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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식객 맛집 탐방

봄이나라 2008. 3. 5. 21:33
[특집] 식객 ① - 허영만 화백 인터뷰

“꿀꺽”

기어이 침을 삼키고 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침 삼키는 소리가 화실 안에 울렸다. 창피할 일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군침이
돌듯, 침 넘어가는 맛있는 이야기도 있기 마련이다.
“옛날 고들빼기는 굉장히 써서 소금물에 반나절 쯤 우려내야 했어요. 내가 내려간다고 하면 어머니가 물에 담갔다가 다음 날 아침에 고들빼기 김치를 내오지요. 그 쌉쌀하고 톡 쏘는 맛이… 야, 이거 벌써 침 넘어가네. 지금도 그 맛이 그리워. 가끔씩 마누라한테 담가 달라고는 하는데 그 맛이 비극이고(웃음).”

‘굴무침’도 빠질 수 없다. 어릴 적 허 화백의 친구들이 오면, 초장에 무친 생굴에 바싹 구운 김가루를 뿌려서 내오셨다. 가끔씩 생각나 집에서 만들어보는데 그 맛이 나질 않았다. 무에 비밀이 숨었나 보니 식초 맛이더란다. 집에서 발효시킨 식초의 시큼한 맛이 굴무침을 맛깔스럽게 만들어주었다. 어미가 빚어지던 두 음식의 맛은 지금도 아련하다.

맛의 기원을 찾아가면 어쩔 수 없이 어미의 손맛이다. <식객>의 허영만 화백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탯줄을 끊고 가장 먼저 맛보는 것이 어미의 젖이니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식객>에는 유독 어머니나 가족에 관한 일화들이 많다. 제 00화 00000, 제 00화 00000, 제 00화 00000는 모두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요리야 제 각각이고, 레시피와 맛도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마음은 한가지다.

“내 생각에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이 미각을 완전히 점령해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항상 그리워하고 먹고 싶고 그런 거지. 난 시내 나가서 밥 먹을 때 가정식 백반 잘 하는데 없나 묻게 돼요. 그런 게 좋아요. 음식은 역시 손맛이에요. 손에서 찝찔한 맛도 나오고 그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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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의 혀는 가슴이다
<식객>은 맛을 소재로 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만화다. 허영만 화백은 <식객>을 위해 0년을 투자했다. 방대한 취재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식객>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얼마 전 허 화백과 대담을 나눴던 <미스터 초밥왕>의 테라사와 다이스케씨도 “..............”라고 말했다. 그가 부러워 한 <식객>의 ‘정서’는 사람이란다.

“비타민A, B, C 하는 식으로 맛을 분석하는 건 재미없어요. 요리하는 과정이나 방법만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가운데 음식을 끼워 넣는 거지요. 맛은 결국 고향 같은 거니까. 그래도 우선은 맛이 있어야 정서가 길어지긴 하죠.(웃음)”

‘어미의 맛이나 사람의 이야기’라 뭉뚱그리는 듯싶지만, <식객>의 맛은 그저 탐미에 그치지 않는다. 맛의 뿌리를 찾아가는 천로역정이다. 제 00화 대게를 취재할 때는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여수가 고향인 그에게도 종일토록 불어대는 바닷바람은 견디기 힘들 만큼 매서웠다.

게를 잡아 올리는 과정을 하나하나 짚다 보면 절로 사람이나 삶이 떠오른다. 제 00화 정어리쌈은 체력이나 인내로도 해결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정어리와 대멸(큰 멸치)의 어원에 관한 논쟁이었다. 연재를 시작하고도 그 기원을 좀체 찾을 수가 없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끝내 원하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 제00화를 취재하면서는 김발에서 뜯어내는 재래식 김을 찾기 위해 남해와 서해를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녔다. 사소하게는 음식에 물리기도 한다.

제 30화 순대를 취재하는 날, 아침에 우연찮게 순댓국을 먹고 출발했다. 점심 때 충청도에 도착해서는 돼지고기를 구워먹고 또 순대를 삶아 먹었다. 저녁 취재는 돼지머리였다. 하루에 4차례나 부위별 돼지고기를 먹고 나니 입안에서 노린내가 났다. 그래도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이요, 세치 혀라고 근래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돼지국밥이다.
“서울에는 돼지국밥 하는 집이 없다고 그래요. 하루 일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 출출한 속에 돼지국밥 말아 소주 한 병 곁들이면 딱이죠. 그게 요즘 자주 생각나요. 그 정서 때문만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국밥에 돼지고기 들어간다고 상스럽게 여겼어요. 그런데 국밥 한 숟가락에 부추를 듬뿍 얹어 먹으면 아주 맛있어요.”

결국 그도 여수에서 자란 ‘촌놈’이지 싶다. 깊은 맛을 좋아하고 구수한 정을 좋아한다. 단맛이 진한 음식은 몇 점 들지도 않고 젓가락을 놓아버리지만, 쓴맛이 강한 음식은 외려 입맛을 다시며 달려든다. 퓨전 음식이나 인공 조미료가 강한 음식은 손사래를 친다. <식객>에도 우리의 고유한 제철별미를 담고 싶단다.

“<식객>은 오래 준비했고 아직 이야기가 많아요. 중간도 안 왔다고 생각해요. 일본의 <맛의 달인>은 100권까지 나왔잖아요.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면 <식객>도 100권까지 연재할 수 있는 거지요. 관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준비하고 있어요. 쉽지 않겠지만 <식객>과 병행해 나가려고요.”

극중 성찬은 식객을 ‘맛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허 화백은 식객의 1권을 여는 진수와의 인터뷰에서, 맛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보면 허 화백을 이 시대에 ‘식객’이라 부르는 것도 그다지 무리가 아닐 듯싶다.

 

[특집] 식객 ② - 곰탕 vs 설렁탕

[하동관]

전통과 역사

하동관의 역사는 반세기를 뛰어넘는다. 1943년 처음 을지로에 문을 연 뒤 바로 그 자리에서만 무려 65년 이상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어머니에서 아들로, 그 아들에서 또 그 아들로 3대를 이어가며 맛을 고수하고 있는 하동관에는 그만큼 많은 세월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특히 연초 초도순시 때 제주도까지 경호원들로 하여금 곰탕을 공수하게 했다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대통령이 되기 전 자주 하동관을 찾았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 60년대 한국인의 우상이던 프로레슬러 고 김일, 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고 김기수, 고 이병철 삼성회장 등, 하동관의 곰탕을 사랑한 이들의 이름만 늘어놓아도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는 어머니와 큰 형님의 뒤를 이어 장석철 사장(68세)이 운영하며 그 아들에게 곰탕 제조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식객> 어디에 나오나
<식객> 1권의 4화, 36-2-0-60 편에 나온다. 잡지사에서 음식칼럼을 담당하고 있는 진수 기자는 세련된 인테리어에 화려한 느낌의 곰탕집을 취재하던 도중 식객 성찬과 만나게 된다. 진수와 성찬은 둘 다 그 곰탕집이 ‘턱시도 입고 고무신 신은 느낌’이라고 표현하지만 식당주인은 깔끔한 것이 뭐가 나쁘다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에 성찬이 소개하는 오래된 곰탕집 하동관으로 향한 일행.

바닥은 미끄럽고 곰탕 노린내가 진동하며 반찬은 별것 없는데도, 손님이 끊이질 않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 인기비결을 묻는 식당주인에게 하동관의 사장은 36, 2, 0, 60 이란 숫자만 알려주며 수수께끼를 풀어오라고 숙제를 낸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수수께끼의 정답은 36과 2는 좋은 재료, 즉 소의 생육기간과 만드는 방법이고 0은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 그리고 60은 60년 세월의 맛이라는 뜻이다. 결국 서민들과 함께한 곰탕 맛의 비결은 유행이나 시류를 따지지 않고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그 맛을 고수하는 것이란 얘기다.
곰탕의 맛
국물을 내는 소고기는 양지와 사태 중에서도 지방이 적은 살코기를 사용하고 소머리나 잡 뼈는 일체 넣지 않는다. 재료는 반나절 가량 손질하며 끓이는 내내 계속 기름을 걷어 낸다. 이렇게 대여섯 시간 동안 우려 내 깊고 진한 국물 맛을 자랑하는 하동관의 곰탕은, 놋그릇에 음식을 담아 오고 곰탕에 날계란을 깨어 넣고 김칫국물을 부어먹는 처음 문을 열던 그 시절부터의 전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1930~40년대, 인공조미료도 없고 고기 맛을 보기가 쉽지 않아, 보다 풍성한 단백질 보충을 하기 위해 날계란을 깨어 넣은 것이 시초. 반찬도 깍두기 밖에 없던 그때의 맛이 세월에 녹아들어 노린내 나는 예전 그대로의 곰탕 맛을 유지하는 것이다.

