 순위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핀란드에 사는 미국인 필립 슈워츠만(Phillip Schwarzmann)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이번 순위에 대한 불만을 조목조목 적어놓았다.
"나는 사생활 보호, 국민의 구매력, 징병제, 이민제도, 외국인 배척과 인종차별 등이 이번 순위 선정에 고려되었는지 궁금합니다." (I wonder if things privacy, purchasing power, conscription, immigration, xenophobia and racism are factors in this survey.)
그런데 이 글에는 무려 87개의 댓글이 줄지어 달려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핀란드인들조차도 이 글에 동감하며 핀란드가 왜 살기 좋은 나라 1위가 될 수 없는지를 구구절절 적어놓았다. 학교에서는 핀란드에 태어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열심히 가르쳤지만 그 말을 100% 신봉하지 않는 핀란드인들도 꽤 많음을 댓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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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안에서 본 눈 오는 날의 풍경. |
ⓒ 이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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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이 넘도록 태양을 못 본 아이
많은 사람이 지적한 핀란드의 최대 단점은 날씨다. 핀란드는 일 년의 반 이상이 겨울인데, 이때 추위도 추위지만 어둠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핀란드에 온 지 9년, 이곳 생활에 많이 적응됐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것이 바로 겨울의 어둠이다.
지금도 우리 첫째 아이가 두 살 무렵 했던 질문이 잊히지 않는다. 그때가 5월이었는데 바야흐로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던 무렵이다. 아이가 하늘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엄마 저게 뭐야?" 하며 태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애가 두 살이 넘도록 밤하늘에 떠있는 달만 봤지 태양을 본 기억이 없던 것이었다.
춥고 어두운 겨울은 여러 면에서 핀란드인들을 괴롭힌다. 우울증, 자살, 과음, 노름 중독, 미성년의 흡연 그리고 창백한 얼굴까지.
한국에서는 얼굴이 하얄수록 미인 소리를 듣지만 핀란드에서는 누구나 하얗다 보니 오히려 적당히 그을린 피부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다. 이런 피부는 겨울철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돈 들여 몇 주간 긴 휴가를 보내고 온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올봄에 핀란드에서 열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세르비아 가수가 자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핀란드인들의 얼굴과 음식에 관한 발언을 했다가 핀란드에서 큰 파란을 일으켰다. 사람들이 너무 창백해서 다 아픈 것처럼 보이며 음식은 너무 맛없어 빵조각으로 연명했다고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을 한 것이다.
"20살 때까지 당근하고 감자 말고 먹어본 적 없어"... 건강엔 도움
핀란드 음식에 대한 얘기는 이미 여러 번 (안 좋은 쪽으로) 국제적인 화제에 오르내렸다. "핀란드 음식을 제외하면 영국 음식이 가장 형편없다"는 2005년 파리와 런던의 올림픽 개최 후보지 유치전이 한창이던 때,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영국을 조금이라도 깎아내리려다 보니 어쩌다 핀란드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이 실언의 결과, 최종 투표에서 막판까지도 다소 우세하다고 전망되었던 파리는 런던에 4표 차로 지게 된다. 파리의 패배 뒤에는 핀란드 IOC 위원 2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라크의 음식 폄훼 발언에 자극받은 핀란드 위원들이 막판에 모두 런던에 표를 던졌다고 추정되었다. 양자 대결에서 2표가 어느 한 나라에 몰리는 것은 4표 차이를 의미한다. 그 당시 핀란드 IOC 위원의 2표가 승부를 결정했다는 기사는 핀란드 신문에서 대서특필된다. 그때 머리기사 제목은 "우리가 해냈다"였다. 그 후 시라크 대통령의 핀란드 음식 관련 발언은 역사상 가장 큰 말실수라고 불리게 되었다.
실언임은 분명하지만 시라크 대통령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나도 처음 핀란드 식품점에 갔을 때 많이 당황했기 때문이다. 사방팔방 봐도 이른바 '땡기는' 식품이 없었다. 채소와 과일 코너도 너무나 부실했다. 종류도 제한되어 있고, 신선하지도 않으며 게다가 가격까지 비쌌다.
20세가 되기 전에는 당근과 감자 이외의 다른 채소를 먹어 보지 못했다는 핀란드인을 만난 적도 있다. 핀란드 같은 냉대기후에서는 뿌리채소 이외의 다른 채소가 자라기 어렵다.
음식재료가 변변찮다 보니 조리법도 별로 발달하지 못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금과 후추만으로 간을 맞춘 단순한 요리를 자꾸 먹다 보니 내 고질병이었던 만성 위염이 어느새 다 나았다. 미식이 건강에 나쁘다는 얘기도 있지만, 맛없는 음식이 때로는 건강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모양이다.
식생활 다음으로 핀란드 사람들의 의생활도 한 번 얘기해보자. 거리에 다니는 핀란드 사람들의 옷차림만 보면 핀란드가 1인당 GNP가 3만8000달러가 넘는 부자나라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은 거의 없으며 지나치게 검소해서 남루하게까지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높은 세금과 물가 사이에서 허덕이다보니 좋은 옷을 살 여유가 없다는 것, 둘째는 치장하는 데 신경을 안 쓰는 실용적인 국민성 때문이다. 사람들은 벼룩시장이나 중고 의류점에서 옷을 많이 구입한다. 이런 의생활의 하향평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덩달아 나도 치장에 신경을 덜 쓰게 돼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돈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에 갈 때 '차려입지' 않아도 돼서 참 편하다.
살기보단 죽기 좋은 나라?... 그럼에도 핀란드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까닭
얼마 전 핀란드인 몇 명과 회식을 할 때 뼈있는 농담 하나를 들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 주제가 핀란드가 정말로 살기 좋은 나라인가에 대한 것으로 흘렀는데, 그 중 한 명이 재치 있게 말을 받아친 것이다. "핀란드는 실상은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죽기 좋은 나라라구. 정부는 국민이 건강하고 돈 잘 벌 때는 세금만 듬뿍 떼어가고 별 혜택을 주지 않다가 병들거나 직업을 잃게 되면 그때부터 보살펴 주거든. 그러니까 살기보단 죽기 좋은 나라지."
'살기 좋은 나라?' '살기 안 좋은 나라?' '죽기 좋은 나라?' 정작 나도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싫지만 그 가운데 좋은 것이 있고, 좋지만 또 그 속에 싫은 것이 있으니 말이다. 그 순간 문득, 며칠 전 참석했던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이 떠올랐다.
