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 정보

마음 가는데로~ 발길 닿는대로~ 춘천 캠핑카 여행

봄이나라 2008. 6. 6. 05:42
 
이 한몸 길 위에 뉘인다 한들 무슨 걱정 있겠소? 자연을 벗삼아 행랑길 떠난 한량에겐 그 어느 곳이라도 감사할 따름이오.


Why Camping Car?

내겐 캠핑카 여행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의 베키는 캠핑카를 타고 마음 닿는 대로, 어디든 떠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녀는 현실이란 울타리에 갇혀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길버트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준다.

영화의 마지막, 그를 얽매고 있던 집을 불태우고 베키의 캠핑카로 달려간 길버트는 이렇게 말한다. “If you want, you can go anywhere.”

푸른 신록이 가득한 5월의 어느 날, 10년간 꿈꾸던 캠핑카 여행을 떠났다. 실시간 땡처리 항공권 검색도, 호텔 예약증, 빡빡한 스케줄 노트도 필요 없다. 하룻밤 동안 길 위의 스위트 홈을 만들 간소한 짐을 꾸린 후 가벼운 마음, 에이미 와인 하우스의 ‘리해브Rehab’를 챙겨 떠나는 거다.
       


Real Journey

사실, 생애 첫 캠핑카 여행이었기에 ‘가벼운 마음’만으로 떠날 순 없었다. 1박 2일, 정확히 말하면 24시간 동안 캠핑카를 제대로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로 가서 무얼 먹고, 그런데 과연 덩치 큰 캠핑카를 운전할 수는 있는 걸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다 오토캠핑의 홍혜선 부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딱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캠핑카는 ‘움직이는 콘도’로 어디서든 먹고 잘 수 있다는 것. 둘째, ‘그 안에 다 있다’는 것. TV도, 라디오도, 가스레인지, 화장실, 샤워실도 다 있다. 먹을거리와 조리 기구, 세제, 샤워용품 등만 챙기면 된다. 셋째, 이벤트나 축제가 있는 곳으로 향할 것. 축제장에서 바로 집 앞처럼 편안히 즐길 수 있으니까.
       


그녀의 조언에 진정이 된 나는 무작정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떠난 곳은 가평이었다. 오전 9시, 일산 백석역 근처의 주차장에서 캠핑카 직원을 만나 30여분의 꼼꼼한 교육을 받고 체크인을 했다. 걱정은 남산만큼 했으나 실제 캠핑카 운전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2종 보통 면허 이상이면 운전이 가능한데, 일반 자동차였으면 매끄러운 라인을 그리며 한방에 주차를 했겠지만 찔끔찔끔 세 번을 움직여 선을 맞추는 정도. 물론 나무가 우거진 길을 달릴 때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수선을 떨었다. 차에 상처가 나면 도색비를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궁상도 금세 꼬리를 감췄다. 곧 파란 하늘과 탐스러운 브로콜리를 모아놓은 듯한 산세를 향해 마구 달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청평에서 가평으로 넘어가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로 일컫는 호명리 호반 드라이브길을 선택했다.
       


46번 국도를 따라 가평으로 가다 청평댐 입구에서 호명리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그 길이 남이섬까지 이어져 있다. 아름다운 옥빛 청평호와 수상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 비키니 파티를 한다는 카페, 고급 펜션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풍경을 보니 이 길이 쉬이 지나쳐지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남이섬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무렵이었다.

캠핑카를 더 오래 즐길 요량으로 주변 드라이브를 하다 캠핑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어디서든 잘 수도 있겠지만, 캠핑카 앞에 테이블을 세팅하고 맛있는 바비큐와 와인을 즐기는 것 또한 꿈꿔오던 것이었다. 그래서 캠핑장인 ‘무지개가 서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자리부터 깔았다.

푸른 밤나무가 만든 서늘한 그늘 아래, 지글지글 익어가던 바비큐 거리들. 식사 후의 계획은 자연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일이었다. 캠핑장 아래 계곡에서 물장난을 치고, 책도 읽고, 휴대용 라디오로 음악도 들으니, 이거야말로 신선놀음이 아닌가.

오후 7시쯤에 해가 지고 간단한 요기를 마친 캠핑카 내부엔 곧 커다란 침대가 만들어졌다. 너무나 고요해서 저절로 소곤대고 마는 그날 밤, 캐나다산 아이스와인처럼 달콤한 꿈을 꾼 것 같다.
       


Tip
추천 캠핑카 여행 코스

■ 서울~가평 1박 2일
서울 출발 ▶ 청평 호명리 드라이브 길 ▶ 남이섬 ▶ 가평 연인산 무지개 서는 마을
자연 속에서의 휴식을 즐기는 유럽식 캠핑 여행 코스는 이렇게. 버라이어티한 추억을 원한다면 청평 호반에서 웨이크보드,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의 수상레저를 즐기거나 아침고요수목원, 가평 용추계곡 등을 돌아본다.

■ 자라섬 세계 캐라바닝 대회
캠핑카 여행의 진수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7월 25일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세계 35개 회원국에서 1만여 명의 회원들이 몰려들 예정. 세계의 캠핑족이 참가하는 국제 대회가 열린다.

■ 동해 망상해수욕장 2박 3일
1박 2일 코스로 돌기엔 운전자만 ‘파김치’ 되는 코스. 2박 3일 일정으로 넉넉하게 여유를 잡아 동해안 7번 국도를 드라이브해볼 것. 차에서 맞는 동해안의 일출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 NG! 캠핑카에서 주의할 사항
1 톨게이트에선 화물차 라인으로 “캠핑카 높이는 약 3m짜리’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톨게이트를 지날 때 화물차 라인에 서지 않으면 지붕이 통째로 뜯겨나가는 수가 있다. 길가의 나뭇가지와 전깃줄과 안전 거리를 확보할 것.
2 화장실 제한 사용 장기간 여행을 떠날 경우 중간 오물 처리는 스스로 해야 한다. 정해진 오토캠핑장에서만 버릴 수 있으니 가능하면 외부 화장실 시설을 이용하는 게 나중에 덜 번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