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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떠난 유럽 도시 여행

봄이나라 2008. 12. 5. 09:28
[기획] 기차 타고 떠난 유럽 도시 여행 ①
유럽 기차여행이 좋은 이유
작년에 유럽의 세 개 도시를 기차로 여행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1년 만에 다시 유럽기차여행을 하게 될 줄은. 그리고 그 도시가 무려 7개나 될 줄은. 여행이 이렇게 특별해질 줄은 더더욱 몰랐다.


기차 타고 떠난 유럽 도시 여행

딱 1년 전 9월, 유럽기차여행을 하고 있었다. 여행 코스는 파리에 도착한 후 브뤼셀을 거쳐 앤트워프에서열흘, 베를린에서 열흘, 그리고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한 달에 가까운 일정이었다. 도시 간 이동 수단으로는 기차를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럽에서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여행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당시 유레일(셀렉트) 패스를 처음 이용했던 나는 친절한 주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고난과 실수가 반복되는 힘든 여정을 겪었다. 브뤼셀로 가는 유레일패스 1등석을 미리 예약해놓지 않은 탓에 RER을 타고 파리의 북역으로 가서 탈리스를 타야 했고, 브뤼셀에서는 앤트워프 가는 기차 대신 다른 도시로 가는 엉뚱한 기차를 타기도 했다. 유럽 도시의 기차 이름과 기차역, 갈아타는 스케줄을 확인하는 모든 과정이 낯설었고, 뭔가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비포선라이즈>에 버금가는 기차 안의 낭만과 로맨스를 꿈꿨던 기대와는 달리 무거운 가방을 끌고 헤매는 사이 나는 거의 넉다운 상태가 되었다. 환승역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찾지 못해 힘겹게 여행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짐을 한번 붙이면 도착지까지 신경 안 써도 되는 비행기가 더 낫다는 생각도 수차례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여정은 기차여행에 대한 부실한 여행 준비와 뭐 어떻게든 가겠지 했던 나의 ‘무대뽀’ 정신, 그리고 ‘첫경험’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였다.

고백하건대, 나의 첫 유럽기차여행은 말처럼 그렇게 쉽고 편리하지는 않았다. 나처럼 유레일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처음을 겪고 나면 그 다음은 훨씬 수월해지는 법. 이번에 세 번째 유럽기차여행을 하면서 그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능숙하고 편리한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여행 코스는 밀라노를 시작으로 총 7개의 도시를 기차 타고 이동하는, 그야말로 나라별 초고속 열차를 다 타보는 초절정 버라이어티 기차여행이었다.

게다가 1등석이다. 여기에 쉽게 만나기 힘든 여러 나라의 기자들-이스라엘 텔아비브, 카자흐스탄, 아르헨티나, 브라질 상파울로 등 나라도 특별했다-이 함께 다니며 이번 여행의 즐거움을 배로 만들어주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내가 만나봤던 어느 해외 기자들보다 순수하고 멋졌으며, 최고의 여행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만큼 소중한 추억도 없다.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모두가 이렇게 멋진 그룹은 처음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그들의 이야기도 살짝살짝 등장하게 된다. 또한 나는 유럽기차여행이 낯선 독자들이 내가 겪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편리하게 기차 기차여행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유럽 기차여행이 좋은 이유

1 탑승 수속을 위해 최소 1시간 반 전에 공항에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2 입국 수속도 따로 하지 않는다.
3 비행기를 탈 때처럼 보딩 시간이 따로 없다.
4 기차의 중앙역은 보통 도시 중심에 있으므로 공항까지 가는 비용과 시간이 따로 들지 않는다.
5 항공에 비해 출발 시간 선택의 폭이 넓다.
6 출발과 도착 시간이 정확하다.
7 파리와 브뤼셀, 브뤼셀과 런던 등 각 나라의 대표 도시 간 이동시간이 보통 2~3시간 정도밖에 안 걸린다.
8 창밖의 자연을 즐기며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TIP 나라별 열차와 패스 정보

이탈리아

■유로스타 이탈리아 |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를 운행하는 국내용 고속열차. 밀라노피렌체로마나폴리, 밀라노베네치아, 로마토리노, 로마베네치아 등을 운행한다.

■시살피노 | 스위스와 이탈리아・독일을 연결하는 국제 초고속 열차다. 우리는 밀라노에서 스위스의 몽트뢰로 갈 때 이 기차를 탔다. 기차여행 중 이 열차 안에서 첫 점심식사를 했는데, 연어스테이크와 파스타 비질리코를 주문했다. 노란 테이블보 위에 차려진 음식은 이탈리아 음식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시살피노는 피렌체밀라노, 베네치아밀라노, 밀라노취리히, 밀라노제네바, 취리히슈투트가르트 등으로 운행한다.

