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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여행 ''와인열차''

봄이나라 2008. 3. 5. 21:42
 

무제한 와인시음, 와이너리 투어에 사물놀이 체험까지 '한여름의 낭만'

 

기차여행, 그 이름만으로도 낭만적이다. 해본지 참 오래됐다. 그런데 그냥 기차여행이 아니다. '와인 열차'란다. 와인을 마시며 하는 기차여행. 유럽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단다. 햇살에 포도알이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이 계절에 정말 딱맞는 관광상품. 와인에 대해서는 잘모르지만 그래서 더 기대가 컸다. 쉬는 주말을 반납하고 흔쾌히 취재(체험)에 나섰다.

코레일에서 토요일마다 운행하던 ‘와인열차’가 지난 9일부터 주2회, 새마을호로 업그레이드됐다. 화ㆍ토요일 아침 9시 2분에 서울역에서 출발 11시 30분 충북 영동역에 도착한다. 영등포, 수원, 천안, 대전역에서도 정차한다. 열차에서는 와인코리아가 만드는 토종 와인 ‘샤토마니’ 4종을 무료로 시음할 수 있고, 와인에 대한 기본지식을 배울 수 있는 와인아카데미와 색소폰 연주, 레크리에이션 등도 진행된다.

영동역에 도착한 후엔 와인코리아로 이동해 점심을 먹고 ‘샤토마니’ 제조시설을 둘러본다. 와인저장 토굴과 인근 송호리 소나무숲, 농촌체험마을, 난계국악박물관 등을 거쳐 5시 53분 서울로 출발한다. 날이 좋으면 금강 상류에서 올갱이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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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기차 그리고 무제한 와인시음

플랫폼으로 내려가 조금 기다리니 포도넝쿨과 와인 잔으로 치장한 예쁜 열차가 들어온다. 객실 내부에도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빨갛고 파란 소파와 원목 테이블이 마치 레스토랑 같다. 의자를 뒤로 젖힐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4칸은 이렇게 꾸며진 전용 객실, 나머지 3칸은 일반객실이다.

안주 한 접시가 테이블에 놓여지고 객실을 돌아다니던 직원이 와인을 권한다.
“어떤 와인 드릴까요?” “음… 시큼한 걸로 주세요”

공부를 좀 하고 올 걸. ‘시큼한 것’ 따위로 주문한 것이 갑자기 창피해지려 한다. 제공되는 와인은 드라이, 스위트, 누보와 복분자주 4가지. ‘보졸레 누보’로 친숙한 누보 와인은 햇포도로 담근 1년된 와인이다.

두어 잔 마시고 얼굴이 발그레해졌을 때쯤 와인강좌가 시작된다. 와인을 마시기 전 잔을 돌리는 이유는 와인이 공기와 접촉하면 더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와인 1병은 60여가지의 향을 품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마시는 법을 배운 후 음미하는 와인에 객실 내 색소폰 연주가 분위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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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토굴과 국악박물관
영동역에 도착한 후 객실별로 전용 버스에 나눠 타고 와인코리아로 이동하니 뷔페로 점심이 준비되어 있다. 열차 안에서 나눠준 와인잔에 테이블의 와인을 마음껏 따라 마실 수 있다.

현관에 아직도 학교종이 달려 있는 폐교를 리모델링했다는 와인코리아 건물이 인상적이다. 색소폰과 라이브 공연을 즐긴 후 1개에 100만원을 훌쩍 넘는 오크통이 가득한 숙성실, 개인 저장실, 제조설비 등을 둘러본다. 와인코리아에서는 연간 500t 이상의 포도주를 생산한다. 바에서는 소매가의 15~20%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와인병에 쌓인 먼지도 역사입니다.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만지지 말아주세요”
와인저장 토굴은 와이너리 투어의 백미. 총 3곳의 토굴에 100여개의 오크통과 수십만 병의 와인이 켜켜이 저장되어 있다.

어두운 토굴 안으로 들어서니 긴팔 옷을 입었는데도 추위가 느껴진다. 영동읍 매천리 일원에는 일제시대에 탄약저장고로 사용했던 토굴이 90여개나 있단다. 연중 12~14도를 유지하는 이 토굴들을 영동군에서는 농특산물 저장고로 활용하고 있다.

국악의 고장이기도 한 영동에는 난계국악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박물관장이 관광객들에게 직접 북, 장구, 꽹과리, 징 등 사물놀이 악기를 가르쳐 준다. 뿐만 아니라 찹쌀떡 만들기, 활쏘기, 올갱이 잡기, 향토시장 관람 등 계절과 상황에 맞는 영동군의 각종 체험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열차는 5시 53분 영동역을 출발한다. 상행선에서도 역시 와인이 무제한으로 ‘리필’ 되고 색소폰과 라이브 공연이 분위기를 더한다. 무제한이라고 마음껏 마셔서 취해 버리면 낭패. 보람찬 여행을 위해 내려오는 길에는 ‘자제’하고 돌아가는 길에 마음껏 마시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요금은 드라이ㆍ화이트 객실 8만원, 스위트ㆍ누보 객실 7만원이다. 문의 예약 와인코리아 (044) 744-3211, www.winek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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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와인열차 여행은 짭짤한 하루짜리 관광상품이다. 또 국내에선 쉽게 체험하기 힘든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다. 휴일 늦잠을 포기하고 갈만한 보람이 있었다. 연인끼리라면 더욱 좋은 추억만들기가 될만하다. '그림이 되는' 디카에 담을만한 예쁜 풍경도 많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이 마지막에 또 한마디 하게 만든다.

"2% 부족한 프로그램, 아쉽다."
해외유수의 와이너리투어 상품하고 비교는 말자. 우리나라 와인산업은 이제야 태동인데... 하지만 이'신선한' 관광상품이 현재에 안주하지말고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어주길 관광객의 한사람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