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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자연욕 가능한 아름다운 오지, 울진 여행의 모든것

봄이나라 2008. 3. 6. 08:46
청정자연욕 가능한 아름다운 오지, 울진
 
그곳에 간다. 울진군청 남기동 계장의 말처럼 손에 닿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덕에 깨끗하고 맑은 풍경이 있는 곳, 해수욕, 온천욕, 삼림욕이 모두 가능한 곳.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그도 아니면 온천으로 갈까?” 하는 고민은 휴가철마다 반복되는 오래된 고민이니, 올여름에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울진’에 빨간 밑줄을.
 

“지도를 한번 보십시데이. 울진이 완전히 교통의 오지 아닙니꺼. 우리나라 지도를 등짝으로 본다믄 울진은 어깻죽지 밑에, 아무리 긁으려고 해도 손이 닿지 않는 그런 곳에 있다 아닙니꺼. 서울의 동쪽으로 원주, 강릉이 있고 강릉 밑에 삼척이 있고 울진이 있는디, 차라리 밑쪽의 영덕은 간당간당 긁어질지언정 울진은 손으로 안 닿는다 아닙니꺼. 교통의 오지라서 안 좋은 것도 있지만 좋은 것도 있습니다. 오염이 덜 됐다는 거, 그것이 최고로 좋은 것이지요. 전국을 통틀어 해수욕, 온천욕, 삼림욕이 모두 가능한 곳은 거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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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전 8시의 죽변항, 뒤늦게 도착한 선박에서 쏟아진 오징어 떼. 죽변항을 살리는 최고의 어류는 대게와 오징어다.


2 우리나라에서 가장 장대하고 미려한 계곡 중 하나로 꼽히는 불영계곡의 여름.


3 펜션 ‘아이엠유’의 주변은 온통 국유림이다. 펜션은 두텁고 기름진 산천초목들로 여름에도 서늘하다.


4 죽변항은 후포항과 함께 울진을 대표한다.

 
울진 바다에는 대게와 오징어, 회가 넘실댄다
 
여름은 7번 국도의 계절이다. 고성에서 부산까지 물빛 고운 풍경을 품고 달리는 7번 국도는 여행자들의 쪽빛 로망이다. 그렇듯 아름다운 7번 국도 안에 울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울진에서의 해수욕은 ‘먹고 들어가는’ 구석이 있다. 행정구역은 경북에 속하지만 울진에는 동해가 넘실댄다.

1 울진에 밀려오는 파도는 빛 고운 동해의 것이다. 이른 아침, 기성망양해수욕장의 얼굴.
2 해수욕을 위해 떠난 피서에서 민박은 호텔보다 낭만적이다. 죽변항에서 지척인 봉평해수욕장 인근에는 소박한 민박집이 여럿이다.
3 망양정해수욕장 가는 길에 빨래처럼 널려 있는 오징어. 동해에서 잡아 바닷바람에 말린 울진 오징어는 쫄깃하고 담백하다.
4, 5 울진을 대표하는 식당이라 할 만한 대중회식당과 공석횟집에서 내놓은 오징어 통찜 요리와 불게.

해수욕장만을 비교하자면 울진에 전국구 대표 선수는 없다. 씨름으로 비유하자면 이만기와 강호동 격인 경포, 속초해수욕장을 필두로 전국에 330여 개의 해수욕장이 있으니, 그중 울진의 해수욕장이 최고라고 자신하는 것은 단단한 말이 아니다. 대신, 울진의 바다는 동해의 어느 해수욕장 못지않게 맑고 깨끗하다고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 남해, 서해, 동해 중 많은 이들이 편애해 마지않는 ‘바다의 왕자’ 동해를 품은 해수욕장이 울진에만 7개에 이른다. 울진 최북단의 나곡해수욕장을 시작으로 후정해수욕장, 봉평해수욕장, 망양정해수욕장, 기성망양해수욕장, 구산해수욕장, 후포해수욕장이 줄줄이 이어진다.

굳이 한 곳을 고르라면 기성망양해수욕장에 한 표를 던진다. 이곳은 울진의 위치를 등짝에 빗대어 소개해준 남기동 계장 역시 ‘택일’했던 곳으로, 백사장 뒤편으로 심긴 키 큰 해송이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곳이다. 백사장은 10리에 이른다. 봄날, 연한 꽃잎이 황홀하게 나부끼는 쌍계사 벚꽃길이 10리이므로 만경창파는 넓고 아득하게 펼쳐진다. 해수욕장으로 달리는 길에는 바닷바람을 맞혀가며 말려 쫀득쫀득 맛있는 오징어를 파는 가게가 계주하듯 늘어서 있다.

울진 대게의 비밀, 그리고 맛집
울진의 해수욕장을 빛나게 하는 것은 음식과 음식점이다. ‘울진 대게’부터 이야기하자. 많은 사람들이 대게 하면 반사적으로 영덕을 떠올리는데 여기에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한 일간지는 울진 대게에 대해 이렇게 썼다. “울진 대게는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임금님 진상품으로 등장해 그 명성을 재확인한 바 있다. 고려시대부터 울진 지방이 예주에 속해 있었던 덕분에 울진 지역은 ‘예주’로 알려져왔는데,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못했던 1930년대에는 교통이 편리한 영덕으로 대게가 집하돼 팔려나가면서 ‘영덕 대게’로 알려졌다.” 각주를 달자면 교통의 오지였던 탓에 ‘대게의 영광’을 미처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울진은 대게의 전국 최대 생산지로 유명하다. 12월 중순에서 5월 말까지가 대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시즌인데, 그때 포구는 대게잡이 어선과 도,소매업자, 일반인들까지 가세해 대성황을 이룬다. 심지어는 영덕에서조차 대게를 수급받기 위해 올라온다. 절정기에 비해 그 수량이 많지 않지만 임금님 수라상에까지 올라갔던 울진 대게의 맛은 여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한창때와 비교해 오동통함은 확실히 덜하지만 보드라운 속살은 여전히 야들야들 담백하고 감칠맛 난다.

울진 대게를 맛있게 내놓는 집으로는 죽변항에 있는 대중회식당(054-783-6923)이 유명하다. 죽변항에서 2년, 죽변항 인근 재래시장에서 5년간 내공을 쌓은 추임순 사장은 멋보다 맛으로 승부한다. 오색 빛깔 화려한 곁들이 안주를 내놓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야무지게 내놓는 밑반찬들이 맛나다. 오동통 살찐 오징어를 먹물째 통째로 삶아 내놓는 ‘오징어 찜’은 순대처럼 비릿하면서도 쫀득쫀득 구수한 맛이 일품이고, 부추,호박,깻잎,오징어,청양고추를 넣고 지진 전은 뜨끈뜨끈하면서도 매콤하다. 속살이 꽉 찬 대게만을 골라 전국으로 택배를 부칠 만큼 많은 거래량을 자랑하는 대게를 먹을 때는 특별한 밑반찬이 필요치 않다. 스팀에 푹 쪄서 나오는데 하얗게 꽉 찬 속살을 보는 것만으로 입맛이 다셔진다. 여물지 않은 대게는 아예 내놓지 않으므로 고소하고 담백한 살찐 대게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1 자연산 회가 다 떨어지면 공석횟집은 미련 없이 그날의 장사를 마감한다.
2 망양정해수욕장을 끼고 달리는 해안 도로.
3, 5 크고 작은 선박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죽변항의 아침은 생생하고 활기차다.
4 공석횟집은 그날 잡은 자연산 활어만을 내놓는다. 사진은 쫄깃하고 싱싱한 도다리 회.