교장 선생님이 전교 학부모를 다 초청한 행사였다. 학교 강당에 모인 100여 명 정도 되는 학부모 앞에서 생각보다 너무 젊은 교장 선생님(30대 중반 정도)이 학교 소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이 학교 교육 목표가 신선하고 또 인상적이었다. '인재를 키운다'가 아니라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교육 목표였다. 주변 환경이 안전하고 왕따가 없고 아이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학교를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레젠테이션의 마지막이 또 하이라이트였다. 학생 숫자와 선생 숫자만을 보여주는 단순한 슬라이드였다.
학생-153명, 선생님-12명, 보조 선생님-9명.
보조 선생님까지 합하면, 선생님 당 학생 비율이 7명이 좀 넘는다. 교장 선생님은 한 술 더 떠, 선생님을 충원해서 선생님 당 학생비율을 낮추겠다고 하신다.
핀란드 정부가 그 많은 세금을 걷어서 뭐하는가 했더니 바로 이곳,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어마어마한 돈을 재투자하고 있었다. 불과 150명밖에 안 다니는 학교인데 학교 시설은 또 얼마나 잘 꾸며 놓았는지…. 또 연필, 색연필, 공책 등 학업에 필요한 용품은 학교에서 다 주고 물론 점심도 무료다. 중학생부터는 다달이 정부에서 용돈도 준다.
이런 물질적인 면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매일 부모에게 자필로 써 보내주시는 선생님도 너무나 믿음직스럽다. 교장선생님이 얘기했던 '안심할 수 있는 학교' 범위가 부모에게까지도 해당함을 알았다.
공교육이 살아있는 나라,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한 나라, 이런 교육제도 아래서 교육받는 핀란드 학생들은 PISA 테스트(OECD 주관 학업성취도 조사)에서 몇 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아낌없이 투자해주고 열등생, 우등생 상관없이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 부모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음식은 맛없고 날씨는 칙칙하고 이 밖에도 불만거리는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핀란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핀란드, 그대는 정녕 살기 좋은 나라라오."
국가투명성 세계1위, 국가경쟁력 세계1위. 세계적 권위의 국제투명성기구와 세계경제포럼으로부터 받은 핀란드의 성적표다. 인구 525만의 핀란드는 스웨덴으로부터 700년, 러시아로부터 120년이나 식민통치를 받았던, 어쩌면 지도에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는 가난한 농업국가였다.
<큐리어스 시리즈 핀란드 편>을 제외하면 본격적으로 필란드 국가 전반에 관해 소개하는 책은 많지 않다. 매일경제신문사 이병문 기자가 2005년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년간 핀란드에 머물면서 쓴 <필란드 들여다보기>는 북유럽 복지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면 가장 좋을 것 같은 나라 핀란드의 매력에 대해 적고 있다.
핀란드가 부러운 10가지 이유
1. 지식기반 시대의 힘, 무상교육
외국인 유학생들에게조차 등록금을 받지 않는 무상교육의 천국, 핀란드! 지식기반 시대를 맞아 핀란드의 무상교육은 사회 구석구석을 대학원까지 마친 고급인력들이 떠받치는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떼어가는 대신, 안정적인 주택시장과 무상교육,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 "아기만 낳아라, 국가가 책임진다."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는 옷가지부터 먹을 것까지 해결할 수 있는 양육비를 무료로 지급한다. 태어나서 5세까지 매월 약 60만원을 지원하고, 보육원부터 대학원까지 무료이니 교육비가 무서워서 아이를 적게 낳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기준으로 핀란드의 출산율은 1.80명인데, 핀란드에서는 아빠가 누구인지, 어느 대륙 출신인지 모른 채 태어나는 아이라해도 국가가 책임을 진다.
3. 사회지도층의 클린 리더십
총리도 운전사가 파업을 하면 직접 운전을 하거나 버스나 트람을 타고, 국회의원들은 자동차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가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거짓말이 발각되면 바로 사퇴해야 하는, 정직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반부패지수 1위 국가를 만든다.
사회지도층에 대한 예우가 따로 없는 핀란드에서는 대통령이 퇴임을 해도 특별한 공식행사가 아니면 특별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도 근무 시간 외에는 일반시민들과 똑같이 사는데, 전직 대통령이야 말할 것도 없이 일반 시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4. 관광객을 부르는 숲과 호수, 백야와 오로라.
핀란드는 환경에 관한 한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경책을 쓴다. 빈 플라스틱병이나 맥주캔 등 재활용 쓰레기는 마트 입구에 있는 재활용 수거기기에 넣으면 바로 현금으로 교환되는 영수증이 나온다. 그냥 버리지 않게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일반 주택가와 마찬가지로 총리공관 앞에도 분리수거함 6~7개가 있는 조그만 집을 지어 쓰레기를 분리수거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아침 일찍 쓰레기를 버리고 출근하는 총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작나무가 곧게 뻗은 숲과 호수, 뜨거운 여름과 백야와 오로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핀란드는 '자연환경은 후손들에게 빌려온 것'이라는 의식이 국민들 사이에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다.
5. 적극적인 여성의 사회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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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문 기자가 1년간 체류하며 적은 핀란드 생생 리포트 |
ⓒ 이병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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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국가노동력의 52%를 책임지고 있고, 2006년 재선에 성공한 할로넨 대통령을 비롯해 여성 장관이 18개 부처 가운데 8곳이나 되는 핀란드는 말 그대로 '여초 국가'. 대졸 이상 남성은 77%인데, 여성은 92%가 대졸 이상이다.
아기를 낳으면 순수 휴가일수 263일과 주말, 공휴일을 모두 쉴 수 있으며, 1년간 월급의 70%를 받으며 아기를 키울 수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은 둘째 아이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연년생으로 아기를 낳을 경우 회사 사장은 직원 얼굴을 2년간 못보고 월급만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 결국 세금을 내는 노동인력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출산복지 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6. 산타클로스의 고향은 어디?
이 질문에 죽기살기로 덤비는 나라들이 있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이 북유럽이라는 것에는 이론이 없지만,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경쟁은 눈물겹다.
이 가운데 덴마크와 핀란드의 경합이 가장 치열한데, 덴마크는 북극과 가장 가까운 그린랜드를 언급하며 산타 종주국임을 과시하기 위해 해마다 '세계산타클로스회의'를 열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핀란드의 전술은 날씨만큼이나 차갑고 냉정하다. 국영 항공사 핀에어가 객실 액정화면에 지겨울 정도로 산타클로스 관련 홍보영상을 보여주고, 11월 말에 각국 대사들을 산타의 고향이며 세계 각국의 편지를 받는 산타 우체국이 있는 로바니에미에 초청해 산타클로스 축제 개막식을 한다. 핀란드의 물밑 마케팅의 승리로 대세는 핀란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편지 수신란에 산타클로스만 쓰면 대부분 핀란드로 가기 때문이다.
