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치안 · 문화 · 교육 수준급 | |||||||
비교적 저렴한 생활비로 선진국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지난 7월 한국을 떠난 장주철씨(54)는 단연 ‘말레이시아’라고 대답한다.
장주철씨가 말레이시아 은퇴이민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자녀 교육 때문이었지만, 노후에도 말레이시아에서 거주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은퇴 이민을 놓고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도시 환경이 깨끗하고 선진국 못지않은 사회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게 장주철씨 설명이다. 태국과 필리핀보다 물가는 조금 비싼 편이지만, 교육과 문화시설 등이 선진국 수준에 버금갈 만큼 발달돼 있는 게 말레이시아가 갖는 강점이다. 말레이시아는 2003년부터 은퇴이민 프로그램인 ‘마이 세컨드 홈’ 제도를 운영한다. 50세 이상으로 15만링깃(3900만원, 1링깃=260원)을 말레이시아은행에 맡기면 은퇴이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물론 50세 미만도 은퇴이민이 가능하다. 예치금 30만링깃과 매월 1만링깃(260만원) 이상의 고정 소득이 은행 통장에 입금되면 50세 미만도 말레이시아 은퇴이민이 가능하다. 말레이시아의 강점은 역시 생활비 대비 높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세계 두 번째 높이의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을 찾으면 쇼핑 천국에 온 느낌을 받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전국 어디든지 영어 소통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치안이 잘 돼 있어, 교외 활동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다. 교육여건도 좋아 손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고, 영어교육을 목적으로 말레이시아를 찾는 학생들에게 하숙을 쳐서 용돈도 벌 수 있다. 동남아에서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말레이시아나 필리핀인데, 교육여건을 감안하면 단연 말레이시아가 우위에 있다. 사회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월 2만원이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거래한 은행과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고, 주식거래도 가능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은행과의 인터넷뱅킹은 쉽지 않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문화권이라 음주가무 문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술집이나 노래방 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계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야만 음주가 가능하다. 말레이시아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말레이시아는 은퇴이민지로 적합하지 않다. 특히 더운 날씨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선호 도시가 될 수 없다. 연중 고온다습한 섭씨 27~30도를 유지한다. 특히 1~2월 평균 기온이 섭씨 27도 정도 되기 때문에 겨울철에만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이 많다. 700만원짜리 골프 회원권을 구입하면 30년 동안 무료로 즐길 수 있고, 여러 가지 환경이 좋다는 점 때문에 말레이시아는 은퇴이민 국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찾는 발길이 부쩍 많아져 은퇴이민 답사 여행상품이 생겨날 정도다. 롯데관광이 운영하는 ‘말레이시아 은퇴이민 답사 프로그램’은 은퇴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여행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 3900만원만 있으면 은퇴이민 가능 ■ 한국인들이 은퇴이민 지역으로 선호하는 곳은 몽키아라와 암팡 지역이다. 암팡 지역엔 코리아타운이 형성돼 있을 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 몽키아라는 우리나라 분당과 같은 곳이다. 주로 주재원 가족들이 많이 거주한다. 고급 콘도(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것만 봐도 이곳이 부촌임을 말해준다.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이곳에 있는 아스타나 콘도미니엄은 특히 주거시설이 좋다. 수영장, 테니스장, 헬스클럽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 33평의 매입가격은 2억8000만원(가구 포함) 수준. 임대해서 쓰려면 월 120만원을 내면 된다. 42평 콘도미니엄의 월 임대료는 180만원 정도. 반면 암팡은 몽키아라보다 소득 수준이 떨어진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코리아타운이 있어 한국에서 생활하는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다. 암팡 지역에서 콘도미니엄을 임대하려면 월 70만~100만원(30평 기준)은 필요하다. 월 50만원 미만으로도 시내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시설 좋은 콘도미니엄을 얼마든지 임대할 수 있다. 