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국가에 간다고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가더라도 homestay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원어민과 말할 기회가 정말 적다. 주로 같은 클래스의 대만학생, 남미학
생, 일본학생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눌 뿐이다. 아직 말을 할 준비가 안된 사람이 무작정 어학연수
를 떠난다면 좌절만 느끼고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바람직한 어학연수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언
을 할 예정이다.영어회화를 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크게는 두 가지 문제로 귀착된다.
하나는 입력(input)의 양과 질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입력된 것을 얼마나 실제적인 의사소
통 상황에서 사용 즉 출력(output)해 보았느냐이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의 입력의 양과 질을 살펴보면 영어를 잘 못할 수밖에 없다. 어린
이가 말을 할 수 있는 연령인 만 3살이 되기까지의 input의 양은 무려 3,000시간에 달
한다. 이것도 단순한 3,000시간이 아니다. 절실한 의사소통의 동기를 가지고 실제적인 언어사용
환경 속에서 input을 쌓고, 엄마의 말을 따라 끊임없이 입을 놀려 반복연습하지 않았는가. 즉
input의 질이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영어공부를 해온 방식과는 너무 다르다. 기계적인
반복연습은 대부분 단기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머지 않아 사라지고 만다. 자신의 견해가 들
어가지 않은 앵무새와 같은 반복은 며칠후 보는 시험에서 정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 뿐이며 유창
하게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은 길러 주지 못한다.
출력(output)의 경우를 보자. 입력된 언어정보는 자주 꺼내서 말을 해 보지 않으면 역시 소용이
없다. 입력된 정보는 출력(output)에 알맞도록 대뇌의 새로운 자리에 새로운 형태로 재배열되지
않으면 즉시 꺼내 쓸 수가 없다.
영어회화를 잘하기 위한 조건은 영어권 국가에 가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이상에서 말한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일이다. 미국의 교포들 중에 영어로 의사소통을 못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국에 살면서도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바른길
과 지름길을 모르거나 알고 있다고 해도 실천이 부족할 뿐이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도 두 가지의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소위 BICS(Basic
Interpersonal Communication Skills)이고 다른 하나는 CALP(Cognitive Academic Language
Proficiency)이다. 전자는 상대방과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는 능력이고, 후자는 학문을 하기위해
학술서를 잘 읽을 수 있고, 학술적인 강의를 잘 들을 수 있으며 essay를 잘 쓸 수 있는 능력 같
은 것을 말한다. 유학생들에게는 전자보다 후자의 언어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BICS에 더 관심이 많으므로 이 능력을 갖추는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
선 원어민의 언어환경이 영어를 잘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를 할 것 같
다. 그렇다면 문제는 한국에 어떻게 모국어 환경을 만들 것인가로 귀착된다.
1. 입력(input)을 늘이는 방법
우선 의사소통에 필요한 기본적인 표현들과 그 용법을 아는 것이 급선무다. 이것은 잘 된 회화교
재 몇 권을 몇 번씩 탐독을 하고 이를 소리로 여러번 들으며 발음/억양/강세/리듬까지 익힌다.
라디오나 TV의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열심히 듣는다. 들으며 따라 발음하면 더욱 좋다.이렇게 해
서 자신이 말하고자 할 때 필요한 어휘/구/표현들의 절반만이라도 알고 있을 때 비로소 말 연습
(output)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런 사람이 어학연수를 가면 회화가 많이 는
다.
2. 말상대가 없는데 어떻게…
이것이 제일 문제이기는 하다. 돈이 들긴하지만 어쨌든 원어민과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같이 살지 않는 이상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필자의 학창시절 영어 공부방법'에서 밝혔듯이 한
국인들과 영어로 토론하는 club을 만드는 것이 좋다. 원어민이 한 명이라도 같이 참가하면 좋지
만 여의치 않으면 한국인끼리라도 상관없다. Konglish실력만 늘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언의의 환갑(12-13세)을 옛날에 넘겨 놓고 지금와서 정확한 English를 하겠다는 것인가? 이것은
과욕이다. 의미만 대충 통하면 되니까 Konglish라도 적극 쓰기를 권한다.
