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떵거미가 질 무렵의 화양동 오토캠프장 전경. 활활 타오르는 화로와 은은한 랜턴 불빛이 보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가을에 떠나는 오토캠핑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기에?
집을 이고 다니는 사람들, 또는 현대판 유목민. 오토캠핑 마니아들을 부르는 별명이다. 자연을 즐기기 위해 불편함을 참는 캠핑과 오토캠핑을 구분하는 것도 어쩌면 이처럼 ‘집’ 자체를 이동한다는 개념 때문일 것이다. 그 옛날 유목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집을 옮겨 다니는 오토캠퍼들에게 텐트 또는 캠핑카는 또 다른 삶의 터전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제공 <autocamping> 매거진
넉넉한 나무그늘에서 누리는 한가로움
화양계곡 오토캠핑
일반 야영객들이 북적이는 한여름이 지나기 시작하면서 오토캠핑 마니아들은 본격적으로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9월부터 시작되는 가을, 오토캠핑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계절은 없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 덕에 텐트 안에서 눈 뜨는 아침은 상쾌하기 이를 데 없고, 높고 푸른 하늘 아래 무엇을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찾은 화양계곡 오토캠프장은 가을 캠핑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다. 우선 말끔하게 정리된 바닥은 텐트 생활의 불편함을 덜어 주고, 한낮에는 제법 뜨거운 태양을 가려 줄 그늘도 넉넉하다. 그리고 차를 타고 조금만 움직이면 훌륭한 트레킹 코스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입지조건. 가을철 등산객이 북적이기 쉬운 국립공원 인근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캠퍼들만을 위한 오붓한 공간이 마련된다. 내장산이나 주왕산 캠프장처럼 등산객과 행락객이 오가는 길목에 자리잡다 보면 자칫 ‘동물원 원숭이’가 되기 십상인데 이에 비하면 훌륭한 입지조건이다.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을 빠져나와 30여 분 달리면 캠프장 입구에 닿는다. 활엽수가 우거져 시원한 풍광이 펼쳐지는 캠프장은 2단으로 되어 있다. 하단부는 흙과 풀밭으로 되어 있고, 상단부는 자갈이 깔려 있는데, 캠퍼들이 선호하는 곳은 상단부. 바닥상태도 깔끔하고 화장실이나 개수대 등 편의시설과의 거리가 더 가깝기 때문이다. 탁 트인 전망도 일명 ‘윗동네’라 불리는 상단부가 더 좋다.
적당한 자리를 골라 사이트를 구축하고 나면 슬슬 배가 고파 온다. 이럴 땐 가장 가까운 읍내로 나가 재래시장을 둘러보면 좋다. 화양계곡 캠프장에서 가까운 읍내는 청천면소재지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다. 작은 마을이지만 산나물부터 제철과일까지 제법 규모 있는 장이 선다. 캠프장 인근에서 이렇게 장을 보면 지역 경제도 살려 좋고, 캠퍼들은 신선한 제철식품으로 식단을 만들어 좋다.
캠프장으로 돌아와 오붓한 식탁을 차리고 온 가족이 둘러앉으니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기분이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텐트 옆 나무에 걸어둔 해먹에서 깔깔 웃으며 오후를 보내고, 부부는 나란히 앉아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린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밤이 무르익는다.
아침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화양계곡 트레킹에 나서는 것이 좋다. 1곡 경천벽부터 9곡 파천까지 아홉 구비가 3km 화양천을 따라 펼쳐진다. 한 줌의 흙도 보이지 않는 하얀 반석 위로 흐르는 맑은 물이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룬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우암 송시열 선생과 관련된 유적이 많아 아이들의 역사 학습장으로도 훌륭하다. 자연관찰로도 잘 조성되어 있는데, 단체로 신청하면 자연해설사가 직접 가이드해 준다.
트레킹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도명산 산행을 스케줄에 넣어도 좋다. 화양 3교를 건너기 직전 오른쪽에 걸린 ‘도명산 입구 2.8km’라는 이정표를 기점으로 해발 643km의 정상까지 가는 길은 완만한 능선으로 40분쯤 걸린다.
등산로를 계속 오르다 보면 불쑥 튀어나온 암벽에 새겨진 높이 15m의 마애석불을 보게 되고, 그 밑으로 차가운 샘물이 흘러 갈증을 풀어 준다. 하산은 정상에서 8곡 학소대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해 가족 산행 코스로도 적합하다.
