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뼈저리게 공감합니다. 이런 얘기가 일본인에게서 나온것이 안타깝고, 월간중앙에 실린게 놀랍습니다.
원문 링크 http://news.joins.com/article/3546422.html?ctg=1200
1997년 베스트셀러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의 저자 모모세 타다시. 지난해 여름 <여러분 참 답답하시죠>를 발간해 또 한번 한국경제에 일침을 가한 그가 <월간중앙>을 통해 작금의 위기를 타파할 여섯 가지 제안을 해왔다.
한국에 살면서 늘 느끼는 바는, 한국은 모순된 나라라는 것이다. 개개인은 모두 유능한데 사회 시스템은 불합리한 구석이 많다. 또 택시 기사까지 정치평론가 뺨칠 만큼 정치에 관심이 높으면서도 일단 뽑아놓은 정치인과 정책에는 놀랄 만큼 무관심하고 부정적이다.
그래서 이 정열적인 국민이 불합리한 체제를 이토록 잘 참아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뿐인가?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치하는 최전선에 있는데도 남북관계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체적 비전은 찾아보기 힘들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주도권은 터무니없을 만큼 미약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고 인재를 배출하는 한국은 사교육비로 연간 21조 원에 육박하는 돈을 지출하는 ‘이상한’ 나라다. 나의 지적에 기분 나쁜 한국인이 있다면, 조금 더 참고 들어주기 바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이 부조리한 조건이 바로 한국이 처한 경제위기와 외교적 열세를 단번에 해결할 ‘히든카드’라는 사실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해결책이 이 ‘나쁜’ 조건에 다 있으니, 이야말로 한국의 모순 중 가장 큰 모순 아닐지. 어떻게 한국의 나쁜 조건이 모든 나라가 부러워할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른 나라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각 나라는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걱정이다.
내수가 50~60%는 되고 기업 보호에 신경 써온 일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8,000억 달러를 경기 부양에 쏟아 부은 미국도 썩 낙관적이지 못하다. 중국? 아, 중국이 지금 제일 문제라고 하면 여러분은 놀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베이징올림픽이 열리기 전 이미 올림픽 이후 중국이, 아니 세계경제가 연착륙하기 어려우리라 예측했다.
내가 무슨 예지력이 있어서 그런 예측을 한 것은 아니다. 지난 30여 년 사이 올림픽을 치른 나라치고 후유증을 앓지 않은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중계권과 광고권을 대대적으로 ‘팔기’ 시작한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제외하면 올림픽으로 ‘재미를 본’ 나라는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도 적자였지만, 한국의 인지도를 올려주는 무형의 수확을 거뒀다.
최근 10년간 호경기는 ‘세계의 생산공장’이 된 중국이 세계시장에 싼 제품을 잘 공급해준 덕택이 크다. 거대한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으로 들고나는 원자재와 이에 따른 물류사업, 조선업과 해운업, 원유가까지 고려하면 중국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크다. 오죽하면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실제로 중국은 일본과 함께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이고, 외화보유고도 1조 달러가 넘는다. 이런 중국이 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그 여파는 중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경기는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주는데, 올해 전인대에서 중국정부가 경기부양 예산을 추가로 책정하지 않겠다는 발표에 세계 증시가 어떻게 출렁였는지 확인했듯, 때마침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졌다.
별개로 보이는 이 사건은 우리가 가늠하는 것보다 더 깊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경제란 그런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경제학자도 추측하기 어렵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 이유 없이 생긴 일은 하나도 없다.
한국은 내수시장 끌고 갈 카드 쥐고 있어
어쩌면 중국은 세계를 강타한 금융대란으로 중국의 위기가 드러나지 않는 데 고마워하는지도 모른다.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은 사회불안이다. 올해에만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노동자) 2,000만 명이 실직했고, 대학 졸업자도 600만 명이다.
더구나 올해는 톈안먼(天安門)사건 20주년, 티베트 봉기 50주년, 파룬궁사건 10주년이어서 집안 단속하기에도 벅찰 것이다. 어느 나라든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회가 불안해진다. 사회안전망에서 떨어져나간 가난한 사람들은 곧 사회의 부담이 되어 돌아온다.