스위스
■골든패스라인 | 스위스의 여러 열차 라인 중 루체른에서 몽트뢰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열차로 천장까지 유리로 덮여 있는 파노라마 열차와 클래식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오리엔탈특급열차가 있다. 열차를 직접 운전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VIP석은 좌석이 한정되어 있어서 예약 필수다. 이동 구간은 루체른브뤼니히 고개인터라켄츠바이짐멘몽트뢰

■스위스 패스 | 스위스에서 최소 4일 이상 머무는 여행자들에게 적합한 패스다. 선택한 일수 동안 철도, 버스, 배, 트램 등 스위스 37개 도시의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여행자의 일정에 따라 스위스 플렉시패스, 세이버패스, 유스패스 등 다양한 종류의 패스와 티켓을 고를 수 있다.

프랑스
■테제베 리리아 | 프랑스와 제네바, 로잔, 베른, 취리히 등 스위스의 주요 도시를 운행하는 국제 초고속 열차. 로잔에서 디종으로 가는 동안 이 열차를 이용했다. 소요시간은 2시간 20분.

■테제베 이스트 |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초고속 열차다. 지난해 6월 개통된 이 라인으로 인해 세 나라의 운행 시간이 크게 단축, 반나절 생활권에 들게 되었다. 크리스티앙 라크로와가 직접 디자인한 1등석과 2등석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기능성은 테제베 전 구간에 걸쳐 업그레이드 중이다.

■프랑스패스 | 1개월 내에 사용할 날짜 3일을 선택해 프랑스 국철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할인 탑승권이다. 프랑스 내에서 이동하는 날의 수가 만약 3일 이상이라면 최무제한대 6일까지 추가로 구입할 수 있다. 1등석과 2등석 중 선택 가능하며 프랑스 패스로 테제베와 같은 고속열차를 이용할 경우 추가 예약 비용이 든다.
       


벨기에

■탈리스 | 벨기에에서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을 연결하는 벨기에의 고속열차다. 이번에 동행한 기자들로부터 단연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1등석에 제공되는 음식(좌석까지 음식을 가져다준다)은 물론 각종 서비스가 단연 돋보인다. 지난여름부터 시작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1등석만 해당)는 유럽 열차 중 유일하게 탈리스에서만 누릴 수 있는 최신식 서비스. 파리-브뤼셀, 파리-쾰른, 브뤼셀-암스테르담 등을 운행하고 있다.

런던
■유로스타 | 런던과 파리, 런던과 브뤼셀 구간을 시속 300km로 운행하는 초고속 열차. 특이한 것은 도버 해협의 해저터널을 통해 20분 동안 바다 속을 달린다는 사실. 브뤼셀 미디역에서 런던 생팬크라스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51분, 파리 노드 역까지는 걸리는 시간은 고작 2시간 15분이다.

영국철도패스-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구간에서최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티켓.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만 구매할 수 있다.
       


유레일 셀렉트 패스

유럽 22개국 중 국경이 인접한 3~5개의 나라를 여행할 때 사용하면 좋은 특별 할인 패스다. 정해진 기간 동안 제한 없이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6개국 이상을 여행한다면 유럽의 20개국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레일 글로벌 패스가 좋다. 글로벌과 셀렉트 패스는 1등석 탑승 패스이며, 2등석만 이용하고 싶다면 유스패스를 이용하면 된다.

■ PRICE
유레일 글로벌 패스 성인 15일 507달러부터. 유레일 셀렉트 패스(성인 5일 3개국 기준) 321달러부터. 유스패스(5일, 3개국, 2등석) 209달러부터.

■ NOTICE
유레일패스 1등석의 경우 대부분 미리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예약시에는 예약 수수료가 붙는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거나 출발 하루 전에 기차역에 들러 직접 예약하면 된다. 서울을 떠나기 전 일정을 확정하고 가는 사람이라면 국내에서도 여행사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레일유럽 홈페이지 판매 여행사 참고).

■ MORE
INFO www.raileurope.co.kr
       

CHECK THIS SERVICE!
■ 기차에서도 짐을 부칠 수 있다! 국내 수하물 서비스
지난해 유럽에서 무거운 여행 가방을 들고 ‘생쑈’를 했던 나에게 이 서비스는 정말 귀가 솔깃해지는 서비스였다. 짐을 붙이는 서비스는 비행기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스위스에서는 모든 유인 기차역에서 수하물 운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짐을 부치면 이틀 후 오전 9시부터 찾아갈 수 있다. 좀 더 일찍 짐 도착을 원하는 경우에는 45개 관광지들 사이에서 가능한 속달 수하물Fast Baggage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아침 9시 이전에 짐을 부치면 목적지에서는 당일 오후 6시 이후에 짐을 찾을 수 있는 것. 물론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유효티켓이 필요하다. 요금은 보통 수화물의 경우 CHF10, 속달 수하물일 경우는 CHF20 또는 미화 15달러, 한화로도 지불 가능하다.

■항공 수하물 서비스 | 스위스의 취리히나 제네바 공항에서는 공항에서 짐을 찾지 않고 여행자가 가는 최종 목적지에서 짐을 받을 수도 있다. 담당 직원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짐을 꺼내 스위스의 최종 목적지까지 기차로 발송해주는 서비스다. 그러면 여행자나 여행자가 숙박하는 호텔의 직원이 기차역에서 짐을 찾으면 되는 것. 여행자는 수하물을 보낼 때 관련 서류를 작성하면 된다. 단, 수하물 안에는 관세가 요구되는 물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전거나 서핑 보드처럼 부피가 큰 물품도 제외된다.