7. 작지만 강한 기업들
인구가 525만이 조금 넘는 좁은 내수시장은 핀란드 기업에게 초기부터 국제화 전략을 세우게 만든다. 세계 무대로 장사를 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기 때문에 디자인과 연구 개발에 많은 인력을 투입한다. 디자인의 중요성에 일찍부터 눈뜬 핀란드 기업은 산업디자인이 강세인 4개 디자인 대학과 협의해 산학협동 프로그램이나 인턴 제도를 잘 활용한다. 핀란드의 중소기업이 작지만 강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8. 노점에서 카드 받는 나라
핀란드 사람들은 높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게 납세하는 국민으로 유명하다. 대학생이 한 달에 100달러를 버는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세금을 신고하고, 노점에서도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는 나라다. 핀란드 정부는 자영업자 탈세 비율을 3~5%로 추정하는데, 이러한 수치도 최근 러시아지역에서 넘어온 노동자들이 건설업체들을 중심으로 불법 취업을 하면서 탈세비율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양심을 속이지 않는 루터교를 국교로 오랫동안 받아들여온 국민성에 기인한다고 보는 견해와 그보다는 정책을 믿고 따르면 반드시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라는 견해로 나뉜다.
9. 소득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벌금
핀란드에는 과속하면 재산을 탕진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헬싱키 도심에서 제한속도의 2배가 넘는 시속 50마일로 달리다 적발된 핀란드 소시지 그룹 상속자 살로노야(27)씨는 벌금으로 17만 유로, 2004년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돈 2억 5500만원을 냈다. 과속 한 번에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린 셈이다. 핀란드는 교통법규 위반에 소득수준에 따른 누진적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교통법규 위반자가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10. 살아남기 위해 배우는 다국어
내수시장이 작은 핀란드가 해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어는 물론 유럽 여러나라의 언어도 배워야 한다. 핀란드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공식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가운데 80%를 더빙 없이 핀란드어 자막을 넣어 원어 그대로 방영하기 때문에 청취 능력이 뛰어나다.
핀란드는 자국어 시장이 작아서 뉴스를 제외하면 자국어 프로그램은 거의 만들지 않는데, 한국어만 보고 들어온 우리 아이들에 비해 다국어 습득이 유리하다. 교육을 할 때도 문법에 의존하지 않고 회화중심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학교에서 말하기를 가르치고, 숙제로 집에서 쓰기를 해 와야 한다. 물론 시험도 말하기와 쓰기로만 평가한다. 문법을 가르치면 핀란드 언어구조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절대로 영어를 잘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 |
영어강국 핀란드를 벤치마킹하라(<매일경제>)'
'영어 잘해야 富國된다(<매일경제>)'
'중고교 핀란드식 '능력별수업'으로 강화(<매일경제>)'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프레시안>)'
영어를 너무 사랑하시는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오르내리고 있다. 영어몰입교육, 특별영어교사 채용, 국어표기법 변경 등 '영어교육 혁신안'이 전국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오직 사교육 학원들만이 쌍수 들고 환영하고 있다.
그 와중에 나온 '어륀지' 발언은 비난을 넘어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이를 비난하는 글에서 "반론은 영어로만 받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영어 잘해야 한다.' 이 당위적인 명제에 대해 틀렸다고 말할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화시대, 글로벌화'라는 거창한 추상적 구호를 넘어 이제 앞으로 한국 젊은이들이 한국 땅에서 모두 일자리를 얻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70~80년식의 고속성장 신화는 흘러간 유행가일 뿐이다.
핀란드 영어 교육의 본질 감춘 보수 언론
영어교육 혁신안 발표와 때를 맞춰 보수경제지들이 앞다투어 대대적인 특별 취재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들의 슬로건은 단순하다. "영어 잘하는 나라가 살 산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인용된 국가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핀란드'였다.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도 좋은 예지만, 그들 국가의 모국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해 있다. 영어와 뿌리가 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핀란드어는 '우랄알타이' 어족에 속해 있다. 한국어도 같은 어족이다. 즉, 영어 배우기에 상당히 불리한 언어환경이라는 점에서 핀란드의 영어교육 성공사례는 충분히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교묘하게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그들은 사실을 보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필요한 사실만을 취사 선택함으로써 핀란드 영어 교육의 본질을 감추고 있다.
작년 가을, 언어교환 프로그램 파트너로 만난 핀란드 친구 말라(26, 국제관계학전공 석사 1학년)를 통해 핀란드 영어교육의 본모습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지난주 목요일, 요즘 한창 스페인어 공부에 빠져 분주한 그녀를 붙잡고 거의 취재하듯 1시간 동안 모든 궁금증을 풀어 보려고 노력했다.
① 핀란드 어린이들, 영어만 배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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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26세, 국제관계학 전공 석사 1년생), 핀란드 라플란드 대학교에 재학중이며 한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기도 했다. 모국어인 핀란드어 외에, 영어 스웨덴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구사할 줄 안다. |
ⓒ 오수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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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학제는 우리의 그것과 동일하다. 6(초등학교)-3(중학교)-3(고등학교) 체제다. 그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
실용영어, 즉 말하기-듣기를 중점적으로 배웠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학교 영어의 초점은 작문을 강조하면서 덧붙여 말하기 능력에 주안점을 두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논리성을 갖추지 못한 언어교육은 쓸모 없다는 철학 때문이란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는 스웨덴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핀란드어·영어·스웨덴어 교육은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 때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외국어를 1가지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4개 국어를 배우느라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전혀 힘들지 않았어,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충분히 다 받아들일 수 있었어"라는 대답이 돌아와 당황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모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배우면 사고 체계에 혼란이 와서 아이가 힘겨워 한다는 '일반론'은 무참히 무너졌다.
언어는 사고를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는 명제에 기반해서 생각해 보면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4개 국어 배운 그녀에게 핀란드인으로서의 자주성과 자부심은 철철 넘치고 있지 않는가.
그들이 발 딛고 살고 있는 땅이 핀란드이기 때문에 아무리 외국어 교육을 많이 받아도 민족혼, 국민성 등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민족성' 운운하면서 영어 교육 확대를 반대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땅에서 사는 한 우린 누가 뭐래도 한국 토종의 마인드를 지닐 수밖에 없을 테니까.
대학 진학 후엔 의무적으로 영어나 스웨덴어 강좌를 수강해야 한다고 한다. 유년기부터 익힌 외국어 능력을 보완 유지 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녀는 현재 자발적으로(!) 스페인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한 번 외국어 습득 노하우와 경험을 익히게 되면 다른 언어를 익힐 때 별로 어렵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현재 5개 국어를 구사하는 '멀티랭규얼'이다.
