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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여행 정보

봄이나라 2008. 3. 5. 18:51
강원도 정선에는 높고 험한 산이 많아 유달리 고개가 많습니다.

길은 고개를 따라 내달아 오르고, 휘어지며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집니다. 물줄기도 산을 만나 굽이굽이 몸을 틀며 흘러갑니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중략)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정선 아리랑이 긴 사설을 빠른 가락으로 촘촘이 엮어가다 뒷부분에서 한가락 길게 빼는 메나리조인 것도 정선의 길과 물을 닮아서일 듯싶습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아리랑의 고장' 정선은 1천m가 넘는 산만도 10여개나 있는 산악 지방이다.

영동고속도로 새말 인터체인지(IC)를 빠져나와 안흥~평창, 또는 진부IC를 통하는 길이 정선 가는 지름길이다. 고개가 가파르고 높아지면 정선에 거의 닿은 것이다.

오죽하면 42번 국도에서 평창과 정선을 잇는 고개를 '비행기재'라고 했을까. 고개 정상에서 발치 아래로 골짜기가 까마득히 보이는 게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모습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물 따라 드라이브 *****

정선읍에서 4백24번 지방도로를 타고 삼척 방향으로 달리면 물줄기를 따라 병풍처럼 화암8경(景)의 비경이 펼쳐진다. 정선군 동면 화암리에 있는 약수터. 바위. 소(沼). 계곡. 동굴. 기암. 절벽 등 8곳을 말한다.

그 중 하나인 화암동굴(☎ 033-560-2578)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곳이다. 금광 갱도를 뚫다가 발견된 종유석(鍾乳石)동굴인데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개발됐다. 관람 코스는 1.8㎞.

목이 마르면 화암약수(☎ 033-562-1944)에서 혀가 짜릿할 만큼 톡 쏘는 샘물로 목을 축일 수 있다. 탄산이온. 철분. 칼슘 등이 녹아 있다.

기암절벽이 금강산을 방불케 한다 해서 이름붙여진 소금강(小金剛)은 화암8경 중 하나로 절벽. 숲. 계곡이 어우러져 있다.

몰운대(沒雲臺)아래의 농가 싸리울타리 너머로 껍질을 벗겨 말리고 있는 옥수수 더미의 노란 빛깔에서 깊어가는 강원 산골마을의 가을을 읽을 수 있다.

정선읍에서 임계를 거쳐 동해시로 연결되는 42번 국도를 따라가면 만나게 되는 아우라지(여량리)도 빠뜨릴 수 없다.

대관령에서 시작한 송천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흘러온 골지천이 '아우라지는' 곳이다. 한양(서울)으로 원목을 운반하던 뗏목도 바로 여기서 출발했다. 정선아리랑 가사 중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하는 구절은 아우라지를 사이에 두고 살면서 사랑을 나누던 남녀의 애틋함을 표현한 것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와 은수(이영애)가 시냇물 소리를 녹취하는 곳도 바로 여기다.

아우라지에서는 국도를 따라 임계면 가목리의 된장마을(☎ 033-562-2710)을 다녀와도 좋을 듯하다. 돈연 스님. 첼리스트 도완녀씨 부부가 직접 장을 담그는 곳이다.

마당에는 1천9백개의 장독이 나란히 가을 햇볕을 쬐고 있다. 10명 이상의 방문객이 예약을 하면 도씨가 차를 대접하고 그녀의 인생 이야기도 들려준다. 첼로 연주까지 덤으로 들을 수 있다. 연인끼리 또는 가족 단위로 올 여행객들은 전화로 도씨의 강연 스케줄을 미리 알아보는 게 좋다.

***** 꼬마열차 여행 *****

증산~구절리 45.9㎞ 구간을 잇는 정선선(통일호)을 타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객차가 한 량밖에 안돼 '꼬마열차'로 불린다.

1시간5분이 소요되며 요금은 1천7백원. 조양강을 끼고 달리는 정선읍~구절리 구간은 차창 밖 경치가 좋다.

"다음 역은 아우라지역입니다.~"

목적지를 안내하는 역무원이 승객들과 함께 객차에 타는 것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기차표는 열차 역무가 전산화되기 전에 이용되던 옛날 기차표(에드몬슨식 표)다.

증산역(☎ 033-591-1069)에서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1천1백18m)입구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 주말이면 많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수도권 주민들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하루 여섯차례 출발하는 태백선 기차를 타고 증산역까지 와서 꼬마열차나 버스를 이용해 여행을 할 수 있다.


두툼한 면발 '콧등치기' 메밀국수 별미

◇ 먹거리 =

'콧등치기'가 정선의 대표적 먹거리. 면발을 굵게 뽑은 메밀국수인데 '후루룩' 먹다보면 면발이 콧등을 친다. 호박을 많이 넣어 국물 맛도 시원하다. 한치식당 (☎ 033-562-1068)과 동광식당 (☎ 033-563-3100)이 유명하다.

한약재로 쓰이는 황기(黃耆)를 넣어 달인 황기보쌈. 황기백숙, 정선에 많이 나는 곤드레 나물을 넣어 밥을 지은 곤드레 나물 밥도 군침을 돌게 한다.

정선군청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여행 일정을 쉽게 짤 수 있다.

