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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여행 - 전국 5일장 둘러보기

봄이나라 2010. 9. 12. 20:11



 


“시장에 가면”으로 시작해 시장에서 파는 물건의 이름을 돌아가며 하나씩 대는 놀이를 기억하시는가. 물론 이전 사람이 말한 품목을 한 번 더 언급하고 거기에 보태어 자신이 생각해 낸 품목의 이름을 대는 것이 룰이었기 때문에 이 놀이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우월한 암기력이었다. 때문에 놀이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지만 반대로 암기력이 받쳐준다면 그 놀이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계속될 수 있었다. 그만큼 시장에 존재하는 물건의 스펙트럼이 굉장하기 때문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건을 찾아, 훈훈한 정을 찾아 시장에 갔다. 경기도 4대 시장 중 하나인 성남 모란장과 과거 죽세공품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전남 담양장, 도심 속 오아시스 광주광역시 송정장이다.
                                                             글 사진
박지영

 



 

수도권에서 만나는 모란장



닷새마다 열리는 5일장이라고 하면 구수한 사투리까지 덤으로 떠오르지만 이곳은 예외다. 고양시 일산장, 김포시 김포장, 포천군 신읍장과 함께 경기도 4대시장에 속하는 성남 모란장은 수도권에 있는 전국 최대 민속5일장이다. 여느 시장 모양과 같이 잡곡류, 의류, 잡화등이 장터를 가득 메우고 있지만 모란장의 이색적인 풍경은 다름아닌 식용으로 사용될 운명에 처한 다소 처량한 가축들의 모습이다. 심장이 약한 분들은 장을 마주 보고 서서 오른편은 가급적 피해가는 게 좋을 듯하다. 이곳에는 약초, 생선, 옥수수, 옛날과자, 막걸리 등 여러 가지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의류, 신발, 각종 농기구와 공산품, 완구용품 등을 펼쳐놓은 좌판도 골목마다 들어서 있다.

모란장은 1962년경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 모란역에 근접해 있는 이곳은 평소 한산한 공영주차장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매월 4일과 9일이 들어가는 날은 오색찬란하고 화려한 시장으로 변신을 꾀한다. 모란장이 이렇게 변신하면 주변 환경도 덩달아 복닥댄다. 성남시 뿐 아니라 인근 도시에서도 장을 보러 나오는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물론, 그들을 실어오는 차량들로 모란역 주변은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성남 수진동에서 나들이삼아 장을 보러 나왔다는 주부 원명옥(53) 씨는 “모란장이 서는 것을 잊고 오늘따라 왜이리 차가 막히지 라고 생각했다가 가만, 날짜를 따져 봐요. 그럼 영락없이 4일과 9일이 들어가는 날이더라고요. 모란장이 서는 날은 모란 일대 차가 막히는 것은 당연하다 인식하며 살아왔어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흘린다.

물론 이곳, 모란장도 대형마트의 근거리 안에 들어가 있다. 아니다. 모란장이 훨씬 오래 되었으니 모란장의 사정거리 안에 대형마트가 들어왔다고 해야 맞겠다. 편리함을 좇아 마트로 일제히 줄을 서 간다지만 모란장에서 우뚝 서서 잠시 희망을 가져봤다. 가을이 올 것을 예고하는 높고 청명한 하늘과 그 아래 정열적으로 불타고 있는 붉은 고추를 보고나서다. 오는 14일과 19일은 추석 전 모란장이 서는 날. 가볍게 다녀와 보는 것은 어떨까. 장바구니 가득, 필요있는 것부터 필요없는 것까지 모두 장만해 와도 손해 볼 건 없겠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1864번지.

문의 모란민속5일장 상인회 031-721-9905


 자전거, 등산, 드라이브… 가을 맞춤 여행지

성남에는 등산과 드라이브를 모두 할 수 있는 남한산성도립공원이 있다. 모란장에서 남한산성 입구까지는 자가용으로 10분 정도 소요된다. 이곳에서 여름의 끝자락, 흐르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더위를 잊어도 좋고, 이열치열 땀을 흘리며 정상인 수어장대까지 등산을 다녀와도 좋다. 또 모란장 뒷편으로는 한강의 지류가 되는 탄천이 흐르고 있다. 한강까지 자전거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가을 바람 맞으며 자전거 투어를 해 보는 것도 추천. 분당에는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 율동공원,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사하는 정자동 카페거리 등이 있다.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담양장

전라남도 담양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관광도시. 하늘 향해 시원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대나무가 빼곡히 차 있는 죽녹원 등 여행 좀 한다 싶은 사람에게 이미 잘 알려진 도시다. 하지만 이곳에 장이 선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터다. 담양에는 창평장, 대전장, 청죽장, 담양장 등 총 4개의 장이 선다. 상설장인 청죽시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닷새마다 한번씩 열리는 5일장. 창평장은 5일과 10일, 대전장은 3일과 8일에 연다.