그리고 영어회화 교재를 공부하는 방식을 바꿔보기 바란다. 영어 대화문을 먼저 보지 말고 우리
말 번역을 보면서 계속 통역을 해보라. 감정까지 넣어서 해보라. 조금 막힌다고 영문을 보지 말
고 엉터리 영어로라도 끝까지 말해본 다음 영문을 잠깐 보고 다시 우리말을 보고 그것을 영어로
말해보기를 반복해 보라. 놀랍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가지를 소개하면, 국내 TV사에서 내보내는 영화 중에는 소리는 영어이면서 자막은 우리말
인 것들이 많다. 시간이 있는 사람은 극장을 가도 좋다. script를 구해 반복해서 읽고 들어서 표현
과 story를 어느 정도 익힌 다음 TV나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우리말 자막을 보면서 그
것에 해당되는 영어도 들을 수 있게 된다.
의사소통이 시중 회화교재에 나오는 단어/구/표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제
나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어신문을 매일 읽는 것이 최선의 방
법이다. 신문을 읽으면서 Korean investors and bankers previously believed that Daewoo
and other large chaebol were invincible.이라는 표현을 읽었다면 아,'대마불사'를 이렇게 표현
하는 구나라고 깨달으며 노트에 <우리말-영어>순으로 기록해 두고 두 세번 복습한다.
다시 한번 강조해 두지만 기계적인 반복이나 암기만으로는 회화를 잘 할 수 없다. 반드시 유의미
한 의사소통활동을 통해서만 말은 배워진다는 점을 잊지말자.
영어를 잘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긴 하지만 필자는 '문형영습(pattern practice)'의 중
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영어에서 회화나 영작에 아주 긴요한 문형을 잘 알고 있지 못하면 이미 습득한 모국어의 간섭
(interferences)을 받게 된다. 한 예로 '제반 준비가 늦지 않도록 그는 열심히 일했다'를 영어로
말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우리말 어순대로 '제반준비가 늦지 않도록'을 먼저 번역하려 들게 된다. '늦
지 않도록'은 not to be late나 to be ready in time으로 쉽게 번역해 내지만 '제반 준비가'를 여기
에 덧붙이질 못한다. 그 중 문법실력이라도 탄탄한 사람은 to 부정사의 의미상 주어구문을 동원
하여 순간적으로 For everything to be ready in time, 란 구문을 만들어 낼 것 같다. 이정도만 되
어도 대충 의사소통은 될 수 있으니 장하다하겠다. 그러나 For everything to be ready in time,
he works hard.라는 표현은 문법적으로는 모양을 갖추었을지 몰라도 웬지 Konglish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때 '…하기 위해'란 구문에 해당되는 so that …구문만 내재화되어 있다면 이렇
게 고생하지 않고 He worked hard so that everything would be ready in time.과 같이 상쾌히
표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영어에서는 우리말과 달리 부사구나 부사절은 특별히 강조되는 경우가 아니면 문장의 끝에 놓인
다. 이 문장에서는 중요한 정보는 'He works hard'이기 때문에 이를 문장의 제일 앞에 두는 것이
다. 그리고 '제반 준비가 늦지 않도록'은 얼른 '모든 것이 제때에 준비되도록'으로 바꾸어 생각하
고 이는 자체로 '주어(everything) + 술어(be ready in time)'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절(clause) 로 표현해야 한다는 판단에 이를 수 있어야 한다.
아뭏든 다양한 우리말을 영어로 표현함에 있어서 모국어의 간섭현상을 배제하고 영어다운 표현
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영어의 각종 문형에 숙달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Brown이라는 학자도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의 경우pattern practice의 중요성을 다음
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Pattern practice dirlls aid overcoming negative transfer from the native language.