몽키아라 근처에 위치한 철아스 지역의 40평형대 콘도미니엄 월세는 30만원대에 불과하다. 이곳에도 수영장과 테니스장 등이 있다. 또한 타만데사 지역에서도 월50만원대면 40평형 콘도미니엄을 얻을 수 있다. 철아스와 타만데사 지역은 암팡과 몽키아라 지역보다 임대료가 싼 대신 도로변에서 도마뱀과 원숭이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자연친화적인 곳에 콘도미니엄이 자리 잡았다는 얘기도 된다. 말레이시아 물가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500원 수준이나 월 전기료와 전화료는 10만원가량 잡아야 한다. 반면 식비는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한국식 식사를 고집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국의 70%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 만약 길거리에 들어서는 ‘아침시장’을 활용한다면 할인점보다 2배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과일, 고기, 각종 식자재 등이 저렴하다. 마늘과 고추도 아침시장에서 살 수 있고, 배추도 구입해서 김치를 직접 담가 먹으면 생활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3000원이면 쇠고기 600g을 살 수 있고, 특히 쇠뼈 가격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 700만원 골프회원권 사면 공짜 ■ 은퇴이민으로 동남아 지역을 선택하는 이유 가운데 골프장 이용료가 저렴하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필리핀과 태국처럼 말레이시아 역시 골프 천국이다. 특히 회원권이 저렴하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IOI리조트그룹 소유의 팜가든 골프장은 한국인에게 인기다. IOI리조트그룹은 16개 골프장을 소유한 말레이시아의 5대 골프장 기업으로 유명하다. 팜가든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하면 9개 골프장의 그린피가 무료다. 나머지 7개 골프장에서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회원권 가격은 700만원으로 30년간 사용권한이 주어진다. 양도도 가능하다. 회원권 하나로 부부가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동반자도 월 1회에 한해 무료 라운딩할 수 있다. 전동차 사용료는 1만3000원. ■ 영국 의대 출신 의사가 진료 ■ 말레이시아는 영리병원이 많다. 비영리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의료시설 등을 감안했을 때 연 34만원을 내고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한 뒤 영리병원을 찾는 게 좋다. 진료비는 싼 편이지만, 의술은 수준급이다. 영리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영국 의과대학 졸업생들이다. 암팡 지역에 위치한 푸테리(Puteri)병원은 207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푸테리병원은 한국인을 고용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했다. 특진료는 2만원 수준이고 하루 입원료(4인실 기준)는 3만원 정도. 【 은퇴이민 기본 정보 】 ·법적 근거: 마이 세컨드 홈 프로그램 ·자격: 50세 이상 - 15만링깃(3900만원) 50세 미만 - 30만링깃 ·주택: 암팡 지역 월세(30평형)-2000링깃(52만원) 몽키아라 지역 월세(50평형)-7000링깃(182만원) ·생활비: 가정부 월 15만원, 인터넷사용료 월 2만원 |
필리핀, 한국과 가깝고 영어 통용 강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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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은퇴이민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필리핀이 인기를 끌게 된 계기는 올 초 ‘인간극장’에 방영된 정원영씨 부부 스토리가 널리 퍼지면서다. 정씨 부부는 필리핀 내에서도 연중 13~26도의 살기 좋은 기온을 자랑한다는 고산도시 바기오에 정착해 살고 있다. 더운 나라로만 알려졌던 필리핀에 의외로 늦봄, 초여름 같은 날씨가 1년 내내 계속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갖는 은퇴이민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뿐 아니다. 필리핀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지리적으로도 상당히 가깝다. 비행기 시간만 3시간 반. KTX를 타고 부산에 가는 것보다 소요 시간이 적다. 일단 ‘거리’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이처럼 필리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한국인이 크게 늘면서 필리핀은퇴청 발걸음도 한결 빨라지고 있는 중이다. 현재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은 은퇴이민자 유치를 국책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들을 필리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필리핀은퇴청이 있다. 필리핀은퇴청은 11월 1일부터 연금수령자에 한해 은퇴비자 예치금을 1만달러로 낮췄다. 단 1명일 경우 80만원, 부부는 100만원 이상을 매달 연금으로 받는 경우에 한해서다. 이 외에 50세 이상 5만달러, 35세에서 49세까지는 7만5000달러이던 예치금을 한시적으로 각각 2만달러, 5만달러로 하향조정했다. 35세 이하는 은퇴비자를 받을 수 없다. 은퇴비자를 받은 후에는 3년마다 ID를 갱신하기만 하면 된다. 