싱싱한 자연산 회의 수성, 공석횟집

어느 해수욕장에 가든, 바다 옆에 차고 놀러 간 여정에서 회 한 접시 먹지 않을 수 없다. 울진군청에서 관광,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4명의 직원이 공동으로 추천하는 곳은 울진읍 읍남3리, 가게 앞에 동해를 바로 두고 있는 공석횟집(054-783-2611)이다. 이곳에서는 예약 할 때 회의 종류를 묻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그날그날 잡히는 고기가 틀리고, 잡히는 고기만으로 상을 봐주므로 요약하자면 ‘주는 대로 먹는 식’이다. 그마저도 못 먹을 때가 적지 않다. 물고기 수확량이 변변치 않아 자연산 활어가 없으면 미련 없이 가게 문을 닫아 버린다. 도다리, 광어, 우럭, 쥐치, 오징어 등등 수많은 활어 종류 중 어떤 것을 맛보게 될지는 주인도 장담하지 못한다. 횟집에 가서 비밀 맛 탐험대처럼 회 맛을 보는데, 역시 씹히는 질감이 다르다. 여러 가지 회를 모둠으로 준 것 같아 식사 후 “광어랑 우럭이 섞여 있었지요?” 하고 물었더니 “다 도다리였는데요. 오늘은 도다리밖에 못 잡았습니다. 칼질을 다르게 해 다른 고기로 보였을 겁니다” 하는 답변이 돌아온다.

자연산과 인공 양식은 활어를 조금만 좋아하면 쉽게 구분할 수 있으므로 인공으로 키운 물고기를 자연산이라 속이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광어의 경우를 예로 들면 배 쪽으로 뒤집었을 때 얼룩얼룩한 점이 있으면 필시 양식이고, 눈처럼 완전히 하얀 경우 자연산 훈장을 얻는다. 회를 썰어놓아도 자연산은 색깔이 투명한 데 비해 인공산은 색이 불투명하고 선연하지 않다. 무엇보다 맛이 다르다. 자연산은 꼬들꼬들 아작아작 씹는 맛이 있지만 인공산은 물컹한 것이 씹는 질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시어머니가 이곳에서 장사를 한 세월만 벌써 20년인데, 무엇보다 손님들이 이곳을 믿는 이유는 아들이자 사장이 직접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아오는 일상 때문이다. 고기가 잡히지 않은 날은 어쩔 수 없이 어판장에 가서 사오기도 하는데 고기 보고 고기 잡는 것이 인생이었으므로 자연산과 인공산을 혼동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울진에서 즐기는 해수욕은 여름을 뜨겁게 즐기는 이들에게 더욱 반갑다. 후포항 인근에 경상북도 공식 요트장인 후포 요트장이 있어 바다를 가르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고 방어 떼, 도다리, 쥐치와 광어를 보는 스킨스쿠버도 즐길 수 있다. 난류와 한류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울진 연안의 해저는 색종이처럼 다채로운 수중 생태가 존재하므로 바다 속 구경은 한국에서 드물게 눈부신 것이 된다. 보태자면, 울진의 젓줄인 왕피천 일원에서는 손맛 짜릿한 은어 낚시도 체험할 수 있다.

수상 레포츠 관련 전화번호
털보잠수 울진점(울진읍 연지리, 054-782-4862)
털보잠수 죽변점(죽변면 후정리, 054-782-1198)
무어해저(원남면 오산리, 054-782-6580)
백경잠수(울진읍 읍내리, 054-783-2056)
울진잠수(원남면 오산리, 054-783-0980)
고인돌(근남면 진복리, 054-783-9856)
죽변낚시플라자(죽변면 죽변5리, 054-782-8284)
24시낚시타운(후포면 후포리, 054-787-4811)
해안조명낚시(후포면 삼율2리, 054-787-2636)

울진의 70퍼센트는 삼림욕장이다
 
울진에 닿기까지의 여정은 험난했다. 봉화를 지나 울진에 이르는 길, 구불구불한 산길은 기약 없이 계속되었다. 마음 급한 사람에게 그길은 아무런 긍정적 면면을 찾지 못하게 하지만, 초행길의 여행자에게 그길은 느리게 달리며 녹색 기운을 깊숙히 호흡할 수 있도록 한다. 울진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험준하지만 그만큼 자연은 건강하고 싱그럽다는 것.

1, 3
아이엠유 펜션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 뒤로는 울진 금강송이 쭉쭉 뻗어 있다.
2, 4, 5 울진에는 자연휴양림이 두 개나 된다. 통고산 자연휴양림과 구수곡자연휴양림. 울진에는 바다보다 산이, 강보다 계곡이 많다.

서울에서 영주까지 차는 거침없이 달렸다. 원주까지는 영동고속도로를, 원주에서 영주까지는 중앙고속도로를 달렸다. 영주를 기점으로 울진까지는 87킬로미터가량을 더 달려야 하는데 고속도로는 영주에서 끝났다. 봉화를 거쳐 울진으로 미끄러지는 여정은 커브와의 전쟁이었다. 특히 봉화와 울진을 잇는 36번 국도가 대단했다. 그 길은 87킬로미터 길이의 구렁이가 누워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길은 좌로 우로 쉴 새 없이 꺾였고, 내비게이터는 10초가 멀다 하고 “전방에 급커브 지역입니다”라는 단조로운 경고를 반복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녹색이었다. 거인처럼 웅장하고 장려한 산은 맑고 청량한 공기를 풍년처럼 내뿜었다. 장마철이었으므로 산안개는 지천에 가득했다. 계곡물은 풍부했고, 들은 촉촉했다. 서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자연은 곱고 깊음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36번 국도는 곡절 많은 길이다. 험하고 좁은 길로 몸 고생, 마음고생 심한 울진 시민들은 집의 돼지 저금통까지 털어 건설교통부에 4차선으로의 확장을 요구했지만, 시민들의 바람은 환경 평가에 막혀 성취되지 않았다. 하여, 울진 시민이나 울진을 방문하는 울진 밖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달린다. 강릉과 삼척을 지나 울진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59킬로미터를 더 달려야 한다.

멀미 나는 길이지만 그 길 위의 자연은 강성하다. 특히 부영계곡은 잔잔하고 아담한 한국의 산하와 정반대되는 얼굴을 하고 있다. 계곡은 거산을 가르며 흐른다. 계곡의 폭은 넓고 물줄기는 세다. 주변은 온통 빼곡한 숲인데 계곡은 장장 15킬로미터를 흐른다. 여름이면 이 물줄기 옆으로 사람들이 연어 떼처럼 들어찬다. 많은 이들이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명찰을 붙인 계곡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아름답다.

36번 국도에서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로 빠지는 안내판이 있어서 충동적으로 들어갔는데, 가도 가도 끝이 나지 않는 험한 산길이 이어진다.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인 비좁은 길은 움푹 파이고 주저앉아 울퉁불퉁 마치 달구지를 타고 가는 기분이다. 이제 겨우 멀미 나는 여정에서 벗어났는가 싶었는데 다시 기약 없는 ‘막길’이 이어지니 속이 다 울렁거린다. 겨우 차량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법한 계곡 위의 다리를 건너고, 마주 오는 차라도 있을라치면 꼼짝없이 ‘동작 그만’인 채로 한쪽 귀퉁이에 아슬아슬 차를 걸치는 어드벤처는 1시간 30분이나 계속되었다.

마침내 도착한 금강송 군락지는 눈부셨다. 직선처럼 올곧게 쭉쭉 뻗어 자라고, 우리나라에서 소나무 형질이 가장 우수해 예로부터 왕실이나 궁중의 대들보로 쓰였던 잘생긴 나무가 약 1587제곱미터(480만평)에 걸쳐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으므로 그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산소 광장’이라 할만 했다. 500년생 금강송이 다섯 그루, 200~300년생 금강송은 8만여 그루가 넘게 있으니 수령 100년 미만의 금강송은 삐약대는 유년이나 다름없다. 금강송 군락지는 오랜 동안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해 오다 최근에야 숲 속으로의 산책을 허락했다.


1 아이엠유 펜션의 주인집. 동으로 된 지붕을 올린 집은 비 오는 날, 통통 빗방울 ‘구르는’ 운치를 선물한다.
2, 4 깊은 자연 속에서 심신을 누이고 가는 도시인들은 감사의 표시로 방명록에 시를 쓰기도 하고, 직접 작곡한 음표를 그려 넣기도 한다.
3 통고산 자연휴양림에는 목향 진한 관솔목으로 만든 공예품을 전시하는 머슴공방(054-783-9956)이 있다.

