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롱스테이

은퇴이민의 모든것

봄이나라 2008. 3. 5. 20:14
열심히 일한 당신,떠나라 은퇴이민
월 200만원으로 `고품질 삶`

 “평생 가족과 일만을 위해 살았다 . 남은 건 흰머리와 지친 몸뿐이다 .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 우린 해외로 간다 .”

 

한국에 비해 저렴한 물가, 느긋한 생활, 그림 같은 자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필드에 나가 즐길 수 있는 골프. 노후를 외국에서 보내기 위해 떠나는 이른바 ‘은퇴이민’이 인기다 .

 

낯선 환경에의 적응에 드는 수고는 여유 있는 삶이 주는 매력으로 충분히 보상된다 .

 

그러나 ‘은퇴이민’이란, 새롭게 시작하는 제2의 인생 설계인 만큼 충분한 정보와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 과연 외국에서 보내는 황혼을 어디서, 어떻게 보내는 것이 바람직할까?

 

매경이코노미는 설문조사와 현지 취재를 통해 풍요로운 인생 2막을 위한 밑그림을 제시한다 .

50대 후반의 사업가 최모씨는 요즘 태국을 자주 찾는다 .

한국에서의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 정착할 곳으로 태국의 방콕 주변이나 치앙마이를 꼽고 있기 때문.

최씨는 “사업을 할 만큼 했고, 노후는 편하게 보내고 싶다”면서 “공무원이나 교사처럼 별도의 연금을 받는 게 아니라서 이자수입으로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에 위치한 40평대 아파트 한 채와 금융자산 5억원 정도가 그가 가진 재산. 두 명의 자녀 중 큰 딸은 이미 출가했고, 아들은 취업을 준비 중이다 .

최씨가 은퇴이민을 꿈 꾼 시기는 1년 전이다 . 수년 전까지 노후를 외국에서 보낸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지만, 최근 친구들과 동남아 지역으로 몇 번 골프여행을 다녀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 더위만 제외하면 저렴한 생활비와 레저비용, 매혹적인 휴양지를 잊을 수 없었다 . 결국 부인과 상의한 후, 기후가 좋다는 치앙마이를 1차 후보지로 꼽았다 . 최씨는 “일단 가서 몇 달간 살아볼 생각”이라면서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은퇴비자를 받고, 아예 눌러 앉을 것”이라 구상을 밝혔다 .

최씨처럼 은퇴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노후를 외국에서 보내기 위해 떠나는 ‘은퇴이민’자 행렬이다 .

이민 행렬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 과거에도 회사를 퇴직한 이후 호주, 캐나다 등 영어권 선진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특히 IMF 외환위기 직후에는 기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명퇴자들을 비롯한 은퇴자들이 대거 영어권 선진국으로 몰린 경험이 있다 .

하지만 최근의 은퇴이민은 성격과 대상지가 다르다 . 좀 더 여유로운 환경과 낮은 생활비를 찾아 실버세대들이 동남아로 인생의 황혼을 보내기 위해 떠나가는 것이다 . 이웃 일본은 90년대부터 동남아 등지로 은퇴이민을 떠나기 시작했다 .

정년퇴직한 일본인들이 고물가와 낮은 이자율 등으로 고국에서 고생할 바에야,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동남아 행을 택했던 것. 최근에는 연금수령액이 줄어들면서 생활비가 싼 곳을 찾는 일이 더욱 늘고 있다 . 그래서 일본에선 이들을 가리켜 ‘은퇴이민’ 대신 ‘연금이민’으로 부른다 .

연금 수령자나 이자 생활자들을 중심으로 같은 돈이면 나은 생활을 하자는 취지의 황혼이민이라는 점에서 일본과 한국의 은퇴이민 유행은 큰 차이가 없다 .

대표적인 대상국가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한국인들에게 비교적 낯익은 동남아 국가들. ‘물가가 저렴해 가정부와 운전기사를 두고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낭만적 황혼이민’이 콘셉트다 .

실제 이런 은퇴이민은 일면 타당하다 .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월 200만원 정도면 중산층 이상의 생활수준에 골프 등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게 사실이다 . 서울보다 훨씬 낮은 물가와 인건비, 주택과 레저시설이 있기에 가능하다 .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정부차원에서 은퇴이민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 이제 동남아 국가들은 노후에 마음만 먹으면 정착할 수 있는 곳이 됐다 .

그러나 ‘장밋빛 환상’만으로 무작정 떠나기에는 분명 위험이 따른다 . 나이든 사람들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더운 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내기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 일각에서 100만~200만원만 있으면 황제처럼 생활할 수 있다며 광고하는 것 또한 문제다 . 서울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는 뜻일 뿐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호사를 누리려면 상당한 돈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

따라서 사전 답사나 전문가 상담 등을 통해 현지 문화와 언어, 물가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 태국의 경우, 전반적인 물가는 낮지만 공산품과 통신비 등은 한국 못지않다 . 태국 방콕이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수도의 경우엔 부동산과 생활비 수준도 만만치 않다 .

저비용으로 누리는 높은 생활수준이 은퇴이민의 목표지만, 이 둘을 조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기 위해 동남아 국가 내에서도 대도시를 피한다면 상대적으로 쇼핑과 치안, 문화 인프라, 대중교통의 혜택은 누리기 힘들어진다 . 반면 모든 것을 다 만족하려면 비용이 올라가는 것 또한 당연하다 .