MORE INFO 스위스 기차역이나 check-in&fly rail Baggage 안내 책자 또는 www.rail.ch/check -in을 참고.


[기획] 기차 타고 떠난 유럽 도시 여행 ②
기억 속의 환상을 만나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


인천에서 밀라노까지는 비행기로, 밀라노에서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국내 열차인 유로스타 이탈리아를 타고 이동했다. 이번 기차여행의 첫 목적지는 베네치아였던 셈이다. 그곳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43분. 밀라노의 센트랄레 역에서 8시 기차를 탄 덕분에 11시도 되기 전에 베네치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베네치아는 기차를 타고 와야 제 맛이다.

400여 개가 넘는 다리로 연결된 이 아름다운 물의 도시에는 차가 다닐 수 없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맞닥뜨리는 것도 바다 위에 떠 있는 건물들과 바포레토가 떠다니는 운하의 모습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베네치아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 환상은 엉뚱하게도 인사동의 어느 작은 찻집에서 시작됐다. 찻집 안에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카니발의 가면을 쓴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한옥 스타일의 찻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좀 생뚱맞은 사진이었지만, 신비롭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때문에 보면 볼수록 빠져들었다. 나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던 베네치아의 단상. 그리고 언젠간 가보리라 다짐했던 베네치아의 곤돌라 앞에 이렇게 오게 되다니!

일행을 태운 전용 수상 택시는 시원스레 물길을 달려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파란 천막에 덮여 정박해 있는 곤돌라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사진 속의 세계로 들어온 듯했다.

광장에는 몸을 부딪치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 있었다. 그들을 인솔하는 가이드들은 허리에 스피커를 차고 사람들에게 한참 설명을 한다. 이런 관광지에서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는 일이 짜증날 법도 하지만, 산마르코의 아름다운 광경은 그 짜증도 참아내게 하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베네치아에는 산마르코처럼 수많은 광장이 있지만, 피아차(이탈리아어로 광장이란 뜻)라고 부르는 광장은 산마르코뿐이란다. 그만큼 베네치아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곳이다. 이 광장에는 멀리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에서 옮겨온 흰 대리석으로 만든 2개의 원주도 서 있다. 이 둥근 기둥 위에는 베네치아의 수호신인 날개 달린 사자와 성테오도르상이 사람들의 시선을 우러러 받는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멋진 건물로 손꼽히는 두칼레 궁전과 대리석 회랑, 광장 앞에 우뚝 서 있는 종탑, 콜레르 박물관 등이 둘러싸고 있어 몇 시간을 돌아다녀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다.

광장을 둘러본 다음에는 곤돌라를 타거나 좁은 골목을 걸어 다니면서 베네치아 특유의 골목과 곤돌라가 지나다니는 운하를 감상할 수 있다. “지도를 갖고, 건물 벽에 붙어 있는 안내판을 잘 보면서 다니세요. 골목이 너무 좁고 많아서 여기 사는 사람들도 종종 길을 잃는답니다.”

순간 한번 잘못 들어갔다 못 빠져 나오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지만, 목적지를 정하고 지도를 보면서 다니니 그리 헤매지는 않았다. 신비로운 카니발의 가면들과 유리세공품들, 고급스러운 실크 제품을 파는 숍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스트라이프 무늬의 유니폼을 입은 곤돌리에들이 손님을 태우고 좁은 운하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는 일도 즐겁다.

베네치아의 상징 중 하나인 리알토 다리를 보고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를 한잔 먹는 사이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베네치아가 다시 환상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DON’T MISS

■ 산마르코 광장 |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격찬했던 광장이다. 1497년에 만들어진 시계탑도 또 하나의 명물. 500년 동안 종을 치며 시각을 알렸다는 이 시계탑 꼭대기에는 무어인 인형 두 개가 지금도 시각마다 종을 치고 있다.

■ 두레 궁전 | 베네치안 고딕 스타일로 지어진 이 궁전은 베네치아에서 가장 멋진 건축물로 꼽힌다. 흰색과 분홍빛의 대리석으로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이 궁전에는 36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회랑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인 틴토레토의 ‘천국’이 볼거리. 두칼레 궁전의 벽 가운데에는 정부의 포고문을 붙였던 ‘문서의 문’이 있다.

■ 리알토 다리 | 원래는 목조다리였으나 16세기에 하얀색 석조 다리로 재건됐다. 배들이 드나들기 쉽게 가운데를 높게 만들었는데, 리알토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대운하의 풍경이 멋지다. 다리 위와 주변에는 상점이 즐비하고 항상 사람들로 붐비지만,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운하의 모습이 그림 같다. 꼭 올라가볼 것.
       


ARRIVALS
TRAIN

이탈리아 국내 안에서 기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유로스타 이탈리아’ 열차를 이용하게 된다. 베네치아에는 두 개의 기차역이 있다. 베네치아 메스트레역과 10분 정도 더 들어가는 종착역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당일 여행을 위해서라면 종착역인 산타루치아역에서 내린다. 메스트레역은 숙박업소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라 여러 날 머무는 여행자가 더 많이 이용한다.

