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교육환경

초등학생 싱가포르 조기 유학 체험기

봄이나라 2008. 3. 6. 09:07
초등학생 두 자녀 싱가포르 유학 보낸 아빠 은문수씨 체험기

기획·송화선 기자 / 글·안소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지난 2005년 두 자녀를 싱가포르로 조기유학 보낸 은문수씨. 그는 아이들을 유학보내기 전 직접 발품을 팔며 각종 정보를 모았다고 한다. 현재 아이들이 현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는 그에게 조기유학 성공 노하우를 들었다.

“얼마 전 큰아이가 싱가포르 수학 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싱가포르 전역에서 5, 6학년을 통틀어 최상위 15명에게만 주는 상인데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운지, 요즘은 아이들 생각만 하면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웃음이 납니다.”

대구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은문수씨(50)는 지난 2005년 아들 정민이(15)와 딸 수현이(14)를 싱가포르로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다. 아내 유화순씨(42)가 현지에서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벌써 3년째 독수공방을 하고 있지만 그에게선 ‘기러기 아빠’ 하면 으레 연상되는 어두운 그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두 아이가 빠른 속도로 싱가포르에 적응하고, 현지 생활에 만족하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조기유학을 생각했을 때는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어요. 정민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04년 겨울 무렵부터 구체적으로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과연 언제가 적당할지, 어느 나라가 가장 좋을지 등등 생각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돈만 내면 자녀에게 가장 적절한 곳을 추천해주고, 유학 수속 일체를 대행해주겠다는 유학원이 많았지만 은씨는 “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선택인데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직접 발품을 팔아 정보를 모았다고 한다. 자녀가 가장 좋은 교육환경에서 자라게 해주고 싶은 아빠로서의 욕심 때문이었다고.

“정민이는 수학·과학을 좋아해서 4학년 때부터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공부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늘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학원 수업을 듣고, 내신 관리를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안타까워 유학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은씨는 미국 캐나다 중국 인도 등 세계 여러 나라를 유학 대상국 물망에 올리고 정보 수집을 했다고 한다. 조기유학 알선업체를 빠짐없이 찾아가 상담하고, 지인을 통해 현지 교포를 소개받아 생생한 현지 소식을 듣기도 했다.

“교육환경은 기본으로 보고, 아내와 아이들이 현지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지, 치안은 안전한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죠. 지원할 수 있는 학교 정보도 꼼꼼히 모았고요. 그 과정에서 한두 군데 유학원 얘기만 듣고 조기유학을 추진하다가 시간만 허비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요즘은 유학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부모가 정보를 취사선택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해요.”

은씨가 아이들의 조기 유학지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워 쉽게 오갈 수 있고, 같은 유교 문화권이라 정서적으로 공통점이 많으며, 치안이 잘 돼있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한다.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익힐 수 있는 교육환경도 장점으로 느껴졌다고.

 

 

 

부모가 직접 정보 수집해 선택하는 게 중요

싱가포르에서는 학년이 끝날 때마다 학급별 단체 사진을 찍는다. 맨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은문수씨의 딸 수현양.(위) 최근 싱가포르 현지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은문수씨 가족.(아래)

“싱가포르가 좋겠다고 결정한 뒤 괜찮은 학교 정보를 모아 직접 현지를 방문했어요. 영어는 거의 못하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아빠의 눈으로 우리 아이가 다닐 학교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싱가포르 공립학교의 특징은 외국인 학생을 위한 별도의 쿼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 현지 학생이 입학을 완료한 뒤 입학생 수가 정원에 미달하거나 전학·퇴학 등의 사유로 공석이 생길 때 한해 제한적으로 외국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보가 일괄적으로 공시되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학교에 개별적으로 문의해야 한다고. 은씨는 “그 과정이 매우 번거롭기 때문에 학교 선정과 입학 과정을 유학원에 일임하는 학부모가 많은데, 나는 현지를 방문한 뒤 좋은 학교를 선택해 일일이 직접 챙겼다. 그 덕에 정민이와 수현이는 2005년 여름, 랭귀지 스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싱가포르 정규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씨에 따르면 국내에서 성업 중인 유학원 가운데 일부는 “싱가포르 소재 공립학교에 진학하려면 현지에서 6개월 정도 영어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소개한다. 랭귀지 스쿨을 다니며 공석을 기다리다 입학시험 치르는 것을 정규 과정으로 포장하는 것.

“하지만 싱가포르 학교 입학 과정에서 랭귀지 스쿨 이수 여부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아이를 원하는 학교의 대기자 명단에 올려뒀다가, 공석이 생긴 경우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 바로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거든요. 입학시험 과목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통상 영어 수학 과학 등이에요. 아이가 그 시험을 통과할 실력만 갖고 있으면 현지에서 어학연수를 받지 않아도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거죠.”