자신이 원하는 은퇴이민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 . 현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 또한 필수다 . 일단 영어나 현지어 둘 중에 하나는 어느 정도 구사가 가능해야 한다 . 아니면 현지에 가서라도 본인이 노력해 생활 속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

뚜렷한 소득원은 기본이다 . 은퇴이민자들이 현지에서 돈을 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 현지에서 쓸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연금을 수령해야 한다 .

은퇴이민을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도 뚜렷해야 한다 . 아무리 좋은 골프장, 바닷가 등 천혜의 환경을 갖췄더라도 한두 달만 지나면 지겨워지게 마련이다 . 골프 외에 다른 소일거리나 문화활동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

의료 시스템이 한국과 다른 만큼, 현지 병원 사정과 본인 건강 사항은 꼼꼼히 따져야 한다 . 동남아 현지에서도 고급 병원의 경우, 설비나 의료진 수준이 한국에 못지않은 곳이 많다 . 하지만 이런 병원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 국내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여행자보험이나 건강보험 상품 중 외국에서의 의료비를 커버할 수 있는 상품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 친지들과의 관계다 .

한국인의 경우,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유대관계가 강한 편이다 . 은퇴이민을 간다고 해도 완전히 관계를 끊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필리핀, 태국 등이 은퇴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 따라서 한국과 동남아를 왕복하는 생활패턴도 생각해 볼 변수다 . 추운 겨울 등 몇 개월은 동남아에서 보내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 일본인 은퇴자들이 많이사는 치앙마이 한인회 관계자는 “일본인들 중 상당수가 본국과 태국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골프 등을 제외하면 별다른 소일거리가 많지 않은 만큼, 한국과 태국을 오가는 것도 은퇴이민자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은퇴이민은 노년의 삶을 완전히 새로 설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삶과는 다른 발상과 약간의 모험심이 필요한 게 당연할지 모른다 .

 
 
동남아 은퇴이민, 비자는 어떻게?
은퇴이민자들의 또 다른 난관은 비자문제다.

일반 관광비자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국내로 들어와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은퇴이민을 장려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은 대부분 은퇴비자나 은퇴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태국의 경우,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타일랜드 엘리트 회원이다.

2500만원을 지불하면 갖게 되는 회원권으로 5년짜리 비자를 받게 된다.

태국의 탁신 전 총리가 은퇴이민과 투자이민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골프와 관광 등에 가격 할인과 같은 특전을 주고 있다.

이밖에 일반적인 은퇴비자도 있다.

월 200만원 이상의 연금 수혜와 일정금액 이상의 태국은행 잔고가 있어야 한다.

만 50세 이상 신청이 가능하고 1년마다 연장해야 한다.

일반 은퇴비자는 연장절차가 복잡해 태국의 많은 일본 은퇴자들은 엘리트 회원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만 35세 이상 49세 미만이 은퇴비자를 신청하면 미화 7만5000달러, 50세 이상은 미화 5만달러를 은퇴청이 지정하는 은행에 6개월 동안 의무 예치해야 한다.

은퇴비자를 받게 되면 현지에서 사업도 할 수 있다.

필리핀은퇴청은 올해 11월 28일까지 예치금과 의무예치기간을 한시적으로 축소해 은퇴이민 희망자를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다.

말레이시아는 2003년 말부터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50세 이상일 경우 한화 4000만원 정도를 말레이시아은행에 예치하거나, 월 300만원 이상 고정소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월 소득은 말레이시아 외부에서 발생돼야 한다.

50세 미만은 고정 예치금과 월 소득 등 두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여행사 직원 "은퇴후 이곳서 살고 싶어요"
한국 사람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는 어딜까. 특히 세계 각 도시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가급 정보를 가진 여행사 직원들은 어느 도시를 최고의 은퇴 후 주거지로 꼽고 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매경이코노미는 국내 아웃바운드 도매 여행업 빅3 회사로 꼽히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자유투어 임직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 대상을 이들에게 한정한 건 세계 각 국가와 도시에 대한 일정 정도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역시’ 영어권에 이미지가 깨끗한 도시들이 강세를 보였다.

1위는 호주 시드니, 2위는 캐나다 밴쿠버, 3위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순이었다.

이 들 세 도시는 다른 주요 도시들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치안이나 위생, 환경, 교육, 의료 등 종합적인 주거환경이 우수한 곳으로 꼽힌다.

실제 이들 3개 도시는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휴먼리소스컨설팅이 매년 215개 세계 주요 도시 대상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선정할 때도 항상 상위권에 올라 있다.

김희선 하나투어 실장은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들 3개 도시가 강세를 보였다”고 풀이했다.

특히 최근 호주, 뉴질랜드 지역 관광객과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시드니와 오클랜드 등 오세아니아 도시들이 강세를 보인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은퇴이민처로 각광받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는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주요 도시들이 순위에 올랐다.