② 영어가 장난이 아니네~ 그냥 만화만 봤을 뿐인데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지금의 영어 실력이 가능했냐고 물었다. "그런 것 같진 않고, 사실 어릴 때부터 TV를 통해 영어만화를 많이 본 게 지금의 영어실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 영어 교육은 그저 '거들 뿐?'이란 말인가.
이 친구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학기에 'English Oral Skill' 수업을 수강할 때도 같은 조가 된핀란드 친구마다 붙잡고 같은 질문을 던졌었다. "너 영어 어떻게 배웠어 어릴 때?" 그랬더니 한결같이 "영어 만화를 많이 봐서 그런 것 같애"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한국 사정을 약간이라도 아는 친구들은 쓸데없는 것 하지 말고 하루 종일 영어로 만화를 틀어주는 방송국이나 하나 만들라고 점잖게 조언해 주기도 했다.
사실 그렇다. 학교에서 일주일에 몇 시간 영어 수업을 듣는다고 영어가 능수능란해질까. 집에서 몇 시간씩 영어 만화를 보다가 주인공의 말을 그대로 흉내내게 되고, 만화 대사가 머릿속에 기억되어 친구들과 대화할 때 한두 번씩 써보며 그들의 입과 귀는 열렸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교육 경쟁력, 엄밀히 말하면 세계 최고의 '공교육' 경쟁력을 갖춘 핀란드도 이 정도인데, 부실한 공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는 우리가 학교 영어 교육만으로 이룰 수 있는 성과는 많지 않을 것이다.
③ 영어 못해도 대학 가는 데 지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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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로바니에미에 있는 한 중학교. 수업을 마친 오후 2시가 되면 각자의 흥미에 맞는 운동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
ⓒ 오수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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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질문이 작금의 '영어교육 논란'의 핵심일 것이다. 한국 교육의 모든 병폐는 입시와의 연관성에서 유래한다. 지금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영어 실력을 쌓아 주기 위해 학원에 보내는 게 아니다. 옆집 아이보다 좋은 점수를 얻어 좋은 대학에 가길 원하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말라에게 대학입시는 어떻게 진행되냐고 물었다. 핀란드에서 대학을 갈 때는 총 6과목의 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핀란드어·스웨덴어·영어·선택 외국어·수학·제네럴(General). 이렇게 6 과목이다. 놀라운 것은 언어 시험만 4개를 본다는 점이다. 제네랄은 인문계 학과 진학 희망자의 경우 역사·사회·지리 등을 총괄해서 보는 시험이고 자연계 학과 진학 희망자의 경우 물리·생물·화학 등을 망라해서 보는 시험으로 쉽게 생각하면 우리의 수리탐구영어II와 비슷하다.
이 6과목 시험은 '고교졸업시험'이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에 해당한다. 이 시험은 각 과목별로 최저 4점에서 최고 10점으로 평가되고 4점 미만은 낙제(Fail)이다. 즉, 등급제라는 점이다.
중요한 점은 6개 과목의 등급이 모두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상위 점수 4과목만을 대학 측에 제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4점, 스웨덴어에서 5점, 나머지 과목에서 8점을 받았을 경우, 영어와 스웨덴어 점수는 버리고 나머지 4과목만을 대학 측에 제출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이 학생은 평균 8점을 받은 '우수한 고교 졸업생'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참고로 말라는 40점 만점에 32점을 받았다고 한다.
즉, 핀란드 교육에서 영어는 대학에 가기 위한 '절박한 필수과목'이 아니라, 그저 6개 과목중의 하나일 뿐이다. 외국어 교육은 밀도높게 진행하되, 그것이 대학입시와는 큰 관계가 없는 것이다. '외국어=영어'라는 등식에 갇히지 않고, 만일 내가 국어와 독일어가 좋으면 그 언어를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참고로 스웨덴의 경우엔 선택해서 배울 수 있는 제2외국어의 종류가 80가지나 된다고 한다. 모두가 영어 강박증에 걸린 우리와는 이미 차원이 다르다. 입시 부담 없이 정말 좋아하는 외국어에 몰입하다 보니 영어조차도 자연스레 상향평준화 됐다는 것이 북유럽 국가들의 영어 교육 성장의 주요 이유다.
④ "영어 몰입 교육? 다른 과목도 못 따라갈텐데"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 몰입 교육을 받아본 적 있냐고 물었다. "영어를 영어로 배우는 건 일반적인데, 다른 과목까지 영어로 배우는 건 학교마다 선택사항이고 난 물리랑 화학은 영어로 배웠어"라고 그녀는 답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도리어 내게 물었다. "굳이 다른 과목을 영어로 배우는 게 영어 실력 향상과 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만약 그런 교육을 하게 되면 영어 못하는 학생은 다른 과목도 제대로 못 따라갈텐데."
그것이 핵심이었다. '잉글리쉬 디바이드'(English Divide, 영어실력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를 위한 영어몰입 교육이 오히려 사회계급의 양극화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어도 중요하지만, 다른 과목들도 중요하다는 말 또한 한 번쯤 되새겨 봐야 한다. 언어는 도구다. 유창성도 중요하지만, 그 언어 안에 논리를 담을 수 없다면 그것은 천박한 수다일 뿐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장하준 캠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한테 "당신 영어 발음이 후졌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문성과 논리, 그 다음에 영어다. '오렌지'라고 발음해도 미국에서 오렌지 사먹을 수 있다. 굳이 발음하지 않고도 우린 오렌지가 주황색 빛을 띄는 원형의 과일이라는 것을 감각적으로 이미 알고 있다. 손으로 오렌지 집으면 된다. 계산은 "하우 머치(How much)"라고 묻고, 화폐의 숫자만 셀 수 있으면 미국에서 오렌지를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것이 사고·직관·감각·논리다.
⑤ "수준별 교육? 학생들 좌절하겠네"
위에 소개한 기사 내용에 보니 헬싱키의 고등학교 사례를 거론하면서 영어의 경우 철저한 수준별 학습을 한다고 했다. 이를 말라에게 설명하니, "아닐걸? 수준별 수업은 받아본 적 없고, 요즘엔 일부 학교에서 하는 것 같애. 내 기억으로는 조금 영어를 못 하는 친구가 있으면 잘 하는 친구들이 도와가면서 영어 수업을 듣곤 했었어" 한다.