TRANSPORTATION
1 산타루치아 기차역을 나오면 도로 대신 파란 바닷물의 운하가 눈앞에 펼쳐진다. 목적지까지는 바포레토라 부르는 수상버스나 수상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수상버스의 경우 주의할 점은 속도가 상당히 느리므로 같은 목적지라도 최단시간에 갈 수 있는 노선을 골라 타야 한다는 것.

2 베네치아는 400여 개의 다리로 연결된 118개의 작은 섬과 177개의 운하로 이루어진 물의 도시다. 거리엔차가 없다. 택시와 버스도 없고, 자전거도 탈 수 없다. 바폴레토와 곤돌라, 수상택시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기획] 기차 타고 떠난 유럽 도시 여행 ③
부르고뉴 와인처럼 우아한 도시 디종


잠들어 있는 도시 몽트뢰를 떠나 디종 역에 도착하니 아르누보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거리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우리가 머물 소피텔 라 클로셰 호텔은 디종 기차역에서 겨우 10분 거리. 사실 기차여행을 하면서 가장 동선을 잘 짜야 하는 것은 호텔의 위치다. 주로 도시 중심에 위치한 기차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잡을수록 편리한 기차여행을 할 수 있는 것. 또 어느 도시나 중앙역 부근에는 괜찮은 호텔과 숙소가 많으므로, 한 도시에서 머무는 일정이 길지 않다면 기차역 주변으로 호텔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텔 방에 짐을 내려놓고 디종의 메인 쇼핑 거리인 리베르테 거리로 나갔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형형색색의 깃발들이 활기찬 도시의 기운을 전해줬다.

과거 500년 동안 부르고뉴 공국의 수도로 번성했던 디종은 인구가 15만 명 정도지만 상대적으로 도시는 크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도 주요 관광지를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다. 리베르테 거리는 자연스럽게 구시가 거리와 만나고 있고, 곳곳에 생 미셸 교회와 구 부르고뉴 대공 궁전, 시청사 등의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이 많아 아름다움을 더한다.

디종의 거리를 걷다 보면 보도블록에 올빼미가 그려진 장식을 만나게 된다. 올빼미 옆에는 숫자가 쓰여 있는데, 이 숫자를 하나하나 찾아가다 보면 디종의 대표 관광지를 다 만나게 되는 것. 모두 22개의 코스가 있는데, 관광안내소에 가면 이에 대한 ‘올빼미 투어’ 가이드북을 얻을 수 있다.

디종의 상징인 올빼미는 노트르담 성당의 벽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오른손으로 금제품을 만지면서 왼손으로 이 올빼미를 쓰다듬으면 행운이 온다는 말 때문에 올빼미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많이 닳았다
       


시원스레 물줄기를 뿜는 리베라시옹 광장에서 대공 궁전과 궁전 서쪽의 시청사, 동쪽의 보자르 미술관을 둘러보며 시내 관광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준 다음, 일행은 와인 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 라 카르트 데 뱅La Carte des Vins으로 향했다.

디종이 속한 부르고뉴 지방은 보르도와 함께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만큼 디종에서 와인 테이스팅은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샤블리 지역과 로마네콩티가 생산되는 코트 드 뉘 등 한번쯤 들어봄 직한 5개 와인 지역의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부르고뉴의 와인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해외로 수출되는 부르고뉴산 와인도 많지만, 이동 중에 맛이 변하는 것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로컬 와인이 많은 데서 나온 말이다. 여행하지 않는 부르고뉴의 와인은 결국 부르고뉴를 여행할 때만 만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외국으로 수출되지 않는 부르고뉴 와인 찾기로 디종의 미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DON’T MISS

1 디종 머스터드 사기 | 디종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디종 머스터드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덜 익은 과일의 신맛 나는 과즙과 포도주스, 화이트 와인을 섞어 만드는 디종 겨자는 도자기로 만든 병, 유리병 등에 담겨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시내 어디에서나 머스터드 전문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 부르고뉴 와인 테이스팅 하기 | 프랑스에는 ‘부르고뉴는 와인의 왕, 보르도는 와인의 여왕’이라는 말이 있다. 테이스팅도 함께할 수 있는 와인 숍이 많은 만큼 ‘와인의 왕’이라 부르는 부르고뉴 와인은 꼭 마셔볼 것.

3 카시스 | 디종에서만 나는 블랙커런트(산딸기의 일종)의 즙을 내서 만든 것. 카시스는 부르고뉴 스타일의 식전주인 키르Kir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음식을 먹기 전 마시는 키르 한 잔은 디종의 평범한 일상.
       


ARRIVALS

■ TRAIN
몽트뢰에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로잔으로 이동, 디종으로 가는 테제베 릴리아를 갈아탔다. 테제베 릴리아는 프랑스와 스위스 간의 주요 도시를 이동하는 국제 고속열차. 로잔 역에서 내린 우리는 5번 플랫폼으로 이동을 해야 했는데, 환승구간이 계단이 아니라 여행가방을 끌 수 있는 비탈길로 되어 있어 이동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스위스와 프랑스를 오가는 비즈니스맨들이 많은 만큼 테제베 릴리아는 기차 안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는 아늑한 느낌의 라이팅과 테이블 조명이 돋보였다. .
       