휴대폰 터지지 않는 펜션, 아이 엠 유
울진의 70퍼센트 이상이 산악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펜션 ‘아이엠유 I Am You’를 찾아가는 길에 실감한다. 동물들도 찾기 힘든 국유림 끝자락에 피신하듯 숨어 있는 펜션의 지붕은 대로에서 20분 이상을 부지런히 안쪽으로 달려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펜션은 산양 보호 지역인 송광리 금강송 군락 지역만큼이나 외진 곳에 있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으니 더 이상의 문장이 필요치 않다. 펜션 주변의 하늘을 함께 이고 있는 집은 겨우 일곱 가구다.

펜션의 입지도 ‘예술’이지만 그보다 더 ‘아트적인’ 것이 펜션지기 백성권 씨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낚시를 즐기던 그는 ‘자연 속에서 낚시하며 살리라’던 꿈을 이루기 위해 멀쩡한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국민은행 PB 센터. 전례 없는 초고속 승진에 본인 말대로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곳에서 계산기 몇 번 두드리면 연봉 6000만원을 주던 직장을 미련 없이 뛰쳐나왔으니 세상의 상식으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객기 반, 무모함 반으로 시작한 펜션 생활은 처음부터 전쟁이었다. 오지였으므로 인건비를 포함한 모든 공사비는 평평한 땅의 그것보다 2~3배 높았고, 공사 기간 역시 봄날의 고양이 하품처럼 대책 없이 늘어졌다. 땅을 판 노인은 시세보다 몇 배 높은 가격을 받았음에도 “아무래도 너무 싼 가격에 판 것 같다.

이럴 순 없다”며 포크레인 앞에 드러누웠고, 공기 좋은 곳에 집결한 인부들은 계곡에 앉아 목욕하고 물놀이하느라 금쪽같은 세월을 허이허이 흘려보냈다. 밥값, 담뱃값 열심히 대가며 1년 동안 동고동락한 인부의 숫자를 셈해보니 딱 653명이 나왔다. TV 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하고도 남을 온갖 이야기를 쏟아낸 끝에 맞이한 펜션 오픈 날.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한 마음 감출 길 없음을 쑥스러워하며 떡볶이를 먹고 있는데 밖에서 쿠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집중호우! 대책 없이 쏟아지는 장대비에 정성 들여 만든 언덕의 꽃밭이 토사가 되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자동적인 오픈 연기, 그리고 10일간의 보수공사. “내가 그날 울었다 아닙니까? 와, 갖은 정성 들여 만든 텃밭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데 진짜 환장하겠드만요!” 그렇게 액땜이 끝나면 좋았으련만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10일간의 긴급 보수공사를 마치고 어떻게든 한철 장사라도 해야겠기에 주섬주섬 대충 임시 홈페이지를 만들고 예약을 받았는데 때마침, ‘유령 펜션’(손님들의 입금액만 가로채고 실제로는 없는)이 9시 뉴스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전화가 밀려왔다. 홈페이지 내의 방명록에 글 한 줄 올라온 것이 없고, 펜션에 들어가면 휴대폰마저 터지지 않는다니 ‘딱 걸렸다’는 뉘앙스로 검은 의혹을 던지는 손님이 부지기수였다. 펜션지기는 생각했다. ‘아, 멀고도 험하도다.’

풍란처럼 강하게 ‘큰’ 펜션은 이제 울진의 명물이 되었다. 때로는 눈물 없이, 때로는 포복절도할 웃음 없이 볼 수 없는 ‘아이엠유의 하루’를 펜션지기가 일기 삼아 꼬박꼬박 올리면서 펜션은 하루에도 수백명이 클릭을 하는 인기 사이트로 바뀌었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 어디 있냐”던 의심과 의혹은 “세상에,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 있다더라”라는 동경과 관심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이제 펜션지기는 하루하루를 자연과 연애하며 산다. 비닐하우스까지 갖추고 손님들을 위한 고추, 오이, 상추, 가지, 토마토를 키우고 마음만 동하면 언제든지 낚싯대를 짊어지고 길을 떠난다. 밤낚시로 잡은 물고기는 펜션 귀퉁이에 마련된 연못에 풀어놓고 손님들로 하여금 매운탕에도 넣고, 라면에도 넣게 한다. 고생을 많이 시켜 미안한지 인근의 국유림은 펜션지기에게 엄청난 선물도 안겨주었다. 펜션 옆으로 1급 음용수 판정을 받은 청정한 계곡이 흐르는데, 이 계곡이 사유재산이 된 것이다. 산 상류의 계곡 물길이 어느 날 바뀌면서 계곡은 펜션지기의 영토로 깜짝 선물처럼 편입되었다. 계곡 위로는 등산로가 나 있는 처녀림이 빼곡히 우거져 있고, 그 아래로는 계곡이 흐르며, 주변은 온통 깊고 넉넉한 국유림이므로 아이엠유의 주인과 손님들은 여름, 이곳에서 숲 내음 마시며 논다.

주소 경북 울진군 서면 전곡리 41번지 가격 커플 룸 13만원, 패밀리 룸 18만원, 단체 룸 35만원(모든 가격은 성수기 기준) 문의 (054)781-2400, www.imupension.com

울진 에필로그
‘울진 기행’은 4박 5일간의 여정이었다. 해외 출장이 보통 일주일에서 10일 사이니 길다면 긴 여정이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무전여행하듯 돌아다닌 성열규 기자는 “좋은 데 다녀왔다”며 심드렁하게 말했다(그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 갈무리하자면 울진은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다. 농약과 비료 대신 자연을 먹고 자란 먹을거리가 있어서도 그렇고, 관동팔경의 제일이라는 망양정과 우리나라 수많은 계곡 중 가장 늠름하고 웅장한 불영계곡이 있어서도 그렇고, 바다낚시와 민물 낚시, 요트, 자연휴양림, 오지에 피신하듯 박혀 있는 아이엠유 펜션이 있어서도 그러하다. 울진으로 떠나기 전 라디오 불교방송에서 짤막한 전화 인터뷰를 했었다. 좋은 산과 바다, 계곡을 추천해달라는 것이 요지였다. 울진 여행을 조금 더 빨리 다녀왔더라면 “울진에 다 있다”고 짤막하게 말할 수 있을 걸 그랬다.

 
국내 유일의 자연산, 덕구온천을 기억하라
 
온천욕은 ‘울진 삼욕(삼림욕, 해수욕, 온천욕)’을 완성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미약하고 변변찮은 온천이었다면 울진을 수식하는 대명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울진 온천욕의 명성은 삼림욕, 해수욕만큼이나 높다. 그 뿌리는 ‘덕구온천’에서 비롯된다.

온천욕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울진 여행기를 여는 시작 페이지에서 언급한 울진군청 남기동 계장의 말을 다시 꺼낸다. 그는 울진이 오지이고, 바로 그 때문에 물 좋고 공기 좋은 산하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덕구온천 가는 길에 그 말은 더욱 가슴에 새록새록 스민다. 넓지 않은 2차선의 도로. 차는 사람과 빌딩 대신 계곡과 산림의 풍경을 가른다. 장마철 때문이기도 했지만 계곡을 옆에 두면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산림 지역을 지나면 자욱이 깔린 산안개를 뚫고 달린다. 평소 진동하는 음식 냄새도 맡지 못할 만큼 명민하지 않은 후각이지만 자연의 냄새가 구수하다.

말랑말랑한 문장들은 순간의 기분에 취한 감성적 감상 평만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미처 알지 못하지만, 울진은 유기농 먹을거리로도 유명하다. 2005년 7월 22일부터 25일간 열린 ‘2005 세계친환경농업 엑스포’는 청정 울진을 알린 좋은 계기였다. 3년 이상 농약이나 제초제를 치지 않은 먹을거리만이 유기농 농산물로 인정받는데, 그렇듯 깨끗한 농산물을 울진은 대거 선보였다. 울진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면 울진 전체가 깨끗한 농산물 생산에 적잖이 마음 씀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쌀, 농약을 뿌리지 않아 육질이 단단하고 그만큼 단 키토산 딸기,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매실과 토마토 등 자연으로 빚은 특산품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부낀다.