55개 민족, 13억 명 인구의 중국은 경기 침체가 곧바로 사회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경제위기가 중국 발이든 미국 발이든, 또는 지난 몇십 년간의 시장만능주의와 세계화 탓이든, 중요한 것은 이를 타개해 나가는 것이다.
각국은 ‘나부터 살고 보자’가 되어 제 앞가림하기에 바쁘다. 서유럽은 같은 유럽연합에 속한 동유럽 국가의 구제 요청에 냉담하며, 미국은 경기부양사업에 미국산 원자재만 사용하자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넣느니 마느니 시끄러웠다. 관세를 높이고 자국산 제품에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나라가 등장하자 세계무역기구(WTO)가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 뻔하다.
그나마 돈 있는 나라는 부양책을 써서라도 내수를 살리려고 한다. 그러나 인위적 부양책은 자칫하면 경기가 반짝 회복했다 다시 침체기로 빠져드는 ‘더블딥(이중침체)’을 부를 위험이 있다. 경제가 제대로 살아나려면 밑바닥부터 내수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런 내수를 움직이게 하려면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의 돈을 투입해야 하는지, 그게 또 문제다.
가령 예산 100억 원이 있다면, 100개 기업에 1억 원씩 나눠주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핵심 기업 두 곳에 50억 원씩 배당하는 것이 나을까? 사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망해가는 기업에 적은 액수의 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러면 몰아줄 수밖에 없는데, 과연 어느 업종을 지원해야 가장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미국의 부시 정권에서는 급한 불을 끄느라 금융권에 돈을 몰아줬고, 지금 그 효과는 금융사의 배만 불리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 결과로 나오고 있다. 오바마는 제조업을 살리고 싶은 열망으로 자동차산업을 지원하고자 하지만, 침체기에 제일 먼저 위축되는 자동차에 돈을 부어 어떤 효과를 볼지 의문이다.
오히려 부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고 이 참에 미국의 고질병인 의료보험을 뜯어고쳐 중산층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더 빛을 보지 않을까 싶다. 내수를 움직이는 주체는 서민이기 때문이다. 꼭 이런 침체기가 아니라도 내수시장이 튼튼해야 경제적으로 좋은 체질이라고 할 수 있다. 내수가 확실하면 환율 변동이나 금융위기로 받는 타격이 덜하다.
금융위기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5.3%의 성장을 기록한 인도가 그 예다. 그 동안 인도는 금융을 무조건 개방하지 않고 국가가 잘 관리해왔으며, 수출도 증가했지만 내수시장은 더 성장했다. 수출 위주였던 중국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설을 앞두고 가난한 7,400만 명에게 90억 위안을 현금으로 뿌렸으며, 농민이 가전제품을 사면 돈을 보태주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도 썼다.
그 덕택에 내수가 살아나자 중국정부는 자신감을 얻어 내수 확대를 대대적으로 벌여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 여름 이후 75조 엔을 경기부양 예산으로 책정했는데, 주요 내용은 주택 공급과 일자리 창출, 출산 지원, 그리고 현금 지급으로 돼 있다. 본래는 저소득층의 소득세를 감세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좀 더 즉각적 효과를 보기 위해 현금 지급으로 바꿨다. 1인당 1만2,000엔, 노인과 18세 이하에는 2만 엔씩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도 세금을 환급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에게 몇백 달러씩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일회적 현금 살포는 내수를 계속 끌어갈 힘이 없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고민이다. 그런데 한국은 내수시장을 끌어갈 카드를 쥐고 있다. 그것도 정부가 자금을 조달할 필요도 없고 부작용도 없는 방법이다.
첫째, 사교육을 폐지하라
한국사람들은 사교육과 관련한 사안은 어디까지나 교육문제로만 보는 것 같다. 물론 교육문제 맞다.