태국 방콕이 4위, 필리핀 마닐라가 5위, 태국 푸껫이 8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가 9위를 차지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태국은 방콕, 푸껫이 각각 5위, 8위를 기록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태국에 다녀온 한국 관광객이 많고 불교 국가라 상대적으로 정서적 이질감이 적다는 점에서 태국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마닐라가 5위를 기록한 것은 필리핀 정부가 은퇴이민과 관련해 많은 혜택을 주고, 영어권 국가라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주요 도시 가운데는 하와이(공동 5위)와 LA(10위)만 10위 안에 진입해 ‘상대적인’ 약세를 보였다.

아무래도 미국은 은퇴이민보다는 젊은 시절의 이민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 주거환경·교육여건이 우선순위 ■ 그렇다면 이들 도시를 은퇴 후 살고 싶은 도시로 꼽은 이유는 뭘까. 1위는 편리한 주거환경, 2위는 자녀들의 교육여건, 3위는 온난한 기후, 4위는 경제적 풍요를 꼽았다.

편리한 주거환경과 자녀들의 교육여건은 시드니, 밴쿠버, 오클랜드 등이 1~3위를 차지한 데서 알 수 있다.

온난한 기후와 경제적 풍요는 동남아시아 국가 주요 도시가 강세를 보인 직접적인 원인이다.

특히 최근 은퇴이민을 노후 생활의 경제적 풍요를 위해 고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남아 도시의 순위는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렴한 여가 레저 비용(5위)과 안전한 치안(6위) 등도 은퇴 후 주거 도시를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뽑혔다.

은퇴 후 현지에서의 적정 생활비로는 어느 정도를 예상하고 있을까. 가장 많은 금액대는 월 150만~200만원이다.

현실적으로 선진국 국가에서는 부족한 금액이지만 동남아 지역에서는 가능한 금액이다.

은퇴 후 이민을 실행에 옮기려 할 때 고려하고 있는 적정 규모의 부동산 취득 금액은 10만~20만달러(1억~2억원)대가 34.5%로 가장 많았고, 40만~50만달러는 16.5%, 30만~40만달러는 14% 순이었다.

 

 
은퇴이민 선호 선진국 3대 도시
호주 시드니, 캐나다 밴쿠버, 뉴질랜드 오클랜드. 이름만 들어도 한국인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도시들이다.

눈 부시도록 파란 하늘과 하얀 백사장.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환상적인 그린과 골프장 코스까지. 이들 세 도시는 여행사 직원들이 선택한 ‘은퇴 후 살고 싶은 도시 베스트 3’에 나란히 꼽혔다.

외국 생활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후보에 올려놓았을 만한 곳들이다.

세 도시의 공통점은 영어권 국가이며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점. 겨울이 있다고 해도 비교적 온난한 날씨가 이어져 은퇴한 노인들에게는 ‘딱’ 맞는 기후다.

여기에 모두 영국 연방에 속해 있어 교육, 문화, 치안, 교통, 사회 인프라 등이 선진화돼 있다.

세 도시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는 데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까. 또 생활에 가장 중요한 주택 가격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 호주 시드니 - 물가 싸 월 150만원이면 거뜬 ■ 호주 시드니는 호주 전체 인구 2000만명 가운데 4분의 1에 가까운 500만명이 살고 있는 호주 최대 도시.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지만 시드니는 행정을 제외한 경제, 사회, 교육, 문화의 중심지다.

호주에 있는 한국 교민들도 대부분 시드니에 모여 살고 있다.

전체 교민 8만7000여명 가운데 6만명이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을 정도. 시드니가 한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실제 2000년을 기점으로 한국인 이민자는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내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시드니를 중심으로 호주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민자의 나라답게 호주는 은퇴비자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 은퇴이민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기여금투자제를 운영해 55세 이상 은퇴자가 50만~70만호주달러(3억6000만~5억원)의 주정부 채권을 매입하면 은퇴비자를 제공해준다.

처음 4년 동안은 채권 매각이 불가능하지만 다음 4년부터는 투자금을 매각할 수도 있다.

시드니에서 은퇴 생활 비용은 얼마나 들까. 선진국이라 많은 금액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생활비는 저렴한 편. 국내에서 월 200만원 정도의 소비 수준을 시드니에서 유지하고 싶다면 호주달러로 2000달러면 충분하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50만원 수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물가 수준이 호주보다 높기 때문이다.

실제 IT제품, 자동차 등 공산품을 제외하면 먹을거리, 레저, 유류비 등 생활비는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이성국 호주뉴질랜드유학기업이주 사장은 “특히 식비, 기름 값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비 역시 서울과 비교하면 높은 편은 아니다.

시드니 근교 40~50평대 단독주택 가격이 우리 돈 4억~6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방 4개, 100평 정도의 정원이 딸려 있는 게 보통.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가격이 3배 가까이 오르는 폭등 기간을 거쳤지만 2005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현재는 정점과 비교했을 때 30% 하락한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의료보험 혜택이 있기는 하지만 공공 의료서비스의 질은 높지 않아 대부분 민영의료보험 제도에 의료서비스를 의존하고 있다.

은퇴이민자의 경우 민영의료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어 연간 1200~2000달러 수준의 의료보험료를 내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 캐나다 밴쿠버 - 전세계 부호가 선호하는 은퇴도시 ■ 캐나다 밴쿠버는 세계 거부(巨富)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최고의 은퇴도시 가운데 한 곳이다.