이중 관방천 강둑을 따라 들어서는 장이 담양장이다. 날짜에 숫자 2와 7이 들어가면 어김없다. 현재 점포수는 백여개. 담양장은 과거 엄청난 규모의 죽물전을 자랑했다. 죽세공품이 기세도 좋게 둥둥 떠다녔던 시장, 따라서 명성도 자자했다. 광주와 담양 사이를 잇는 철로 를 놓이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니 괜한 명성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현재 담양장의 모습은 여느 재래시장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담양장에서만 30년, 조기를 파는 초로의 사내는 “죽물 시장은벌써 옛날 일이여, 플라스틱허고, 중국산 죽물용품이 널려부렸응게” 하며 탄식조의 말을 내뱉는다. 저렴한 중국제 용품과 플라스틱의 등 장으로 위풍당당했던 담양의 죽물전은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퇴물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담양장에서 만날 수 있는 죽물은 아마도 봄날의 죽순 뿐일터다. 담양장은 대구약령시장과 더불어 약 300년의 시간을 오롯이 견뎌왔다. 장구한 역사로 봐도 우쭐댈 만도 한데 담양장 상인들은 힘든 소리를 읊조린다. “마트가 들어와서 잘 안돼”, “노인들만 와”, “이제는 안할거야” 등이다. 하지만 그들은 또다시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나올것이다. 이곳에 아주 오래전에 끈적끈적한 정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주소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담주리 5-2

문의 담양군청 경제과 061-380-3044

 

죽녹원에서 관방제림지나 메타세쿼이아까지

담양장이 서는 관방천 주변에는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인접해있다. 담양장에서 5분 거리에 대나무 천국 죽녹원이 있다. 죽녹원에서 맑은 대숲의 공기를 잔뜩 들이 마신 후, 관방제림으로 내려와 자전거를 타도 좋다. 1인용 자전거부터 6인용 자전거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까지는 20여분 정도 달리면 다다른다. 담양장 인근 관광지 구경을 마쳤다면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마을, 슬로시티를 둘러봐도 좋다. 이곳 돌담길을 걸으며 시간의 흐름을 잠시 잊어도 좋겠다. 광주 가는 길에 있는 소쇄원은 경치가 빼어나다. 담양은 먹을거리로도 유명하다. 대나무에 밥을 쪄오는 죽통밥과 달콤한 떡갈비는 꼭 먹어보자.




 

아파트빌딩 숲 오아시스, 송정장

도 못지않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조금 작은 시골 도시에는 없는 대형마트, 백화점이 구마다 들어서 있는 것이다. 하등 아쉬울 것 없는 환경이지만 이곳 광산구 송정동에는 성실하고도 꾸준하게 5일장이 열리고 있다. 물론 시장 주변은 높다란 아파트 단지가 마치 오래된 장을 호위하듯 서 있다. 3일과 8일에 열리는 송정5일장은 조선조에는 어룡동 관할인 선암에 역과 원이 설치되어 나주목으로 가던 문관들이 왕래하던 황룡강변의 구장터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1913년 호남선이 개통되고, 송정리역이 들어서면서 종래의 수운으로 영산포에 양륙되었던 화물이 철도에 의하여 송정리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후 지금의 시가지 중앙에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시장이다. 과거에는 우시장과 더불어 전국에서도 몇 번째 안에 드는 명성을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곳은 1980년도 하반기부터 계속 침체될 수밖에 없었다. 1964년 10월 개설당시만 해도 점포는 342개였으나 이용자의 계속된 감소로 현재 235개소로 줄어들었다. 이후 광주광역시에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여 2001년에는 시장을 재정비하고 올해는 한우직판매장 개설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담양이랑 가까이에 있어 봄이 되면 담양에서 건너온 죽순이 소복하게 오르는 송정5일장은 도심 속 오아시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주소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 884-1