분위기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홀과 둘러 앉아 식사할 수 있는 방이 전부지만, 의자 하나하나부터 음식을 내오는 놋그릇에 이르기까지, 모두 세월을 함께 해 온 옛 것 그대로다. 중간에 수리를 하고 탁자, 의자를 바꾸고 타일을 붙인 곳도 있지만 그 시절 그 풍경이 변하지는 않았다. 이곳저곳에 기름기가 남아 있어 미끄러운 바닥부터, 한 달에 두 번 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를 제외하곤 아침 7시에 문을 열어 오후 4시 정도에 문을 닫는 영업시간까지, 정말 60여 년 동안 변한 게 없다.

<식객>, 그 이후
장석철 사장은 <식객>을 그린 허영만 화백과 한 가지 약속을 했단다. 허영만 화백과 함께 맛집 순례를 하겠다는 약속이었는데 3~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하동관은 오래 전부터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었지만 <식객>에 하동관이 소개된 이후에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까지 하동관을 알아본다고. 아예 하동관을 모르던 이들까지도 옛 맛 그대로의 곰탕 맛을 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해 새삼 활자의 위력을 깨달았다고도 한다.

information
●02-776-5656, 02-784-4568 ●07:00~16:30, 매달 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곰탕 7000원, (특) 8000원 ●주차불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3번 출구, 우측 일방통행 길로 50m 직진
한 그릇에 담긴 백 가지 정성
벽제갈비 봉피양 설렁탕


전통과 역사
적은 재료로도 여러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탕이다. 예부터 서민들은 탕 중에서도 값이 싸고 포만감은 으뜸인 설렁탕을 즐겨 먹었다.

설렁탕집은 많고 많지만 제대로 맛을 내는 집을 찾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벽제갈비는 1986년 4월 1일 신촌점 개업 이래 현재 1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까지 명성이 자자한 맛집이다. 벽제갈비 제2 브랜드인 봉피양(本平壤)은 한우 설렁탕과 평양냉면을 주 요리으로 한다.

<식객> 어디에 나오나
<식객> 11권의 51화 ‘24시간의 승부’에 실리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식객엔 하루 종일 봉피양의 가마솥에 붙어서 취재한 모든 것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양지를 해체하여 핏물을 빼는 것부터 시작해서 뼈를 푹 고아서 육수를 내고 탕국을 만들어 가는 과정, 고기와 소면의 조리법, 설렁탕에 곁들여 먹는 섞박지를 담그는 것까지 낱낱이 소개하고 있다. 24시간을 꼬박 붙어서 불길을 조절하며 기름 제거를 해야만 진하고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설렁탕의 맛
벽제갈비 봉피양의 정현 차장은 설렁탕 맛을 결정하는 요소를 이렇게 꼽는다.

“첫째 최고급 한우를 사용하는 겁니다. 깨끗한 토양과 맑은 물과 공기, 그리고 17도 이상의 일교차가, 좋은 소를 만들죠. 포천 직영목장은 4가지 요소를 갖추어 세계 1등급 한우 고기를 공급해 줍니다. 둘째는 장인의 내공과 솜씨로 만든다는 거지요. 설렁탕 25년 경력자인 한영석 장인이 총괄해서 설렁탕을 만든 다음, 가장 맛있는 상태에서 1인분씩 PET에 진공 포장을 합니다. 데울 때도 김으로 맛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포장 상태에서 중탕을 하지요. 때문에 벽제갈비 지점 어디에서나 같은 맛을 볼 수 있습니다.”

봉피양의 설렁탕은 누린 내나 느끼한 맛이 전혀 없고 깊으면서도 깔끔하다. 국물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 양념을 넣지 않고 소금간만 해서 먹는다. 곁들여 먹는 김치 맛 또한 개운하다.
분위기
벽제갈비에는 4대 금지용어가 있다. 손님에게 ‘모른다, 안 된다, 못한다, 없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당연히 식당 분위기가 밝을 수밖에 없다. 식사 시간엔 모여드는 손님들로 정신없이 붐비지만 그럴수록 친절하려고 한다. 모름지기 음식은 편안한 상태에서 기분 좋게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봉피양에서도 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는 평양물냉면이다. 평양물냉면은 원래 평안도 지방에서 한겨울에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동치미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던 데서 유래했다. 봉피양의 육수는 한우 양지와 동치미를 섞어 톡 쏘는 감칠맛이 있다. 면발이 굵어 씹는 맛과 메밀의 구수한 향취를 넉넉하게 느낄 수 있다. 냉면을 시키면 따라 나오는 편육 몇 점도 한층 입맛을 돋운다.

<식객>, 그 이후
봉피양의 손님들은 주로 40~50대였는데 <식객>에 연재된 후로 젊은이들도 많이 찾고 있다. <식객>에 나온 식당과 봉피양이 똑같은 걸 보고 재미있어들 한다. 만화의 무대가 현실 속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것이 못내 신기한 눈치다. 개중에는 한영석 점장과 주방 식구들에 대한 관심을 각별하게 보이며 사인을 받으려고 하는 젊은 친구들도 있다. “<식객>에서 맛있다고 하면 맛있는 거야!” 하며 엄지손가락을 꼽고 간 어떤 손님은 그날 저녁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오기도 했다고 한다.  

information
●02-415-5522 ●07:00~02:00 연중무휴 ●설렁탕 8000원, 평양냉면 9000원 ●주차가능 ●지하철 5호선 방이역 4번 출구 앞

 

 

[특집] 식객 ② - 소고기 숯불구이 vs 돼지족발

소고기의 모든 것이 있는 집
이명호 참누렁소 -숯불구이

전통과 역사
수입소보다 한우가 맛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한우라고 해서 다 같은 맛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한우 1등급이라도 어떻게 숙성시키고 관리하는가에 따라서 맛이 '확' 달라진다.

‘이명호 참누렁소’의 고기 맛이 일품으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77년 육가공회사로 시작, 11년 전부터 정육코너를 겸하는 한우전문점이 된 참누렁소는 경북 예천에 직영 농장을 가지고 있어 비육부터 도·소매까지 일괄적인 시스템을 갖추었다.

<식객> 어디에 나오나
<식객> 3권 <소고기 전쟁>편은 비육, 정형, 구이 등 소고기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마치 바다에 떨어진 눈처럼 혀 위에서 녹아 불현듯 목구멍으로 사라져버리는 그 육즙의 맛을 찾아라!” 이렇게 시작하는 소고기 전쟁의 작전 명령은 참누렁소에서 시작하여 참누렁소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건물 지하에 육가공실을 갖추고 골발(부위별 해체), 정형(기름 제거), 숙성(육질 개선) 등의 공정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참누렁소에서 모든 정보를 제공했다.

식객에도 나왔듯 참누렁소에서는 최상등급 한우 1등급 A++를 받은 암소만을 쓴다. 이곳의 대표 소고기는 꽃등심이다. 기름(마블링)이, 눈꽃이 핀 것처럼 골고루 퍼져 있어 눈꽃등심이라고도 한다. 등심과 갈빗살의 이음매 부분으로 소 한 마리에 1.5kg 밖에 안 나올 정도로 희귀한 살치살과 안창살 등을 모은 특수육 모듬도 인기 메뉴다. 일명 왕갈비인 생갈비만을 찾는 손님들도 많다.
숯불구이의 맛
소고기의 맛은 마블링과 육즙이 결정한다. 소를 키울 때는 마블링을 만드는 게 우선이지만, 고기를 숙성시키거나 먹을 때는 육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숙성이 잘된 고기를 참숯불에 살짝 익혀 먹으면 육즙과 부드럽고 쫀득한 육질이 어우러져 한우고기 맛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음식은 의식동원(醫食同原), 약과 같은 것이죠. 그래서 고기를 어떤 음식과 궁합을 맞추어 먹는가도 중요해요. 약선요리를 꾸준히 공부하며 음양오행을 고려해서 찬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소스와 드레싱부터 24가지 약재를 삶은 물로 만들지요.”안주인 옥선희 씨가 말하는 이명호 참누렁소 맛의 힘이다.

분위기
참누렁소는 식사시간이면 1, 2층 매장에 사람들이 꽉 찰 정도로 붐비고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유명한 식당이 되기보다 유익한 식당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명호 사장의 명함엔 대표사원, 안주인 옥선희 씨의 명함엔 으뜸사원이라는 직함이 찍혀 있다. 고객 만족은 직원 만족에서 나온다고 믿고, 먼저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일터로 만들어가는 부부의 소신이 담겨 있는 명함이다.

그래서인지 참누렁소 직원들은 한결 같이 밝고 싹싹한 태도로 손님을 맞는다. 상을 받아보면 실감이 난다. 장인이 손으로 두드려 만든 ‘방짜 유기’ 그릇에 품위 있게 차려 낸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극진히 담겨 있다. 음식 재료와 맛과 서비스까지 참누렁소에 참되지 않는 것은 없다.