연중 온화한 기후에 치안, 교육, 의료, 문화 등 거주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밴쿠버에서 배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밴쿠버섬은 세계 유명 인사들의 은퇴 집합촌이라고 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밴쿠버는 토론토, 몬트리올에 이은 3대 도시다.

인구는 230만명 내외. 이민자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최근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인구 증가와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2001년 이후 밴쿠버 부동산 가격은 상승폭이 큰 곳은 3~4배, 평균적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지금은 본격적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없지만 가격 조정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미국 이민의 경우 돈을 벌기 위한 생계형 이민이 많다면 캐나다는 조기 교육을 위한 교육형, 은퇴생활을 위한 은퇴형이 상대적으로 많다.

은퇴한 노부부의 경우 월 평균 생활비용은 2500~3000캐나다달러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10만~250만원 수준.골프장 이용료와 같은 레저 비용을 포함한다.

오히려 더 저렴할 수도 있다.

은퇴생활에 충분한 주택 가격은 50만달러 내외. 밴쿠버 도심에서 40~50분 거리에 있는 단독 주택의 경우 50만달러면 충분히 괜찮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이병오 엘비엘이주공사 사장은 “미국처럼 주택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캐나다 정부는 따로 은퇴비자 제도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밴쿠버에서 은퇴생활을 즐기려면 영주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은퇴이민의 경우 영주권을 취득하기가 쉽지 않다.

순수 투자이민을 택해야 하는데, 40만캐나다달러를 은행에 무이자로 5년간 예치해야하는데다 까다로운 심사 규정도 있다.

또 요즘은 캐나다 각 주정부의 이민 심사가 까다로워져 투자이민을 가려고 해도 영주권을 받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캐나다 은퇴이민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 미리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 뉴질랜드 오클랜드 - 200만달러로 투자이민 가능 ■ 뉴질랜드는 정치, 사회 시스템이 대부분 이웃 나라인 호주와 비슷하다.

같은 영연방 국가인데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뉴질랜드 경제의 상당 부분이 호주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전체 인구는 400만명. 이 가운데 170만명 정도가 수도인 오클랜드에 모여 산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3만5000명 수준으로, 이 가운데 2만5000명이 오클랜드에 살고 있어 ‘뉴질랜드=오클랜드’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뉴질랜드는 호주와 달리 은퇴비자 제도가 따로 없다.

대신 정부 차원에서 투자이민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이민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리 쉽지 않은 편. 뉴질랜드달러로 200만달러를 은행에 예치한 후 4년간 인출하지 못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뉴질랜드 200만달러는 우리 돈 12억6000만원에 달하는 큰 돈이다.

대신 은행에 예치한 돈은 연리 5%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데, 매월 수령이 가능해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클랜드 근교의 주택 가격은 방 4개, 100평 정도의 정원이 딸린 단독 주택이 2억5000만~3억5000만원 수준. 시드니에 비해 주택 가격 부침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2000년 이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건 마찬가지다.

최근 뉴질랜드에는 한국인 이민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조기 유학 붐이 불면서 뉴질랜드가 미국, 캐나다를 대체하는 후보지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 실제 국내 건설사에서 오클랜드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국내에서 분양하는 등 내국인 상대 부동산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의 평균 생활비는 호주와 비슷한 정도다.

은퇴자 경우라면 월 130만~150만원 정도면 국내에서 200만원 정도 지출하는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다.

이 사장은 “물가 수준이 서울보다 낮고 깨끗한 환경 때문에 은퇴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치안 · 문화 · 교육 수준급
비교적 저렴한 생활비로 선진국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지난 7월 한국을 떠난 장주철씨(54)는 단연 ‘말레이시아’라고 대답한다.

장주철씨가 말레이시아 은퇴이민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자녀 교육 때문이었지만, 노후에도 말레이시아에서 거주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은퇴 이민을 놓고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도시 환경이 깨끗하고 선진국 못지않은 사회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게 장주철씨 설명이다.

태국과 필리핀보다 물가는 조금 비싼 편이지만, 교육과 문화시설 등이 선진국 수준에 버금갈 만큼 발달돼 있는 게 말레이시아가 갖는 강점이다.

말레이시아는 2003년부터 은퇴이민 프로그램인 ‘마이 세컨드 홈’ 제도를 운영한다.

50세 이상으로 15만링깃(3900만원, 1링깃=260원)을 말레이시아은행에 맡기면 은퇴이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물론 50세 미만도 은퇴이민이 가능하다.

예치금 30만링깃과 매월 1만링깃(260만원) 이상의 고정 소득이 은행 통장에 입금되면 50세 미만도 말레이시아 은퇴이민이 가능하다.

말레이시아의 강점은 역시 생활비 대비 높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세계 두 번째 높이의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을 찾으면 쇼핑 천국에 온 느낌을 받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전국 어디든지 영어 소통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치안이 잘 돼 있어, 교외 활동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다.

교육여건도 좋아 손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고, 영어교육을 목적으로 말레이시아를 찾는 학생들에게 하숙을 쳐서 용돈도 벌 수 있다.

동남아에서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말레이시아나 필리핀인데, 교육여건을 감안하면 단연 말레이시아가 우위에 있다.

