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2004.9.8 아빠 출장길에 따라 나섰던 즐거운 여행

봄이나라 2008. 3. 5. 12:06
아빠 출장길에...

벌써 지지난주 일이 되어버린 여행기를 이제서야 쓴다.
그래도 쓴다. 잊기 아쉬우니까.

유준이 아빠가 토요일에 대전 충남대에 출장을 가야한다고 했다. 역시 가정적인 유준이 아빠는 같이 갈 수 있으면 가자고 하는 눈치다. 사실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는 터라 주말에라도 늦잠을 자고 싶어던 나는 막판에 좀 고민했지만, 금요일 밤에 우리 집에 놀러온 세승이네랑 토요일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세승이네는 주문진 외가집으로 향하시고 우리는 대전으로 출발~~
GPS 네비게이션 덕을 톡톡히 보고 헤메지 않고 목적지까지 도착해서 1시간이면 끝날꺼라는 말하는 유준이 아빠를 학교 건물 안으로 들여보고 유준이와 나는 화장실도 가고 학교 안을 배회하다가, 심심해하는 유준이릉 위해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바로 옆에 위치한 충남대 병원에 가면 아이들 놀이방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내고 잠시라도 놀고 오자 맘을 먹고 향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가던 중에 남편의 전화를 받으니 꽤 걸리겠단다. 상담하는 교수님이 무지하게 말씀이 많으셔서 영업상 다 들어주고 하려니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리겠다고 한다. 우린 병원에 가서 열심히 놀터이니 걱정말라고 말해주고, 병원 안에 위치한 롯데리아에 가서 간식을 조금 사먹고, 소아과 병동을 찾아서 놀이방까지 찾아갔건만....
윽.. 너무 후지다. 병원이 참 오래되었구나 생각은 했었는데 왠만한 동네 병원에 갖취진 놀이방 공간보다더 더 후지다. 더럽기도 하구. 이런... 더러운 매트리스 위에 미끄럼틀 같이 생긴 것이 2개, 시소가 두개 딸랑 그게 다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는 바른 생활 사나이 유준이를 말렸다. 신고 들어가라고. 유준이는 자꾸 벗고 들어가야 한단다. 하하... 역시 바른 생활...

그렇게 그 후진 놀이방에서 한참을 놀다가 풍선 자판기에 필이 꽂힌 유준이에게 약속을 하나 받아내고 풍선을 하나 사주었다.
그 약속은 '엄마 설겆이 도와주기', '똥 잘싸기'.
우리 유준이는 그때 그 약속을 아직도 잊지 않고 내가 물어볼 때 간혹 대답해준다. 한번 믿어봐야지.

일을 마친 유준이 아빠와 다시 이제 무엇을 하며 주말을 보낼까 궁리를 해본다. 일단은 대전 동물원으로 향한다.
인터넷에 누군가가 생각보다 동물도 많고 꽤 잘 갖추언졌다고 괜찮다고 평한 바가 있었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들르게 되었다.
결과는 대 만족. 날씨가 조금 더 시원하기만 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그래도 에버랜드나 서울랜드 처럼 사람이 너무 많으면 제대로 구경도 하기 전에 지쳐버렸을텐데, 사람도 많지 않고 아기자기 하게 꾸며놓은 대전동물원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재밌게 놀았다. 입장료도 싸고. 대전동물원 적극 추천이다.

대전을 빠져나와서 원래의 계획은 이천의 스파플러스에 가는 것이었는데, 대전에서 거리상 서울만큼이라 북상해야 이천이 나오는지라 계획을 변경하여 아산 스파비스로 향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착한 시간이 스파비스에 입장하기에 어중간한 시간인지라 일단 근처에서 일박을 하고 그 다음날에 스파비스엔 가기로 하였다. 몇군데 모텔을 가격비교차 돌아보니 인터넷 접속이 되냐 안되냐, 월풀 욕조가 있냐 없냐에 따라 가격이 100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우린 월풀 욕조가 딸린 모델을 50000원에 하룻밤 묵기로 하고, 들어가자 마자 유준이와 신랑이 먼저 월풀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즐기고 그리고 나까지, 흐흐... 별거 아니었지만 그래도 본전 뽑아야 하는다는 각오로 각각 열심히 즐겼다.

그렇다면 다음날 우리가 정말 아산스파비스에 입장하였냐... 음... 못했다. 때마침 나에게 찾아온 마법 때문에 결국... 흑흑... 튜브까지 다 챙겼는데...
스파비스를 포기하고 우리는 대신 다른 데로 방향을 바꿨다.
먼저 이순신 장군의 묘소. 너무 너무 가까운 위치였기에 안들를 수 없었다. 또 곧있으면 TV에서 이순신 장군에 관한 대하드라마가 한다고 하니 더더욱 관심이 가서 들르게 되었다. 이른 오전에 들렀던터라 사람도 없고 한적한 것이 숙연한 마음이 들게 했다. 나름대로 유준이에게 어떤 분이라는 걸 설명해주었는데 기억이나 할런지..
유준이는 기다란 우산을 칼 삼아 장군처럼 늠름한 포즈를 취해 주기도 하였고, 이순신 장군 묘소 바로 앞에서 약식으로 절도 하였다.

이순신 장군 묘소를 나와서 다시 국도로 접어드니 이제 막 수확을 시작한 듯한 포도 장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었던 터라 그중 겨우 한 곳만이 장사를 시작한 것 같았다. 잠시 차를 세우고 어머님 댁에 가져갈 거봉보다 더 크고 달다는 '대봉'을 한상자 사고, 수확하다 거둔 상품가치가 없는 거봉 가지를 한개 얻어서 다시 출발하였다. 이제 막 딴 것이라 그런지 어찌나 물도 많고 달던지, 겨우 한가지 얻어온 걸을 무지하게 후회했더랜다.

우리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독립기념관. 사실 나에게도 독립기념관은 첫 방문이었다. 사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참관을 계획했었는데, 돌아보니 이거 장난아니게 힘들다. 시대별로 분류하여 전시된 전시관만 해도 열개 가까이나 된다. 아이를 데리고 그 모든 전시관을 보는 것은 다소 힘들었다. 어른인 나도 힘든데 아이는 아직 역사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체력도 딸리다 보니 유준인 자꾸 중간 중간에 휴게소가 나올 때마다 기웃거린다.
전시관을 둘러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눈물 짓게 한 전시관들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바르게 살아야 겠다.'라는 의지마저 저절로 샘솟던 곳. 바로 우리 나라의 일제 통치 시대를 다른 전시관 이었다. 모든 전시관을 전시물 들이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는데,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다른 그곳 전시관은 특히나 관람객들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고문 장면을 재현해둔 곳에서는 바라보는 것 만으로 저절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차마 유준이에게는 보여주지 조차 못했다.
또 한곳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전시물은, 김구선생을 포함하여 일제시대의 민족지도자들을 실제 크기의 인형(인형이라 표현하기 상당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는군..)으로 만들어둔 곳이었다. 바닥보다 꽤 높은 단상 위에 대략 50분 쯤의 상이 선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전시실 안의 조명과 음악 덕분에 더더욱 숙연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분들 처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할텐데...

우리의 1박 2일간의 급조된 여행은 이렇게 그럭저럭 유쾌하고 알차게 보낸 시간이 되었다.  

by 유준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