아이의 장래가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돼 가능성을 가진 가난한 아이들이 중도 탈락하게 되는 경쟁구조를 가진 국가는 미안한 말이지만, 미래도 밝지 못하다. 그러나 지금은 사교육을 일단 경제문제로만 보도록 하자. 한국의 주부가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분야는 어디일까? 바로 교육비다. 그것도 사교육비. 교육비가 생계비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정도 많다고 하니, 한국은 특이한 엥겔지수를 보이는 나라다.
학생 1명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8년 기준으로 23만3,000원이었다. 학생을 2명 둔 가정이라면 50만 원을 사교육비로 쓰는 셈이다. 서울 중산층 가정은 이런 평균치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 규모가 20조9,000억 원이라니, 올해 한국정부가 사상 최대의 추가경정예산으로 책정한 10조 원(30조 원으로 늘어날지도 모른다)의 2배가 넘는다.
추경예산을 정부가 마련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과 기업 관련 세금을 조정했기에 세수가 줄었을 테고, 경기가 나쁘니 세수는 더욱 줄게 된다. 그러니 국채를 발행하지 않을 수 없다. 국채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빚이다. 더구나 한국처럼 국채를 많이 발행하게 되면 금리도 높게 줘야 한다.
높은 이자를 주고 빚을 낸다고 보면 된다. 국채 발행을 줄이려면 공적자금을 부은 기업을 파는 길도 있다. 이것은 더 나쁘다. 공장으로 치면 성능 좋은 기계를 내다파는 꼴이다. 겉으로는 외국자본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나 은행에 외국자본의 지분이 늘어나면 한국인이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그대로 갖다 바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래도 정부는 빚을 내고 살림을 팔아서라도 경기부양에 나서야 할 처지다. 내수가 죽으면 일자리가 없어져 서민가정이 붕괴한다. 이는 곧 사회 혼란으로 돌아와 온 국민이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그래서 과거 대공황 때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을 시행하며 실업보험과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노동자 살리기에 나섰다.
이번 미국의 경기부양책에서 시급하게 돈을 뿌리는 곳도 실직자들의 실업급여와 의료보험 혜택이다. 인프라 건설이나 대안에너지 투자 같은 장기 사업은 그 다음 문제다.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서민 보호에 집중하는 것은 사회 혼란을 막고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뜻도 있지만, 경제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부자들은 돈이 생기면 저축이나 투자를 하고 고가품을 사지만, 서민들은 손에 돈이 들어오자마자 생활비로 다 써버린다. 음식·옷·살림살이·군것질거리·영화·외식 등…. 같은 1억 원을 소비할 때 부자 한 명이 외제차 한 대를 살 때와, 서민 100 명이 100만 원을 소비할 때의 경제효과를 비교해보면 각국 정부가 서민 살림에 신경 쓰는 이유가 보일 것이다.
사교육이 폐지되면, 한국 각 가정은 25만~ 50만 원 가량 소득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경제난에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전체 가구로 따지면 엄청난 예산이다.
예산이 늘면 사람들은 소비하게 돼 있다. 음식도 넉넉해지고 아이들 신발과 옷도 하나 더 산다. 잘하면 낡은 세탁기도 바꿀 테고. 서울 중산층 가정이라면 자동차를 바꿀 마음도 낼 수 있다.
미국·중국·일본정부가 국민에게 직접 돈을 뿌려서라도 하고자 한 일은 무엇이었나? 바로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사교육만 폐지해도 추가소득이 잡혀 경제가 돌아갈 수 있으니 일본·중국·미국이 이런 ‘좋은’ 카드를 가졌더라면 당장 사교육을 폐지해 경제 회복을 꾀했을 것이다.
둘째, 4대강 정비사업보다 첨단기술 개발에 매진하라
다른 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갈 기술을 준비하는데, 한국은 언제까지 원료 사다 물건 만들고 토목공사만 할 것인가? 사교육 폐지가 더욱 좋은 것은 정부가 따로 빚을 내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또 경기부양책에서 성공의 관건이라는 신속성에서도 한 달 안에 효과가 즉시 발생하며, 단발에 그치지 않고 계속 내수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게다가 부작용도 없다. 밑에서 살아나는 내수는 이처럼 좋은 것이다. 이에 비해 4대강 정비사업은 여러모로 실패할 위험이 많은 프로젝트다. 나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3·1 고가도로를 75일 만에 철거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일본 신문에 칼럼으로 쓴 적도 있지만, 대운하사업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운하 자체가 미래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4대강 정비사업은 자세한 구상은 알지 못하지만, 이 사업을 벌이는 이유만은 짐작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을 위해서일 것이다. 당장 일자리를 만들고 부동산 경기를 띄우는 데 토목사업만 한 것도 없다. 그러나 이 사업은 위험과 부작용이 따른다는 게 흠이다.