<식객>, 그 이후
“<식객>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소고기에 대해서는 다 일가견이 있으세요. 채끝살이니 우둔살이니 부위부터 도통하시구요. 맛있게 먹는 법도 이미 터득하고 오세요. 참숯에 굽되 얇은 석쇠에 구워야 하고, 한 번만 뒤집어 구운 다음 먹기 바로 전에 잘라 먹어야 육즙이 살아있다고 말씀하시는 거 보면 소고기 도사 같아요.” 아예 <식객>을 매뉴얼처럼 들고 와서 먹고 가는 손님도 있다고 하니 <식객>이 음식 교과서인 셈이다.

information
●02-979-6400 ●11:00~23:00 연중무휴 ●특수육 1인분(150g) 4만5000원, 꽃등심 3만8000원, 생갈비 4만3000원 ● 주차 가능● 지하철 7호선 하계역 3번 출구 을지병원 뒤 60m에 위치

47년 된 장국 맛이 배인 원조집
평안도 족발집의 돼지족발

전통과 역사
원조를 자처하는 족발집이 즐비한 장충동에서도 ‘원조 중의 원조’라 불리는 족발집이다. 1960년에 문을 열었으니 가히 원조라 내세울 만하다. 한결같은 맛으로 평안도집을 지키고 있는 주인장은 73세의 이경순 할머니다. “나이야, 무색해져라!”하고 이틀 걸러 테니스를 즐기는 할머니는 꼿꼿하고 정정하다. 지금은 장충체육관의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한창 때는 농구, 배구 경기가 시시때때로 열려서 마치 왁작박작한 장날 같았다.

<식객> 어디에 나오나
<식객> 15권, <돼지고기 열전>의 족발 편에 나오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돼지고기 열전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높았는데 그 이유는 이경순 할머니 때문이다. 만화 속으로 들어갔는지 만화 속에서 할머니가 나왔는지 헷갈릴 만큼 <식객>의 할머니와 생김새부터 말투까지 똑 닮았다. 평안도집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47년 된 장국 솥단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또한 시종 흥미진진하다. 장국이 졸면, 물과 간장을 붓고 족발을 삶으며 그렇게 이어온 세월, 이것이 바로 족발의 맛이지 싶다.

평안도집에선 아침 일찍부터 장국이 가득 담긴 무쇠솥에 말끔히 손질한 족발을 넣고 푹푹 삶는다. 한두 솥 삶아가지고는 어림없다. 시간 조절해 가면서 그때그때 삶은 족발을 쌓아놓고 판다.

족발의 맛
할머니가 맛을 내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방에서 제대로 된 장족을 구해오는 거이 첫째야. 두 번째는 간을 똑 소리가 나게 맞추는 거이지. 아, 간 잘 맞추면 되는 기지, 거기다 무슨 한약재를 넣고 커피를 넣고 갱엿을 넣고 그럴 필요가 있갔서?  누린내 안 나고 잡맛 가시라고 생강하고 파하고 마늘은 아낌없이 넣지. 그러믄 끝인 기야.”

평안도 족발은 할머니가 자신하는 대로, 살코기는 부드럽고, 비계는 살살 녹으며, 껍데기는 오돌오돌 씹힌다. 두툼하게 썬 족발을 새우젓에 찍어 먹고 동치미 국물 한 모금 마시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평안도집의 또 다른 별미는 국산 녹두를 갈아 두툼하게 부쳐낸 빈대떡이다. 반죽의 농도, 기름의 양과 온도, 적절한 소금간이 딱 맞아 입맛을 끈다.

녹두는 맛도 좋지만 소화를 도와주고 몸에 쌓인 노폐물을 해독시켜 주며 당뇨와 고혈압에도 좋다. 예전에는 돼지비계 기름으로 했지만 요즘은 웰빙 시대에 맞추어 콩기름으로 부쳐 낸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빈대떡을 찾는 사람이 두세 배로 늘어난다. 할머니의 말대로 빈대떡은 비하고 궁합이 맞는 음식이다.
분위기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식당 안에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알만한 가수 얼굴도 보인다. 그간 다녀간 유명인사의 명단을 좌르르 읊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할머니 말마따나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니고, 친절한 것도 아니고, 교통이 좋은 요지도 아닌데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비법은 오직 맛! 할머니는 두 발로 버티고 설 힘이 있는 한 장국 솥을 내리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식객>, 그 이후
80%가 단골손님인 족발집에 <식객>이 새바람을 일으켰다. “말은 많고 족발은 적게 먹는 중년들 천지였는데 만화 보고 찾아온 청년들이 많아졌디. 젊은 친구들은 말은 적게 하고 족발은 많이 먹드만. 허 선생 덕 좀 봤디. 내레 처음엔 그이가 누군지도 몰랐어. 사인들을 받고 난리길래 누군가 했드니만 우리나라 최고 만화가라고 하지 뭐네.”

할머니가 지키고 있는 카운터엔 눈웃음 짓는 돼지 머리가 그려진 <식객>15권이 놓여 있다. 할머니가 책장을 후르르 넘기며 말했다. “학생들이 만화에 나온 것보다 실물이 훨 예쁘다고 하지 안카서? 배꼽 나고 예쁘단 말 처음 들어 봤디. 정말 기케 보이네?”  

information
●02-2279-9759 ● 11:00~23:30 연중무휴 ● 평안도 족발 (대) 3만원, (중) 2만5000원, (소) 2만원, 빈대떡 5000원 ●주차불가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50m가량 직진, 우측 골목에 위치

 

[특집] 식객 ② - 녹두빈대떡 vs 메밀묵

전통과 역사
비록 춘천이나 홍천 같은 강원도 지방에 위치한 것은 아니지만 오두산 막국수는 이미 알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비공인 맛집’이다. 15년 전인 1992년, 차량 통행도 뜸한 문산의 한 국도변에 문을 열었지만 그 어떤 소문보다 빨리 퍼지는 맛에 대한 소문이 애써 멀리서부터 사람이 찾아오게끔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금촌점 이승하 사장과 통일로지점 이시하 사장은 형제지간이다. 이승하 사장이 형이다.

<식객> 어디에 나오나
<식객> 12권 56화 빈대떡 편에 나온다. <식객>에 등장하면서 자타공인 전국 맛집으로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고향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막국수, 빈대떡 집이 바로 오두산 막국수를 모델로 했다. 이승하, 이시하 두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성격이 불같아 손님과 곧장 싸움을 일으켰다.

이를 걱정한 어머니가 음식점 문을 닫기로 결심하자, 반성한 형제들이 다시 음식점을 일으켜 세운다는 이야기다. 녹두 가는 과정에서 빈대떡을 뒤집는 법까지, 빈대떡 조리의 모든 과정이 아주 상세하게 묘사됐다.

녹두빈대떡의 맛
녹두빈대떡은 귀한 음식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진짜 맛있는 녹두빈대떡을 찾는 것이 힘들다. 오두산 막국수의 녹두전이 빛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점성이 낮은 녹두를 전으로 부치기 위해 대개의 경우 찹쌀이나 부침가루 등을 첨가하는데, 이는 오히려 녹두전을 딱딱하게 만들어 식감을 안 좋게 할 뿐 아니라 식은 뒤에는 맛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100% 녹두가루만을 사용하는 오두산 막국수에서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맛은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돼지기름을 선택했다.

원래 전을 돼지기름으로 부쳤다는 사실을 착안한 것이다. 게다가 돼지기름은 굳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전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일종의 경화제 역할까지 해준다. 때문에 오두산 막국수의 녹두전은 그 고소한 맛이 코끝에 맴돌 정도로 강력했지만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녹두의 부드러운 식감이 오랫동안 유지돼 다른 음식에 곁들여 먹을 때도 마지막 한 조각까지 똑같은 맛을 유지했다. 이 신비하기까지 한 맛이 바로 허영만 화백을 오두산 막국수로 불러들인 계기였다는 게 이승하 사장의 귀띔.
추천 서브메뉴
오두산 막국수의 자랑이 녹두전과 메밀묵뿐이라고 하면 ‘오두산 막국수’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막국수는 원래 찰기가 없는 메밀로 만들기 때문에 지나치게 탄력이 있으면 성분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게 이승하 사장의 설명.

또, 메밀 자체의 맛을 즐기는 음식이기 때문에 각종 소스를 탁자 위에 늘어놓는 음식점 역시 제대로 된 막국수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 두 가지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오두산 막국수의 물막국수는 기준을 100% 채우고도 남음이 있다. 적당히 쫄깃한 면말을 한입 베어 물면 입 안 가득히 퍼지는 진한 메밀향기가 입과 코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식객>, 그 이후
물론 TV 등에 몇 번 소개가 된 적은 있었지만, <식객>에 실린 후의 반응은 그 전과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이승하 사장은 “<식객>을 읽고 온 손님은 맛에 대한 사전지식을 쌓아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훨씬 더 진지한 자세로 음식을 대해야 한다”는 말로 차이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진검승부를 위해 찾은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행복한 항복’을 하고 돌아간다. 기대한 이상의 맛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information
● 031-944-7022 ●10:00 ~ 21:00  연중무휴  ●녹두전 5000원, 메밀묵 5000원, 물막국수 4500원, 비빔막국수 5000원, 김치말이국수 6000원 ●주차 가능 ● 문발IC 진입 후 와동 교차로에서 좌회전 후 금촌 사거리에서 또 한 번 좌회전
먹을수록 빠져드는 깊은 맛
오두산 막국수(통일로지점) 메밀묵

전통과 역사
현재 오두산 막국수는 세 군데에서 같은 간판으로 영업 중이다.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의 통일동산점과 금촌읍 문산종합고등학교 옆의 본점, 파주소방서 맞은편의 문산점이 바로 그곳. 세 군데 모두 동일한 맛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가든 맛 때문에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가운데 통일로지점은 동생 이시하 사장이 운영한다.