EATING

■L’O RESTAURANT | 시장 옆 골목에 자리 잡아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미식의 도시인 디종의 저력을 보여주는 잇 레스토랑이다. 중세 분위기를 간직한 디종에서 만나는 모던한 감각이 더 의외의 느낌을 준다. 천장에 창문이 나 있는 2층은 단체 모임에 좋고, 1층 중앙의 스퀘어 바는 와인바와 라운지로 변신하는 데 제격이다. 전채요리와 메인디시, 디저트까지 각각 메뉴 종류가 6개 정도로 단출하지만, 정기적으로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면서 미식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ADDRESS 14 rue Quentin PRICE 메인디시 14-20유로 TEL +33-3-80-500-618 WEB www.lo-restaurant.
com

WHERE TO STAY
■호텔 소피텔 라 클로셰 HOTEL SOFITEL LA CLOCHE |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아르누보 스타일의 4성급 부티크 호텔. 로비에서 레스토랑까지 우아한 분위기가 흐르고, 나폴레옹3세라는 이름의 미팅룸마저 고풍스럽다. 호텔 뒤쪽으로 나 있는 정원이 운치 넘친다.
ADDRESS 14 Place Darcy 21 000 Dijon PRICE 싱글 170유로부터 TEL +33-3-80-30-12-32 WEB www.hotel-lacloche.com



[기획] 기차 타고 떠난 유럽 도시 여행 ④
파리지엔처럼 보낸 세 번째 파리


첫 번째 파리는 외로웠다. 거리마다 낭만이 넘치는 도시라서 혼자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게 더 싫었던 기억이 난다. 파리의 웬만한 관광지는 다 돌아다녔으나 외로운 나에게는 그냥 화려한 관광지일 뿐이었다.

아름다운 사크레쾨르 성당보다는 그 계단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가져온 와인을 병째 마시는 파리지앵의 모습이 부러웠고, 에펠탑의 현란한 야경보다는 허리를 감싼 연인의 포옹이 더 눈부시게 보였다. 세 번째 파리, 각국의 기자들과 기차를 타고 왔고, 옆에는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완전 친해진 메트로의 박태정 기자(기차를 탈 때마다 무거운 여행가방을 도맡아 들어준 젠틀 가이다)와 아르헨티나의 다니엘. 우리 셋은 죽이 잘 맞았다. 우리의 호텔이 오페라역 근처에서 멀지 않아 구오페라 하우스에도 들렀고, 몽마 사원의 왼쪽으로 돌아 테르트르 광장을 거쳐 내려온 다음에는 지하철을 타고 센 강변을 따라 또 걸었다. 혼자 유람선을 타느니 이렇게 강변을 따라 걷는 것이 열 배는 더 즐거웠다.

파리를 특별하게 만든 또 하나의 경험은 요리 레슨에 참여한 것이었다. 커플끼리, 친구끼리 혹은 모임으로 미리 신청을 한 다음, 셰프를 따라 요리를 만들고 나면 직접 식사까지 하는 코스다. 미식이 발달한 나라답게 요즘은 소규모로 모여 직접 요리를 만들고 먹는 이런 쿠킹 레슨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최대 12명이 한꺼번에 쿠킹 레슨을 받을 수 있는 라틀리에 드 셰프L’atelier des Chefs 스튜디오에서 각이자 연어스테이크를 만들었다. 요리 방법이 간단해서 셰프의 설명대로 따라 하니 30분 만에 요리가 완성되었다.

조리실 밖에 마련된 식탁에서 화인트 와인과 함께 내 이름을 장식으로 만든 연어스테이크로 점심만찬을 즐겼다. 늦은 저녁엔 빌빌로테크Bilbilotheque역 부근의 센 강에 있는 보트클럽에 갔다. 1년 전 이곳에서 밴드 공연을 했었다는 다니엘의 제안이었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일간지의 주말판 편집장인 동시에 록 밴드에서 피아노를 담당하는 멤버(?)였던 것. 그를 따라 찾아간 라 담 드 캉통은 배 모양으로 생긴 클럽으로, 안에서는 공연을 보고, 밖에서는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다니엘은 이날 뉴욕에서 온 100% 스카 밴드 토스터스Toasters의 공연을 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우리는 전 세계를 돌며 28년 동안 5000번의 라이브 콘서트를 가진 스카 대부의 음악을 들으며 밤을 지샜다.
       