어느 수업 시간에 교수가 "여러분의 국가는 교육에 있어서 협동을 중시하나요? 아니면 경쟁을 중시하나요?"라고 물은 후에 일일이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를 줬었다. 그 수업에는 핀란드·스페인·프랑스·한국 이렇게 4개국 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난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한국 교육은 경쟁을 강조해서 학교의 분위기는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조금 뒤에 난 절망했다. 나만 그런 대답을 했던 것이다. 모두들 협동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나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경쟁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은 나의 경쟁력이 협동 중시 교육을 받은 그들보다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즉, 한국 교육의 경쟁은 진정한 국제경쟁력과는 거리가 먼 '소모적인 경쟁'이었음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나는 영어를 잘하고, 내 짝꿍은 영어를 못한다고 가정해 보자. 학교에서 철저히 수준별 수업을 하게 되면 그 친구와 나는 서로 협동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못하면 하위권으로 처진다는 하이에나식 논리만을 배우게 될 것이다. 반대로 협동을 중시하는 교육을 학교가 진행한다면 난 내 짝꿍을 도와주면서 우리 둘 다 성공적으로 영어 수업을 이수하게 될 것이다. 그 협동의 교육이 '공화국의 가치', 즉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위에 있는 프레시안 기사 참조)
'수준별 수업=경쟁력 강화', 이 어이없는 틀을 먼저 박차고 나와야 할 것 같다. 친구가 경쟁자로 인식될 때, 그 교육은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 한국의 학교가 황량한 이유다.
사교육비 1원 한 푼 내지 않고 5개 국어...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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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로바니에미에 있는 한 중학교 방문 당시 찍은 사진. |
ⓒ 오수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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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들의 핀란드 영어 교육 기사는 기본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교묘하게 일부 사례를 부풀리고, 본질을 감춤으로써 '영어실력과 경제력의 인과관계'를 과장하고 있다.
영어를 잘하는 핀란드의 1인당 GDP는 4만7000달러이고, 덴마크는 6만달러다. 우리와는 격이 다른 경제 수준임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1인당 GDP는 1만8000-2만 달러다. 그러나 그들이 잘 사는 것이 영어 때문인가. 영어 실력이 높은 나라가 잘 사는 것은 참인 명제다. 즉, 상관관계는 있다. 그러나 영어 때문에 잘산다는 인과관계는 그 어떤 연구도 밝히고 있지 않다.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할 때,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OECD가입하면 선진국이다라는 인과관계를 믿고 그곳에 가입했다가 대책없는 시장개방 때문에 IMF 외환위기에 빠졌던 97년의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OECD 가입 안 하고도 선진국으로 잘 사는 나라는 많다.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본다. 서로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배우기 위한 과정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 지식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배움의 과정이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하게, 못하는 사람은 잘하게 서로 손을 잡고 나아가는 과정이 될 때, 학교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이경숙 위원장은 기러기 아빠를 막기 위해 영어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영어 잘 가르치려고 이민가는가? 그것은 소수다. 엄밀히 말하면 주입식, 입시 교육에 찌든 한국의 교육 환경에 자신의 자녀들은 내동댕이 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을 안고 그들은 기꺼이 기러기 아빠를 자처했다. 감당하기 힘든 사교육비를 부담하느니 무상교육의 천국으로 날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말라는 1원 한 푼 내지 않고 5개 국어를, 학교라는 공교육의 틀 안에서 모두 배웠다. 한국에서 5개 국어를 익히려면 아마 그 집안은 망할 것이다. 사교육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길은 학원의 존재 이유를 없애면 된다. 학교에서 토론하고 생각하고 많이 쓰는 교육하면 굳이 학원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학원 간다고 학교에서 공부 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학원이 범람하는 건, 학원이 학교보다 입시교육에 강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한국에서 같은 과(필자는 경영학을 전공중이다) 친구들은 xx경영학원, XX회계아카데미 등을 다니면서 학교 공부를 한다. 대학교육마저 사교육 시장에 잠식당한 어처구니 없는 풍경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교육재정 확충을 통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는 일이다. 그럴 때 토론교육, 전인교육이 가능해진다.
그래도 나는 꿈꾼다, 우리 교육의 미래를
나는 꿈꾼다. 지난 주에 끝난 세법 강의가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가능해지기를. 영어를 유창하게 쓰는 자국인 교수가 8명을 학생들과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토론을 하면서 세법 공부를 하는 장면.
아직은 너무나 먼 꿈임을 모르지 않는다. 이미 모두가 망했다고 말하는 중·고교 교육, 한 강의실에 100명, 200명씩 처박아두고 주입식 교육을 진행하는 대학교육을 지속하면서 우리에게 밝은 미래가 있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영어라는 지엽적 사안보다 교육의 본질과 현실적인 교육 여건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덧붙이는 글 | 오수재 기자는 현재 핀란드 라플란드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 중입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핀란드 사회를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유럽 국가는? 정답은 의외로 핀란드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올 6월 개통되는 핀란드-한국 직항 소요시간이 불과 9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예를 들면 그제야 많은 사람은 놀랍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일본만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핀란드도 지금까지 우리에겐 가깝지만 먼 나라였다. 일본과의 거리가 감정적인 면에서 생성된 것이라면, 핀란드와는 상호 정보 부족에서 비롯한 거리감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야 핀란드가 여러 면에서 한국에서 이전보다 주목을 받고 있지만 내가 핀란드로 떠났던 10년 전, 주위 분들에게 핀란드에 간다고 하면 필리핀에 가느냐고 잘못 알아듣는 분들도 있었다.
가깝지만 먼 나라 핀란드, 20대 때 알았더라면
나 또한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핀란드에 살게 된 지라 살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많았다. 말로만 듣던 백야현상도 직접 겪으니 놀라웠고 어둡고 침침한 겨울도 놀라웠지만 모든 교육이 무상이라는 것, 그리고 자국 국민 뿐만 아니라 외국 유학생까지 모두 무상으로 교육시켜준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고 놀라웠다.
이 사실을 알고 처음 든 생각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었다.
20대 중반, 젊음과 꿈을 자산으로 청운의 꿈을 품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적이 있다. 하지만 예상했듯(?)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할 때가 많았다.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나는 일 하나는 '저당잡히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hock'을 찾아서 외운 다음, 결국은 그 단어를 실전에 써먹었던 일이다.