<식객> 어디에 나오나
<식객> 12권 60화 메밀묵편은 이시하 사장이 도움말을 주었다. 오두산 막국수는 막국수을 얹어서 나온다. ‘묵이래요’라는 이름의 묵집에는 옛사랑을 찾기 위해 메밀묵을 빚는 할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묵을 좋아하는 옛사랑이 묵맛으로 할머니를 알아볼 것이라는 믿음이다.

묵은 할머니의 기다림처럼 인내를 요하는 음식이다. 까다롭고 힘들다는 메밀반죽에서 화력 조절까지 맛있는 묵을 얻기 위한 조리과정이, 할머니의 옛사랑에 대한 기다림과 함께 잘 묻어난다. 비록 그 배경은 서울의 서대문이지만 만드는 법은 오두산 막국수의 그것이다. 실제 묵 만들기를 배울 때의 과정은 만화의 그것보다 훨씬 고단했다고 한다.

메밀묵의 맛
봉평에 있다는 묵 만들기의 명인을 몇 번이나 찾아가 배우고 나서야 ‘메뉴에 올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오두산 막국수의 메밀묵은, 만화에서 보던 것 이상으로 많은 손을 필요로 했다. 도토리묵이나 창포묵과 달리 메밀묵의 경우 만드는 사람의 식성이나 취향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로 변할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모든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정성으로 만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때문에 떫은맛을 제거하기 위해 메밀을 불릴 때의 물의 온도, 곱게 갈아내기 위한 맷돌의 이격, 물기를 제거할 때 사용하는 거름망의 신축성까지 꼼꼼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니, 그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 낸 메밀묵은 본고장인 강원도와 이북 출신 손님들에게 열렬한 인기를 얻었다. 메밀 산지인 봉평에서도 맛보기 힘든 진짜배기라는 칭찬과 함께.

메밀묵은 다른 묵들과 달리 무쳐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다른 묵들은 표면에 자연스럽게 코팅 형성되어 양념과 버무려도 맛의 변화가 없지만 메밀묵은 다른 맛을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굳이 묵과 김치와 김을 따로 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추천 서브 메뉴
주 메뉴인 막국수 역시 기본을 탄탄히 지키고 있는 그야말로 간판 메뉴이다. 물막국수의 시원한 맛도 알아주지만 비빔막국수의 매콤한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메밀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까칠한’ 맛이 비빔양념과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김치말이국수는 여름철에 특히 인기다. 우적우적 씹히는 김치의 맛에 메밀국수의 맛을 더하는데, 시원한 육수 맛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식객>, 그 이후
<식객> 덕분에 오두산 막국수의 가치가 상승한 것은 당연한 일.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처음 식객에 연재가 시작되었을 때 이승하 사장의 아버지가 못마땅해 했다는 사실. 이승하 사장이 모델인 녹두전 에피소드에서는 어머니 대신 녹두전 가게를 운영하는 형제의 좌충우돌 활약상이 전재되는데, 그 모습이 건전(?)해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에피소드는 감동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심기가 불편하던 아버지 역시 만족했다는 후문.

information
●031-941-5237 ●10:00~21:00 연중무휴 ●녹두전 5000원, 메밀묵 5000원, 물막국수 4500원, 비빔막국수 5,000원, 김치말이국수 6000원 ●주차가능 ●자유로 성동IC로 진입하여 성동사거리에서 우회전, 성동리 자동차극장 앞에서 좌회전 후 100m. 또는 자유로 축구국가대표파주트레이닝 센터 방향 IC로 진입 후 유턴, 성동리 자동차극장 앞에서 우회전

 

 

[특집] 식객 ③ - 식객 부대찌개 맛집 vs 프라이데이 부대찌개 맛집

부대찌개 원조의 맛을 따라올쏘냐
식객 맛집 - 오뎅식당

전통과 역사
올해로 문을 연 지 47년 된 의정부 부대찌개의 원조다. 허기숙 할머니(77세)가 1960년 즈음 오뎅포장마차를 하면서 햄과 소시지를 볶은 철판구이를 술안주용으로 선보였다. 그런데 국물을 원하는 손님들이 많아 찌개로 끓인 것이 오늘날의 부대찌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오뎅식당이란 이름은 포장마차의 성업으로 가게를 열 때 스님께 작명을 부탁했더니 그냥 그대로 오뎅식당이라 부르라 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오뎅식당의 성업으로 인해 인근 식당들이 한두 곳씩 부대찌개를 내놓았고 또 그 맛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서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오뎅식당 골목은 의정부 명물 부대찌개 골목으로 지정 받은 상태.

<식객> 어디에 나오나
<식객> 2권 6화 부대찌개 편이다. 6.25 전쟁 직후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로 있다 10살 때 미국으로 건너 간 테드 오 박사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환경 보호론자.

내한한 그는 강연회를 마친 다음 대통령과의 저녁만찬을 “출국하기 전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며 거절한다. 그러고 나서 그가 찾는 곳이 바로 어린 시절의 추억과 맛을 떠오르게 해 줄 부대찌개 집이었다. 이에 잡지사에서 음식칼럼을 담당하던 진수와 ‘식객’ 성찬이 동행하게 되고, 성찬이 소개한 ‘오뎅식당’에서 부대찌개를 맛본 테드 오 박사는 잊어버린 어린 시절 부대찌개의 맛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부대찌개의 맛
"햄의 강한 맛이 양념, 김치 등과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제3의 맛"이라는 평가가 있다. 세월의 맛을 품은 오래된 쇠 쟁반에 끓여 나오는 오뎅식당의 부대찌개 맛은 서울의 걸쭉한 부대찌개 맛과 다르다. 특히 찌개국물은 따로 설탕을 첨가하지 않았는데도 햄 본연의 맛 때문에 단맛이 아주 강하다. 반찬이라고는 1년에 한 번 담그는 묵은 배추김치와 무짠지가 전부다. 하지만 배추김치는 젓갈을 넣지 않고 소금으로 맛을 내어, 곰삭은 맛이 일품이고 무짠지 또한 시금털털하여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

분위기  
간판이며 실내 분위기가 딱 식객에 나온 그대로다. 30년 이상 된 단골손님부터 관광객들에 이르기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 집답게 식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서울의 부대찌개 음식점은 젊은 직장인들의 전유물에 가깝지만 이곳 오뎅식당에서는 나이 지긋한 칠순, 팔순의 어르신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손님이 많은 만큼 소란스럽기도 해서 오래 앉아 오붓이 식사할 분위기는 아니다.

홀도 그렇고, 방도 그렇고 그리 공간이 넓지 않아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한다. 하지만 방바닥에 ‘퍼질러’ 앉아, 후끈후끈한 부대찌개 열기와 사람들의 활기를 반찬 삼아 먹을 수 있는 식당 분위기는 그야말로 강추!

<식객>, 그 이후
사실 오뎅식당 사람들은 아무도, <식객>에 오뎅식당이 나온 지도 몰랐단다. 그러다 단골손님 중 어느 한 분이 만화에 오뎅식당이 실렸다며 알려주었고, 나중에 직접 만화를 확대하여 코팅해서 가지고 온 덕에 이를 알 수 있었다고.

원래부터 장사는 꾸준히 잘 되던 집이라 <식객> 이후에 크게 달라진 점은 체감하진 못했다고 한다. 다만 젊은 학생들이 가끔 책을 들고 찾아와 책 속의 장면과 일일이 비교하며 맛을 보는 것을 보며 달라진 유명세를 실감하는 정도.

information
● 031-842-0423 ●08:00~22:00, 명절 휴무 ● 부대찌개 6000원 라면사리 1000원 햄사리 5000원 ●주차가능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동두천 방향 경찰서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이동해 300여 미터 직진, 부대찌개 거리 입구에서 세 번째 집
35년을 지켜온 한결같은 맛
프라이데이 맛집 - 형네식당