DON’T MISS

1 L’ATELIER DES CHEFS | 파리에만 5개의 체인점이 있는 이곳은 생긴 지 4년 만에 유명세를 얻었다. 생 라자르 거리에 있는 이곳이 가장 최근에 문을 연 곳.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을 한 다음, 연인끼리, 혹은 친구끼리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어떤 코스의 요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좀 다르지만 기본 1인당 17유로면 쿠킹 레슨을 받는다. 런던과 두바이에도 체인점을 오픈할 예정.
ADDRESS 20 rue Saint-Lazare PRICE 1인당 17유로 TEL +33-(0)1-49-70-97-50 WEB www.atelierdeschefs.com

2 LA DAME DE CANTON | 재즈, 샹송, 록, 레게, 스카에 이르기까지 매일 다른 음악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보트클럽. 이곳에서 콘서트를 여는 밴드는 파리는 물론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준 높은 록 밴드들이다. 공연 도중 쉬는 시간에 센 강변으로 나와 열기를 식히며 마시던 맥주 맛도 잊을 수 없다. 클럽 지하에는 모로칸 스타일의 레스토랑이 있는데, 뭔가 엉성한 쿠션과 디자인에 빈틈이 많아 보여 더 정감이 간다.
ADDRESS Port de la gare(지하철 14호선 Bibliotheque역 근처) PRICE 입장료 7유로 TEL +33-(0)1-45-84-41-71 WEB www.damedecanton.com
       


ARRIVALS

■ TRAIN
초고속열차를 대표하는 TGV의 변화가 분주하다. 2006년도부터 새롭게 개통된 파리-부르타뉴간 TGV로 생말로로 간 후 몽쉘미쉘을 한꺼번에 구경하고 올 수 있게 됐다. 최근 버스로 20분 정도 소요되는 돌드브르타뉴 역에도 정차를 시작했다.
기차가 들어가는 파리의 주요 기차역으로는 6곳이 있다. 영국이나 벨기에로 가려면 북역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테제베 이스트가 운행하는 동역으로, 노르망디로 가려면 생라자르역이나 몽파르나스역으로 가면 된다.
       


WHERE TO STAY

■LE RELAIS MADELEINE | 파리의 중심부 마들렌 성당이 있는 부근에 위치한 차밍호텔이다. 콩코드 광장과 오페라 극장이 주변에 있고, 갤러리 라파예트와 프렝탕 백화점도 가까워 어느 곳을 이동하기에도 편리하다. 1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해 총 23개의 객실만 갖춘 이곳은 마치 프랑스의 가정집에 와 있는 듯한 아늑함과 편안함이 최고다. 외관은 소박하지만, 객실은 유럽 도시의 호텔답지 않게 넉넉하다. 지하 1층에 동굴처럼 만들어진 레스토랑도 멋스럽다. 같은 골목 안에 있는 ‘세종’ 음식점은 한국음식의 향수를 제대로 달래준다.
ADDRESS 11 bis Rue Godot de Mauroy 128 Avenue de Wagram 75 009 Paris PRICE 욕실이 있는 싱글룸 170유로, 더블룸 200유로 TEL +33-(0)1-47-42-22-40 WEB www.relaismadeleine.fr



[기획] 기차 타고 떠난 유럽 도시 여행 ⑤
바로크의 멋이 흐르는 도시 브뤼셀


브뤼셀로 가는 탈리스를 타는 기분은 매우 반가운 사람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실수투성이의 기차여행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안락하고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기차가 탈리스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감동은 컸다.

비행기에서처럼 내 좌석으로 점심식사가 배달되었고, 음식도 깔끔했다. ‘레일 위를 달리는 빨간 루비’라는 탈리스의 별명처럼 빨간 테두리를 두른 접시와 커피잔이 강렬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시속 300km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무료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사실! 올해 5월부터 시작한 최신 서비스다. 다들 노트북을 꺼내놓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는 사이, 브뤼셀에 도착했다. 시드니에서 온 크리스티는 짐을 챙기며 외쳤다. “벌써 다 왔다고? 진짜 내리기 싫은데! 난 그냥 계속 타고 갔다가 중간에 다시 돌아오면 안 될까?!”

브뤼셀 도시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은 딱 한나절. 시티투어가 시작됐다. 그랑플라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바로크와 고딕 양식의 건물들, 길드하우스와 시청사 등을 둘러보는 것이 브뤼셀 도시여행의 시작이다. 이어 오줌싸개 동상과 푸줏간 거리를 거쳐 오줌 누는 소녀까지 보았지만, 브뤼셀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다양한 벨기에의 맥주를 맛보는 것.

우리를 데리고 다니던 브뤼셀 관광청의 피에르는 일행을 유명한 한 로컬바로 데려갔다. 맥주 종류만 무려 2004가지가 있는 델리리움 카페다. 우리는 네 개의 각기 다른 맥주를 시켜 시음하듯 맛봤다. 사탄 레드, 기요틴(단두대라는 뜻) 등 황당한 맥주의 이름도 눈길을 끈다. 그룹투어에서 살짝 빠져 나와 몇몇은 만화박물관에도 들렀다. 유럽인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던 만화 탄탄과 스머프의 고향이 바로 브뤼셀! 우리는 이곳에서 스머프의 탄생은 물론, 여러 만화의 콘티와 등장했던 소품 등을 감상하며 잠깐동안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렸다.

오늘 저녁은 모든 멤버들이 다같이 저녁을 먹는 마지막 밤이다. 이번 여행의 호스트였던 레일유럽 파리 사무소의 아멜리도 내일 파리로 돌아가고, 유지니아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온 아미르는 런던까지 동행하지 않는다. 나머지 멤버들만 런던으로 가는 것.