1 우암 송시열 선생의 혼이 깃들어 있는 화양구곡은 역사와 절경이 어우러진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2 우리나라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 차를 세우고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캠핑카로 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3 오토캠핑은 가사분담의 모범을 제시한다. 설거지를 하는 남편이나 아이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 바로 캠프장이다 4 한국에서 타지 생활을 하는 외국인들 중에서도 캠핑을 통해 향수병을 치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5, 6 아이들이 대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것 또한 캠핑이 주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오토캠핑이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 캠프장에 집 짓는 사람들
일주일의 닷새를 땅에 뿌리 내린 튼튼한 건물에서 생활을 했다면, 오토캠퍼들에게 남은 이틀은 바퀴가 달린 ‘떠도는 삶’이다. 자동차에 짐을 싣고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이동해 터를 잡는다. 때로는 물소리 시원한 계곡이, 때로는 해지는 풍경이 근사한 서해의 솔숲이, 또 다른 어느 날에는 밤 익는 냄새가 솔솔 풍겨나는 밤나무 아래가 그들의 집터가 된다.
일단 터를 잡았으면, 다음 단계는 집을 짓는 일이 남았다. 캠핑카를 이용한다면 차를 세우면 그만이지만 대부분의 오토캠퍼들은 다양한 종류의 텐트와 타프(그늘막)로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든다. 봄부터 초가을까지는 사방이 시원하게 뚫린 타프와 작은 돔형 텐트로 잠자리를 만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가을이 깊어지면 온가족이 서서 생활할 수 있는 커다란 거실형 텐트로 집을 짓는다. 거실형 텐트 안에는 음식을 만드는 주방 시스템과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 의자가 들어서고, 잠자는 공간인 작은 텐트나 야전침대가 놓인다. 말 그대로 온가족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하나의 집이 완성되는 것이다.
● 가족 모두를 만족시키는 오토캠핑의 매력
이렇게 하나의 캠핑 사이트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정성 들여 야외에 집을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캠퍼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가족이 함께 보내는 캠프장에서의 시간들이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우선 캠핑은 아이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 아빠와 함께 뚝딱뚝딱 텐트를 치고, 엄마와 함께 나뭇잎에 물감 묻혀 도장을 찍는 자연 놀이에 몰입하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한바탕 캠프장을 뛰어다니며 보내는 시간들은 오래도록 아이의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엄마 아빠는 또 어떤가. 연애시절 이후로 뜸하기만 했던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 캠프장에서는 하루 종일 허락된다. TV나 컴퓨터의 방해를 받을 필요도 없다. 졸졸 시냇물 소리, 밤이면 더욱 목청 높이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섭섭했던 일, 좋았던 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까지, 따뜻한 랜턴 불빛이 오래오래 하얗게 타들어가는 동안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는 그칠 줄 모른다.
온가족이 즐기는 레저인 만큼 오토캠핑에는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불편하지 않기 위해 개발된 장비들이 많다. 완벽한 입식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든 테이블과 의자를 기본으로 겨울이면 거실형 텐트를 따뜻하게 덥히는 초간편 석유난로도 등장했고, 온수가 텐트 바닥을 돌도록 개발된 즉석 보일러도 인기다. 또 한밤중 볼일 급한 아이들을 위한 휴대용 화장실은 아이들이 아직 어린 캠퍼들이 즐겨 찾는 장비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캠핑카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간편하게 캠핑을 즐기는 방법이 되겠지만, 아직 보편화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거실형 텐트와 타프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아늑하고 편안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전국 명산
‘강추’ 오토캠프장
내장산 가인 오토캠프장
가인오토캠프장은 내장산 백암지구에 위치해 있다. 특히 백양사가 위치해 있어 백양사지구로도 불리는 백암지구는 ‘봄 백양, 가을 내장’이라 불릴 만큼 가을단풍 외에도 봄이면 지천으로 널린 꽃들과 함께 비자나무가 푸르른 신록을 이뤄 절경을 이룬다. 야영장 전체에 펼쳐진 잔디밭 덕분에 피부로 체감하는 면적은 훨씬 넓게 느껴진다.
주소 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108번지
문의 및 예약 061-392-7288
이용요금 텐트 1동당 소형 3,000원, 중형 4,000원, 대형 6,000원, 주차료 경차 2,000원, 승용차 4,000원, SUV차량 4,500원, 버스 6,000원
편의시설 개수대 1곳(4계절 이용 가능), 화장실 1곳(4계절 이용 가능)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를 빠져나와 1번 국도를 타고 장성호 방향으로 향한다. 장성호와 약수초교를 지나 약수리에서 내장산 방면으로 좌회전, 매표소를 지나 다시 한번 백양사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가인민박촌 닿기 전 야영장을 만난다.