전통과 역사  
2년 전부터는 부대찌개가 아닌 ‘의정부찌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이렇게 겉모습은 바뀔지언정 그 맛은 여전히 지키고 있는 곳이 있다. 의정부 명물 부대찌개골목의 터줏대감인 형네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지난 72년 개업한 형네식당의 메뉴는 의정부찌개 단 한 가지. 하나의 메뉴로 이토록 장수하는 식당을 찾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비결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 비결은 바로 35년째 이어져 내려오는 재료에 대한 고집이었다. 특히 찌개의 생명인 국물 맛을 좌우하는 김치는 단 한 번도 공장 등에서 구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적어도 일 년 이상 묵힌 김치가 아니면 진정한 맛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부대찌개의 맛
형네식당 고집은 김장재료를 선택할 때부터 시작된다. 소금은 전남 신안까지 내려가 직접 고른 천일염을, 고추는 영월의 위탁농장에서 계약 재배한 것을 공수해 올 정도다. 김치에 대해 쏟는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게 좋은 재료를 사용해 담그는 김장 김치는 2만 5000포기. 그야말로 일 년 농사를 짓는 셈이다. 만약 김장을 실패하게 되면 의정부찌개의 맛을 낼 수 없기에 매년 가을이면 형네식당의 모든 가족이 ‘긴장’ 속에 살아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극한 정성과 좋은 재료가 어우러진 형네식당 의정부찌개의 맛은 어떨까? 번화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소의 그것과는 맛의 성격이 달랐다. 치즈와 마카로니 등을 많이 사용한 데서 오는 텁텁함 대신 김치의 깊은 맛이 얼큰하면서도 상쾌한 느낌을 줬고 양파와 다시마를 푹 끓여 만든 육수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감칠맛을 더했다. 거기에 가짓수는 적지만 정갈한 밑반찬들은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입맛을 산뜻하게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분위기  
오뎅식당이 옛날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형네식당은 3층짜리 건물을 신축해 손님들에게 더 편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가게 건물을 바꾸면 망한다’는 속설 때문에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결정은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혹시라도 형네식당의 깨끗하고 쾌적한 건물을 보고 오뎅식당으로 발걸음을 돌리지는 말자. 모습이 바뀌었다고 해서 근본이 달라진 것은 전혀 아니니까.

<식객>에 도전한다!
그렇다면 이웃한 오뎅식당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맛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보다도 국물에 기인했다. 오뎅식당의 국물이 걸쭉하고 무거워 입 안에 그 느낌이 오래 남는 맛이라면 형네식당의 국물은 칼칼하고 가벼워 개운한 느낌을 준다.

거의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 임동혁 사장은 “추구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기에는 현대적 의미의 의정부찌개를 가장 처음 개발했다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미군부대에서 나온 음식으로 메뉴를 만든 것은 오뎅식당이 먼저지만 지금의 모습과 같은 찌개는 형네식당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다.)

information
●031-846-4833 ●09:00~23:00, 명절 휴무 ●부대찌개 6000원  햄, 소시지, 버섯 사리 3000원 만두 사리 2000원 ●주차가능 ●의정부역에서 의정부북부(가능)역 방향으로 직진 중 경찰서사거리에서 우회전. 좌측 의정부찌개 골목 입구에서 10m

 

 

[특집] 식객 ③ -식객의 청국장 맛집 vs 프라이데이 청국장 맛집

 

전통과 역사
서울 광화문 사직공원 옆의 조그만 청국장 음식점 사직분식은 15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김춘자 사장(58세)이 직접 청국장을 뜨는 것으로 유명했다. 예전에 집안에서 경동시장의 청국장 공장을 운영했다고 하는데 그때 시어머니로부터 청국장 뜨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지난 15년간 청국장을 뜨는 일만큼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하니 그 정성과 솜씨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처음 사직분식을 열었을 때, 동네에 퍼지는 청국장 냄새 때문에 동네주민들의 항의가 잦았는데 그 입을 막으려고 ‘겁나게’ 많은 청국장을 퍼 주었다는 에피소드는 <식객>의 앞부분에도 소개되어 있다.

<식객> 어디에 나오나
16화, 청국장편 <식객> 4권. 따로 발효실을 두어 직접 청국장을 뜨는 청국장집 사장은 어느 날부터인가 청국장이 잘 떠지지 않아 고민이 많다. 맛도 없는데다가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사라진 것. 결국 식당문을 닫을 생각까지 하게 될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그 딸이 어머니 몰래 청국장 냄새를 없애는 균을 뿌린 것이었다. 집에서 청국장을 만드는 통에 늘 몸에 청국장 냄새가 배어 있던 딸은 어려서는 따돌림을 당했고 커서도 자신의 자격지심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기까지 했다.

결국 모녀는 눈물로 화해를 했다. 딸은 그간 청국장 냄새를 지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하게 하던 화장을 씻었고 당당히 맨얼굴로 다니게 되었다. 물론 본연의 청국장 냄새도 되찾았으며 딸은 청국장 음식점을 물려받을 결심까지 세운다.

청국장의 맛
“청국장 냄새는 그리운 고향이며, 어머니의 내음이며 어린 시절 추억의 단편들”이라는 표현 그대로 직접 뜬 청국장 맛이 가히 일품이다. 전남 나주에서 17년 동안 공급 받아온 국산 대두를 빻거나 불리지 않고 생콩 그대로 삶는다. 그렇게 삶은 콩은 발효실에서 솜이불, 담요, 비닐 순서로 덮어 3일 이상 발효시킨 것이 이 음식점의 청국장인데, 이 청국장을 손으로 크게 듬성듬성 뜯은 두부와 함께 끓여 냈다.

진하고 구수하면서도 짜지 않아 그냥 먹기에도 좋다. 딱히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 맛이 뛰어나지만 함께 나오는 반찬 맛도 예술이다. 반찬은 그때그때 종류가 달라지지만 가짓수는 9가지로 일정하다. 청국장 말고도 깻잎절임, 호박무침, 제철 나물들로 깔끔하게 무친 반찬들에 반해 사직분식을 찾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분위기
조그마한 방 하나와 테이블 4개가 고작이다. 날씨 좋은 날은 음식점 앞에 테이블을 설치하는데 이를 포함해도 채 열 개도 되지 않는다. 때문에 식사시간에 맞춰 혼자 찾아갔다가는 문전박대 당한다. 두 명 이상이 돼야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데, 그나마도 문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다른 손님과의 합석하는 불편함 쯤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걸쭉한 남도 사투리의 사장님이 인심 좋게, 그릇이 넘칠 정도로 가득 퍼 주는 밥과 반찬을 먹다 보면 배터지는 줄 모른다.

추천 서브 메뉴
청국장만큼이나 유명한 건 바로 돼지고기 두부찌개다. 고추장을 풀어 끓인 듯, 기름지면서도 칼칼한 그 맛에 반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다른 여느 두부찌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돼지고기 양 또한 ‘장난이 아니다.’ 역시 손으로 직접 뜯어 넣은 큼지막한 두부와 돼지고기를 입 안 가득 떠 넣으면 목구멍 아래에서 ‘카~’ 소리가 절로 새어 나온다.

<식객>, 그 이후
허영만 화백의 <식객>팀에서 이호준 팀장이 직접 일주일 넘게 취재했다고. 청국장 뜨는 일부터 가게 여기저기를 찍어 갔는데 책이 나온 이후 손님들이 만화책을 들고 와서 간판이며 실내 풍경까지 비교해 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확실히 손님은 많이 늘어났지만 사장님이 직접 청국장을 떠서 음식을 만드는 탓에 손님들이 늘어봤자 모두를 감당하지는 못할 것 같아 무조건 반갑지는 않다고 한다.

information
●02-736-0568 ●11:00~20:00, 일요일 휴무 ●청국장 두부찌개 4000원 ●주차불가 (인근 유료 주차장 이용)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 사직공원 옆 사직파출소 맞은편
맛으로 만나는 자연
프라이데이의 맛집 - 서일농원 솔里

전통과 역사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일죽 IC로 빠져 나와 1km 남짓 길을 밟다 보면 흡사 민속마을처럼 생긴 이곳을 만나게 된다. 바로 24년 전 터를 잡은, 지금은 2천여 개의 장독을 품고 있는 서일농원이다. 누구나 수시로 드나들 수 있도록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놓는 이곳은 원래 양로원을 세우기 위해 터를 다진 곳이었다.

하지만 무심코 담근 된장이 히트를 쳤다. 아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된장은 그 맛에 반한 낯선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그러자 전국의 전통 옹기들도 모여들었다. 본격적인 ‘장 만드는 집’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청국장의 맛
서일농원의 장맛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슬로우푸드 열풍. 편한 것이 아닌 좋은 것으로의 인식전환이 우리 전통 장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했고 맑은 물과 엄선된 콩, 좋은 햇볕을 오롯이 담고 있던 장독의 뚜껑을 열게 했다. 몇 년을 곱게 묵은 된장과 간장, 고추장 등은 현대인의 둔감한 미각을 일깨웠다. 지금은 슬로우푸드 중에서도 그나마 ‘패스트’푸드인 청국장이 새로운 인기를 얻고 있다.

숙성기간이 3, 4일에 지나지 않아 ‘속성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청국장은 근래에 들어 장(腸)에 더없이 좋은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항상 냄새가 문제였다. 옷이나 머리카락 등에 냄새가 배면 상대을 마주보고 앉기조차 힘들 정도로 불쾌한 냄새가 몸에서 풍겨나는 탓.