우선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다. 이는 모두 국민의 혈세요, 빚이다. 몇몇 건설업자는 틀림없이 배를 불리고 주변 땅값이 들썩이겠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없다. 건설회사와 하도급업자를 망라해도 이와 관련한 인구는 전체의 5%나 될까? 더구나 건설업이라는 것이 특혜와 비리가 싹트기 쉬운 곳이어서 자칫하면 민심만 나빠진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토목공사로 창출한 일자리의 한계성이다. 토목사업으로 생긴 일자리는 건설이 끝나면 사라지고 만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적 투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일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토목사업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일본도 ‘잃어버린 10년’ 동안 8,800조 원을 쏟아 부어 대규모 토목공사를 시도했지만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서 다 실패였다.
미국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인프라 건설을 구상하자 미국 언론이 비난하며 근거로 든 것이 바로 일본의 실패 사례였다. 그래서 미국은 대체에너지 같은 미래산업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오늘날 선진국들은 새로운 기술, 환경을 보호하고 인간중심의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화두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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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문이 열리기 전에 한국은 빨리, 더 자주 북한과 만나야 한다.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의 현지 시찰 모습.
이는 자연친화적 토목공사를 하자는 뜻이 아니라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화두가 대두한 것은 미래의 새로운 산업(간단히 말해 ‘돈벌이’)을 준비해 나가는 선진국들의 기술력에서 나왔다고 하면 너무 노골적인 표현일까? 산업세계에도 흐름이 있다. 다른 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갈 기술을 준비하는데, 한국은 언제까지 원료 사다 물건 만들고 토목공사만 할 것인가?
지금 한국은 기초 첨단 기술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삼성이나 LG 제품이 전 세계로 팔려나가지만 그 핵심 부품은 일본제다. 그래서 한국이 수출을 많이 할수록 일본에 지불할 돈이 늘어나고, 한국 내수시장에는 그만큼 마이너스다. 산업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첨단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한국이 지금처럼 제조업과 건설업만 계속하면 절대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한국이 미래에도 잘 사는 나라가 되려면 선진국과 함께 첨단 기술 개발 경쟁에 나서야 한다. 4대강 정비사업에 들어갈 몇십 조 원의 예산을 과학과 첨단 기술산업에 투자하고 서둘러 인력을 양성해야 한국의 미래가 산다.
셋째, 가슴에 신바람이 불어야 산다
10년 전 IMF 구제금융시기, 정부가 ‘금 모으기’운동을 벌인 것도 국민들 가슴에 애국심이라는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고, 그 결과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가장 빨리 졸업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아마도 ‘말하려는 뜻은 알겠지만 지금 사교육을 폐지하면 수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잃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사교육시장이 비대하고, 거기에 종사하는 인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교육에 멍드는 동심은 차치하고 사교육시장이 한국 산업구조나 경제에 좋은 구실을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사교육은 경제적으로 비생산적 산업이다. 사교육에 종사하던 젊은 강사를 흡수할 방안은 있다. 유럽처럼 초·중·고교의 보조교사로 채용돼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아이들을 관리하고(교내폭력도 줄 것이다), 방과 후 자습과 보충수업을 맡을 수도 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쩔쩔매는데, 학교 건물을 활용해 훌륭한 젊은이들이 아이들의 학업을 돕게 할 방법이 왜 없겠는가? 젊은이와 아이들, 그 부모까지 동시에 구제할 수 있는 이런 방안이야말로 날로 떨어지는 출산율도 잡을 수 있는 일석삼조가 아닐지. 돈을 주며 아이 낳으라고 하기보다
그 돈으로 학교와 사회가 아이를 맡아준다면, 더구나 사교육 폐지로 교육경쟁이 덜해진다면 여성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사교육 폐지는 토목공사처럼 일부 국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가구에 해당하므로 전 국민이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와, 뭔가 달라지는구나!”