문의 광주광산구청 062-942-3011

 

뜨거운 광주가 맛있다

송정장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용아 박용철 생가가 있다. 1930년대 김영랑, 정지용과 함께 활약하던 시인. 보존이 잘 되어 있고 광주광역시기념물 제13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 광주광역시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다섯 가지를 기억하자. 광주한정식, 오리탕, 광주김치, 무등산 보리밥, 송정떡갈비가 바로 광주 5미다. 이중 송정떡갈비는 송정장 옆, 송정리 향토 떡갈비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송정장을 찾았으면 당연히 먹어봐야 하는 코스처럼 되어 있다. 광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인 사건 5·18. 국립5·18민주묘지는 1980년 5월 불의와 독재에 항거하다 순국한 영정들을 모신 곳이다. 5·18민주화공원은 그 넋을 기르고 호젓하게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또 동부경찰서에서 중앙로까지 이어지는 3백여미터 ‘예술인의 길’에 매주 토요일이면 개미시장이 펼쳐지는 것도 볼거리다. 골동품과 서책 등이 쏟아져 나온다. 무등산 옛길을 걸어 봐도 좋다.


어떤가.


탐스러운 과일이 지천으로 널리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맞이 장을 봐야 한다면 올해는 우리네 시장은 어떤가. 물론 깨끗하게 포장된 마트의 과일박스도 나쁘지 않지만 청명한 하늘과 고고하게 비행하는 고추잠자리, 선선한 가을 공기는 그곳엔 없으니까. 전국 특색있는 5일장 몇 곳을 간추렸다. 참고할 만한 온라인 사이트와 서적도 담았다.

박지영 도움말 자료제공 기분좋은QX


 
 

재래시장이라는 말은 흔히 대형마트와 견주어 생긴 말이다. 예로부터 있었던 우리의 시장은 이제 단순히 ‘시장’으로 불리기보다는 재래시장, 전통시장 등으로 불리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일어난 유통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피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이제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시장이라지만 여전히 전국에는 약 1,600여개의 크고 작은 시장들이 있다.

강화의 풍물시장은 상설시장이지만 2일과 7일에 5일장이 열려 예전 화려했던 풍물시장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전남 벌교장의 최고 인기 상품은 바로 꼬막. 시장 곳곳에 꼬막이 지천으로 있다. 4일과 9일에 장이 열린다.

강원 영동지역에서 가장 큰 동해의 북평장도 3일과 8일에 열리는 5일장. 강원 산골지방의 약초의 동해의 싱싱한 해산물이 펼쳐져 있다. 특히 수산 시장 특유의 어수선함이 매력적인 곳이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남쪽에 하동군의 화개장터가 유명하다면 지리산의 북쪽에는 남원 인월장이 그에 버금가는 명성을 자랑한다. 남해안에서 올라온 해산물과 지역 특산물인 남원 목기와 흑돼지, 인월막걸리, 고로쇠약수가 장터풍경을 풍성하게 해 준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임산5일장에는 민주지산과 비봉산 자락에서 자란 무공해 산나물이 일품이다.



대표적인 전국의 5일장


 
 

떠나기 전 정보 알아보기
 

시장경영진흥원(www.sijang.or.kr)은 전통시장과 상점가활성화를 위하여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전국 5일장은 물론 재래시장, 상가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닷새마다 장이 열리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시장 -일상다반사, 소소함의 미학, 시장 엿보기

(출판사 ㈜시드페이퍼 / 편저 기분좋은 QX / 가격 15,000원)는 전통시장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전파하고자 하는 책. 지저분하고, 불편하고, 번거로운, 그래서 도시의 삶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전통 시장의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가닉’, ‘빈티지’ 등 2030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키워드를 간직한 물건들, 누구나 흥미있어 하는 풍부한 우리의 먹을거리, 시장과 함께 둘러보면 좋을 근처 여행 정보와 전통시장과 거리가 멀 것 같은 디자이너 이상봉, 사진작가 권영호, 방송인 홍석천, 가수 하림, 영화감독 박제현 등 명사들의 시장 추억 인터뷰까지.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반길 책이다.

 



출 처: 대한민국 관광공사 청사초롱 4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