그중 최고의 ‘스타’는 오리 농법으로 지은 쌀, 울진 생토미다. 울진 전역에서 골고루 행해지는데, 덕구온천 가는 길에 있는 하당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농법의 핵심은 오리로 하여금 벼농사를 짓게 하는 것이다. 주인이 다른 저마다의 논 한쪽에는 노란 천막으로 지은 키 작은 오리 집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는데, 오리들은 그곳에서 밤낮을 거주하며 벼농사에 투입된다. 오리의 임무는 그저 논고랑 사이를 활개 치고 다니면서 자그마한 잡초도 뜯어먹고, 벼를 좀먹는 벌레를 잡아먹는 것. 오리가 다니는 곳에는 잡초도 덜 나고, 오리들의 배설물은 고스란히 비료가 되며, 특히 벌레는 절대 생기지 않으니 농사꾼은 오리 군단의 도움으로 농약 뿌리지 않고 벼농사를 짓는다. 오리들의 일과는 대략 아침 6시에 시작해 저녁 6시까지. 동틀 무렵, 주인이 오리 집의 빗장을 풀면 오리들은 꽥꽥 요란한 소리를 내며 논으로 쏟아져 나갔다가 해 질 무렵, 다시 귀가하는 방식이다. 보통 한 마지기에 10마리가 투입되는데, 오리는 군청에서 전량 무상 지원한다. 자연으로 지은 밥은 달다. 덕구온천장 내 친환경 농수특산물 홍보 판매장에서 일하는 김명숙 씨의 말을 옮기자면 이렇다. “쌀이 투명하면서도 쌀눈이 정확하게 보인다 아닙니까. 밥이 끓을 때부터 옛날 가마솥으로 끓이는 것처럼 구수한 냄새가 풍긴다니까요. 밥이 워낙 달고 맛있으니 다른 반찬은 필요치가 않지요. 살아 있는 흙에서 수확한 쌀이라고 해서 생토미 生土米라 불리는 거 아닙니까.”


1 울진에서 오리는 ‘또 하나의 농부’다. 덕구온천 인근의 하당마을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2 덕구온천의 뒤편으로는 평평하니 걷기에 좋은 응봉산 산책로가 자리한다.
3, 4 겹겹의 산을 마주하고 있는 노키탕과 재스민탕.
5 대추, 은행, 버섯, 양파, 피망 등 갖은 야채를 넣고 자박자박하게 조린 갈비찜.
6 자연 용출 온천은 하루 24시간 내내 콸콸 쏟아진다.

경북 유일, 전국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
덕구온천은 자연으로 먹을거리를 빚는 착한 풍경 너머에 있다. 온천의 입구에 닿기 위해서는 나지막한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데, 아랫마을에서도 충분히 좋았던 공기는 위쪽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다. 앞뒤 좌우의 숲과 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는 목향 木香은 맑고 서늘하다. 덕구온천은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자연 용출 온천이다. 인위적으로 공을 파서 모터로 뽑아낸 온천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치솟는 온천을 내려받아 쓰는 것인데 어쩔 수 없이 온천의 좋은 성분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가열이나 식힘의 과정 없이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받는 온천은 우리나라에서 덕구온천이 유일하다. 온천수의 양 또한 풍족하다. 하루 4000톤. 언뜻 계산이 되지 않지만 어쨌거나 온천은 하루 종일 온천 내의 모든 시설에 공급하고도 넘치는 물을 감당하지 못한다. 자연 그대로의 온천수는 불순물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온천수를 투명 용기에 담아 며칠씩 두고 관찰해보아도 온천수에서는 침전된 불순물을 찾을 수 없다. 덕구온천 아래쪽에 있는 양평해장국 사장님의 말을 들으면 온천수가 신비롭게까지 보인다. “서울 사는 손님들에게 가끔 온천수를 통 가득 담아 보내는데, 한번은 그 손님이 온천수를 집에 그대로 놔두고 한 달간 외국 여행을 갔다 왔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온천수가 담긴 통이 침전물 하나 생기지 않고 깨끗했다 카드라구요. 그때 아, 이 온천수가 참말로 좋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좋은 물은 다행스럽게도 좋은 공간에서 향유된다. 난개발된 우리나라의 산하에서 좋은 물과 풍경이 무개념으로 망가지는 사례가 그 얼마나 많던가. 그런 현실을 생각하건대, 덕구온천의 시설과 풍경은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라는 평범하되 애정 가득한 수사를 붙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렇듯 자신 있는 추천의 8할 이상은 최근 개장한 덕구온천 스파월드에 있다. 스파월드는 그야말로 온천수의 천국이다. 운동장보다 넓은 실내 공간에는 기포욕, 보디 마사지, 벤치저쿠지, 넥샤워, 스파탕, 물안개 사우나, 황토 사우나, 침탕, 수영장 등이 모자이크처럼 구획되어 있다. 노즐에서 강력하게 분출되는 온천수는 목을 어루만지고, 허리를 마사지하며, 다리를 두드리는데 그 강함과 시원함이 태국이나 발리의 전통 마사지에 뒤지지 않는다. 코스를 바꿔가며 그곳에서 1시간 30분가량 있었는데, 다음 날 몸은 확실히 가벼웠다. 그리고 피부는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거울처럼 매끄러웠다.

야외 노천 온천은 <도베>를 포함해 그간 덕구온천을 다녀간 수많은 취재진이 한결같이 마음을 준 곳이다. 규모는 소담하다. 4~5명 이상은 들어가기 힘들 법한 레몬탕과 재스민탕이 눈사람의 머리와 몸통처럼 나란히 붙어 있고, 그 옆으로는 물안마폭포탕과 히노키탕이 자리한다. 시골의 초등학교 운동장만큼이나 작은 규모다. 하지만 작은 노천 온천이 마주하고 있는 풍경은 울창하고 포근한 겹겹의 산이다. 거대한 산속의 한쪽 귀퉁이를 빌려 온천욕을 즐기는 듯한 기분. 잡목 없이 소나무만으로 빽빽한 산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온천욕에서 꼭 해보아야 할 것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히노키탕에서의 반신욕. “300년 이상 된 원목을 이용하였고, 내수성과 내인성이 강하며 목향이 좋아 옛 선조들의 황실과 일본에서 욕조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삼림 효과, 피부 미용 효과, 신경 안정, 살균 작용 효과, 혈액순환 촉진에 좋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만으로 몸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듯 하다. 둘째는 야외 선베드에 10분 이상 누워 있기. 선베드는 원목으로 지은 나무 발코니 위에 놓여 있는데 마주하고 있는 풍경이 앞서 말한 겹겹의 깊숙한 소나무 숲이므로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하며 누워 있으면 머리가 서늘하게 비워지는 느낌이 든다.

주소 경북 울진군 북면 덕구리 575 객실 요금 트윈과 한실 14만원, 스위트룸 24만원(성수기 기준) 문의 (054)782-0677,
www.duckku.co.kr.
 
 
울진 여행 비법 A to Z
Useful Info
how to go
울진까지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첫째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까지 간 다음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영주까지 간 후 봉화를 거쳐 울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럴 경우 본문에서 언급한 구불구불한 36번 국도를 피할 수 없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쭉쭉 뻗은 대로를 원한다면 원두를 지나 강릉까지 간 다음 동해고속도로를 이용, 삼척을 경유한 후 울진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고속도로는 삼척에서 끝난다. 삼척에서 울진까지는 36번 국도만큼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급커브가 있는 불편한 길을 통해야 한다. 다만 덕구온천을 목적지로 할 경우에는 강릉-삼척 구간을 이용, 울진으로 들어가는 것이 편하다.

where to stay 울진 역시 동해를 품은 곳이므로 자그마한 항구 근처에 몸과 마음을 누이는 것도 훌륭한 여행법일 수 있다. 바다풍경펜션(울진군 죽변면 32-46번지, 011-9365-8870)은 울진의 대표적인 항구 죽변항의 안쪽에 있다. 3층 객실에서 창문을 열면 8톤급 소형 선박 200여 척이 들고나는, 하여 어느 항구보다 싱싱한 바다 냄새가 나는 죽변항이 보인다. 5시 30분 경 나가면 구경할 수 있는 활력탱천한 공판장도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최근 레노베이션을 마쳐 무엇보다 깨끗하다는 것이 좋다. 횟집 간판을 닮은 파란색 ‘명찰’을 달았지만 객실은 넓고 깨끗하다. 가격 부담도 없으므로 바람처럼 홀로 떠나오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where to eat 회를 좋아한다면 죽변항 혹은 후포항 인근으로 차를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 많은 횟집이 공판장 인근에 자리하므로 보다 신선하고 값싼 회를 맛볼 수 있다. 죽변면 죽변리에 있는 울진대게 궁 7호(054-782-1920)는 쓰키다시, 대게탕 등 모든 음식이 깔끔하게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고, 정훈상회(054-782-7919), 안동횟집(054-787-8083)은 물회가 맛있다. 울산식당(054-783-7219), 선창횟집(054-787-4100)은 신선한 회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으며 동심식당(054-788-2588), 등대식당(054-788-2556)은 전복죽으로 유명하다.