(구문연습은 모국어의 부정적인 간섭현상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Pattern practice drills aid in automatizing the speech act.
(구문연습은 대화행위를 자동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중고교에서 배웠던 so that …구문을 위시한 그 수많은 실용적인 영어의 구문들을 더 이상 사장
시키지 말자. 이를 모국어의 간섭현상과 싸우는 방패로 잘 활용할 수 있을 때 여러분들의 영어는
차츰 영어다워지고 표현의 어려움도 줄어들게 된다.
필자가 오래 전 학원에서 '60단계 이찬승 미국어 Hearing'을 강의를 할 때 수강생들에게 늘 해주
던 얘기가 있다. 영어를 잘 하려면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손에서 영어교재를 절대로 놓지 말라는
얘기였다. 영어신문도 좋고 길이가 짧은 영어 이야기 책 아니면 암기를 위한 단어장이나 구어표
현 카드라도 꼭 들고 다니라는 당부였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친구를 만나러 나
갈 때도, 출근이나 등교 길에도 손에서 영어공부에 관한 것 한 가지는 꼭 들고 다니자. 이런 습관
만 붙이면 영어에의 노출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의 10대를 위한 쉽고 재미있
는 영어신문 'teenstreet'를 필자가 발행하고 있는 것도, 미국에 가지 않고도 영어를 잘 할 수 있
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필자의 기대대로 본 신문을 꾸준히 읽는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놀랍게 향상되고 있다.
필자는 지금도 가족과 외식을 갈 때조차 영어잡지나 신문을 꼭 들고 나간다. 이젠 습관이 되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편하지가 않다. 그리고 잠시만 틈이 나면 이것들을 읽는다. 어느덧 미국인들
처럼 밥을 먹으면서도 영어신문을 읽는 버릇이 들고 말았다. 영어에의 노출량을 늘리는 것이 영
어습득에 최선의 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필자는 단 한 줄의 괜찮은 영어문장을 읽거나 들을 때도 이것은 나에게 매우 귀중한 입력의 순간
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번으로서 이 표현이 나의 대뇌의 언어회로 속에 저장된 것이 몇 번일
까, 바로 다음부터는 내가 이 표현이 필요할 때 바로 말하거나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
다. "아, 이 문장은 복잡한 우리말을 담아낼 때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군"처럼 평가까지 하면
서 영어를 대한다.
무엇이든 많이 읽자. 읽으면 우선 새로운 단어와 구문들을 계속해서 만난다는 점이 큰 소득이다.
연구에 의하면 단어는 형태를 먼저 익힌 다음 뜻을 익히게 된다고 한다. 비록 뜻은 모르더라
도 '이렇게 생긴 단어도 있구나. 이를 내가 전에 한 번 봤던가? 아니 이 단어는 사전에서 뜻도 한
번 찾아 본 적이 있는데 생각이 잘 안나는구만. 하지만 문맥상 이런 의미는 아닐까' 등의 생각을
거치며 넘어가는 것도 새로운 어휘를 익히는 자연스러운 한 과정이다.
다음에 또 이 단어를 만나게 되면 사전을 찾지 않고도 저절로 그 뜻을 짐작할 수 있게 되는 경우
도 많다. 사실 미국인들도 바로 이런 식으로 영단어를 알게 되었지 머리 싸매고 단어장을 암기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여 한 단어를 평균 7-8회 만나게 되면 이 단어를 잘 알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활
용까지 잘 하려면 실제 이 단어를 사용하여 말해보고 글로 써봐야 한다. 오늘부터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항상 읽을 거리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을 실천해 보자.
필자는 표현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말을 먼저 읽고 그 다음 그에 해당되는 영문을 읽는 방
식을 적극 권장한다.
이 방법은 현재 단어/문법/독해/듣기 등의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까지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
서 좋다. 예를 들어보겠다.