하지만, 이 냄새가 서일농원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오랜 시간 연구 끝에 청국장 특유의 냄새를 탈취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맛까지 달아난 것은 아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 한 숟갈을 입에 넣자 진한 풍미가 전해졌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청국장 본연의 정체성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분위기
처음 서일농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이 맛의 향연을 즐겨야 할지 몰라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어디에도 ‘식당’이라는 간판이 없기 때문이다. 장맛을 보여주기 위해 무료로 시식행사를 하던 전통을 잇기 위해 유료 시식장은 있지만 식당은 없는 것이 서일농원의 특징.

그렇다고 해서 시식장이라는 이름에 선입관을 가질 필요는 없다.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의 아늑함을 느끼며 여유롭게 자연을 맛볼 수 있는 솔里는 그 어느 한정식 음식점보다 품격이 있기 때문이다. 서일농원에서 생산한 배를 저장하던 창고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추천 서브 메뉴
강릉의 맑은 바닷물을 사용해 만든 손두부는 청국장 못지않은 맛을 자랑한다. 텁텁한 듯하면서도 힘차게 씹히는 맛이 먹는 즐거움을 더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각종 밑반찬들도 맛의 협주곡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 더덕과 달래, 파래로 만든 장아찌 등이 입맛을 돋운다.

농원의 연못에서 캐낸 연근은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입에 착착 감긴다. 대부분의 재료는 싱싱하기 이를 데 없다.
<식객>에 도전한다!

사직분식과 모두 반대편에 서 있다. 마치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옆집에서 풍겨 나오는 것 같은 청국장 냄새와 단출한 분위기를 통해 찾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사직분식의 특징. 하지만 서일농원은 산학협동을 통해 품질을 향상시키면서도 현대인의 취향에 적합한 새로운 모습의 청국장을 개발했다.

장맛을 계량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정한 품질의 장을 공급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노력들이 전통과의 단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나란히 늘어선 항아리들이 오늘도 자연과 호흡하며 수천 년 동안 이어진 맛을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information
●031-673-3171 ●10:30~20:00 명절 당일 휴무 ●된장찌개정식, 청국장정식 8000원, 손두부 1만원 ●주차가능 ●일죽IC 진입 후 좌회전, 일죽 휴게소 진입로를 거쳐 음성 방향 좌측 위치

 

[특집] 식객 ③ -식객의 복어요리 맛집 vs 프라이데이 복어요리 맛집

 

죽어도 좋아
임진 대가집-황복 요리

전통과 역사
세월을 잊고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변에 고풍스런 한옥 한 채가 있다. 황복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임진 대가집! 임진강에서 나고 자라 여태껏 살고 있는 이선호 씨는 아버지가 하던 식당을 물려받아 맥을 잇고 있다. 이선호 씨는 날마다 배를 타고 임진강에 나가 고기를 낚는 어부이자 ‘복 요리 전문가’다. 자연산만을 고집하는 그는 욕심을 부리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임진강이 주는 만큼만 거둬들인다.  

<식객> 어디에 나오나
‘죽음과 맞바꾸는 맛’,<식객> 8권은 제목부터가 비장하다.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했다는 이야기로 물꼬를 터나가는 36화는 황복이 주인공이다. 황복의 맛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그런 반면 독성은 또 얼마나 강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허영만 화백은 황복회 뜨는 법과 탕 끓이는 법을 취재했지만 지면에 올리기가 무섭다는 말로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황복의 맛
황복은 복어목 참복과의 민물고기로 바다에서 자란 뒤 진달래꽃이 필 무렵 강으로 올라와서 산란하고, 다시 바다로 내려가는 특이한 생태를 가지고 있다. 복어 가운데서도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데 현재는 임진강 하류에서만 잡힌다.  

황복회는 지방이 없고 단백질 덩어리라 살이 찰지고 쫄깃쫄깃하다. 바다복보다 연하고 단맛이 배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황복의 맛을 제대로 보려면 최대한 얇게 썬 회를 음미하며 먹어야 한다. 시원하고 구수한 황복 맑은탕도 별미 중의 별미다.

담백한 국물에 살짝 익힌 미나리와 황복을 곁들여 먹으면 환상적이다. 또한 복어는 간장 해독작용이 뛰어나 숙취제거에 좋고, 피를 맑게 해 건강과 피부 미용에도 최고다. 산란기를 맞은 4~5월의 황복 독성은 청산가리의 20배까지도 오른다. 복어알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성이 없는 사람이 먹으면 극약이나 다름없다.
분위기
임진 대가집에서는 음식을 천천히 즐기면서 먹게 된다. 너른 창으로 보이는 한적한 강변 마을의 정취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마당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뒷산에서 날아오는 꽃바람에 멈칫하게 된다. 임진 대가집은 거의가 단골손님이라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허물없이 지낸다. 인정 많고 언변 좋은 주인장과 합석을 조르는 손님들도 많다. 그가 들려주는 무궁무진한 임진강 이야기는 복요리 못지않게 진국이다.  

대가집 메뉴는 철따라 달라진다. 봄에는 황복, 여름에는 장어, 찬바람이 나면 쏘가리와 참게가 제 맛을 낸다. 임진강은 수온이 다른 지역보다 낮고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기 때문에 최적의 참게 서식지다. 생선매운탕에 참게 한 마리만 넣어도 국물 맛이 달라진다고 할 정도로 그 맛이 깊다. 야채를 곁들여 초고추장에 무친 참게 무침은 상큼하고, 참게탕은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속살이 고소하다.

<식객>, 그 이후
<식객>을 보고 찾아와서 그날로 단골이 되어버린 사람이 많다. 재미교포나 재일교포도 종종 찾는데, 아무리 먼 데서 찾아와도 후회 안 하고 가는 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가장 곤란할 때는 <식객>처럼 복어알을 달라는 손님들이다. 자칫하면 복어알 먹다가 화를 당할 수도 있는 일, 이선호 씨는 은근한 협박으로 복어알에 대한 환상을 깨준다. 식당 벽에 복사를 해서 붙여 놓은 만화를 읽어보고 우리가 소동파와 맞먹는 미식가라며 자긍심을 갖는 손님들도 있다.

산란기에 무분별하게 잡은 탓에 한때 멸종 위기까지 이르렀던 황복은 치어를 방류하면서 차츰차츰 늘어나는 추세다. 임진강 어민의 바람대로 황복이 많이 잡히면 값도 내리리라.  

information
●031-953-5174 ●연중무휴 10:00~21:00 ●자연산 황복 1kg(2인분) 20만원, 참게탕 5만원 ●주차가능 ●찾아가는 길 서울→ 파주→ 문산 →임진리
40년의 연륜이 빛나는 정통 일본식 복어
프라이데이 맛집 송원

전통과 역사
복요리집 송원은 40년 넘게 정통 일본 복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중학교 시절부터 회 뜨는 법을 배운 김송원 사장(80세)이 복요리의 본고장인 일본 오사카에 있는 큰 형님으로부터 복요리를 수학한 후 1966년, 서울 북창동에 처음 그 문을 열었다. 복요리로 이름난 일본 시모노세키 복요리 협회에도 등록된, 복요리 애호가들에게는 정통 일본식 복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제일 먼저 손꼽히는 곳이다.

복어의 맛
송원의 복어회는 천연복 중 싱싱한 복어만 골라 하루 정도 숙성해 놓는 일본식 복어회이다.  얇디얇아서 회를 올려놓은 접시 무늬가 복어회를 통해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것은 물론 입 안에 넣으면 몇 번 씹을 사이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눈을 감고 음미해야 한다. 얇은 복어회를 살포시 들어 올려 한가운데 미나리를 올려놓고 도르르 말아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면 특유의 감칠맛과 신선한 향이 깊게 느껴진다. 일본 관광객도 복어 맛을 보러 자주 찾는 맛집 중 하나다.

송원의 진짜 별미는 바로 복지리(복어 맑은탕). 한국에서 최초로 일본식 복어 맑은탕을 선보인 곳으로도 유명한 만큼 그 맛이 뛰어나다. 가츠오부시로 낸 국물에 배추, 느타리, 팽이버섯을 넣어 끓인 복어 맑은탕은 미나리와 콩나물을 사용하지 않고 대파와 쑥갓만을 넣어 담백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아침 식사 시간에 판매하는 다양한 일본식 죽도 인기 메뉴 중 하나다.
분위기
김송원 사장이 직접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정성껏 준비한 소품들이 시선을 끄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일본 엔카의 은은한 선율은 마치 일본 현지에 온 듯한 느낌을 들게 할 정도로 이국적이다. 주로 중년층 이상의 손님들이 즐겨 찾지만 근래에는 복어 맛을 알기 시작한 젊은 층의 손님들도 줄을 잇는다. 복어 맑은탕을 먹으면 뱃속을 뜨끈히 덥혀주는 복어지느러미를 이용한 히레사케(지느러미 술)는 서비스로 제공된다.