Lesson
울진 사투리 이야기 지도를 들여다보면 울진은 삼척 아래 있다. 삼척은 강원도에 속하고 울진은 경상도에 속하니 울진 사람들의 말대로 ‘강원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상도라 하기에도 미안한 구석이 있는’ 위치다. 실제로 울진은 강원도 땅이기도 했다. 경상도의 일부로 편입된 것은 1963년 1월 1일부터다. 울진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강원도 사투리 같기도 하고, 경상도 사투리 같기도 한 것이 묘한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봉화만큼 유명한 울진 송이 많은 이들이 ‘대게’하면 울진이 아닌 영덕을 생각하듯이 송이버섯 하면 울진이 아닌 봉화를 떠올린다. 이 역시 ‘교통의 오지’였던 울진의 지리적 여건 탓인데, 울진 송이 역시 봉화 송이만큼이나 탁월하다.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송이에 비해 울진 송이는 표피가 두껍고 단단해 특유의 향이 진하다. 또한 신선도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옛날부터 송이 중 으뜸이라 칭송 받았다. 울진 송이는 추석 전후로 가장 비싸고 가장 맛있다. 특히 울진 금강송 밑에서 금강송의 향을 먹고 자란 송이는 최고가로 거래된다. 송이 수확 시즌이 되면 군민들은 산에서 천막까지 치고 거주하며 송이의 채취를 감시한다. 송이는 1킬로그램에 50~70만원에 거래된다.

Journey
불영사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가는 곳마다 빠지지 않고 발견되는 곳이 사찰이다. 하여, 가는 곳마다 사찰 한두 곳씩은 발걸음을 하고 왔는데, 불영사는 그 풍광과 기운이 확실히 압도적인 곳이다. 15킬로미터 정도를 굽이 흐르는 불영사 계곡 중간쯤에 있는 불영사는 1000년의 역사만큼이나 깊고 고아한 숨결을 지닌다. 텃밭에 가꾼 채소와 과일, 장독대에 담근 각종 장과 장아찌로 자급자족하는 사찰은 광장만큼이나 넓은데, 그 광장은 겹겹으로 빼곡하게 우거진 숲과 산이 요새처럼 둘러싸고 있다. 절 앞 연못, 무리지어 고요한 발걸음을 걷는 비구니 등 그곳의 존재들은 그러한 분위기와 더불어 한없이 정적이며 신비롭다.

구수곡자연휴양림 & 통고산자연휴양림 2개의 울창한 휴양림은 울진의 70퍼센트 이상이 산악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덕구온천 가는 길에 위치한 구수곡자연휴양림은 잔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파트처럼 크게 지은 단체 통나무집 대신 커플 혹은 4~5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집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비비추ㆍ원추리ㆍ작약ㆍ금불초ㆍ제비꽃ㆍ할미꽃ㆍ수선화 피고 지는 자그마한 화단이 자리한다. 정원 바로 옆으로는 콸콸 물 쏟아지는 계곡이 청량한 그늘을 제공한다. 통고산자연휴양림은 구수곡자연휴양림에 비해 크고 울창한 느낌이다. 36번 국도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산림은 울창하고 계곡은 장쾌하다. 휴양림 어디에 서나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계곡물은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다. 울진 금강송이 유독 많은 휴양림에서는 소나무 향이 소낙비처럼 쏟아진다. 문의 구수곡자연휴양림 (054)783-2241, 통고산자연휴양림 (054)782-9007


Interview
울진 군청 문화관광과 직원 일동

“많은 도시를 다녀보지만 울진만큼 좋은 곳이 없다. 주변을 돌아보면 산, 계곡, 바다, 온천 모든 것이 한곳에 있으니 굳이 먼 데로 떠날 필요가 없다. 덕구온천 같은 경우 실제 온천욕을 한 번 하고 나면 몸이 구석구석 개운해 물이 좋다는 것을 실감한다. 오염원이 없다는 것도 울진의 자랑이다. 태백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크고 작은 산들은 MTB 코스로 유명하고, 망양정해수욕장 일대는 철인 3종 경기 등 각종 수상 스포츠로 각광 받는다. 친환경농법으로 지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는 것도 울진의 자랑이다. 친환경 농산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토양 샘플을 통해 지난 3년간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하고, 친환경 농법 일지도 작성해야 한다. 큰 논이나 밭 중 특정 구역만 농약을 치지 않았다고 해서 유기농산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농약이나 제초제가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깐깐한 기준에 의해 선정된 친환경 유기농산물이 울진에는 풍부하다.”

Note
울진 대게 축제
영덕 대게 축제만큼 맛나고 살찐 대게가 넘쳐나는 축제. 매년 4월에 열린다. (054-785-6291), 대게의 ‘전성기’는 매년 12월 중순~5월 말
4~8월 은갈치처럼 눈부신 민물 은어 낚시 시즌. 왕피천 일대 지역 유명.
8월 말~10월 오징어가 가장 싸고 맛있고 오동통한 계절 추석 전후 일본인들도 탄복하는 울진 송이가 가장 많이 채취되는 시기
울진 특산품 구입처 오리 농법으로 지은 울진 생토미(054-787-8321), 울진 앞 청정 해역에서 잡아 빛깔이 곱고 맛이 담백한 울진은멸치(054-783-7480), 수심이 얕은 암석에서 자연적으로 성장한 미역으로 고려 시대부터 왕실 진상품으로 올랐던 울진고포미역(054-782-0916), 동해 근해에서 잡고 바다에서 자연 건조하여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울진 오징어(054-783-7480)
 
출처 : 도베 (2007년 8월호)



ⓒ 트래비

기자도 몰랐습니다. 동해바다로부터 이토록 고맙고 또 고마운 자원들이 나오는지를. 지구가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 가며 나이테가 생기듯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그 모양이 바뀌는 신기한 화석과 석회동굴을 보는 것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체험이고 깨달음의 쾌락입니다. 나라가 위험할 때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의병장의 호연지기(浩然之氣)로부터 앞으로의 내 모습을 그려 봅니다. 물을 만나면 신발부터 벗어 던지고 풍덩 빠져 들어가고 싶은 마음과 바닷물에 들어가면 온통 동심(童心)으로 물들어 버리는 것은 인간과 지구의 역사가 맞닿은 이래 변하지 않는 ‘바다 본능’인가 봅니다. 그리고 쨍쨍 내리는 뙤약볕 아래 두 팔 가득 고구마와 복숭아를 안고 농부가 흘린 땀방울의 고마움과 일해서 얻은 수확물의 참맛도 느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얻은 것이 많았던 영덕과 울진으로의 가족 체험여행. 전부는 아니더라도 우리 가족들이 느꼈던 소중한 체험을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체험가족 소개 


트래비와 경북관광공사가 함꼐하는 '체험! 경북가족여행' 4번째 행운의 주인공은 김광훈씨 가족입니다. '우리가족의 휴가 이야기'에 응모해 큰맘 먹고 떠났던 캠핑 장소가 남의 선산이었음에 씁쓸했던 추억을 담아주셨죠. 점잖은 모습에 집중력과 탐구력을 반짝 반짝 빛냈던 아빠 김광훈씨, 소탈하고 쾌활한 엄마 이은혜씨. 기자들도 선생님들도 그 장난을 감당해내기 힘들었던 미운 여섯 살 꽃소년 민우와 연신 "이게 뭐지"를 외치며 가족여행의 마스코트가 되어 버린 사랑스런 미소천사 민서. 이 달콤한 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 볼까요.