또 연 50만원 정도를 내면 예치금을 찾아 쓸 수도 있다. 현재 필리핀 은퇴비자를 받은 한국인은 2500명에 달한다. 이 중 기존 교민을 제외한 순수 은퇴이민자는 500여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필리핀 은퇴이민의 최적지는 과연 어디일까? 우선 바기오와 타가이타이가 꼽힌다. 마닐라 북쪽 210km 지점에 위치한 바기오는 해발 1300~1700m에 위치한 도시다. 성수기(3~6월)에는 마닐라와 바기오 사이에 매일 비행기가 1편 뜬다. 나머지 기간에는 일주일에 3번씩 편성된다. 비행기를 타면 45분 만에 마닐라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엔 필리핀의 썩 좋지 않은 도로사정을 감안할 때 꼬박 5~6시간은 투자해야 한다. 고도가 높은 덕에 연중 온도는 사람이 살기 딱 좋은 수준이다. 필리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소나무가 우거진 풍광도 이국적이다. 때문에 필리핀인들이 여름에 최고로 가고 싶어 하는 휴양지인가 하면 필리핀 유력인사들 별장이 밀집해 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매년 여름마다 바기오에 위치한 여름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기도 했다. 사실 바기오의 탄생 역시 여름 휴양지였다. 도시공학자 대니얼 번햄이 필리핀에 주둔해 있는 미군의 여름 휴양지용으로 바기오를 개발했다. 게다가 인구 12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에 대학이 10개나 몰려있는데다 유흥시설도 거의 없어 교육도시로 유명하다. 때문에 필리핀 내에서 마닐라에 이어 두 번째로 교육을 목적으로 거주하는 한국인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타가이타이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바기오와 비슷하다. 바기오보다 조금 낮은 해발 200~700m에 위치한 탓에 기후는 바기오보다 조금 더 덥다. 특히 3월부터 5월까지는 38도에서 40도 사이를 넘나들지만 습하지 않은 덕에 다른 도시보다 한결 생활이 쾌적하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활화산이라는 딸화산과 딸섬이 지척에 있는 타가이타이는 필리핀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가라는 바탕가스와도 가까워 생활과 휴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좋은 지역이다. 두 번째로는 동시생활권인 수비크와 클라크를 들 수 있다. 바기오가 미군이 개발한 여름휴양지라면 수비크, 클라크는 각각 미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있던 도시다. 결국 필리핀 내 최적의 은퇴이민지로 꼽히는 지역 대부분이 예전에 미군들이 들어와 살던 곳인 셈이다. 필리핀 내에서 그나마 발전한 곳이 미군과 연관된 지역이라는 말도 되겠다. 게다가 수비크, 클라크는 향후 큰 폭의 부동산 가격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는 지역이다. 현재 공사 중인 수비크~클라크 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두 도시는 30분 내에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또 클라크에는 조만간 대규모 국제공항이 들어설 예정. 때문에 이 지역에 한국인 은퇴촌을 짓겠다는 개발 계획을 가지고 현지를 답사 중인 한국인도 꽤 된다. 그 중에서도 배기석씨는 이미 ‘고향마을’이라는 한국인 빌리지를 건설 중이다. 향후 고향마을에 500세대가량을 지어 한국인에게 분양할 계획이라는 배 사장은 한국인 빌리지에 거주할 은퇴이민자들을 위해 인근에 18홀 골프장도 짓고 있다. 이 외에 타이거 우즈가 라운딩한 골프장으로 유명한 ‘미모사 골프장’도 수비크~클라크 권역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은퇴이민과 동시에 손주들 교육을 고려하거나 하숙 등을 통해 생활비를 조달할 요량이라면 마닐라가 괜찮다. 특히 마닐라 내에서도 최고 번화가인 마카티 지역과 시내 고급 주택가에 한국인 은퇴이민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게 교민들 설명이다. 필리핀에서는 ‘콘도미니엄’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아파트와 같은 형태의 주거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택의 외국인 소유가 전면 금지돼 있다. 때문에 필리핀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한국인의 상당수가 콘도미니엄을 구입한다. 그러나 주택 구입을 아예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방법이 있다. 개인이 아닌 법인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법안에 근거해 약간의 편법이 구사된다. 필리핀에서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5인의 설립자가 필요하다. 다른 4명의 필리핀 현지인 명의를 빌려 법인을 설립한 후 법인 이름으로 주택을 사면 된다. 이 때 4명은 동시에 ‘권리 포기 각서’를 쓰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유권은 1명이 보유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대행하면 현지 수수료가 60만~100만원가량 든다. 이런 방법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한국인이 꽤 많다는 게 현지인들 전언이다. 임대를 한다면 마닐라 시내 고급 주택가는 월 130만원가량, 바기오나 수비크 등 지방으로 내려가면 월 40만~50만원이면 꽤 괜찮은 집에서 살 수 있다. |
태국, 방콕 · 치앙마이 골프 천국 | |||||||
관광천국.’ 태국은 국내 동남아 단체 여행의 메카로 낯이 익다.