설악산 C지구 오토캠프장
많은 명산들이 저마다 자신의 위용을 뽐내며 솟아 있는 한반도 내에서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설악산만큼 친숙한 곳은 또 없을 것이다. 외설악 초입에 자리잡고 있는 설악산 C지구 오토캠프장은 국립공원 오토캠프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대형 캠프장답게 편의시설의 규모나 관리상태도 뛰어난 편이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산 82번지
문의 및 예약 033-636-7700
이용요금 텐트 소형 3,000원, 중형 4,500원, 대형 6,000원, 주차료 경차 2,000원, 일반승용차 4,000원
수용규모 400동
편의시설 개수대 6곳, 화장실 4곳, 샤워장 3곳
찾아가는 길 강릉에서 속초 방향으로 7번 국도를 이용해 진행하다가 설악해맞이공원에서 좌회전해 설악동 입구로 향한다. 설악산국립공원 조금 못 미쳐 왼편으로 도문교를 통해 쌍천을 건너면 설악동야영장에 도착한다.
덕유산 오토캠프장
덕유산 오토캠프장은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소백산맥이 서남쪽으로 뻗으면서 소백산, 속리산 등을 지나 지리산에 닿기 전 무주구천동의 시원한 물줄기에 잠시 발을 담그며 쉬어 가려다 자리를 잡아 버린 덕유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한적하고 시원한 환경과 깔끔하게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는 내부시설이 인상적이다.
주소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411-8
문의 및 예약 063-322-3174
이용요금 오토캠핑 - 승용차 9,000원, 승합차 1만4,000원(일반야영 - 어른 2,2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1일 추가시 성인·청소년 1,000원 어린이 600원)
수용규모 오토캠핑 69조
편의시설 개수대 1동, 화장실 2동, 샤워장 1동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무주IC에서 나와 좌회전해 19번 국도를 타고 사산삼거리까지 온 후 좌회전 49번 지방도를 이용한다. 배방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리조트삼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한다.
오대산 소금강 오토캠프장
300팀이 동시에 캠프를 즐길 수 있는 넉넉한 공간과 깔끔하게 잘 관리된 시설들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싼 소금강의 빼어난 경관으로 인해 캠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오토캠핑이 가능하고 제약사항이 많지 않은 편이어서 기본 매너만 지킨다면 편안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46-3
문의 및 예약 033-661-4161
이용요금 차량 1대 1박 8,000원, 텐트 1동 소형 3,000원, 중형 4,500원, 대형 6,000원
수용규모 텐트 300동
편의시설 개수대 4곳(겨울 사용 불가), 화장실 6곳(재래식 3곳), 샤워장 1곳(겨울 사용 불가)
찾아가는 길 동해고속도로 북강릉IC에서 나와 주문진 방향 7번 국도에 올라탄다. 연곡교 건너 바로 연곡교차로가 나오면 6번 국도로 갈아타고 소금강 입구 삼거리까지 직진. 여기서 좌회전 해 금강교를 건너면 자동차 야영장까지 직진코스다.
지리산 달궁 오토캠프장
전 구간이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지리산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손꼽히는 뱀사골 입구에 위치한 달궁 오토캠프장은 옛 삼한시대 마한의 왕궁 터이자, 신라시대 화랑의 훈련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선조들이 명당으로 인정한 곳답게 지리산의 깎아지른 듯한 산세와 뱀사골의 힘찬 물줄기가 어우러져 이곳을 찾은 캠퍼들의 심신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주소 전북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산93-4
문의 및 예약 063-625-8912
이용요금 차량 1대 승용차 9,000원 승합차 1만4,000원, 텐트 1동 소형 3,000원, 중형 4,500원, 대형 6,000원
수용규모 텐트 300동 이상
편의시설 개수대 5곳(겨울 사용 불가), 화장실 3곳(수세식 1곳, 겨울 사용 불가), 관리동
찾아가는 길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빠져나와 37번 지방도 지리산 방향으로 진입. 인월리로 들어서면 60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장항리까지 직진. 장항리에서 우회전해 861번 지방도에 올라선다. 구불구불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 캠프장 도착.
주왕산 상의 오토캠프장
주왕산 국립공원 초입에 위치한 상의 오토캠핑장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주왕산의 절경들이 주변에 병풍처럼 늘어선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대전사에서 내원동에 이르는 등산로는 가장 인기 있는 코스. 이곳 등산로에 주왕산의 대표적인 자연경관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며, 산길도 편안해서 어린아이들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다.
주소 경북 청송군 부동면 상의리 406번지
문의 및 예약 054-873-0014
이용요금 텐트 1동당 소형 3,000원, 중형 4,500원, 대형 6,000원, 차량 1대 4,000원
수용규모 100동
편의시설 개수대 2곳(겨울 사용 불가), 화장실 2곳(겨울 사용 불가, 야영장 밖 시설 이용 가능), 샤워장 1곳(겨울 사용 불가)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나와 안동 시내를 지난 후, 34번 국도를 이용해 임하댐 방향으로 향한다. 진보면소재지에서 우회전해 31번 국도 청송 방면으로 향하면, 청운리에서 914번 지방도로를 따라 주왕산 방면 이정표를 찾을 수 있다. 야영장은 주왕산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100m 좌측전방의 다리를 건너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