은씨는 자녀를 명문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노력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싱가포르는 전학과 월반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어느 학교에 들어가든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이왕 조기유학 보내는 거 실력 있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명문학교를 가는 게 좋지 않으냐’는 얘기를 듣고 솔깃한 적도 있어요. 실제로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랭귀지 스쿨 기간을 연장하며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싱가포르의 교육제도를 살펴보니 그게 꼭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겠더라고요. 공립학교의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학생 한 명 한 명이 충분한 배려와 관심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게 돼 있거든요. 오히려 명문학교는 우리나라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해 갑자기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공부를 하게 된 아이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생활 환경이 좋고 치안이 안전한 지역의 한국인이 많지 않은 공립학교에 입학시켜 싱가포르 생활에 충분히 적응하게 한 뒤 아이들이 더 좋은 교육환경을 원한다면 그때 학교를 옮기는 게 가장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발품 팔아 선택한 학교, 아이들이 금세 적응해 뿌듯해요”

최근 싱가포르 수학 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은정민군이 받은 상장.

그래서 은씨는 정민이와 수현이가 싱가포르 학교에 입학할 때 한국에서보다 한 학년 낮춰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학교 생활에 적응하면서, 동급생 가운데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덕분인지 아이들은 1년 만에 영어를 완벽하게 익혔고, 정민이는 전교 2등, 수현이는 전교 10등 안팎을 유지할 만큼 ‘우등생’이 됐다고 한다.

“아이들이 훌륭하게 현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판단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 얘기를 들으니 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석 달 동안 매일 교장 선생님이 교실에 찾아와 불편한 건 없는지, 잘 생활하고 있는지 물어보셨다고 하더군요. 최대한의 배려와 관심을 베푼 거죠. 한번은 수현이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학교에서 중국어 시험을 잘 봤다고 반 아이들에게 박수를 받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몇 점이나 받았기에 그런 칭찬까지 들었냐고 했더니 20문제 가운데 2개를 맞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담당 교사가 ‘처음 보는 시험에서 2개나 맞았으니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자’라고 했대요(웃음).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랭귀지 스쿨을 다니지 않으면 현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명문 학교가 아니면 교육환경이 나쁠까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서예요.”

아이들 얘기가 나오자 얼굴 가득 웃음꽃이 핀 은씨는 “정민이는 2006년 우리나라의 반장 격인 ‘prefect’로도 뽑혔다”고 자랑했다. 싱가포르의 ‘prefect’는 일반 학생들과 교복 색깔이 다를 정도로 특별 대우를 받는다고.

“싱가포르 사람들은 ‘잘 못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잘 못하면서도 노력하지 않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대요. 그래서 초보자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자체를 존중하고 높게 평가한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이들이 현지 학교에 금세 적응한 건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싱가포르를 찾는다는 은씨는 “갈 때마다 어린 한국 학생이 부쩍 늘어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며 “어렵게 도전하는 조기유학인 만큼 철저히 준비해 모두 좋은 결과를 얻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기유학 성공 아빠 은문수씨가 들려주는~
싱가포르 조기유학 위한 ‘生生 조언’ 4

명문 학교 입학만 고집하지 말자
공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싱가포르는 대부분의 학교가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고 있다. 특히 학생의 수준에 따른 맞춤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실력만 쌓으면 월반이나 전학을 통해 더 나은 교육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 아이의 현재 실력과 적응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교를 결정하는 게 좋다.

중국어를 공부하자
싱가포르는 중국계·말레이계·인도계 등이 함께 살아가는 다민족 국가지만 현지인의 70% 이상은 중국계다. 특히 정치인 기업인 등 사회 지도층은 대부분 중국계가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공용어는 영어지만 빨리 현지 생활에 적응하고 폭넓은 교우관계를 쌓으려면 중국어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에서 아이를 사설학원에 보내거나 개인 과외선생을 구할 때는 반드시 직접 정보를 확인하자
싱가포르에 생활 터전을 마련하기도 전에 덜컥 현지 학원에 등록하거나 과외교사를 구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는 학원에 따라 강습료·시설·강사 수준이 천차만별이며, 개인 과외교사의 경우엔 편차가 더 크다. 그러나 일단 계약을 맺고 비용을 지불하면 불만이 있어도 환불 받기가 어려우므로, 반드시 싱가포르 현지에 도착한 뒤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과외 교습을 결정하자.

주택을 임대할 때는 돌다리도 두드려보자
싱가포르는 주택 수요가 항상 많기 때문에 좋은 집을 구하기 어렵고 월세도 비싸다. 현지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에게 무리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중개인이 적지 않으므로 주의하자. 특히 월세가 2천5백 싱가포르달러(약 1백60만원) 이상인 주택의 경우 세입자가 중개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데도 이를 요구하는 이들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주택 임대계약을 할 때는 갑작스런 귀국 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조건을 명문화하고, 가구까지 함께 임대하는 경우에는 추후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시설 점검표를 만들어 체크한 뒤 확인받는다. 또 집주인에게 계약서를 한글로 번역해 주도록 요구하고 확인 서명을 받아두는 게 좋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