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2003.9.8 유준이랑 민속촌에 다녀왔어요.

봄이나라 2008. 3. 5. 11:53
지난 토요일 정말 모처럼 주말에 햇빛이 나왔다.
얼마만의 맑은날인데 그냥 집에서 보낼 순 없었다.
우린 며칠전부터 계획했던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에 드뎌 다녀왔다.
물론 에버랜드 보다는 시설이나 그 넓이가 떨어졌지만 우리 같이 아기 때문에 무리하게 놀 수 없는 가족에게는 너무나 딱이었다.
적당한 넓이, 적당한 놀거리. 적당한 볼거리, 적당한 입장료 등등...
게다가 날씨도 한여름처럼 덥지는 않아서 한 5시간 정도 잘 놀다 온 것 같다.
우리 유준인 아마 농악을 볼 때 제일 집중했던 거 같다. 처음엔 지 바로 눈앞에서 꽹가리, 징, 장고 등등 다소 시끄러운 농악 공연이 시작되자 한마디 한다.
"엄마, 시끄러."
하지만 이내 곧 심각하게 들으면서 박수를 얼마나 잘 치던지.
그날 무슨 프로그램인지 몰라도 KBS 카메라가 와서 공연의 이모저모를 촬영했었는데 박수 치는 우리 유준이 모습을 한참 담아갔다. 무슨 프로그램인지 못 물어본게 못내 아쉽네 그려.
최초로 매스컴에 탈 수도 있는데...
농악 공연 말고도, 널뛰기 공연이 있었는데, 연변에서 온 조선족 젋은 여자 넷이서 공연을 하는데 이건 완전히 서커스에 가깝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여기저기서우아...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유치하고도 무시무시한 도깨비 그림들이 그려진 도깨비집에 들어가 봤다. 어찌나 유치하던지... 하지만 어찌나 무섭던지...
유준이 아빤 유준이한테 이렇듯 도깨비는 나쁜 사람들만 괴롭히니까 우리 유준이 말 잘들어야 한다고 계속 설교하고, 난 그런 유준이 아빠 허리를 꼭 붙잡고 뒤도 못보고 따라다녔다.
유준이 아빤 이 도깨비 효과가 유준이한테 당분간 먹힐 것 같다고 좋아라 하지만 글쎄...
도깨비집을 나와 얼마전 MBC 드라마 '상도'에서 홍득주 집으로 나왔던 그 집에서 작은 사고 가 있었다.
민속촌의 대부분의 집들은 그냥 볼수만 있게 되있다. 대부분 'Keep Out'이라고 팻말이나 줄이 쳐져 있다. (우리 유준이 그런 팻말이나 줄 쳐진것만 보면 마치 지가 읽을 수 있다는 듯이 손으로 가리키며 "엄마, 못 들어가" 한다.)
한데 그 홍득주의 집 안에서 그나마 좀 깨끗하게 보인는 마루가 오픈되어 있어서 유준이랑 모두 신발 벗고 들어가서 쉬다가 그만 유준이가 미끄러운 바닥에서 넘어지면서 입술을 바닥에 찧은 것이다. 피도 나고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잠시지만 어찌나 미안하던지. 게다가 내가 사진찍자고 붙잡는 바람에 일어났던 상황이라...
하루 지나니 아파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토요일 당일에는 저녁밥 먹을 때도 아프다고 해서 내가 참 미안했다.

일요일 어제는 오후 늦게 세종 어린이 문고엘 갔다. 한 3주만에 갔나. 이번에 그냥 책 구경만 하고 오려고 갔으나 우리 유준이가 하도
"이거 하나 사"를 연발하는 바람에 유준이가 꾸준히 강력히 요구하는 책 두권을 사가지고 왔다.
의사선생님 왕진가방 책하고,
스폰지에 물감을 뭍혀서 도장처럼 찍고 노는 그림책하고 두개  샀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암튼 어제 서점에 갔는데 유준이가 뭐좀 지 눈에 띄는 책만 보면 "이거 하나 사"를 연발하는 바람에 많이 웃었다.
집에 와서는 저녁을 먹는데, 말짱한 부채의 양쪽 가장자리 대나무 살을 뜯고 나서 그 띁어진 부채살을 마치 새다리 처럼 아래로 향하게 하고 부채는 쫙 펴서 마치 새가 걷는 모양을 한다. 그러고는 가만히 하는 소릴 들어봤더니,
"옛날 옛날에...공작 한마리..가 있었어요."
그러더니 밥상 앞으로 와서
"공작이 밥 주세요." 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정확하고 또렷한 발음은 아니지만 어찌나 귀엽고도 장하던지, 많이 많이 칭찬과 호흥을 해주었다.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 같은데, 부모들은 아기들이 3살때까지 즐겁게 해준거에 대한 보상으로 평생을 돌봐야한다고 한거 같다.
이말을 요새 실감한다.
어찌나 이쁜지 모른다. 말을 이제 조금씩 하기 시작하면서 딱 깨물어주면 좋겠다싶게 너무 이쁜것이다.
나도 이렇게 울 부모님께 기쁨만을 드린적이 있었겠지 생각도 해본다. 우리 유준이가 나중에 커서 결혼을 하고 제 자식을 낳으면 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겠지...
꼭 말해주어야지. 얼마나 사랑스런 아이였는지, 온가족한테 얼마나 큰 기쁭을 주는 아이었는지...
이렇듯 우리에게 기쁨과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모잘라서 나또한 이땅의 다른 부모들처럼 자꾸 뭔가 아이에게 욕심을 내려한다면 정말 억지겠지.
그저 신체 건강하고 생각이 넓고 바른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도와야지. 강한 심성을 가진 인격체로 자랄 수 있도록 코치해야지.

by 유준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