한두 번 태국을 다녀와 보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익숙한 곳인 만큼 은퇴이민 대상지로도 인기다. 비행기로 5시간 거리에 있어 한국과 그리 멀지 않고, 물가가 비싸지 않다는 점에서 노후이민으로는 손색이 없다. 이미 유럽과 일본의 은퇴자들이 태국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나투어 방콕 지사의 이의종 부장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치안이 괜찮고, 의료나 골프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겨울철에 해당하는 건기에는 날씨도 좋아서 나이 드신 분들이 지내기에 좋다”고 말한다. 태국에서 은퇴 여행지로 흔히 여겨지는 곳은 북쪽의 치앙마이와 파타야, 후아힌 등 휴양지다. 방콕은 전형적인 대도시로 교통체증이 심하고 날씨도 덥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대도시인 만큼 각종 문화시설과 쇼핑을 즐기기 좋다. 태국 타 지역에서 보기 힘든 택시와 전철 등 대중교통도 완비돼 있다. 방콕 근처 30분에서 1시간 거리에 골프장들도 밀집돼 있어, 도시 생활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은퇴이민자라면 출발점은 방콕이다. 은퇴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바로 살 집. 태국은 원칙적으로 외국인이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따라서 외국인들은 주로 콘도미니엄으로 불리는 아파트 형태의 거주지를 매입하거나 임대해야 한다. 법인의 경우, 지분을 태국인 51%, 외국인 49%로 하면 부동산 매입에 제한이 없다. 방콕의 부동산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고급 콘도 분양은 평방미터당 200만~300만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낡은 콘도도 평방미터당 70만~15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 따라서 고급 콘도의 경우, 분양가가 수억 원을 넘는 곳도 있다. 임대의 경우에는 월 40만~50만원에서 최고 150만원 정도까지 지불해야 한다. 방 2개(18평 규모) 콘도를 임대하려면 최소 월40만~50만원 정도를 줘야 한다. 시설은 좋은 편이다. 외국인들이 주로 사는 콘도는 보안이 잘돼 있고, 수영장 헬스장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는 치앙마이나 파타야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방콕 코타부동산 장호익 사장은 “태국의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빠르다”면서 “올 들어서만 14% 이상 올랐고, 지역에 따라서는 연 평균 30% 이상 상승한 곳도 있다”고 밝힌다. 장 사장은 “은퇴이민자들이 5년 이상 태국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할 경우라면, 부동산 매입을 고려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물론 외국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일이 위험성이 있는 만큼, 현지에 등록된 부동산 업체나 변호사를 통하는 게 좋다. 최근 정식비자를 취득한 은퇴이민자에게는 부동산 매입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소문에 불과하다. ■ 골프광이라면 최고의 조건 ■ 태국은 골프장이 많을 뿐더러 가격도 싸다. 평일에는골프장을 하루 3만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300만~600만원 정도의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면, 부부가 일주일에 3번씩 골프를 치더라도 월 40만~50만원 정도로 가능하다. 회원권이 없더라도, 각종 할인 행사와 프로모션 등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생활비도 한국에 비해 적게 든다. 가전과 일상 생활용품은 한국보다 조금 싼 수준. 태국의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가격이 높은 편이다. 반면 먹을거리는 한국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지에 사는 한인들은 생활비의 경우 한국의 3분의 2로 잡으면 된다고 말한다. 인건비가 싼 만큼, 파출부나 운전기사를 고용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월 10만원 안팎으로 고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체적인 생활비는 2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현지 경험이 많은 교포들의 설명. 하지만 주의점이 있다. 흔히 200만원 정도면 동남아에서 ‘귀족’처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태국에선 쉽지 않다. 호사스런 생활을 하려면 300만원 이상이 들 수도 있다. 의료의 경우, 태국 국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설 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방콕의 범룽랏병원이나 방콕 병원, 치앙마이 람 병원 등이 알려져 있다. 시설은 국내 웬만한 종합병원을 능가하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만큼 비용은 만만치 않다. 의료진들이 영어가 가능하고, 한국어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 치앙마이, 인구 적고 쾌적 ■ 태국에서 전통적인 은퇴지로 알려진 곳이 바로 북쪽의 치앙마이. 수도 방콕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다. 방콕에 있는 태국 제2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주변 지역을 포함한 인구가 24만명 정도에 불과해 조용하다. 치앙마이 지역은 남쪽지방에 비해 고산지대에 속한다. 그 만큼 날씨가 쾌적하고, 인심도 좋은 편이다. 물가도 방콕보다싸 외국인이 장기거주 하기에 적당하다. 특히 치앙마이는 일본 노령 은퇴자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치앙마이와 인근 지역에 정식 절차를 밟은 일본인 은퇴자만 5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 지긋한 서양인이나 일본인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시내 중심가나 쇼핑센터 등에서흔히 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도 방콕에 비해 싼 편이지만, 이곳도 최근 오름세라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치앙마이 곳곳에 외국인들이 살 만한 콘도미니엄들이 산재해 있다. 