(1)"나는 너무 오랫동안 놀았어요 그래서 그 일자리를 수락할 거예요. 배고픈 사람이 찬밥 더운
밥 가릴 수 없잖아요."
→I've been between jobs for too long, so I'll take the job. You know, beggars can't be
choosy.
(2)고객을 대할 때에는 "안녕하십니까, 죤즈씨.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라고 말하는 비즈니스
맨이 대학 동창에게는 "안녕, 잭. 어떻게 내?"라고 말할 겁니다.
→Business people may say to a client, "Good morning, Mr. Jones. How are you today?"
The same business people may say to a college classmate, "Hi, Jack. How's it going?"
< 한영대역 시리즈 '미국문화 소프트 Q&A'에서>
만일 영문을 먼저 읽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 순간은 실제적인 의사소통연습이라기 보다는 영문해
석을 하는 분위기에 가깝다. (1)의 경우는 between jobs, choosy라는 표현을 보는 순간 그 뜻
을 몰라 기가 죽을 수도 있다. 또 have been이라는 시제는 언제 봐도 알송달송할 수도 있을 것이
다. 하지만 우리말을 먼저 읽고나서 영문을 읽는 경우는 영문을 해석하는 부담이 전혀 없다. 오히
려 우리말을 읽으며 순간적으로 '이를 영어로는 어떻게 말하지?'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니까 이
는 실제의 의사소통활동과 매우 유사해 진다. 또 이어지는 영문의 표현에 대해 attention의 강도
가 매우 높아져 기억도 잘 된다. 게다가 우리말과 영문의 대조를 통해 '아, 오랫동안 …했
다'가 'have been …'이란 시제로 표현이 고, between jobs가 '실직인', choosy가 '이것저것 가
리는'이란 뜻이란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의 경우도 미국문화에 관한 Q&A를 우리말로 부담 없이 먼저 읽고 그 다음 같은 내용의 우측
영문을 읽음으로써 독서 외에 영어학습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든 교재의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이
다. 오늘부터 이렇게 기존의 방법과 거꾸로 공부해 보자. 영어의 기초가 부족한 사람도 매우 편
한 마음으로 영어를 익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영어를 모국어나 제 2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은 모국어의 개입 없이 학습하는 것이 효율적이만
우리나라처럼 영어가 외국어인 환경에서는 이러한 방법도 매우 효과적이다.
영어방송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필자의 경우를 한 가지 소개하겠다. 필자는 출퇴근 시간에 영어방
송을 듣거나 미국 TESOL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던 영어학습/지도에 관한 강연이나 workshop
테이프를 듣는 경우가 많다.
방법은 이렇다. 영어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이 정보가치가 있는 것이면 message에,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language에 초점을 맞추어 듣는다.
며칠 전 AFKN방송을 language에 초점을 맞추어 들었던 경우. AFKN을 트는 순간 class action
이란 표현이 들려 온다. 응, '집단소송'이란 뜻이지. 이어서 hypertension, '고혈압'을 떠올리고
hyper는 '위쪽, 초과, 과도'란 의미를 갖는 접두사란 점도 다시 한번 상기한다. 그런데 '고혈
압'의 반대말인 '저혈압'은 뭐더라? 맞아, low blood pressure라고 하는데 더 유식한 말로는
hypotension이라고 하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어느덧 방송내용은 대담으로 넘어가 You're
putting me on the spot.(저를 아주 난처한 입장에 빠뜨리는 군요), cut corners(경비를 절약하
다) 등의 실용적인 관용표현들이 필자의 주의를 끈다. 장면이 바뀌고 blow it up larger(그것을
확대하다) 란 표현도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된다. '(사진을) 확대하다'를 blow up이라 하니까
enlarge에 비해 입체감이 날 뿐만 아니라 타이어에 바람을 불어 넣는(blow up) 동작과 같은 것
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참 재미있다. AFKN방송은 정말 살아 있는 미국영어의 보고! 고교의 영어
수업을 이것으로 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올 수 있을까?