국가의 힘을 모으는 데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국민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도력이고 정치력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으나 지금 미국 국민은 희망에 차 있다. 오바마가 지방을 돌며 청년과 아주머니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매일 국민의 이메일에 답장하는 것은 국민에게 변화를 느끼게 해주고 희망을 준다.
이런 희망이 있으면 국민은 기꺼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기다릴 수 있다. 한국인이 어떤 국민인가? 한국인 가슴에 신바람이 불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나는 여러 번 지켜보았다. 10년 전 IMF 구제금융시기, 정부가 ‘금 모으기’운동을 벌인 것도 국민들 가슴에 애국심이라는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고, 그 결과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가장 빨리 졸업했다.
한국인 가슴에 신바람이 불면 무슨 일을 해낼지, 그것은 신만이 알 것이다. 이런 경제위기에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국민의 가슴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사교육 폐지는 그 동안 아이들 미래와 돈 걱정으로 시름에 잠긴 국민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는 시원한 신바람이 될 것이다.
지금 대통령의 한마디가 필요하다. 나는 3·1 고가도로를 철거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추진력을 믿는다. 국민이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도 바로 그 추진력 때문 아닌가.
넷째, 북한과 평화조약 체결하라
불행히 한국과 일본은 미국 무기를 사는 나라다. 그런 처지가 된 데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그리고 한국의 분단이 원인이다. 클린턴 장관이 일본에 도착해 처음 한 발언이 왜 하필 “북한은 핵 포기를 약속했고,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었을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첫 순방지로 아시아를 택했다.
일본이 첫 방문국이었지만 미국의 진짜 목적지는 중국이었다. 두 강대국의 높으신 분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알 수 없지만,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걸린 부분은 많다. 때가 때인 만큼 경제문제가 화두였을 것이다.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과 채무국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의 말마따나 ‘같은 배’를 탄 운명이다.
미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국이 어느 나라를 분쟁지역으로 지목하는가다. 오바마 정권의 답안은 이미 나왔다. 아프가니스탄이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의 거대 구리광산 개발권을 따내고, 아프간의 인프라를 닦고 있는 중이며, 중국이 닦는 도로망을 중심으로 미군기지가 들어서고 있다.
사람들은 이라크 전쟁을 끝내겠다는 오바마가 왜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에 새삼 발을 넣으려고 하는지 의문일 것이다. 미국의 세계경찰역할론은 강대국의 임무나 과시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국경제와 관계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 제조업은 자동차와 무기다. 한 나라의 주요 산업은 다 다르다.
철강이 될 수도 있고 ,장갑차가 될 수도 있다. 다른 나라가 ‘왜 하필 무기를 제조해 팔려고 하느냐’고 물을 수는 없다. 다만 사지 않으면 그만이다. 불행히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무기를 사는 나라다. 그런 처지가 된 데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그리고 한국의 분단이 원인이다. 클린턴 장관이 일본에 도착해 처음 한 발언이 왜 하필 “북한은 핵 포기를 약속했고,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었을까?
이에 일본도 “왜 우리나라에 오면서 그런 말을 먼저 꺼내느냐?”고 묻지 못했고, 한국도 “북한문제는 한국에서 거론해야지 왜 일본에서 하느냐?”고 따지지 않았다. 북한이 핵으로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미국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북한도 미국과 정전협정을 맺고 국제사회로 나서야 하는데, 북한은 자존심을 지키면서 개방하고 싶을 뿐이다.