<식객>에 도전한다!
<식객>에 나오는 임진 대가집의 황복이 5시간 동안 숙성하는 데 반해 송원은 일본 전통 방식으로 10시간 이상 숙성된 복어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임진 대가집이 황복요리 전문점인 것에 비해 송원은 참복, 황복, 검복, 까치복 등을 모두 사용하고 정통 일본식 밑반찬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규모는 작지만 일본풍으로 꾸며진 깔끔한 인테리어며 깍듯한 서비스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송원의 장점.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송원의 가장 큰 장점은 4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김송원 사장의 그 오묘한 솜씨에 있다. 엄격한 자기 수련을 거쳐 세월과 함께 쌓아온 정성과 맛은 쉬이 비교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information
●02-755-3979 ●11:30∼14:00, 16:30∼22:00, 명절 당일 휴무 ● 복사시미(복어회) 8만원, 복지리 (잡복)1만5000원, (황복)3만원, (참복)5만원, 복죽 1만원● 지하철 1호선 시청역, 프라자 호텔 뒤쪽 신한은행 건너편

 

[특집] 식객 ④ - 특산물 & 별미

<식객>은 전국 팔도의 특산물과 별미를 모아둔 백과사전이기도 하다. 특히 제철 먹을거리의 생생한 맛을 느끼고자 한다면 꼭 챙겨 볼 일이다. 자~ 떠나자, 팔도 별미 찾으러~

올게쌀(식객 제1화)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생산되는 올게쌀은 맛이 쫀득쫀득하고 고소하다. 생쌀은 그냥 말리지만 올게쌀은 쪄서 바짝 말린다. 딱딱해서 처음에는 무슨 맛인지 모르지만 입 안에 한 가득 집어넣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 불어나기 때문에 비로소 맛을 느낄 수 있다.
제철: 사시사철

전어(식객 제3화) : 경상남도 사천시
특징: 가을전어 맛은 깨가 서 말이다. 전어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소금구이를 하거나 채 썬 무수에 초고추장으로 버무려 먹는다. 회나 젓갈로 먹기도 하는데 특히 콩대숯불에 구워 먹으면 맛있다. 머리부터 먹어야 제 맛.
제철: 가을 -추석 즈음

매생이(식객 제22화) : 전라남도 장흥군 대덕읍 내저마을
특징: 공해에 민감해서 차가운 청정해역 겨울바다에서만 자란다. 또한 매생이는 갯벌이 있어야 하며 조류가 잔잔한 내해여야 성장이 가능하다. 향긋하고 고소하며 부드럽다.
제철:11월~ 2월 말

청어과메기(식객 제27화)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
특징: 청어과메기의 건조장은 농가 부엌의 살창이라는 곳이었다. 적당한 외풍으로 자연스럽게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살창으로 들어오는 송협향까지 배었다고 한다. 적당히 잘 말린 과메기는 뼈와 껍질을 잘 벗긴 후 생미역과 실파 등을 곁들여 초고추장과 함께 싸먹는다.
제철: 12월 말~1월


영덕대게(제30화) :경상북도 영덕군
개 흙질이 없어 타 지역의 대게에 비해 맛과 육질이 뛰어나다. 상인들은 다른 지역의 게와 구별하여 ‘박달게’라고도 했다. 이는 속살이 박달나무처럼 야무지다는 뜻. 잡힌 지역에 따라 영덕대게, 울진대게, 포항대게로 나누어 불린다.
제철: 11월~4월, 추운 겨울에 맛이 좋다

과하주(제 37화) : 경상북도 김천시
특징: 과하주(過夏酒)란 원래 약주에 소주를 섞어 빚는 술로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는 뜻이다. 김천 남산동 지게마을 서쪽에 있는 과하천에서 빚은 과하주가 가장 유명하다. 찹쌀과 누룩 등을 1∼3개월간 저온으로 발효시켜 거르는데 물은 넣지 않는다.
제철: 제조 시기는 우수와 경칩 사이가 최적기이며, 정월 보름에 빚어 4월 8일경에 마신다.

갓김치(제 41화)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
특징: 돌산 갓과 파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멸치액젓, 생새우 등을 함께 갈아, 양념을 섞어 버무린 김치이다. 갓 특유의 매운 맛과 젓갈의 잘 삭은 맛이 입맛을 돋워준다. 돌산갓은 여수시 돌산 지역 특산물로, 해마다 여수시에서는 돌산 갓김치축제를 열고 있다.  
제철: 가을에 담가 먹는 계절 김치이다.

홍어(제 42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
특징: 흑산도에서는 미끼를 쓰지 않는 ‘걸낙’ 방식으로 홍어를 낚아 온다. 낚시 시간이 많이 소요돼 항구에 도착하면 잡힌 홍어가 썩어 있는 경우도 있다. 흑산도 사람들은 홍어를 삭혀서 먹기보다는 회로 먹는 것을 즐긴다.  
제철: 봄. 특히 5~6월은 산란철이다. 금어기이기 때문에 살이 많이 올라 맛이 좋다.

기장미역(제 44화) : 부산광역시 기장군
특징: 미역은 조류의 상하운동이 심하고 플랑크톤이 풍부한 10도에서 13도 사이에서 자라는데, 기장이 바로 그곳.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 수온(10~13℃)이 유지하기 때문에 질 좋은 미역이 생산되고 있다.
재철: 겨울에서 봄에 걸쳐서 주로 채취되며 이 시기에 가장 맛이 좋다

자반고등어(제46화) : 경상북도 안동시
내륙지방이라 생선을 운반하는 도중에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장을 빼고 소금을 넣기 시작한 것이 안동 간고등어의 시작이다. 옛날 안동은 생선의 대부분을 강구에서 들여왔는데, 청송 황장재며 가릿재를 넘어 안동 임동면 채거리 장터까지 닿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김(제68 화) :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도
자연포자 된 김을 1월 말에서 2월 말까지 한 달에 걸쳐 채취한다. 재래방식으로 김발에 널어 말리는 게 제 맛인데 지금은 자취를 찾기가 쉽지 않다. 김 향기가 진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우럭젓국(제69 화): 충청남도 서산시
서해안의 태안과 서산지방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고 난 뒤 먹다 남은 조기를 버리기 아까워 한데 넣고 끓인 것이 시초이다.
제철: 가을부터 겨울까지

[특집] 식객 ⑤ - 팔도 맛집 & 별미

<식객>의 맛집이나 별미 목록만 모아도 맛 기행을 떠나기에는 손색없다. 자, 맛 좀 보고 싶은 이들은 참고하시라.

곰소염전(<식객> 제17화 소금이야기 편)
●063-582-7511 ●부안군 민원실 063-582-7117 ●주차가능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IC에서 내면산 쪽으로 가다가, 보안영정검문소 지나, 부안군 진소면 곰소 쪽으로 좌회전 4km 우측

소양강 민물 매운탕(<식객> 제 19화 홍천강 천렵 편)
●02-943-7018 ●11:30-01:00 ●메기매운탕 1만5000~3만5000원, 잡고기 매운탕 2만5000~4만5000원 ●주차가능 ●서울 성북구 하월곡 2동 67-37 ●지하철 6호선 월곡역 2번 출구에서 100m 앞 길가 위치.

갯바위 과메기(<식객> 제27화 구룡포 이야기 편)
●054-276-4078 ●09:00~17:00(성수기에는 손님 있을 때까지) ●1두루미(20개) 1만원 ●주차가능 ●포항시 남구 구룡포 삼정 3동  ●포항 IC에서 나와 구룡포 쪽으로 가다가 호미곶에 위치 ●제철:10월~3월까지

소양호 빙어 낚시(<식객> 제 29화 빙어 편)
●인제군 문화관광과 033-460-2082 ●인제 빙어축제 기간 : 12~2월 ●주차가능 ●양평 지나 홍천 방면으로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 남면 시가지 지나서 5~10분 가면 왼쪽에 3·8선 휴게소가 나온다. 삼팔선 휴게소 뒤쪽이 인제 빙어축제장.

김가네(<식객> 제30화 대게 승부 편)
●054-733-6889 ●평일 09:00~19:00, 주말 09:00~02:00 ●마리당 1만~15만원(박달대게) ●주차가능 ●택배 주문 가능 ● 경부고속도로 금호분기점에서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를 이용, 영덕간도를 타고가다 강구항 입구로 들어선 후, 다리 건너 좌회전 150m

해송(<식객> 제 30화 대게 승부 편)
●054-732-9922 ●09:00~23:00 ●영덕대게 1만3000~5만원 ●주차가능 ●중앙고속도로 안동 IC에서 나와 첫 번째 사거리에서 포항 쪽으로 오다보면 강구항 휴게소 사거리. 좌회전 후 해맞이공원 이정표 보고 가다가 강구항 쪽으로 우회전 ●대게드림(daegedream.com)

순라길(<식객> 제 42화 홍어를 찾아서 편)
●02-3672-5513 ●12:00~22:00 ●홍어회 6만원 ●주차불가 ●서울시 종로구 권농동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 비원 앞

창평한과 (<식객> 제 43화 한과 편)
●080-512-7363 ●09:00~18:00 ●2만3000원부터 ●주차가능 ●순천 여수방면 고속도로에서 담양군 창평IC로 나와 직진하다가, SK주유소에서 좌회전, 다시 직진하면 좌측에 위치 ●www.hojungfood.co.kr

산골식당(<식객> 제45화 참새구이, 제65화 꿩만두 편)
●053-252-1566 ●10:00~22:00 ●참새구이 3만5000~4만5000원, 꿩만두 5000원 ●주차가능 ●대구광역시 서문시장 지나서 아미가 호텔에서 우회전 도로변에 산골주차장 간판 보임.