한편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의 테이프를 들을 때도 방식은 비슷하다. 처음 한 두번은 '내
용'에 초점을 맞추어 듣는다. 그 다음엔 '언어'에 초점을 맞추어 들으면서 유용한 구문이나 문장
과 문장을 연결하는 방법, 나아가서는 강세, 억양, 화술까지 신경을 쓴다. 때로는 영어방송에 나
오는 좋은 구문이나 표현은 소리내어 따라 말하기도 한다. 이는 강세의 구조와 발음을 익히는 매
우 좋은 방법이다.
어떤 날은 우리말 방송을 듣기도 한다. 뉴스를 듣거나 음악을 듣기도 한다. 메시지를 쫓기도 하
고 관심이 적은 내용이면 들려오는 우리말을 가끔씩 영어로 통역을 해 보기도 한다. 우리말 특유
의 표현이 나오면 이를 메모해 두었다가 필자가 쓰는 칼럼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여러분들도 필자가 사용하는 방법을 한 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 정지상태에서 집중하여 듣을 수
있을 경우에는 message에 초점을 맞추고, 운전을 하거나 이동하면서 워크맨을 듣는 경우에는
자주 주의을 다른 것에 빼았겨야 하므로 language에 초점을 맞추어 듣는 것이 실속이 있다는
점, 잊지 말기 바란다.
오늘은 영어신문을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해 보겠다.
아직 독해실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외국신문보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영어신문이 좋다. 이미 배경
을 잘 알고 있는 기사들이 많아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영문의 이해를 쉽거나 어렵게 만드는 요
인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바로 배경지식이다. 배경지식만 있으면 모르는 단어가 몇 개 있어도 문맥
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을 우리말 신문에서 먼저 읽은 다음 영문기사
를 읽으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내 영자신문이 너무 어려운 사람들에겐 능률영어가사 발행하는 쉽고 재미있는 영어신
문 'teenstreet'를 적극 추천한다.
그 다음 영어신문의 좋은 점은 철저히 content-based learning이어서 좋다. 영어교재는 대부분
이 language-based learning을 지향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그래서 많은 량을 규칙적으로 읽
지 못한다. 영어신문을 읽을 때는 영어공부란 생각없이 정보습득을 위해 읽어라. 학습을 목적으
로 읽으면 너무 구문만 따지게 되어 정확성 위주의 읽기가 되고 만다. 이것은 나무는 보지만 숲
은 못 보는(You cannot see the wood for the trees.) 잘못된 독해 습관에 빠지게 된다. 여러분
도 어휘교재나 문법교재와 병행하여 원어민처럼 책과 신문을 읽으면서 어휘와 구문을 익히기를
바란다.
영어신문은 또 원어민과 얘기할 때 필요한 화제거리를 제공해 주어서 좋다. 한국에 사는 원어민
을 만날 때는 반드시 그날의 영어신문을 읽고 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해 얘기를 나
누어 보자. 물론 신문영어와 일상대화체는 서로 다른 점이 많기는 하지만 우선 의사소통의 경험
을 많이 쌓는 것이 최우선이므로 문체나 formality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쓰지 말자. 차츰 실력이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문어체와 구어체를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게 된다.
또 영어신문은 같은 어휘나 구문이 반복 사용되는 빈도가 높아 좋다. 하나의 사건이 며칠 계속 보
도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Headline에 사용되었던 단어가 비슷한 다른 단어나 어구
로 Lead나 Body에 다시 나온다. 그래서 설사 Headline에 나온 한 단어를 모른다 하더라도 계속
해서 읽다가 보면 그것이 어떤 뜻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사전을 찾지
않고도 영어단어를 익힐 수 있는 방법으로 신문기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까지 습관'이란 책이 있듯이 영어에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출 습관
과 태도가 있다. 그 중 중요한 것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첫째, 영어학습의 성공과 실패는 궁극적으로 본인에 달려 있다.