요즘은 유학생활만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려고 해도 등록금만 천만 원에 육박하는 시대가 왔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학비 없는 핀란드 유학은 실력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 대안적 교육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 싶어 핀란드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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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합창단에서 활동했던 전환길씨가 성탄절 콘서트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
ⓒ 전환길씨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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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계기로 '산타의 나라' 찾은 한국 청년
전환길씨(30)는 현재 투르크 대학 경제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올 6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전씨는 특이하게도 군 제대 후 맞이한 가치관의 혼란기에 읽게 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때문에 결국 핀란드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 도입부에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가 사건의 중심이 되는 수도원으로 가는 길에서 석양이 지는 계곡을 보면서 동료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수많은 다른 다양한 것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라고 아름다움을 정의하던 바로 그 대사가 한 청년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전씨는 이후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두게 되었고, 사회학자가 쓴 여러 관련 서적을 읽으며 사회적 다양성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다루고 소외받는 자를 아우르는 비영리단체들이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장래 목표도 '비영리단체 경영'으로 세우게 되었는데 그 당시 믿게 된 종교(가톨릭)도 그의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전씨는 '비영리 단체 경영'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미국 유학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봤다. 그렇지만 원하던 대학의 학과에 진학할 경우 어마어마한 비용(2년 공부를 마치는 데 드는 비용이 모두 2억 원)이 들어 미국 유학의 꿈을 접을 즈음, 우연히 대학교의 홈페이지에 뜬 핀란드 관련 정보를 클릭하게 되었고 그 곳을 통해서 핀란드 유학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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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메이트와 함께 찰칵! |
ⓒ 전환길씨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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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이 전하는 핀란드 생활의 좋은 점과 나쁜 점
다음은 전씨가 전하는 핀란드 유학의 장점과 단점이다.
▲ 장점
1. 공기 좋고 물 맑다
공기가 아주 맑아서 별도 참 밝게 빛난다. 수돗물, 그냥 마셔도 상관없다. 세계에서 가장 수질이 깨끗한 나라가 바로 핀란드이다.
2. 안전하고 도둑도 없다
지진·태풍 등의 천재지변이 거의 없으며 테러가 발생하는 경우도 지금까지 없었다. 저녁 늦게, 자정이 넘어선 시간에 혼자 돌아다녀도 위험하지 않다. 특히나 여자들에게 발생하는 혐오스런 범죄도 거의 없다. 단지 취객만 조심하면 된다.
3. 학비가 없다
몇년 전 외국 학생들에게 학비를 징수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즉 외국 학생들에게도 학비는 전혀 없다. 단지 매년 학기 초 100유로 정도의 학생회비가 청구될 뿐이다.
4. 학생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시설좋은 학생 아파트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월 200~300유로 이내면 사용 가능하다. 방은 개인 혼자 사용하고 부엌·거실 등은 공동 시설이다. 기차·시외버스·유스호스텔을 이용할 때 절반 가격으로 할인된다. 학생 식당에서도 절반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시내버스도 학생 버스카드를 쓸 경우 절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학생의 경우 콘서트 관람을 비롯해 문화생활을 누릴 때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6. 생활비 이외에는 돈이 별로 들지 않는다
도서구입비나 기타 문서 출력비 같은 것, 전혀 들지 않는다. 의지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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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각국 유학생들 모습. |
ⓒ www.utu.f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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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생각 외로 외국 학생이 많다
유럽에서도 가장 구석에 박혀 있어서 국제교류가 부족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핀란드에는 유럽 각국에서 많은 학생이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으로 와 있다. 아시아·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단 자신이 먼저 다가서는 자신감과 용기, 즐거운 맘과 미소를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진심어린 태도는 기본이다.
8. 사람들이 착하다
핀란드 사람들, 남 속일 줄 모른다. 간혹 나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길거리에 떨어진 지갑도 잘 집어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볼펜·안경, 이런 거 그냥 도서관에 잊어버리고 놔두고 가도 그 다음날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정직과 신용이 이들에게 뿌리깊이 박혀 있는 것 같다.
9. 여름 날씨는 환상적이다
죽여준다. 평균기온 20℃ 정도로 온화한 날씨이다. 햇살도 아주 맑다.
10. 음식 솜씨가 저절로 좋아진다
음식점도 별로 없고 한국 음식도 구하기 어려워 먹고살려면 자기가 해먹어야 한다. 살림 솜씨가 저절로 나아진다. 나중에 마누라한테 사랑 받을 것 같다.
11. 고요하다
참 조용하다. 가끔 '이 나라 사람들 어디에 박혀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12. 인종 차별이 거의 없다
가끔 취객들이 기분나쁜 행동을 하는데, 그건 여기 일반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그렇게 하는 것이니 인종 차별로 보기는 어렵다.
13. 교수님 눈치 볼 일 없다
학문적으로만 관계를 맺으면 된다. 가끔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한국과 같은 상하 수직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14. 졸업생들이 국내에서 (현재까지) 취직이 잘 된다.
아직 많은 유학생을 배출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유학생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비교적 국내 대기업 핵심부서에 취업하고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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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싱키 예술 디자인 대학 내부 모습. |
ⓒ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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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점
1. 겨울이 길고 추우며 어둡다
2. 많이 심심하다
심심할 때가 잦다. 그렇다고 딱히 막상 할 것도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할 수밖에.
3. 우울증 걸리기 딱 좋다
그렇기에 우울증 걸리기 딱 좋다. 유학과정 중 우울증 한 번씩 다 겪는 것 같다. 또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문화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4. 핀란드 친구 사귀기 꽤 어렵다
맘 잘 열어주질 않는다. 이 사람들의 사람 사귀는 방식이므로 그냥 이해해야 할 듯 하다. 아무튼 시간 오래 걸리고 사귀어도 허물없이 지내기에는 어렵다.
6. 도서관 이용이 불편하다
미국과 비교하면 일반 장서량에서 밀린다. 논문 준비 중 도서 검색하면 없는 게 많았다. 타 대학교에서 빌려보는 것도 가능하므로 이를 활용할 수는 있다. 또한 일찍 문 닫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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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싱키 공과 대학 수업 광경. |
ⓒ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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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영어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
외국 학생들이 많긴 하지만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를 찾아보는 것은 꽤 어렵다. 미국에서 영어 공부하는 것보다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물론 일단은 살아남기 위해서 영어를 사용해야 하므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8. 핀란드어 습득에 대한 매력이 없으나, 영어만 하고 살기에는 2% 부족하다
전 세계에서 600만 명 정도만 핀란드어를 사용한다. 따라서 핀란드 지역전문가나 장기거주 이외의 체류라면 핀란드어에 대한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학교 수업 역시 영어로 대부분 이루어진다. 단 기초 과목이 핀란드어로 운영될 수 있지만 교수와 상의 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핀란드어를 모르면 불편한 일이 자주 생긴다. 슈퍼마켓이나 상점에서 영어가 완벽히 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핀란드 문화를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거나 핀란드인 단체에 가입하고 싶으면 어느 정도의 핀란드어 지식은 필수적이다.