 

산이 많은 강원도 땅에서도 오지산골로 손꼽히는 정선. 태백산맥의 높은 봉우리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두메산골이다. 병풍처럼 늘어선 산자락 사이를 헤쳐가면 끊어질 듯하던 길은 어김없이 이어져 그대로 하늘로 향한다. 하천계곡에만 좁고 긴 평지가 있을 뿐 전체 면적의 80%가 임야고 나머지만 농경지이다.

그런 까닭에 이곳 사람들은 정선을 ‘판자 3평이면 하늘을 가린다’ 고 표현한다. 정선을 만나는 첩경은 산줄기 뒤편을 찾아가는 것이다.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을 빠져 나와 평창에서 정선으로 가는 46번 국도.

여기는 ‘느림의 미학’이 살아 있는 길이다. 가을이면 더더욱 그렇다. 산허리를 감싸며 구절양장처럼 펼쳐진 길 모양도 그러하거니와 산자락을 돌 때마다 오색으로 치장한 가을 단풍의 유혹에 발걸음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사행천의 모습을 띠고있는 조양강. 산은 물을 넘지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못하는 모습이 한눈에 드러나 있다.

겹겹이 포개어지는 산줄기마다 강줄기가 돌아가고 비탈의 작은 마을에는 잊혀질 듯한 삶의 이야기가 도란도란 피어난다. 이 삶으로 엮어낸 이야기가 정선아라리다. ‘정선아리랑’을 이곳에서는 ‘정선아라리’라고 부른다. 아라리는 ‘누가 우리 삶의 애환을 알리’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정선아라리의 발상지는 아우라지다. 태백산 줄기에서 발원해 임계를 거쳐 내려오는 골지천과 오대산 줄기에서 발원해 구절리를 돌아 흘러내리는 송천이 만나는 합수머리다.

두 개의 물줄기가 하나로 아우러진다고 해서 이름이 아우라지다. 옛날에는 태백과 오대산에서 벌목된 나무가 각각 골지천과 송천을 따라 아우라지로 내려왔다. 여기에서 나무들을 작은 떼, 즉 뗏목으로 만들어 영월 동강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동강에서 다시 큰 뗏목으로 합쳐 남한강을 따라 서울까지 갔다. 이렇게 해서 뗏꾼들이 받은 돈은 황소 서너 마리를 살 만큼 큰돈이었다고 한다. 이게 바로 ‘떼돈 번다’의 떼돈이다.

◀조양강의 맑은 물에서 잡히는 꺽지. 루어낚싯대를 준비해 가면 1~2시간 사이에 몇 마리 정도는 거뜬히 잡는다.
▶정암사의 수마노탑. 탑 내에 석가모니의 사리를 내장하고 있어 대웅전에는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골이 깊으면 반드시 비경이 숨겨져 있다고 했던가. 바로 정선을 두고 한 말이다. 조양강의 유장한 물결이 그렇고, 칼로 자른 듯 반듯하게 깎여진 절벽 끝에 매달려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소나무가 그렇다. 가을밤의 쏟아질 듯한 별빛도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광경이다.

그중에서도 정선의 가을이 자랑하는 최고의 경관은 단연 민둥산의 억새능선이다. 억새는 단풍과 더불어 가을을 대표하는 신의 선물. 단풍이 오색찬란한 화려함으로 치장한다면 억새는 순백의 순수함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억새가 가을의 정한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민둥산 정상은 산 이름 그대로 나무 한 그루 없이 민둥민둥하다. 대신 억새밭이 사방으로 빙 둘러쌌다. 마치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의 설산을 보는 것처럼. 바람이 불어오면 몸을 흔들어 은빛 물결을 일으킨다.

9월부터 피기 시작한 억새는 10월 중순경에 절정을 이룬다. 특히 꺼져가는 붉은 불씨가 긴 여운을 남기며 억새밭 속으로 지는 가을노을의 풍경은 백미 중의 백미로 꼽힌다. 억새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 즈음 그림자가 긴 햇빛에 앙상한 몸체를 반사할 때가 가장 좋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의 산책로는 삼림욕 코스로 그만이다.
▶2량짜리 꼬마열차가 다니는 기찻길. 현재 수해 여파로 길이 끊어져 증산역에서 정선역까지만 운행된다.

완행열차를 타고 산길을 달리는 것도 정선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낭만이다. 증산역~구절리역을 오가는 꼬마열차. 객차와 화차가 각각 1량뿐인 완행열차다. 평소에는 승객이 적어 한산하지만, 장이 서는 날이면 객차는 시끌벅적하다.

네 사람이 마주앉아 만석이 되어도 자리가 없으면 한 사람씩 끼어 앉아 여섯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장으로 향한다. 철길 따라 각 고장의 인심이 피어나는 완행열차라야 기차여행의 제 맛이 난다. 지난 여름 수해로 철길이 끊겨 정선역까지만 운행하지만 옛 기차의 낭만과 향수를 자아내기에는 충분하다.

정선 5일장이 서는 2, 7일이면 산골짜기의 모든 토종들이 난전에 터를 잡는다. 깊은 산을 헤치며 손수 뜯어 온 산나물을 펼쳐놓은 아낙들의 어설픈 장사 솜씨에 왠지모를 정이 느껴진다. 올챙이처럼 가늘게 뽑은 올챙이묵을 비롯해서 감자부침, 수수제비치기 등의 먹거리도 인기 있는 품목이다. 장터 낮은 의자에 앉아 토종 음식을 맛보는 것 또한 첩첩산중의 느낌을 짙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