사회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월 2만원이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거래한 은행과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고, 주식거래도 가능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은행과의 인터넷뱅킹은 쉽지 않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문화권이라 음주가무 문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술집이나 노래방 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계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야만 음주가 가능하다.

말레이시아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말레이시아는 은퇴이민지로 적합하지 않다.

특히 더운 날씨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선호 도시가 될 수 없다.

연중 고온다습한 섭씨 27~30도를 유지한다.

특히 1~2월 평균 기온이 섭씨 27도 정도 되기 때문에 겨울철에만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이 많다.

700만원짜리 골프 회원권을 구입하면 30년 동안 무료로 즐길 수 있고, 여러 가지 환경이 좋다는 점 때문에 말레이시아는 은퇴이민 국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찾는 발길이 부쩍 많아져 은퇴이민 답사 여행상품이 생겨날 정도다.

롯데관광이 운영하는 ‘말레이시아 은퇴이민 답사 프로그램’은 은퇴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여행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 3900만원만 있으면 은퇴이민 가능 ■ 한국인들이 은퇴이민 지역으로 선호하는 곳은 몽키아라와 암팡 지역이다.

암팡 지역엔 코리아타운이 형성돼 있을 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

몽키아라는 우리나라 분당과 같은 곳이다.

주로 주재원 가족들이 많이 거주한다.

고급 콘도(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것만 봐도 이곳이 부촌임을 말해준다.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이곳에 있는 아스타나 콘도미니엄은 특히 주거시설이 좋다.

수영장, 테니스장, 헬스클럽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 33평의 매입가격은 2억8000만원(가구 포함) 수준. 임대해서 쓰려면 월 120만원을 내면 된다.

42평 콘도미니엄의 월 임대료는 180만원 정도. 반면 암팡은 몽키아라보다 소득 수준이 떨어진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코리아타운이 있어 한국에서 생활하는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다.

암팡 지역에서 콘도미니엄을 임대하려면 월 70만~100만원(30평 기준)은 필요하다.

월 50만원 미만으로도 시내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시설 좋은 콘도미니엄을 얼마든지 임대할 수 있다.

몽키아라 근처에 위치한 철아스 지역의 40평형대 콘도미니엄 월세는 30만원대에 불과하다.

이곳에도 수영장과 테니스장 등이 있다.

또한 타만데사 지역에서도 월50만원대면 40평형 콘도미니엄을 얻을 수 있다.

철아스와 타만데사 지역은 암팡과 몽키아라 지역보다 임대료가 싼 대신 도로변에서 도마뱀과 원숭이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자연친화적인 곳에 콘도미니엄이 자리 잡았다는 얘기도 된다.

말레이시아 물가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500원 수준이나 월 전기료와 전화료는 10만원가량 잡아야 한다.

반면 식비는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한국식 식사를 고집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국의 70%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

만약 길거리에 들어서는 ‘아침시장’을 활용한다면 할인점보다 2배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과일, 고기, 각종 식자재 등이 저렴하다.

마늘과 고추도 아침시장에서 살 수 있고, 배추도 구입해서 김치를 직접 담가 먹으면 생활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3000원이면 쇠고기 600g을 살 수 있고, 특히 쇠뼈 가격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 700만원 골프회원권 사면 공짜 ■ 은퇴이민으로 동남아 지역을 선택하는 이유 가운데 골프장 이용료가 저렴하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필리핀과 태국처럼 말레이시아 역시 골프 천국이다.

특히 회원권이 저렴하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IOI리조트그룹 소유의 팜가든 골프장은 한국인에게 인기다.

IOI리조트그룹은 16개 골프장을 소유한 말레이시아의 5대 골프장 기업으로 유명하다.

팜가든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하면 9개 골프장의 그린피가 무료다.

나머지 7개 골프장에서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회원권 가격은 700만원으로 30년간 사용권한이 주어진다.

양도도 가능하다.

회원권 하나로 부부가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동반자도 월 1회에 한해 무료 라운딩할 수 있다.

전동차 사용료는 1만3000원.   ■ 영국 의대 출신 의사가 진료 ■ 말레이시아는 영리병원이 많다.

비영리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의료시설 등을 감안했을 때 연 34만원을 내고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한 뒤 영리병원을 찾는 게 좋다.

진료비는 싼 편이지만, 의술은 수준급이다.

영리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영국 의과대학 졸업생들이다.

암팡 지역에 위치한 푸테리(Puteri)병원은 207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푸테리병원은 한국인을 고용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했다.

특진료는 2만원 수준이고 하루 입원료(4인실 기준)는 3만원 정도.   【 은퇴이민 기본 정보 】 ·법적 근거: 마이 세컨드 홈 프로그램 ·자격: 50세 이상 - 15만링깃(3900만원) 50세 미만 - 30만링깃 ·주택: 암팡 지역 월세(30평형)-2000링깃(52만원) 몽키아라 지역 월세(50평형)-7000링깃(182만원) ·생활비: 가정부 월 15만원, 인터넷사용료 월 2만원

 
필리핀, 한국과 가깝고 영어 통용 강점
필리핀이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은퇴이민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필리핀이 인기를 끌게 된 계기는 올 초 ‘인간극장’에 방영된 정원영씨 부부 스토리가 널리 퍼지면서다.