어학연수를 가도 첫 시간에 이런 얘기를 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참 맞는 말이다. 교사, 환경,
교재를 탓하지 말자. 사람마다 영어학습의 목표가 다르고 이를 달성하는 learning style이 다 다
르다. 언어습득과 관련하여 자신의 장점은 적극 살리고 약점은 최소하는 노력도 어디까지나 자신
의 일이다. 그리고 매일 하느냐 않느냐,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도 모두 자신에게 달린 문제이다.
언어의 사용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다. 교사는 조력자일 뿐이다.
잊지 말자, Everything depends on you! 그리고 Language success ultimately depends on
persistence!란 사실을.
둘째, 실수의 두려움을 극복하자.
실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영어에 성공하는 예가 거의 없다. 어린이가 영어를 빨리 배우는 이유
중 하나도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 어학 연수를 가는 한국학생들의 대부분
은 타국의 학생들보다 세 배는 더 비싼 수강료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업 중 말할 수 있는 기
회를 제대로 활용못하기 때문이다. 실수가 두렵고 자신의 얘기가 타인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까봐, 그래서 혹시나 바보처럼 보일까봐 말을 않는다. 암기해서 완벽하게 알고 있는 표현 한 두
마디 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태도로는 영어에 성공하기 어럽다. 형편없는 영어로라도 사용의
기회는 절대 놓치지 말라. 엉터리 영어로라도 의사소통을 해내는 것을 흉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오직 그 용기에 감탄할 뿐이다.
잊지 말자. You must be willing to take risks!
셋째, 정확성과 유창성 중 하나를 택하자.
문법적 정확성과 암기위주의 종전 학습방법에 대해 비판도 많다. 언어의 형태와 분석에 너무 치
중한다는 것이 비판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된 비판이다. 시험 성적을 올리는데는 이런
learning식의 학습법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말하기와 쓰기를 평가하되 그것도 정
확성보다는 유창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하루 아침에 완전히 달라진다. 중고
교에서 습득한 것만으로도 영어로 웬만큼 말하고 쓸 수 있을 것이 틀림 없다.
여러분은 어느쪽인가? 시험성적이 더 중요한가, 의사소통이 더 중요한가? 만일 후자가 더 중요하
다면 지금부터라도 모든 노력을 정확성보다는 유창성에 맞추기 바란다. 사용을 통해서만 언어는
습득(acquisition)되기 때문이다.
What will you go after, fluency or accuracy?
넷째, 모호성에 대한 관용(tolerance of ambiguity)의 자세가 필요하다.
외국어 학습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규칙이나 내용의 이해에 있어서 좀 명쾌하지 못한 부분
이 있어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자세 없이는 속독과 속청
이란 꿈도 꿀 수 없다. 사소한 것 한 두 개쯤은 몰라도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지장을 주지 않
는다. Joan Rubin이란 학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Tolerance of ambiguity has been noted as an asset in learning a foreign language
because there are so many inconsistencies in language rules that even native speakers
cannot always agree on correct usage and linguists cannot explain certain language
phenomena.(*note-mention)
다섯째, 발음이 서툰 것, 상관말자.