브뤼셀을 떠나는 날 아침, 호텔에 남은 유지니아와 아미르가 배웅을 나왔고, 유지니아는 떠나는 일행을 못내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음이 짠해지는 순간이었다. 브뤼셀의 북역인 가르디노드를 출발한 유로스타 열차는 런던의 생팬크라스역으로 내달렸다. 우리의 아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차는 그저 조용히 해저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DON’T MISS

1 DELIRIUM CAFÉ | 무려 2004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바. 수도원에서 제조를 시작해 유명해진 트라피스트 맥주에서 과일 맥주, 독일의 바이스 비어나 필스너, 아프리카의 흔하지 않은 바나나, 코코맥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방대한 맥주 리스트를 갖췄다.
ADDRESS petite rue des Bouchers, Brussels OPEN 16:00-04:00 TEL +32-(0)2-511-3601 WEB www.impassedelirium.de

2 POECHENELLKELDER |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의 오줌싸개 동상을 보고 내심 실망한 사람이라면 바로 옆에 위치한 Poechenellkelder 카페에서 마음을 달래보자. 브뤼셀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겸 맥주바로 유명한 이곳은 마리오네트 인형을 카페 곳곳에 매달아놓아 더욱 이색적이다. 80개의 일반 맥주와 함께 매달 스페셜 메뉴가 준비된다. ‘Poechenellkelder’란 집 이름은 ‘마네킨 셀러’의 벨기에 사투리. 계산서에도 불어가 아닌 사투리로 써 있는 글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ADDRESS 5 Rue du Chêne. OPEN 화-목 1000-2400 금-일1000-0200 CLOSED Mon. TEL +32-2-511-92-62

3 만화박물관 | 맥주홀과 레스토랑으로 이용되던 대형 건물을 아르누보의 아버지라 불리는 빅토르 호르타가 개조했다. 때문에 유리로 만들어진 실내와 천장은 건축적으로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모은다. 그러나 이곳의 자랑거리는 벨기에를 만화왕국으로 만든 탄탄과 스머프. 애니메이션 제작과정과 원본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박물관 내 숍에서는 만화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미니어처도 살 수 있다.
ADDRESS 20Rue des Sables OPEN 화-일 10:00-18:00 TEL +32-2-2191-980
       


ARRIVALS TRAIN

■탈리스 | 파리에서 브뤼셀까지 걸리는 시간 1시간 22분. 1등석 안에는 두 도시를 오가는 비즈니스맨들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그들이 노트북을 켜놓고 업무에 열중하는 사이, 승무원은 중간중간 커피나 신문을 가져다준다. 특별한 1등석은 전 구간에서 식사가 제공된다.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전용좌석이 있는가 하면 종이티켓 대신 휴대폰으로 예약과 좌석번호의 SMS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세련된 최첨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탈리스는 유럽 여행객에게 받는 평가가 가장 좋다. 탈리스를 탈 때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고 좀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우쭐한 기분이 든다.
       


DEPARTURE

■유로스타 |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생팬크라스역으로 운행 중인 유로스타를 타면 브뤼셀 북역에서 런던은 1시간 51분, 파리 북역에서 런던은 2시간 15분이 걸린다. 또 런던과 파리를 오가는 열차는 평일 17회, 런던과 브뤼셀을 오가는 열차는 10회 정도로 도시 간 이동이 훨씬 수월해진 것.

브뤼셀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여행이 조금 특별하다면 간단하게나마 출국 수속을 거친다는 점이다. 기차로 체크인하는 과정이 다소 낯설면서도 재미있었다. 또 벨기에의 모든 역에서는 유로스타 티켓 한 장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보다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비즈니스 프리미어 1등석(아이들은 타지 못한다)과 탑승시간에 따라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식사(1등석한함), 디즈니행 유로스타에서 나눠주는 어린이용 선물 패 키지 등의 서비스가 돋보인다



[기획] 기차 타고 떠난 유럽 도시 여행 ⑥
헤밍웨이와 프레드머큐리가 사랑한 도시 몽트뢰


‘유로스타 이탈리아’가 이탈리아의 국내를 운행하는 초고속 열차라면 시살피노Cisalpino는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을 오가는 초고속열차다. 우리는 이 시살피노를 타고 몽트뢰로 떠났다. 기차는 어느덧 자연스레 국경을 넘어 스위스의 스피츠Spiez에 도착했고, 츠바이짐멘Zweisimmen에서는 골든패스라인으로 갈아탔다.

골든패스라인은 90년 전에 만들어진 ‘고급오리엔트특급’ 기차와 천장까지 통유리로 되어 있는 파노라마 기차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탄 것은 오리엔트특급 기차. 5년 전쯤 몽트뢰로 가는 파노라마 기차를 타본 적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오래된 레드 카펫과 코발트빛의 의자가 고풍스러운 이 오리엔트특급 열차를 타게 된 것이 더 좋았다.

몽트뢰에 머문 이틀 동안 도시는 잠들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일요일이었고, 월요일은 뱅크홀리데이라서 또 휴일이었다.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 거리는 7한산했고, 차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몽트뢰는 그대로인 듯싶었다. 생전에 몽트뢰를 자신의 제2의 고향이라고 말했던 프레드머큐리의 동상도 그대로 있었고, 제네바 호수를 따라 걷는 산책로도 다시금 기억 속에서 튀어나왔다.