핵은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유일한 카드다. 미국과 북한은 ‘핵 폐기’가 먼저냐 ‘북·미 관계 정상화’가 먼저냐를 두고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해왔다. 부시정권 시절 ‘악의 축’으로 지목당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때 북한은 유리한 패를 쥐고 있었다. 미국이 협상을 미루면 그 사이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2·13합의 후 핵 시설 불능화에 들어간 뒤로는 더 이상 핵 물질을 만들어낼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미국이 유리한 입장이 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이 아시아 순방길에서 김정일 후계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런 유리한 배경을 의식해서다. 이를 두고 ‘힐러리의 솔직함’이라느니 ‘서투름’이라느니 말이 많았지만, 이 발언 후 미국 국무부는 “국무부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못박지 않았는가. 힐러리는 솔직하지도 서투르지도 않은 노련한 정치인일 뿐이다.
물론 김정일도 만만치 않다. 불리해진 입장에서 그가 생각해낸 것이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인공위성 발사였다. 김정일과 힐러리의 기싸움은 볼 만하지만,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로 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평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이런 위험한 게임과 미국 무기 수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은 한동안 기싸움을 하겠지만, 결국 협상을 이뤄낼 것이다. 북한이 개방되면 경제적으로 좋은 돌파구가 될 텐데,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필요와 북한의 필요가 합치하니 협상은 분명 이루어진다. 그러면 한국은 그 동안 그냥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북한이 미국과 상대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민족인 한국과 평화협상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6자회담 중에라도 한국이 나서서 북한과 평화조약을 먼저 체결하면 국제사회는 분단과 핵무기, 강대국들의 대치 상황 속에서 평화조약을 이끌어낸 한국의 능력과 의지에 놀랄 것이며, 한반도는 안전한 경제특구로 부상할 수 있다. 평화를 이끌어내는 것만큼 국제사회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건은 없다.
일본처럼 발언권을 얻기 위해 큰돈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발언권이 세질 것이다. 강대국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 사이에 있는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는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지만, 뒤집어 말하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여는 열쇠를 손에 쥐고 있다. 그러니 다른 나라는 가지지 못한 유리한 히든카드 아닌가?
다섯째, 김정일이 독재하는 동안 도와줘라
한국에서는 북한을 도와줄 때마다 “김정일은 독재를 하니 도와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내 생각은 반대다. 오히려 김정일 정권이 확고한 것이 낫다. 산업화가 시작될 때 정권이 자주 바뀌면 경제효과보다 혼란과 부패가 심해진다. 평화조약을 맺게 되면 북한과 남한 모두 군비경쟁에 쏟던 돈을 절약할 수 있다.
한 푼이라도 아쉬운 북한은 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고, 한국은 복지에 더 많은 예산을 돌릴 수 있다. 경제난을 극복하는 데 복지가 왜 중요한지는 이미 말했지만, 노인의료보험만은 꼭 언급하고 싶다. 일본은 이미 겪고 있지만 한국도 조만간 노인의료가 큰 숙제로 떠오를 것이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 평화조약으로 미국 무기를 조금만 덜 사들여도 나라의 큰 숙제 하나는 해결하고 가게 된다.
북·미관계가 정상화하면 북한은 문을 열고 외자를 받아들일 것이다. 북한은 우수한 노동력이 있지만 인프라가 안 돼 있어 그 동안 투자가 잘 안 이루어졌다. 그러니 맨 첫 사업은 인프라를 닦는 일이 될 것이다. 광산을 개발하고 도로를 닦고 항만을 건설하고 비행장을 만들고 발전소와 제철소를 세우는 등 규모가 큰 사업은 이권이 매우 크다.
어느 나라가 북한과 손잡고 이런 사업을 해나가느냐가 향후 아시아 경제의 변수가 된다. 아프리카까지 가는 중국은 당연히 들어간다. 러시아도 북한의 동쪽 항구를 건설하는 데 투자하고 싶어한다. 일본 역시 북한과 국교를 맺고 대폭적으로 경제지원을 한다. 돈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미국 자본도 틀림없이 들어갈 것이다.
북한 같은 나라에 투자 붐이 일면 그 효과는 즉각적이다. 그리고 북한이 움직이면 주변국 경제도 따라서 움직이게 된다. 한국에서는 북한을 도와줄 때마다 “김정일은 독재를 하니 도와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내 생각은 반대다. 오히려 김정일 정권이 확고한 것이 낫다. 산업화가 시작될 때 정권이 자주 바뀌면 경제효과보다 혼란과 부패가 심해진다.