우리 가족의 첫 바다



ⓒ 트래비

1. 두팔 벌려 바람을 느껴봐~
2. 해맞이 공원에서 내려다 보는 동해바다의 색은 그야말로 '환상'


‘바다’를 오매불망 기대하던 민서네 가족이 맞은 첫 번째 바다에 아이들은 신나한다. 가족들의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 것은 80m나 되는 거대한 24대의 풍력발전기. 허허벌판의 너른 땅과 바닷물 색을 닮은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커다란 바람개비에 6살 민우의 가슴이 쿵쾅거린다.

“풍력발전은 석탄이나 석유처럼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적인 대체 에너지이고 관광자원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생산된 전기로 2만 가구의 영덕 군민들이 편안히 생활을 할 수 있는 거에요.”

가이드 선생님의 풍력발전단지가 작동하는 원리와 전기가 주는 이로움에 대한 설명에 아직 어린 3살, 6살의 민서와 민우는 조금 지루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손을 들고 질문하며 향학열을 불태우는 아빠 김광훈씨. ‘태풍이 불면 풍력발전소에 득이 되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풍력발전기는 풍속이 초속 3m 이상이면 움직이기 시작해서 초속 13m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돌고 태풍이나 강풍으로 풍속이 초속 20m가 넘으면 제어장치가 있어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 재밌는 사실은 원래 풍력발전단지가 있던 곳은 10년 전만 해도 소나무 공원이었다. 1997년 큰 산불로 산이 홀랑 타 버리고 난 후 풍력발전소를 세울 수가 있었다고. 이 산불 덕에(?) 이곳 영덕 풍력발전단지의 입지 조건이 다른 어떤 곳보다 좋다고 알려져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뿐사뿐 걸어 내려오니 그림 같은 바다 전망이 펼쳐지는 해맞이 공원에 닿는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동해 바다색이 이렇게 예쁜 줄. 생전 처음 보는 넓디 넓은 푸르른 바다에 기분 좋은 민서를 보며 다음에는 꼭 해를 맞으러 와야겠다고 다짐하는 가족들.

해맞이 공원 찾아가기     영덕읍에서 10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갈림길에서 918번 지방도로 접어들어 약 10분 거리
문의     054-730-6311

풍력발전단지 찾아가기     해맞이 공원 위에 위치
문의     1544-3506/
www.tour.yd.go.kr 


재밌게 ‘지구’와 ‘바다’를 “공부하세요!”



ⓒ 트래비

1. '어머머' 신기한 화석, 공룡뼈
2. 선장이 된 듯 열심히 방향키를 돌리는 민우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화석박물관인 ‘경보화석박물관’. 100년 전, 1,000년 전이라는 수식어만 붙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데 1억2,000년이나 됐다는 나무에 앉아 지구의 역사를 증명해 주는 다양한 화석들을 보며 신비한 지구와 생명의 이야기를 듣자니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개구쟁이 민우는 화석박물관의 설명이 따분하기만 하다. 선생님의 재미난 설명에도 내내 딴청이다.

“우리 인간은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너무 짧게 산 거지. 그런데 몇 십억 년에 걸쳐 지구가 만들어 놓은 석탄, 석유 같은 에너지들을 벌써 반이나 써 버린 거에요. 앞으로 우리 친구들이 지구의 에너지를 아껴서 잘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것을 깨우치고 지구의 신비로움에 감동을 받은 형, 누나들 틈에서 “이제 영덕 대게 먹으러 갈 시간이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들려오는 민우의 “아싸!” 소리에 금세 웃음바다가 된다.

맛있는 대게를 먹고 도착한 곳은 삼사해상공원 대종탑 바로 밑에 위치한 어촌 민속전시관. 방금 전에 맛있게 먹었던 영덕 대게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져 보고 수만 년에 걸쳐 대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도 알아본다. 어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점쳐 보는 시간여행은 다양한 게임과 멀티미디어로 아이들의 눈과 귀를 모은다. 바닥에서 간단한 기구를 이용해 영덕 대게를 가두는 게임을 할 때는 온 전시관이 민서와 민우의 웃음 소리로 가득했다.

특히나 엄마 아빠에게는 너무 어지러운 3D 입체 영상인 ‘대게 왕자의 모험’까지 꼼꼼히 챙겨 본 뒤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안 바다 풍경을 보기 위해 야외 테라스로 나갔다. 시원한 밤바다 바람을 느끼며 강구항과 저멀리 보이는 풍력발전소, 반짝이는 영덕 시내의 예쁜 야경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엄마 아빠에게는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촌 민속전시관 찾아가기     경북 영덕군 강구면 삼사리 삼사해상공원 내(경북대종 옆)  입장료    성인 1,500원, 학생 800원
관람시간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문의     054-730-6790~6

경보 화석박물관 찾아가기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 원척리 267-9(경북 영덕과 포항 사이, 동해안 7번 국도상에 위치)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1,000원
관람시간     평일 8:00∼19:00/ 공휴일 8:00∼20:00(휴관일 없음)
문의     054-732-8655(6025)

얌얌 맛 좋은 영덕대게 

대게는 크기 때문에 대게가 아니라 몸통에서 뻗어 나간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뜨거운 찜통 속에서 갓 나온 대게를 호호 불어 가며 새하얀 속살을 쏙쏙 뽑아 먹는 재미야말로 영덕에서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것. 대게가 가장 맛좋은 4~5월이면 살이 실하게 오른 대게를 맛보지만 지금은 제철이 아니기 때문에 대게의 맛을 보고 간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갓 쪄서 나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게의 부드럽고 고소한 속살을 한입 가득 베어 물면 통통한 대게 속살의 질감과 입 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대게의 향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대게를 쏙쏙 뽑아 먹고 등 껍데기에 김과 야채를 섞어 밥을 비벼 먹는 것도 별미.


‘태백산 호랑이’ 신돌석 장군

ⓒ 트래비
신돌석 장군은 을사보호조약 다음해인 1906년에 의병을 일으켜 신출귀몰하게 왜군에 저항했던 의병장이다.

신돌석 장군은 1907년 경상남북도를 합친 교남창의 대장으로 추대되어 서울 공략전에 참여했으나 평민이란 이유로 배제되었다. 1908년 11월18일 엄동설한을 앞두고 믿었던 부하의 손에 무참히 살해되어 31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신돌석 장군의 생가는 ‘태백산 호랑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큰 활약을 벌인 장군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5년에 복원되었다. 이곳에는 장군에 대한 각종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어 항일 의병과 신돌석 장군의 행적까지도 고스란히 되짚어 볼 수 있다.

장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묵념을 하는 순간에도 오빠 민우보다 어린 민서가 더 열심인 것이 신통하기만 하다. 교과서에서 배우기라도 했던 초등학교 오빠 언니들은 그렇다 쳐도 아직 그 어디에서도 접해 보지 못했던 어려운 역사 이야기 속, 신돌석 장군의 동상을 만져 보고 기념촬영도 하고 가이드 선생님과 엄마 아빠의 설명도 열심히 듣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순국선열들의 목숨을 내건 노고를 조금이라도 알아줄까 하는 묘한 궁금증이 생긴다.

신돌석 장군 유적지 찾아가기     경북 영덕군 축산면 도곡 2리
관람시간     09:00~18:00
문의     054-734-6397/
www.yd.go.kr


야! 바다다, 바다!!