9. 물가가 비싸다
북유럽 물가, 널리 알려진 대로 비싸긴 하다. 하지만 각종 학생 할인 혜택으로 방 월세 포함해서 500유로(한화 70만~80만원)면 그럭저럭 한 달 생활이 가능하다.
10. 한국 식품 조달이 쉽지 않다
헬싱키 최초 한국 식당이 2005년 여름에 개업했다. 하지만 가난한 학생이 매일 식당에서 사먹기는 어렵다. 식재료의 경우 라면·고추장· 된장처럼 간단한 것은 헬싱키 아시아 음식 상점에서 구입 가능하지만 보통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게 많다. 요즘은 독일 등의 한국 음식재료 도매상에서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가 있어서 사정이 훨씬 좋아지기는 했다.
11. 학위 취득 기간이 자칫 늘어나기 십상이다
자율성이 많이 주어져서 자신이 잘 조절하지 못하면 공부 기간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전환길씨는 이와 비슷한 내용을 핀란드 한국 유학생 홈페이지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때 이 내용에 공감하는 다른 유학생들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 때 달린 재미있는 댓글을 몇 가지를 소개한다.
"A : 좋은 글이네요^^.
B : 중앙일간지에 내도 되겄다. 장점에 바퀴벌레나 쥐 없다고 하나 추가해도 되겠다.
C : [원츄] 이런 글은 한국의 각 대학들을 돌며 게시판에 좀 뿌려주도록.
D : 죽인당!! 잘 썼어. 공감 가는 내용 많은데, 저두. 장점에 집은 특히 천장이 높아서 넘 좋다 추가해주셔요. 또 전철에 사람이 깔려, 하이힐에 발등 찍혀 피 질질 흘리지 않아도 된다도."
대학교육 경쟁력 평가에서 수위를 다투는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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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3대 음악원 중 하나인 시벨리우스 음악원. |
ⓒ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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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마지막으로 기자가 생각하는 장점 한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핀란드 대학은 세계경제포럼(WEF) 세계경쟁력 보고서와 스위스경영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중 대학교육 경쟁력 부분에서 몇 년째 계속 1~2위를 다툴 정도로 수준이 높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앞으로는 전공 분야가 훨씬 다양해지겠지만) 현재까지 한국 유학생이 주로 유학 오는 분야는 경영경제학, 공대, 제지학, 그리고 디자인 계통이었다.
경영경제학과와 공대는 핀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로 영어로 개설된 강좌가 상대적으로 많아 유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디자인의 경우는 '헬싱키 예술디자인 대학'이 세계에서 앞서가는 디자인 전문대학이어서 디자인을 전공한 한국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고, 제지학의 경우는 핀란드가 세계 제1의 제지기술을 자랑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선진기술 습득을 위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 핀란드로 유학을 오는 것이 정석인 까닭이다. |
덧붙이는 글 | < 핀란드 유학 관련 사이트 소개>
http://www.suomikorea.com/new/kosafi/index.shtml
(핀란드 한국 유학생회 홈페이지)
http://www.studyinfinland.fi/
(핀란드 유학 관련 전반적인 정보)
http://finland.cimo.fi/studying/international_study_programmes.html
(핀란드 대학, 대학원에 영어로 개설된 전공이나 강좌 검색 가능)
https://www.admissions.fi/
(핀란드 내 모든 폴리테크닉 대학을 온라인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 현재 2008년 가을학기 지원을 온라인에서 받고 있다. 마감은 2월 15일이다.) |
원본 출처 : 오마이 뉴스
핀란드 교육제도
가. 개요
- 핀란드에서의 보편교육은 19세기 후반 민족주의 운동(Society for Popular Education 설립 등)과 함께 보급되어 20세기 초 이미 문자해독율이 유럽인중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1921년 법에 의한 의무교육제도가 도입되었다. 1970년대까지 6년제 초등학교제도가 유지되었으나 70년대 교육개혁을 통해 9년제 기초교육과정으로 개편되었다.
- 핀란드의 학제는 초등교육과 기초중등교육이 통합된 기본 교육과정(7-16세, 9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또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이수하는 상급 중등교육과정(3년), 전문대(polytechnic)과 대학으로 구성되어 있는 고등교육과정으로 구분된다.
. 7세 이하 미취학 아동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탁아시설(daycare center)이나 보모에게 맡겨지며 대부분의 6세 아동들은 탁아시설 또는 종합학교 부설 취학전 과정(pre-school)에 등록하고 있다.
- 핀란드는 모든 국민들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과정까지 무상 공교육을 실시하며 종합학교를 이수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모든 학생들은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 소정의 장학지원혜택(융자 등)을 받을 수 있다. 핀란드는 GNP의 약 6.5%를 공공 교육부문에 지출하고 있다.
(대학교가지의 무상교육 그리고 형편에 따른 장학지원..세금을 50%가까이 부과함으로써 안정적인 재정의 확보가 가능할것이다. 우리의 GNP대비 투자율과 핀란드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데, 매년 교육재정을 늘리기를 바라지만 언제나 제자리 걸음이다. 투자가없이는 발전도 없는데 이 나라의 새정부는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오로지 경쟁으로만 교육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나.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
-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통합 과정에 해당하며, 7세-16세까지 학생들이 10학년과정을 이수함(1-9학년까지는 의무, 10학년은 선택)
- 저학년 과정(1-6학년)에서는 학급담임교사로부터 모든 과목을 교육받으나, 고학년 과정(7-9학년)에서는 과목별 교사가 교육
- 외국어과목의 비중이 높아, 3학년 때부터 공용어인 스웨덴어나 영어, 독일어 등 외국어 중에서 1개 언어를 선택하여 배우도록 하고 있으며, 학년이 올라가면 외국어가 추가 교육되고 있음
(우리도 지금 3학년 부터 외국어 교육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1학년때 부터 외국어 교육을 실시하겠노라고 한다. 전국민이 영어에 능통한 핀란드의 모습에서 외국어 학습이 시기의 문제인지 방법의 문제인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지금도 영어를 중심으로 하는 유치원은 80만원이 넘는 수강료를 내야한다. 그런데 1학년 부터 영어수업을 한다고 하면 지금 보다 훨씬 많은 학부모들이 영어를 가르치는 유치원으로 자녀들을 보낼것이다. 과도한 교육비 지출에 따라 우리네의 가정은 휘청휘청 한다는데 새정부에서 잘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다. )
- 수업료, 교과서, 급식 등 모든 것이 무료이며, 학교운영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책임지나, 국가보조금(100%까지 가능)을 지원받음
다. 고등학교
- 3년제의 일반고등학교(upper secondary school; lukio) 과정과 2년-3년제의 직업학교(vocational school) 과정 등 두 가지 형태의 고등학교 과정이 있음
- 3년제 일반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진학 자격시험(marticulation)을 거쳐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직업학교 진학, 또는 취업의 길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일반 고등학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 실업계고등학교(vocational school) 경우 실기와 연계된 2-3년의 교과과정을 이수하며, 직업학교를 이수한 후에는 취업을 하거나 직업전문대학 또는 일반 대학교에 진학하여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직업학교의 절반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며, 1/3은 중앙정부, 나머지는 민간이 운영하나, 직업학교 운영비용의 70-100%를 중앙정부가 부담함.