우리의 호텔이 있었던 알프스 애비뉴에는 100년 넘은 호텔이 많았는데, 카지노 바리에르Casino Barriere도 유명하다. 예전엔 프랑스의 에비앙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배를 타고 건너와서 카지노를 할 정도였단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온 라 나시옹La Nacion 일간지의 편집장 다니엘은 그 카지노 호텔을 진짜 가 보고 싶어 했다.
       


“딥퍼플의 ‘Smoke on the water’ 라는 노래 알아? 그 노래 배경이 바로 여기 카지노였잖아. 예전에 딥퍼플 멤버들이 몽트뢰에 음반 녹음을 하러 왔었는데, 그때 카지노에 불이 난 거야. 그런데 그 몽트뢰 카지노는 바로 딥퍼플이 음반을 녹음하기로 한 곳이었거든.”

딥퍼플은 그때의 사건을 ‘상황이야 어찌 됐든 우린 절대 잊지 못할 거야’ 라는 노래 가사로 만들었고, ‘스모크 온더 파이어’는 그들의 전설적인 노래가 됐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노래의 가사를 찾아보게 됐다. 몽트뢰에 대한 재미있는 사연을 또 하나 찾았다.

연휴 동안 우리는 몽트뢰에서 특별한 기차여행을 시도했다. 이 지역에서 최고봉으로 통하는 로셰드나예Rocher de Naye(2045m)까지 기차를 타고 올라간 com것이다. 우선 테리에트Terriet란 동네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길리옹Glion까지 갔다. 몽트뢰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테리에트에서 최고 경사 54도에 이르는 산길을 케이블카로 오르는 것이 더 재미있는 코스다.

길리옹에선 네 칸으로 나뉘어 있는 코그휠(톱니바퀴) 기차를 타고 정상까지 오른다. 전형적인 샬레 스타일의 목가적인 풍경이 이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험준한 바위산이 펼쳐졌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유지니아는 당뒤자망Dent du Jaman(1875m) 산의 깎아 지른 듯한 형상이 카자흐스탄과 무척 비슷하다며 감탄할 정도였다.

정상에 내리면 7개의 몽골리안 텐트와 갈수록 희귀동물이 되어가는 두더지를 보호하기 위한 ‘마모트 파라다이스’도 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건 해발 2000m의 이곳까지 오르는 40분 동안 서라운드로 펼쳐지던 다채로운 스위스의 자연이었다.
       


DON’T MISS

1 몽트뢰의 로컬 와인 | 로잔과 몽트뢰 사이에 있는 라보Lavaux라는 지역은 대대로 내려온 와인 재배 지역으로 유명하다. 생산량이 워낙 작아 해외로 수출하지 않고 자체 소비만 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이 로컬 와인을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것. 때문에 몽트뢰에서 머문다면 샤슬라스Chasselas라는 화이트 와인을 꼭 먹어볼 것. 샤르도네 품종의 이 와인은 스시와 잘 어울려 스위스에서는 ‘스시 와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2 카지노 베리에르 | 딥퍼플을 좋아하는 리스너라면 한번쯤 들러봐도 좋지 않을까. 카지노를 좋아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ARRIVALS

■ TRAIN 스위스의 다양한 열차 관광 코스
골든패스라인처럼 스위스에는 다양한 기차여행 루트가 있다. 대표적인 루트는 8가지가 있는데, 체르마트와 생 모리츠를 잇는 빙하특급, 알프스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베르니나 특급Bernina Express, 야생의 트리엔트 협곡을 가로지르는 몽블랑 특급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코스가 루체른에서 몽트뢰로 향하는 골든패스라인. 이 전체 루트 중 우리는 츠바이짐멘에서 몽트뢰로 가는 중간에 타게 된 것이다. 스위스의 목가적인 풍경과 동화 같은 샬레 마을이 그림처럼 지나가는 아름다운 코스가 이어진다.

■ TRANSPORTATION 스위스에서는 스위스 패스를
유럽의 여러 도시를 기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유레일패스가 유용하지만, 스위스 도시 안에서만 4일 이상 이동하게 된다면, 스위스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4일 이상, 1개월 이내에서 자신이 선택한 일수 동안 기차는 물론 버스, 배 등의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고, 38개의 스위스 도시 내에 있는 스위스 박물관 대부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 또 다양한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50%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끊는 스위스 트래블 시스템 패밀리카드는 16살 이하 자녀가 인원수에 상관없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WHERE TO STAY
■GRAND HOTEL SUISSE MAJESTIC
| 레만 호반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 호텔 역시 100년이 넘은 호텔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로비와 객실은 규모가 큰 부티크 호텔을 연상시킨다. 로비와 이어진 야외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몽트뢰 시내와 레만 호수의 전경이 매우 아름다우며, 열차 안처럼 만들어진 메인 레스토랑에서 먹던 식사도 훌륭했다. ADDRESS Avenue des Alpes 45 1820 Montreux TEL +41-21-966-3333 WEB www.suisse-majestic.com것이다


출 처 : 마이프라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