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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큼이나 외모도 무척 닮은 조용진·조선민 부부. 시종일관 들뜬 표정과 목소리로 여행담을 풀어놓는 모습이 아직도 여행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했다.
“터키에서 삼촌같이 푸근한 한국인 아저씨를 만났어요. 동양호텔 사장님이었는데 저희를 마치 조카처럼 대해주셨죠. 나중에 그분의 호의와 아름다운 풍광를 잊지 못해 남은 일정을 바꿔가며 다시 터키로 향했어요. 그분 덕분에 극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서 정통 밸리댄스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죠. 댄서들이 어찌나 섹시하고 유연하던지 관절이 없는 사람 같더군요.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을 무대 위로 불러 밸리댄스 경연대회를 열었는데 그때 제가 나가서 선전(?)한 덕분에 이 메달을 땄어요.”
선민씨는 그때 찍은 사진과 메달을 쑥스러운 듯 내보였다. 마치 아리랑을 추고 있는 듯한 선민씨의 모습이 극장측에서 찍어준 사진에 잘 담겨 있었다.
“공개하기 창피한 일도 있었지만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많아요. 루마니아 브란에서 결혼기념일을 맞았어요. 체크인 할 때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이라고 말한 걸 펜션 직원이 기억하고는 투숙객들을 모두 불러모아 계획에 없던 캠프파이어를 열어줬어요. 우리에게 한사람씩 다가와 축하한다고 말해주던 그 기억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밖에도 수십 가지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부부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강조한 것은 아름다운 풍광도 재미난 에피소드도 아니다. 자신들의 삶을 여유 있고 알차게 꾸리고 있는 유럽인들의 기질이다. 늘 여유를 가지고 살아서일까. 타인에 대한 배려가 그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고 한다.
“특히 부러운 것은 그들의 주거환경이에요. 유흥업소가 공존하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공원과 녹지가 함께 어우러져 부부간에 또는 가족간에 늘 산책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었죠. 또한 어딜 가나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독일의 맥주축제 현장에 갔을 때 잠실운동장만한 공간에 빽빽이 들어선 사람들이 저마다 전통의상을 입고 함께 먹고 마시며 즐기는 모습을 보았는데, 10대 청소년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까지 세대간의 격차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며 그들만의 힘을 느꼈어요.”
잃은 것은 직장, 얻은 것은 성숙해진 부부관계
도시마다 잘 조성된 다양한 캠핑장을 경험하는 것도 새로운 일이었고, 자신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현지인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취사도구 일체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식사를 해결했기 때문에 여행경비도 절감됐다고 한다.
“자동차 여행은 매력적이고 경제적이에요. 비싼 유레일패스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오토캠핑장 이용료도 민박집의 3분의 1 수준이거든요. 그래서 전체 비용을 따져 봐도 대중교통 보다 자동차 여행 비용이 훨씬 저렴하죠. 출발 전 예상경비가 2천5백만원 정도였는데 결과적으로 총 1천3백만원이든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또 여행 도중 호기심 나는 곳에 마음대로 멈출 수 있고, 흥미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도 자동차 여행 덕분이죠.”
연애기간 1년과 결혼생활을 통해서 서로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여행을 통해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는 부부. 이번 여행은 대화도 많이 나누고 갈등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