이미 성인들은 한국어의 자모음을 바르게 발음하도록 근육이 단단히 굳어져 있다. 지금와서 영어
의 자모음을 정확히 발음할 수 있도록 고치겠다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
Kissinger박사는 미국에 오래 살지 않아 발음이 그 모양인가? 그분의 영어발음이 안 좋아 의사소
통에 지장이 있는가? 그분의 영어는 미국인 식자들이 감탄할 정도로 잘하는 영어라 한다. 지금
낱개 발음을 고치려는 노력은 즉시 중단하자. [f]를 [p]로 발음해도 상황이란 것이 있기 때문에
의미전달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단어의 강세(소위 액센트), 기능어는 약하게 내용어는
강하게 발음하기, 문장강세(문장 속에서 어떤 단어를 다른 단어보다 강하게 발음하는 규칙), 그
리고 영어의 바른 억양과 리듬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지속적으로 익혀야 한다. 이것
잘못되면 의미전달에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음 훈련은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요즘 신문에 보면 발음연습/발성훈련을 하고나면 회화를 잘하게 된다는 선전이 있는데 이
것은 사기에 가깝다. 지금이라도 발음훈련을 하는 것은 나쁠 것은 없지만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
는다면 그 시간을 꼭 필요한 표현의 input을 늘리고 이를 실제 사용해보는 데 쓰는 것이 지름길이
다.
잊지 말자. It may be too late for you to speak English without a foreign accent!
영어를 어느 정도 잘할 것인가?
필자처럼 바른 영어교육과 학습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경우야 영어란 잘할 수록
좋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어학습자
들의 경우는 매우 다르다. 우선 수험영어에서 고득점이 일차 목표인 사람은
TOEIC/TEPS/TOEFL/GRE 등을 언제까지 몇 점 이상을 맞아야 한다처럼 목표가 명확하다. 하
지만 대인간 의사소통 능력 즉 BICS(Basic Interpersonal Communication Skill)에 관심이 있는
학습자들은 어느 정도 영어를 잘하기를 바라는가? 미국인 만큼, 아니면 그 절반만이라도? 필자
는 이점에 대해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영어를 어느 정도 잘하겠다는 데 대해 현실적인 목표를 세울 것을 당부하고 싶다.
솔직히 말해 이미 언어의 환갑(12-13세)을 넘긴지 10∼20년이 넘은 상황에서 정확하고 유창한 영
어를 구사하겠다는 생각은 지나친 욕심에 가깝다. 이는 40세가 넘은 사람이 새로운 운동을 시작
하여 일류 선수처럼 잘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영어를 가르치거나 영어책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장래 언제, 왜,
얼마나 영어를 사용하고 잘해야 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본 다음 타당한 목표를 세우자. 그렇지
않으면 자신에 대해 실망하기 쉽고 영어에 대한 관심과 학습동기가 약화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조언을 한다면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를 모두 다 수준급으로 잘하기를 바라지 말
자. 듣기의 경우는 말하기와 분리할 수 없고, 다른 기능으로의 전이(transfer) 효과도 높아 필수적
이지만 나머지 세가지는 가장 필요한 것을 1∼2가지 선택하여 집중 학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일 수 있다.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은 말하기보다 읽기, 쓰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직장
의 해외 영업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말하기와 쓰기를 더 중점적으로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너무 문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을 쓸 생각을 버리자. 이미 학습자의 머리 속에는 모국어를
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그래서 영어다운 표현을 쓰려해도 발상과 표현이 모국
어의 영향을 받아 소위 Konglish가 먼저 튀어나오게 되어있다. 이런 한계를 받아들이자. 대인간
의사소통능력인 BICS의 경우는 서로가 의사소통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구문이 틀리고
단어의 선정이 좀 잘못되어도 웬만큼 의사소통이 된다. 자신의 영어가 좀 서툴다고 해서 이를 흉
으로 생각하지 말자. 미국인이 서툰 우리말을 사용할 때 여러분은 흉을 보는가 더 친근감을 갖는
가?
정확하고 유창한 영어회화에 대한 꿈을 접고 좀 부족하더라도 의사소통이 되는 수준에 만족하면
안되는지 각자에게 반문해 보자.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잘해야하는 것을 집중학습하든가 아니면
그시간에 더 귀중한 일을 하자.
필자는 회화가 웬만큼 되는 사람은 reading을 많이 할 것을 권하고 싶다.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는 역시 reading이 가장 실속있는 투자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reading이야 말로 미국에 가
지 않고도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