물론 민주주의가 자리잡지 못한 나라의 경우다. 1960~70년대 한국을 돌아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한국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박 대통령 독재 덕이 크다고 하면 분통을 터뜨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당시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에 차관을 주면 결국 독재를 지원하는 것이 된다”는 여론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 정권이 3, 4년마다 바뀌었다고 가정해 보라.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됐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김정일이 실권하면 안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실각할 때 일어날 혼란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북한의 문이 열리면 한국은 단연 유리하다. 같은 민족인 한국이 북한에 많이 투자하는 것이 순리이기도 하다.
그러면 일본은 한국과 손잡고 북한에 들어가기를 원할 것이다. 한번 문이 열리면 투자가 급속하게 진행될 터인데, 한국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중국은 정신 없는 와중에도 북한의 항만 건설에 이미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길게 보고 빨리 움직이는 무서운 나라다. 한국이 백두산 관광을 약속하고 어물거리는 사이, 중국은 장백산 관광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나가고 있지 않은가?
한국은 빨리, 더 자주 북한과 만나야 한다. 북한은 한국에 부담이지만 한편 선물이 될 수도 있다. 북한관계를 잘 풀어가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큰 나라’로 우뚝 설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대단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국민의 가슴에 통일의 희망을 심어주는 것은 소중한 덤이다. 이렇게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이 그것을 이용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내주면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겠는가?
여섯째, 광화문의 전경차부터 치워라
여기가 미얀마인가? 아프가니스탄인가? 서울에 처음 도착한 일본 중소기업 사장들이 이 광경을 보면 ‘이런 위험한 나라에는 절대 못 온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마지막 제언 한가지. 서울 중심가에 있는 광화문의 전경차를 치우라는 것이다. 전경차를 보면 가슴부터 답답해진다.
한국인은 아무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외국인이 받는 인상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불안한 나라에는 투자는커녕 관광하기도 겁난다’고 생각할 것이다.
수도 한복판에 경찰이 진을 치고 있으면 당연히 공포 분위기가 생긴다. 뭔가 비상사태인 것 같고 위험이 도사린 것만 같다. 어느 나라나 시민들의 시위는 있다. 이 경우 경찰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질서를 유지하면 된다. 그것은 시민의 권리이고 경찰의 임무다. 시위가 일어나면 그때 나서도 늦지 않다. 교통이야 조금 마비될 수 있겠지만, 그 정도는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항상 경찰을 ‘깔아두면’ 정부가 자국민을 믿지 못한다는 표시가 된다. 그것은 몇 시간의 교통마비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국민을 믿지 못하는 나라만큼 불안하고 투자할 가치가 없는 나라는 없다. 광화문 네거리는 물론 효자동 골목까지 들어찬 경찰차와, 경직된 표정으로 왔다갔다하는 전경들, 경찰차 안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 냄새, 거리에 널린 식판 등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과연 선진국을 향해 가는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벌어지는 풍경인지 도저히 믿기 어렵다.
시내 한복판을 로봇처럼 왔다갔다하는 젊은이들이 군복무 중이라면 이들을 동네 파출소로 보내면 어떨까? 안 그래도 어린이와 부녀자 납치사건, 성폭행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한데 이들이 동네 골목을 순찰하면 사건이 줄지 않을까? 한국 어린이들의 교통사고율이 높기로 유명하니 등하교 시간 교통정리를 할 수도 있고, 놀이터 주변에서 술·담배를 하는 청소년들을 지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주택가와 이면도로의 불법주차 단속도 아울러 할 수 있지 않을까?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같은 민족이 대치하는 운명, 심각한 교육문제와 경제난, 외교문제까지 한국에 쉬운 조건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 모든 나쁜 조건은 한 번만 뒤집어보면 최고의 히든카드가 된다.
일본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이런 경제위기에 그런 에이스 카드를 잡고 있는 한국을 보며 남몰래 부러워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한국만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다.
모모세 타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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