라. 대학교
- 핀란드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은 1640년 설립된 투르쿠 왕립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Turku)이며 헬싱키로 수도 이전과 함께 동 대학도 1828년 이전하여 오늘날 헬싱키 대학교(University of Helsinki)의 전신이 되었다.
- 현재 핀란드에는 최대의 대학인 헬싱키대학교(University of Helsinki)를 비롯한 10개의 종합대학교, 헬싱키 공과대학교를 비롯한 3개의 공과 대학교, 3개의 경제경영대학교(School of Economics and Business Administration), 헬싱키 예술․디자인 대학교를 비롯한 4개의 예술대학교 등 20개 대학교에 약 17만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석사과정 : 최소 5년(학사 취득 후 최소 2년)
- 1990년대 고등교육제도 개혁으로 직업과 관련된 특수교육기관들을 통합하여 1996년부터 직업전문대학(polytechnic)을 설립하였으며, 현재29개의 전문대학에 약 7만5천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전문대학(polytechnic)은 직업전문 지식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학사 학위를 수여하며 수학 기간은 통상 3.5-4년이다.
- 모든 대학교는 국립으로 교육부가 직접 관장하나, 대학교 운영은 자체적으로 이루어진다
- EU의 Bologna 교육개혁과정에 따라 2005년 하반기부터 대학과정이 3년 수학후 먼저 학사학위를 취득이후 석사과정(학사 취득후 최소 2년 추가 수학)을 수학하도록 개편되었다.
마. 성인교육
- 1899년에 최초로 성인교육기관들이 설립된 이후, 일반교육, 사회교육, 직업 교육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다양한 성인교육기관이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 정당 및 노동조합들도 교육위원회를 두어 강의 및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으며, 특히 노동조합들은 수많은 스터디 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음
. 이밖에 핀란드 전역에 130여개의 음악학교와 12개의 체육학교가 있으며, 방송통신학교(open university)도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을 제공함
- 실업자 재교육을 위하여 교육부와 노동부 관할하에 직업교육센터(job Center)를 두어 교육훈련, 여행경비, 숙식 등의 무료제공 및 일일수당까지 지급하며, 이러한 직업교육 이수자는 매년 50만 명에 달하고 있음
- 특히 1980-90년대 이후 직업환경과 노동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성인교육과정이 활성화되고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현재 1,000여개의 성인교육관련 기관이 활동하고 있다.
바. 핀란드 교육에 대한 높은 평가
- 2000년, 2003년 OECD 회원국 중학교 학생(15세)을 대상으로 한 학습능력 평가 결과 핀란드 학생들이 독해력과 수학능력, 문제해결능력 등 부문에서 최상위(2000년 2위, 2003년 1위)를 기록, 핀란드 교육제도의 우수성을 과시하여 세계 각국에서 다수의 시찰단이 방문하고 있다.
-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National Board of Education)와 학계는 핀란드 교육의 경험을 세계 각국과 공유하기위해 2005년 3월 “Finland in PISA-studies-Reason behind the Results"라는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였으며 우리나라 교육평가원 등에서도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 언론에 의하면 동 세미나 결과 핀란드 교육의 성공 배경은 우수한 교사
“Teachers, teachers, and teachers"로 요약되며, 어떻게 교직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것인지, 정치인들이 교육예산을 확보할 의지가 있는 지가 중요한 것으로 평가하였다고 한다.
<출처..핀란드 대사관>
핀란드의 힘 |
조병옥 인천시교육위원회 교육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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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옥 인천시교육위원회 교육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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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지난해 언론들은 앞다퉈 유럽의 교육개혁 현장을 다뤘다. 그 중 단연 돋보인 나라는 지난 2000년부터 3년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고 있는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국토의 면적이 한반도의 1.5배에 이르지만, 전 국토의 85%가 숲과 호수로 나무를 제외하곤 자원이 빈약한 인구 520만 명의 작은 나라임에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2001년 1위, 2002년 2위 등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이는 교육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임을 입증하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PISA 순위는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2008년 세계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평가 대상 55개 국가 중 31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PISA 순위는 최상위권이면서도 핀란드보다 국가 경쟁력이 한참 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와 핀란드 모두 PISA 순위는 최상위권이지만, 핀란드는 학습흥미와 동기가 모두 높은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흥미와 동기는 OECD 전체 41개 나라 가운데 각각 31위, 38위로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이다.(2003년 PISA 수학부문의 결과)
그렇다면 핀란드 학생들이 학습흥미와 동기가 모두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학교 간 서열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 간의 서열이 없다. 따라서 아이들이 입시경쟁이나 방과 후에 학원으로 내 몰지 않아 공부에 싫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핀란드에서의 평가는 단지 수업이 잘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평가가 교육의 목적이 돼 평가순위에 집착하게 된다. 따라서 평가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이론의 여지없이 분명한 답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주가 된다. 하지만, 사회 문제나 자연 현상에 대해 해석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사회 문제나 자연 현상에서 겪는 문제들은 대부분 답이 모호하거나 애매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개인 간 경쟁보다는 학습과제를 대부분 팀별로 수행한다.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 간의 팀별 학습이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를 고르게 높여 준다는 것이다. 개인 간 경쟁에만 익숙한 학생들은 일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과 협동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넷째,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학교에서는 덧셈·뺄셈을 가르칠 때, “□+□=10. □에 각각 들어갈 숫자는?”과 같은 유형의 문제를 자주 출제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1과 9, 2와 8,…9와 1” 등 여러 개의 답을 적는다. 우리는 그와 반대로 “1+9=□. □에 들어갈 숫자는?”과 같은 문제가 주를 이룬다. 핀란드의 아이들은 초보적인 산수를 배울 때부터 “문제의 답은 여러 개일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배어든다. 결국 답이 하나뿐인 문제로 시작하는 것과 답이 무궁무진한 문제로 시작하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다. 이런 차이가 훗날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교육을 핀란드식으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교육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그 해결 방안은 먼저 학교교육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에서는 정답이 있는 문제 이외의 팀별 과제 보고서 등의 평가는 교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점수가 부여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교육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핀란드의 교육은 학교와 교사를 믿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