(주)안동 간 고등어(<식객> 제 46화 자반고등어 편)
●054-854-0545 ●08:00~21:00 ●주차불가 ●경북 안동시 안흥동 315-34 ●godunga.co.kr

허브나라 (<식객> 제 47화 요리사의 사랑 편)
●033-335-2902 ●08:00~17:30 ●입장료 3000원, 허브비빔밥 7000원 ●주차가능 ●장평IC에서 나와 우회전해서 평창군 봉평면 쪽으로 오다보면 흥정계곡 허브나라 이정표가 보인다 ●www.herbnara.com

삼백집(<식객> 제 49화 콩나물 국밥 편)
●063-284-2227 ●24시간 ●콩나물국밥 4000원, 모주 1500원 ●주차가능 ●전주IC로 나와 전주시청 방향으로 직진 후 전주관광호텔 뒷골목

황우곱창(<식객> 제 61화 소 내장에 대하여 편)
●02-554-8539 ●11:00~22:30 ●3만원 ●주차가능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11-11 ●선릉역 5번출구에서 도보로 5분 가다보면 KT영동지점 맞은편

양지바위횟집(<식객> 제 66화 대구 편)
●055-635-4327 ●대구탕, 찜 1인분:15000원 ●주차가능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에서 통영 지나 거제도 방면으로 진입해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방향으로 오다가 외포초등학교 지나 200m 직진하면 보이는 바닷가에 위치

여의도 송로 김영복 주방장(<식객> 제 66화 대구 편)  
●02-3773-1296 ● 복 맑은탕·복국·복매운탕 3만8000원 ●주차가능 ● 여의도 LG 트윈타워 동관 5층

감초식당(<식객> 제 73화 순대일기 편)
●064-753-7462  ● 순대 1kg 7000원, 막창순대 1만원. 순대국밥 3500원, 모듬 순대 7000원(순대국밥 포함) ● 주차불가 ● 제주시 이도리 보성시장 내

마산식당(<식객> 제 75화 돼지국밥 편)
●051-631-6906 ●24시간 ●돼지국밥 4000원 ●주차가능 ●경상남도 부산시 진구 범천동 조선방직 앞 돼지국밥 골목

[특집] 식객 ⑥ - 식객 스토리

<식객>이 거부당한 유일한 맛집
마산 아귀찜의 진짜초가집

신문이나 텔레비전 광고보다 효과가 큰 것이 <식객>이다. 전 국민이 애독하고 전국 맛집의 이름을 등재하기 위한 로비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식객>을 밀쳐내는 기세등등하고 배짱 두둑한 맛집은 있기 마련이다. 마산아귀찜 골목의 원조 ‘진짜초가집’이 그런 경우.

허영만 화백과 <식객>의 이호준 취재팀장의 섭외는 끈질기다. 무작정 찾아가기, 애교작전, 동정심 유발까지 구수할 수 있는 모든 작전을 펼친다. 최후의 방법으로는 버티기가 있다. 손님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아군을 늘리고 취재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대한민국 대부분의 매체를 접한 박연자 할머니의 고집은 완고했다. 할머니는 ‘원조’라는 타이틀도 지겨울 정도라고.

매번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해야 하는 곤욕(?)을 치루는 허 화백인지라 그 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할머니는 못마땅하신 듯 자리를 뜨셨고, 주방 아주머니가 아귀찜 만드는 과정을 살짝 보여주시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지금은 사라진 식객의 맛집        
<식객>의 맛집이라고 영원불멸하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의 맛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고, 저간의 사정으로 영업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식객 제8화 대령숙수 편에 나온 고성군 경북횟집은 명태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음식점을 접었다.

무와 생태를 넣고 소금으로 밑간을 한 경북횟집의 생태 맑은탕은 <식객>에 나오기 전부터 유명했다. 그리 복잡한 요리가 아닌 듯싶지만, 경북횟집만큼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비결은 바로 현지에서 잡은 지방태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해에서 명태 잡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생태 음식점이 일본에서 수입한 생태로 탕을 끓여내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러나 경북횟집은 아예 음식점을 접어 자존심을 지켰다. 동생인 김정식씨가 운영하는 경상도할매 건어물(033-682-4516)에서 그 쓸쓸함을 달랠 수밖에 없다. 제 22화 매생이의 계절 편에 나오는 갬바우 횟집(061- 867-0180)도 문을 닫았다. 지금은 식당 영업은 안 하고 냉동 매생이 정도만 팔고 있다.

준비 중인 식객 이야기
지금 허영만 화백이 준비 중인 <식객>의 소재는 ‘된장’이다. 어떤 이야기가 된장과 얽혀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할지는 비밀. 하지만 벌써 파주 장단콘 마을로 몇 차례 답사를 다녀왔다. 300장이 넘는 사진들이 된장이 익어가는 장독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된장은 각 집집마다 고유한 전통이 있고, 그 맛 또한 미세하게 다른 만큼 좀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맛이 가진 고유한 멋을 살려내는 <식객>인 만큼 된장에 기울이는 노력은 남다르다.

맛없는 맛집 대처법
때론 ‘맛있는 집’이라고 찾아갔건만 ‘맛없는 집’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사실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하다. 그래서 허화백은 취재 전 “<식객>에 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독자들이 <식객>을 믿고 찾았다 후회하며 돌아서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맛없는 집은 보통 취재만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같은 메뉴의 더 나은 집이 있다고 항의하는 독자도 있다. <식객>은 맛뿐만 아니라 맛의 전통과 역사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때로는 최고의 맛집이 아닐 수도 있다. 하기야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데 최고의 맛집이 어디에 있을까. 다만 대중적인 기준에서 ‘맛집’으로 하자가 있는 곳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왜 시와 편지인가?
매 권마다 한 편의 시나 편지가 꼬박꼬박 등장한다. 허 화백은 “할 이야기가 없으니까 꺼낸다.”고 하지만, 맛이 가지는 깊이를 전달하기에 딱 들어맞다. 12화 숯불구이 편에서는 정숙의 ‘숯’이라는 시와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를 인용했다. 17화 소금이야기 편에는 정호승 시인의 ‘풍경 달다’가 나온다.

조병화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나 소동파의 시구도 눈길을 끈다. 특히 허 화백은 함민복 시인을 좋아한단다. 함민복 시인의 ‘한밤의 덕적도’는 55화 식탁 위의 정물화 편에 쓰였다. 그의 글 ‘눈물은 왜 짠가’도 후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허 화백 특유의 낙천성이 시인에게 해가 될까 염려했지만, 함민복 시인과의 만남은 벌써 3번이 넘었다.

감성적인 편지 글도 빈번하다. 21화 반딧불이 편에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글은 무척 감동적이다. 성찬이 진수에게 쓴 러브레터는 만두의 맛을 빌려 사랑을 전한다. <식객>을 여타의 맛을 소재로 한 만화와 차별화시켜 주는 요소다. 허 화백도 부부싸움을 한 다음날 아침이면, 조금 일찍 일어나 아내에게 짧은 편지를 남기고 나온다고 한다. 저녁에 들어가면 부인의 표정이 바뀌어 있다고.  

서양음식은 다루지 않는다?
식객에는 서양음식은 나오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기본적으로 심도 있는 취재가 이뤄져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아직 우리의 제철 음식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허화백이 서양 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물이 없는 요리는 별로”라고 말하는 그다. 특히 퓨전 요리에 대한 그의 경계는 삼엄하기 그지없다. 그는 퓨전음식은 음식에 장난을 친 것 같다고 말한다. 음식 본래의 맛, 제철에 먹는 맛이 그가 찾는 진정한 맛이다.
식객 저장고
식객에는 완성하고 세상에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음력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연재하려다 매번 때를 놓친 까닭이다. 올해 4월 초파일에는 꼭 연재하리라고 다짐했다만 약속할 수는 없다. 배경은 대구의 비구니 스님들이 모여 있는 사찰, 백흥암이다. 비구니 스님이 된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다. 일 년에 딱 한 차례 절에 외부인이 들어가는데, 출가한 딸과 어머니가 ‘속세의 인연’을 모른 척하며 속앓이를 한다는 설정이다. 미나리로 두 사람의 관계를 엮어 갈 생각이란다.

가장 아쉬운 <식객>
제2화 고추장굴비 편은 야심차게 기획했지만 독자들 반응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초창기 신문 연재 일정에 맞춰 5회로 정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웃 간에 먹을거리를 나누며 정을 돈독히 한다는 내용인데, 짧게 연재되다 보니 작가의 의중이 충분히 전달될 시간이 없었다. 10~20회 정도 스토리로 설정했다면 좋은 반응을 얻지 않았을까 싶지만, ‘흥행’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출 처 : 프라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