정씨 부부는 필리핀 내에서도 연중 13~26도의 살기 좋은 기온을 자랑한다는 고산도시 바기오에 정착해 살고 있다.

더운 나라로만 알려졌던 필리핀에 의외로 늦봄, 초여름 같은 날씨가 1년 내내 계속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갖는 은퇴이민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뿐 아니다.

필리핀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지리적으로도 상당히 가깝다.

비행기 시간만 3시간 반. KTX를 타고 부산에 가는 것보다 소요 시간이 적다.

일단 ‘거리’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이처럼 필리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한국인이 크게 늘면서 필리핀은퇴청 발걸음도 한결 빨라지고 있는 중이다.

현재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은 은퇴이민자 유치를 국책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들을 필리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필리핀은퇴청이 있다.

필리핀은퇴청은 11월 1일부터 연금수령자에 한해 은퇴비자 예치금을 1만달러로 낮췄다.

단 1명일 경우 80만원, 부부는 100만원 이상을 매달 연금으로 받는 경우에 한해서다.

이 외에 50세 이상 5만달러, 35세에서 49세까지는 7만5000달러이던 예치금을 한시적으로 각각 2만달러, 5만달러로 하향조정했다.

35세 이하는 은퇴비자를 받을 수 없다.

은퇴비자를 받은 후에는 3년마다 ID를 갱신하기만 하면 된다.

또 연 50만원 정도를 내면 예치금을 찾아 쓸 수도 있다.

현재 필리핀 은퇴비자를 받은 한국인은 2500명에 달한다.

이 중 기존 교민을 제외한 순수 은퇴이민자는 500여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필리핀 은퇴이민의 최적지는 과연 어디일까? 우선 바기오와 타가이타이가 꼽힌다.

마닐라 북쪽 210km 지점에 위치한 바기오는 해발 1300~1700m에 위치한 도시다.

성수기(3~6월)에는 마닐라와 바기오 사이에 매일 비행기가 1편 뜬다.

나머지 기간에는 일주일에 3번씩 편성된다.

비행기를 타면 45분 만에 마닐라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엔 필리핀의 썩 좋지 않은 도로사정을 감안할 때 꼬박 5~6시간은 투자해야 한다.

고도가 높은 덕에 연중 온도는 사람이 살기 딱 좋은 수준이다.

필리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소나무가 우거진 풍광도 이국적이다.

때문에 필리핀인들이 여름에 최고로 가고 싶어 하는 휴양지인가 하면 필리핀 유력인사들 별장이 밀집해 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매년 여름마다 바기오에 위치한 여름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기도 했다.

사실 바기오의 탄생 역시 여름 휴양지였다.

도시공학자 대니얼 번햄이 필리핀에 주둔해 있는 미군의 여름 휴양지용으로 바기오를 개발했다.

게다가 인구 12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에 대학이 10개나 몰려있는데다 유흥시설도 거의 없어 교육도시로 유명하다.

때문에 필리핀 내에서 마닐라에 이어 두 번째로 교육을 목적으로 거주하는 한국인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타가이타이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바기오와 비슷하다.

바기오보다 조금 낮은 해발 200~700m에 위치한 탓에 기후는 바기오보다 조금 더 덥다.

특히 3월부터 5월까지는 38도에서 40도 사이를 넘나들지만 습하지 않은 덕에 다른 도시보다 한결 생활이 쾌적하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활화산이라는 딸화산과 딸섬이 지척에 있는 타가이타이는 필리핀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가라는 바탕가스와도 가까워 생활과 휴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좋은 지역이다.

두 번째로는 동시생활권인 수비크와 클라크를 들 수 있다.

바기오가 미군이 개발한 여름휴양지라면 수비크, 클라크는 각각 미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있던 도시다.

결국 필리핀 내 최적의 은퇴이민지로 꼽히는 지역 대부분이 예전에 미군들이 들어와 살던 곳인 셈이다.

필리핀 내에서 그나마 발전한 곳이 미군과 연관된 지역이라는 말도 되겠다.

게다가 수비크, 클라크는 향후 큰 폭의 부동산 가격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는 지역이다.

현재 공사 중인 수비크~클라크 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두 도시는 30분 내에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또 클라크에는 조만간 대규모 국제공항이 들어설 예정. 때문에 이 지역에 한국인 은퇴촌을 짓겠다는 개발 계획을 가지고 현지를 답사 중인 한국인도 꽤 된다.

그 중에서도 배기석씨는 이미 ‘고향마을’이라는 한국인 빌리지를 건설 중이다.

향후 고향마을에 500세대가량을 지어 한국인에게 분양할 계획이라는 배 사장은 한국인 빌리지에 거주할 은퇴이민자들을 위해 인근에 18홀 골프장도 짓고 있다.

이 외에 타이거 우즈가 라운딩한 골프장으로 유명한 ‘미모사 골프장’도 수비크~클라크 권역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은퇴이민과 동시에 손주들 교육을 고려하거나 하숙 등을 통해 생활비를 조달할 요량이라면 마닐라가 괜찮다.

특히 마닐라 내에서도 최고 번화가인 마카티 지역과 시내 고급 주택가에 한국인 은퇴이민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게 교민들 설명이다.

필리핀에서는 ‘콘도미니엄’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아파트와 같은 형태의 주거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택의 외국인 소유가 전면 금지돼 있다.