대부분 월 임대나 분양개념의 수십 년 장기 임대를 하고 있다. 치앙마이 지역에도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콘도미니엄은 대개 5~10층 정도의 건물로 수영장과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임대료는 월 30만원 정도에서 100만원 수준에 이른다. 원룸형에서 방 3개에 각종 시설이 딸린 것 등 천차만별이기 때문. 전기와 물 등 관리비는 한 달에 5만~6만원 수준이면 충분하다. 분양도 가능하다. 일본 건설회사들이 들어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임대 혹은 분양하는 콘도미니엄을 짓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 기업이나 현지 교포들의 움직임은 아직 활발하지 않다. 최고급 콘도의 경우 분양가가 평방미터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에 이른다. 규모가 작다면 가격은 더 떨어진다. 현지 한인회 관계자는 “웬만한 주택이나 콘도도 1억원 안팎이면 구입이 가능하다”면서도 “은퇴이민자들의 경우, 복잡한 법률 문제나 추후 이주 문제 등을 고려해 임대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도시 자체가 아담한 치앙마이는 외국인이 쇼핑하기에도 편리한 편. ‘로빈손’과 ‘센트럴’ 두 곳의 쇼핑센터가 대표적이다.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식음료까지 갖출 것은 다 갖췄다.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불편함은 없을 정도. 까르푸와 로터스 등 할인점도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외국인들은 할인점보다는쇼핑센터를 이용하는 빈도가 잦다. 파타야, 후아힌 등 태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도 은퇴 이민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라 외국인들을 위한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다. 대도시에 비해 부동산 가격도 낮다. 후아힌의 경우, 리조트 빌라를 1억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파타야 등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골프나 해양 스포츠 등 레저활동을 제외하면 다른 할 일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태국의 경우,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면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현지에 완전히 정착할 계획이라면, 간단한 생활 태국어를 익히는 등 현지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한다. |
필리핀에서 제2의 인생 사는 강한철씨 부부 | |
49년생인 강한철씨 부부는 2004년 은퇴비자를 받고 필리핀에 정착했다.
현재 마닐라시 고급주택가인 벨에어 지역 내 월세 130만원짜리 100평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강씨 부부는 “필리핀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너무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씨는 외환위기 이후 직장에서 명예퇴직했다. 이후 이런저런 일을 하며 한 달에 100만~200만원씩 벌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어렵게 살다가 2003년쯤 은퇴이민을 결심하게 됐다고. 당시 강씨의 총 자산은 5억원가량. ‘5억원이면 동남아 같은 데 가서 30년은 먹고 살지 않겠나’하는 손쉬운 계산법이 은퇴이민을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 그 중에서도 필리핀을 선택한 것은 역시 가깝고, 영어가 그런대로 통용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에 있는 집 2채 중 1채는 월세를 주고 1채는 팔았다. 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 있는 55평형 콘도미니엄을 1억8000만원에 샀다. 여기서 나오는 월세 130만원은 고스란히 현재 살고 있는 단독주택 월세로 빠져나간다. 한국에 두고 온 집에서 들어오는 월세 100만원은 생활비로 썼다. 물론 월 100만원으로는 모자라 목돈으로 가지고 있던 자금의 일부를 조금씩 꺼내 쓰는 생활을 오랫동안 계속했다. 이후 2년. 올 들어 강씨 부부는 하숙을 시작했다. 2층집, 방 6개짜리 집은 어차피 부부 단 둘이 살기에는 너무 넓기도 했다. 현재 2층에 위치한 방 4개는 모두 6명의 하숙생이 차지하고 있다. 하숙생 1인당 하숙비는 100만원. 하숙생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일상생활의 보호자 역할도 해주기 때문에 하숙비가 비싼 편이다. 이 돈으로 요즘 강씨 부부는 생활비를 대고도 남는다. 2명의 가정부(각 8만원)와 1명의 운전사(12만원)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를 제외하고 강씨 부부가 골프와 온천, 마사지를 즐기며 사는 생활비와 식음료비를 모두 합해도 월300만원이 채 나가지 않는다. 덕분에 한국에서 들어오는 월세가 고스란히 남을뿐더러 남는 하숙비로 요즘은 저축도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강한철씨는 최근 사무실을 내고 부동산업을 시작했다. 필리핀에 와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은 것은 물론 이고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즐기게 된 강씨 부부는 “처음엔 모든 게 생소하다보니 조금 낯설고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살 때와 다름이 없다. 다만좀 더 편안하고 느긋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며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출 처 : 매경이코노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