ⓒ 트래비

1. "민서 재밌어" "아!이구 어이구"
2. "아빠, 슈퍼맨 맞죠" "응, 슈퍼 영덕 대게맨"


여름휴가의 진면목은 바다에서 완성된다. 가족들이 도착한 곳은 대진해수욕장. 맑고 깨끗한 바닷물과 너른 백사장 뒤로 병풍처럼 둘러진 송림이 장관을 이루는 곳. 게다가 수심도 깊지 않고 경사도 완만해서 어린이들도 해수욕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대형 튜브며 알록달록 수영복을 준비해 온 민우와 민서. 빈틈없이 빼곡히 찬 해변의 텐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시원한 바다 속으로 풍덩! 물 밖은 38도를 넘나드는 뙤약볕이 쪼이는 무더위의 거센 공격권이지만 물 속은 조금 춥게까지 느껴지는 시원한 안전권이다. 물을 만난 민우는 신이 나 엄마와 민서에게 물 공격을 하기도 하고 생전(?) 처음으로 큰 물을 만난 민서는 튜브 위에서 “어이구”, “아이고” 괴상한 탄성을 내지르며 물놀이를 즐겼다.

“아빠, 저는 슈퍼맨으로요.” 모래찜질을 하기 위해 발라당 드러누운 민우는 모래로 슈퍼맨을 만들어 달라고 아빠를 조른다. 놀라운 손재주와 창의력(!)으로 아빠가 열심히 톡탁톡탁 투덕투덕 완성한 모래 모양은 ‘영덕 대게’. 사정도 모르는 민우는 좋다며 연신 헤헤 웃는다. 대진해수욕장 백사장의 모래는 알이 굵고 질이 좋아 모래찜질에 좋고 몸에도 잘 붙지 않는다.

무리했는지 수박파티도 까맣게 모르고 낮잠이 든 민서와 수박파티와 해수욕, 수륙을 오가며 하루 종일 분주했던 민우의 해수욕 체험은 그렇게 대성황리에 끝났다.

대진해수욕장 찾아가기     동해고속도로 동해 종점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영해에서 좌회전
관람시간     개장은 2006년 8월20일까지
문의     054-730-6396/ tour.yd.go.kr
 


민서는 성류굴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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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을 막 끝낸 아이들은 그야말로 기진맥진. 온 힘을 다해 바다 속에서, 모래 속에서 원 없이 놀아 봤다. 울창한 측백나무가 서 있는 예쁘게 난 계곡 길을 따라 자그마한 구멍 앞에 다다랐을 때만 해도 이런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성류굴은 석회암 동굴로 천연기념물 제155호이다. 나이로 치면 2억5,000만년이 된 총 길이 472m의 동굴로 종유석과 기이한 모양의 석순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왕피천과 통하고 있는 12개의 광장이 있다. 또한 5개의 연못에는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나는 이런 어두침침한 동굴이 싫어”라며 난색을 표하는 엄마와는 달리 민서는 신이 났다. 내부가 넓은 동굴에서 부르는 민서의 콧노래가 온 동굴 안을 울린다. 성류굴은 원래 이름이 선유굴이었으며 신선이 노닐 만큼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성류굴이라는 지금의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굴 앞의 사찰에 있던 불상을 굴 속에 피난시켰는데, 여기서 ‘성불(聖佛)이 유(留)한 굴’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연무동석실, 은하천오작교, 용신지, 용신교 등으로 이어지는 광장은 저마다의 신비한 경치를 뽐낸다.


“민우야 배트맨 있나 찾아 봐.”
“여기 위에서도 석회 기둥이 내려오고 아래에서도 기둥이 올라가고 있지? 그래서 조금만 있으면 붙으려고 하잖아. 그런데 조금이 아니야 몇 천년이 지나야 이 기둥이 붙어서 종유석이 되는 거야. 신기하지?”
“이것 봐, 이건 하마바위래. 이름은 민우가 마음대로 지어도 돼. 민우는 이 돌에 어떤 이름을 붙여 줄래?”
“여기는 지옥 동굴이래. 항상 어질고 착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만 무사히 건널 수가 있다는 곳이야. 우리 한번 건너 볼까?”

가이드 선생님의 재미난 설명을 들으면서 아기공룡 둘리 모양의 석순, 부처님 모양의 석순, 베이컨 모양의 시원한 석회 동굴 안을 구경하니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하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성류굴에서는 몸을 낮추어라.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성류굴 찾아가기     울진읍에서 7번 국도로 포항 방면으로 가다 4km 지점의 수산교를 건너 오른쪽(서쪽)으로 이어지는 국도에서 약 2km 지점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관람시간     4~10월(08:00~18:00)/ 11~3월(08:00~17:00)
문의     054-782-4006


우리 민우가 변했어요!
 



ⓒ 트래비

1. 망양정에 오르는 예쁜 계단길, 칭얼대지도 않고 잘 오르는 민서
2. 이제는 선생님의 설명도 제일 앞에서 듣는 민우


여행 내내 장난꾸러기, 개구쟁이의 모습으로 일관하던 민우. 박물관, 체험관에서는 설명을 듣는 형들의 사이로 뛰어다니고 선생님의 말도 잘 듣지 않던 민우가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는 변했다. 원자력 에너지 바로알기를 주제로 에너지 역사, 에너지 발전의 효율성 및 중요성을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바탕으로 원자력에 관한 올바른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원자력발전소 홍보관. 어느 순간부터는 선생님의 바로 앞에 서서 설명을 듣고 체험관의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작동시켜 보기도 한다.

어린 동생을 배려하기보다는 혼자서만 놀던 민우가 높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망양정에 올라서는 민서를 제일 먼저 챙기고 귀에 꽃도 꽂아 준다. 망양해수욕장 근처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망양정은 시나 그림으로 그 아름다움이 전해져 오기도 한 곳이다. 망양정에서는 송림에 둘러싸인 언덕 아래로 백사장이 있고 저 멀리 망망대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 까닭에 예로부터 해돋이와 달 구경이 유명하고 임금님이 피서를 즐기던 곳이다.

한번의 여행으로 아이의 인성이나 성격을 알 수는 없지만 엄마 아빠는 민우와 민서의 관심사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게 된 계기였다며 뜻깊은 여행이라고 정리한다. 민우, 민서네 가족들은 보고 듣기만 하는 여행이 아닌 체험하고 몸소 느끼는 여행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관동별곡의 제1경이라고 칭송되는 망양정을 내려왔다.  

울진 원자력발전소 홍보관 찾아가기     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리 84-4
입장료     무료
관람시간     평일 09:00~17:00(신정, 설날, 추석 휴관)
문의     054-789-2948/
www.khnp.co.kr
망양정 찾아가기     울진읍에서 7번 국도 영덕 방면으로 가다 4km 지점 수산교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산포리 가는 길로 들어서서 2km 정도 가면 망양정과 망양정해수욕장이 나온다.
입장료     무료                
문의     054-785-6900/ tour.uljin.go.kr
   

★ 사진으로 보는 수확의 기쁨 

영덕 복숭아 수확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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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 아빠도 서로 사이좋게 복숭아 한 입씩 먹여 주고~
2. 재미있는 조형물이 가득한 울진 친환경 농업 엑스포
3. 불로장생의 과일 복숭아. “민서야, 복숭아 많이 먹으면 예뻐진대!”
4. 호박마을

울진에서 고구마 캐기 


ⓒ 트래비

울진 친환경 농업엑스포에서 고구마 캐기. 친환경 유기농으로 만든 고구마래요~ “우리 가족이 고구마 캐기 1등!!”

★ 아빠 김광훈씨의 여행 후기

트래비 홈피에 가끔 들러 여러 정보를 보다 가족여행 이벤트를 보고 이번 기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잘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은 기분입니다. 체험과 여행, 거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대진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가장 즐거워했습니다. 민서는 초반에 열심히 놀더니 그만 낮잠시간과 겹쳐서 잠만 자더라고요. 그러나 민우는 모래 찜질에 파도 타기까지 풀코스로 놀았습니다. 또 저와 아내는 어촌 체험 박물관에서 낭만적인 바다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고요. 마음속에 여행을 꿈꾸는 가족이라면 꼭 트래비와 함께 여행을 가길 바랍니다. 즐거운 여행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으니까요.                  