때문에 필리핀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한국인의 상당수가 콘도미니엄을 구입한다.

그러나 주택 구입을 아예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방법이 있다.

개인이 아닌 법인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법안에 근거해 약간의 편법이 구사된다.

필리핀에서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5인의 설립자가 필요하다.

다른 4명의 필리핀 현지인 명의를 빌려 법인을 설립한 후 법인 이름으로 주택을 사면 된다.

이 때 4명은 동시에 ‘권리 포기 각서’를 쓰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유권은 1명이 보유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대행하면 현지 수수료가 60만~100만원가량 든다.

이런 방법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한국인이 꽤 많다는 게 현지인들 전언이다.

임대를 한다면 마닐라 시내 고급 주택가는 월 130만원가량, 바기오나 수비크 등 지방으로 내려가면 월 40만~50만원이면 꽤 괜찮은 집에서 살 수 있다.

 
태국, 방콕 · 치앙마이 골프 천국
관광천국.’ 태국은 국내 동남아 단체 여행의 메카로 낯이 익다.

한두 번 태국을 다녀와 보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익숙한 곳인 만큼 은퇴이민 대상지로도 인기다.

비행기로 5시간 거리에 있어 한국과 그리 멀지 않고, 물가가 비싸지 않다는 점에서 노후이민으로는 손색이 없다.

이미 유럽과 일본의 은퇴자들이 태국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나투어 방콕 지사의 이의종 부장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치안이 괜찮고, 의료나 골프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겨울철에 해당하는 건기에는 날씨도 좋아서 나이 드신 분들이 지내기에 좋다”고 말한다.

태국에서 은퇴 여행지로 흔히 여겨지는 곳은 북쪽의 치앙마이와 파타야, 후아힌 등 휴양지다.

방콕은 전형적인 대도시로 교통체증이 심하고 날씨도 덥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대도시인 만큼 각종 문화시설과 쇼핑을 즐기기 좋다.

태국 타 지역에서 보기 힘든 택시와 전철 등 대중교통도 완비돼 있다.

방콕 근처 30분에서 1시간 거리에 골프장들도 밀집돼 있어, 도시 생활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은퇴이민자라면 출발점은 방콕이다.

은퇴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바로 살 집. 태국은 원칙적으로 외국인이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따라서 외국인들은 주로 콘도미니엄으로 불리는 아파트 형태의 거주지를 매입하거나 임대해야 한다.

법인의 경우, 지분을 태국인 51%, 외국인 49%로 하면 부동산 매입에 제한이 없다.

방콕의 부동산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고급 콘도 분양은 평방미터당 200만~300만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낡은 콘도도 평방미터당 70만~15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

따라서 고급 콘도의 경우, 분양가가 수억 원을 넘는 곳도 있다.

임대의 경우에는 월 40만~50만원에서 최고 150만원 정도까지 지불해야 한다.

방 2개(18평 규모) 콘도를 임대하려면 최소 월40만~50만원 정도를 줘야 한다.

시설은 좋은 편이다.

외국인들이 주로 사는 콘도는 보안이 잘돼 있고, 수영장 헬스장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는 치앙마이나 파타야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방콕 코타부동산 장호익 사장은 “태국의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빠르다”면서 “올 들어서만 14% 이상 올랐고, 지역에 따라서는 연 평균 30% 이상 상승한 곳도 있다”고 밝힌다.

장 사장은 “은퇴이민자들이 5년 이상 태국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할 경우라면, 부동산 매입을 고려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물론 외국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일이 위험성이 있는 만큼, 현지에 등록된 부동산 업체나 변호사를 통하는 게 좋다.

최근 정식비자를 취득한 은퇴이민자에게는 부동산 매입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소문에 불과하다.

  ■ 골프광이라면 최고의 조건 ■ 태국은 골프장이 많을 뿐더러 가격도 싸다.

평일에는골프장을 하루 3만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300만~600만원 정도의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면, 부부가 일주일에 3번씩 골프를 치더라도 월 40만~50만원 정도로 가능하다.

회원권이 없더라도, 각종 할인 행사와 프로모션 등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생활비도 한국에 비해 적게 든다.

가전과 일상 생활용품은 한국보다 조금 싼 수준. 태국의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가격이 높은 편이다.

반면 먹을거리는 한국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지에 사는 한인들은 생활비의 경우 한국의 3분의 2로 잡으면 된다고 말한다.

인건비가 싼 만큼, 파출부나 운전기사를 고용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월 10만원 안팎으로 고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체적인 생활비는 2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현지 경험이 많은 교포들의 설명. 하지만 주의점이 있다.

흔히 200만원 정도면 동남아에서 ‘귀족’처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태국에선 쉽지 않다.

호사스런 생활을 하려면 300만원 이상이 들 수도 있다.

의료의 경우, 태국 국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설 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방콕의 범룽랏병원이나 방콕 병원, 치앙마이 람 병원 등이 알려져 있다.

시설은 국내 웬만한 종합병원을 능가하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만큼 비용은 만만치 않다.

의료진들이 영어가 가능하고, 한국어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 치앙마이, 인구 적고 쾌적 ■ 태국에서 전통적인 은퇴지로 알려진 곳이 바로 북쪽의 치앙마이. 수도 방콕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다.