따끈한 호빵, 첫눈, 스키… 그리고 온천. 겨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일 것이다. 이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온천이다. 북방에서 넘어온 차가운 바람이 주변을 뒤덮은 날이면 온천 생각은 더욱 간절해진다. 노천온천을 하는 중에 눈이라도 내린다면 어느 영화 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태백산맥 동쪽 줄기 응봉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덕구온천은 이 같은 바람을 100% 충족시켜 준다. 따끈한 온천수로 가득 채워진 탕 안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온몸이 노곤해지면서 묵은 피로들이 씻겨 나간다. 콧속부터 폐부 깊숙한 곳까지 들고 나가는 신선한 산 바람과 병풍처럼 둘러쳐진 주변 풍경은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덤이다. 지난 주에 첫눈까지 내렸으니, 눈 덮힌 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욕은 그야말로 감개무량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행복감이 절로 밀려온다.


# 자연에서 솟구치는 진짜 온천수

 

덕구온천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국내에서 유일한 ‘자연용출온천수’라는 것이다. 덕구온천은, 대부분 온천들이 그러하듯, 인위적으로 온천공을 뚫어 모터로 뽑아내는 온천수가 아니라 산 중턱에서 자연히 솟구치는 온천수를 그대로 끌어다 쓰고 있다. 하루 4,000여 톤에 이를 정도로 솟아 나오는 온천수는 온천장과 객실은 물론 식수로까지 쓰고도 남아 밤에는 어쩔 수 없이 온천수를 그대로 흘려 보낸다. 겨울철에는 도로 옆으로 온천수가 흐르며 모락모락 김을 피워 올리기도 한다. 대규모 온천지들처럼 여기저기 난개발되어 있지 않아 온천수 공급이 안정적일 뿐더러 한적하고도 여유롭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해발 1,000m에서부터 온천장까지 장장 4km에 이르는 송수관을 타고 내려오는 온천수는 이중, 삼중의 꼼꼼한 설비 탓에 41.8℃ 온도를 고스란히 유지함은 물론 데우거나 식히지 않고 그대로 공급된다. 100% 원탕수의 ‘진짜’ 온천수인 셈이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 온천수의 효험은 물론 체험한 이들이 더 잘 안다. 덕구온천은 중탄산나트륨과 칼륨, 칼슘, 철, 탄산 성분이 많이 함유된 약알칼리 온천으로 신경통, 류마티스,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특히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온천욕은 2~3일 꾸준히 해야 그 효험을 제대로 체득할 수 있지만, 단 한 번만 체험해도 매끈해진 피부결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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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즐거움, 스파월드

 

온천욕만으로 부족하다는 이들이라면 스파월드를 적극 추천한다. 물 놀이를 겸해 다양한 물 치료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물론 이곳에 공급되는 온천수 역시 100% 원탕수이다. 대규모 시설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로 붐벼 시설 하나 이용하는 데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 좋다.
아담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내부는 크게 테라쿠어와 액션스파 2개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 구역마다 바디 마사지, 벤치 자쿠지, 스파탕, 아쿠아 포켓 같은 갖가지 시설들이 구비되어 있어 한번씩만 이용해도 꽤 시간이 걸린다. 제트 수류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압이 강하기 때문에 한 시설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 체력이 약한 이들이라면 기포욕이나 플로팅, 벤치 자쿠지 같은 수압이 낮고 반신만 담구는 시설들이 좋고, 어깨 결림 등이 심하다면 넥 샤워나 버섯분수 같은 시설들을 이용하면 한결 몸이 가벼워진다.


바닥에는 지압보도가 깔려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실내 슬라이더도 마련되어 있다. 몸이 좀 피곤하다 싶으면 원적외선 파고라 선 베드에 누워 휴식을 취하며 단잠에 빠져도 좋다. 물안개 사우나, 황토 사우나 등 각자 취향에 따라 즐길 만한 거리들이 다채롭게 꾸며져 있으며 전면이 유리로 마감되어 있어 날씨가 좋은 날엔 따사로운 햇살이 내부까지 환히 비춰 준다.


다소 날씨가 춥더라도 노천온천은 빼놓지 말 것. 스파월드와 연결된 노천온천은 덕구온천이 자랑하는 백미 중 백미다. 맑은 연둣빛을 띈 자스민과 레몬탕은 물론이고, 100년 된 원목으로 만든 히노끼탕도 꼭 한 번 들어가 볼 일이다. 코 끝을 스쳐 지나가는 찬바람과 온몸 가득히 전해져 오는 따스함이 전율이 일 만큼 기분을 좋게 한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는 말이 꼭 맞다.


여름이라면 원목데크 위 선탠 베드에서 삼림욕까지 만끽할 수 있을 터이지만, 지금 같은 겨울이라면 그저 한번 걸어나갔다 오는 것에 만족해야 할 듯싶다. 바람만 많이 불지 않는다면 정자처럼 꾸며진 황옥테크에서 꿀 같은 낮잠을 청해볼 만도 하다. 야외라 추울 것 같지만 오히려 바닥에서 뜨끈하게 올라오는 열기로 인해 아랫목에 누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일품이다. 찬 바람에도 끄떡없는 이들은 물안마 폭포탕이 제격이다. 이한치한(以寒治寒)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노천온천은 낮에도 좋지만 야경이 곁들여진 밤이 한층 더 운치가 있다.


 
# 덕구온천 10배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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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온천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2~3일 머물면서 온천욕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관광호텔 1급 수준인 호텔덕구온천은 온천장은 물론 깔끔한 객실과 다양한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객실은 온돌과 침실 모두 구비하고 있으며, 100% 온천수를 공급한다. 각 객실 미니바마다 음용 가능한 온천수가 서비스된다. 이곳 온천수는 그냥 마셔도 무방할 정도로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한식당과 양식당은 물론 연회장까지 두루 갖추고 있으며, 노후한 시설들을 지속적으로 개보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하기에 그다지 불편한 점은 없다.

www.duckku.co.kr/ 054-782-0677



-덕구테마계곡관광


덕구온천의 신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매일 아침 6시30분마다 호텔 직원이 온천 원탕까지 직접 안내한다. 원탕에 도착해서는 바위 틈에서 솟구치는 온천수 줄기를 볼 수 있다.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완만한 오솔길로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가는 길목에는 덕구온천에서 만들어 놓은 12개 다리를 건너게 된다. 금문교(Golden Gate)를 비롯해 하버교, 서강대교, 장제이교 등 세계 유명 교량을 1/100 축소해 만든 다리들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관광거리이다. 도중에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용소폭포와 선녀탕, 산신각과 신선샘을 볼 수 있다. 매월 보름마다 호텔에서 직접 산신각에 산식제를 드리는데, 이도 색다른 감흥을 준다. 


# 주변 관광 10배 즐기기

 

덕구온천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죽변항에서는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지를 만날 수 있다. 드라마 속 시장과 항구, 골목 등이 모두 죽변항에서 촬영되었다. 또한 한창 대게 철인 요즘, 시중에서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게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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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항 뒤편 바닷가에 촬영 세트장이 보존되어 있다. 드라마 주인공인 현준과 현태가 살았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집과 빨간 지붕이 인상적인 예배당 세트장을 볼 수 있다. 새파란 바다를 뒤로 현태(김민준 분)가 돛대에 샌드백을 걸어 놓고 연습하던 장면이 모두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내부 소품은 모두 옮겨진 상태로 외관만 관람할 수 있는 게 조금 아쉽다. 극중 여주인공인 미선(송윤아 분)이 프론트 직원으로 일했던 곳이 호텔덕구온천이다.


-죽변항 회센터

 

ⓒ 트래비
빨간 게딱지와 유난히 긴 다리가 특징적인 대게. 겨울철 별미로 꼽히는 이 대게는 주로 영덕산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예전부터 이곳 특산품으로 꼽힐 만큼 울진에서 가장 많이 난다. 죽변항 해안가와 그 뒤편에 횟집들과 회센터들이 여럿 모여 있다. 대게는 주로 쪄서 먹는데, 다리 마디 사이로 게맛살처럼 살을 뽑아 먹는 게 요령이다.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게딱지는 나중에 국물에 밥을 섞어 비벼 먹으면 맛있다. 보통 홍게와 대게를 많이 혼동하는데, 오히려 대게가 몸집이 좀 작고 단단해 보인다.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가격은 천지 차이다. 대게는 한 사람당 1개 정도 먹으면 알맞다. 가격은 보통 3~4만원 선. 방파제 뒤편 회센터 내 7번 횟집이 유명하다.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