방콕에 있는 태국 제2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주변 지역을 포함한 인구가 24만명 정도에 불과해 조용하다.

치앙마이 지역은 남쪽지방에 비해 고산지대에 속한다.

그 만큼 날씨가 쾌적하고, 인심도 좋은 편이다.

물가도 방콕보다싸 외국인이 장기거주 하기에 적당하다.

특히 치앙마이는 일본 노령 은퇴자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치앙마이와 인근 지역에 정식 절차를 밟은 일본인 은퇴자만 5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 지긋한 서양인이나 일본인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시내 중심가나 쇼핑센터 등에서흔히 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도 방콕에 비해 싼 편이지만, 이곳도 최근 오름세라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치앙마이 곳곳에 외국인들이 살 만한 콘도미니엄들이 산재해 있다.

대부분 월 임대나 분양개념의 수십 년 장기 임대를 하고 있다.

치앙마이 지역에도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콘도미니엄은 대개 5~10층 정도의 건물로 수영장과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임대료는 월 30만원 정도에서 100만원 수준에 이른다.

원룸형에서 방 3개에 각종 시설이 딸린 것 등 천차만별이기 때문. 전기와 물 등 관리비는 한 달에 5만~6만원 수준이면 충분하다.

분양도 가능하다.

일본 건설회사들이 들어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임대 혹은 분양하는 콘도미니엄을 짓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 기업이나 현지 교포들의 움직임은 아직 활발하지 않다.

최고급 콘도의 경우 분양가가 평방미터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에 이른다.

규모가 작다면 가격은 더 떨어진다.

현지 한인회 관계자는 “웬만한 주택이나 콘도도 1억원 안팎이면 구입이 가능하다”면서도 “은퇴이민자들의 경우, 복잡한 법률 문제나 추후 이주 문제 등을 고려해 임대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도시 자체가 아담한 치앙마이는 외국인이 쇼핑하기에도 편리한 편. ‘로빈손’과 ‘센트럴’ 두 곳의 쇼핑센터가 대표적이다.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식음료까지 갖출 것은 다 갖췄다.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불편함은 없을 정도. 까르푸와 로터스 등 할인점도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외국인들은 할인점보다는쇼핑센터를 이용하는 빈도가 잦다.

파타야, 후아힌 등 태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도 은퇴 이민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라 외국인들을 위한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다.

대도시에 비해 부동산 가격도 낮다.

후아힌의 경우, 리조트 빌라를 1억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파타야 등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골프나 해양 스포츠 등 레저활동을 제외하면 다른 할 일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태국의 경우,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면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현지에 완전히 정착할 계획이라면, 간단한 생활 태국어를 익히는 등 현지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한다.

 
필리핀에서 제2의 인생 사는 강한철씨 부부

49년생인 강한철씨 부부는 2004년 은퇴비자를 받고 필리핀에 정착했다.

현재 마닐라시 고급주택가인 벨에어 지역 내 월세 130만원짜리 100평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강씨 부부는 “필리핀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너무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씨는 외환위기 이후 직장에서 명예퇴직했다.

이후 이런저런 일을 하며 한 달에 100만~200만원씩 벌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어렵게 살다가 2003년쯤 은퇴이민을 결심하게 됐다고. 당시 강씨의 총 자산은 5억원가량. ‘5억원이면 동남아 같은 데 가서 30년은 먹고 살지 않겠나’하는 손쉬운 계산법이 은퇴이민을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

그 중에서도 필리핀을 선택한 것은 역시 가깝고, 영어가 그런대로 통용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에 있는 집 2채 중 1채는 월세를 주고 1채는 팔았다.

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 있는 55평형 콘도미니엄을 1억8000만원에 샀다.

여기서 나오는 월세 130만원은 고스란히 현재 살고 있는 단독주택 월세로 빠져나간다.

한국에 두고 온 집에서 들어오는 월세 100만원은 생활비로 썼다.

물론 월 100만원으로는 모자라 목돈으로 가지고 있던 자금의 일부를 조금씩 꺼내 쓰는 생활을 오랫동안 계속했다.

이후 2년. 올 들어 강씨 부부는 하숙을 시작했다.

2층집, 방 6개짜리 집은 어차피 부부 단 둘이 살기에는 너무 넓기도 했다.

현재 2층에 위치한 방 4개는 모두 6명의 하숙생이 차지하고 있다.

하숙생 1인당 하숙비는 100만원. 하숙생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일상생활의 보호자 역할도 해주기 때문에 하숙비가 비싼 편이다.

이 돈으로 요즘 강씨 부부는 생활비를 대고도 남는다.

2명의 가정부(각 8만원)와 1명의 운전사(12만원)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를 제외하고 강씨 부부가 골프와 온천, 마사지를 즐기며 사는 생활비와 식음료비를 모두 합해도 월300만원이 채 나가지 않는다.

덕분에 한국에서 들어오는 월세가 고스란히 남을뿐더러 남는 하숙비로 요즘은 저축도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강한철씨는 최근 사무실을 내고 부동산업을 시작했다.

필리핀에 와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은 것은 물론 이고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즐기게 된 강씨 부부는 “처음엔 모든 게 생소하다보니 조금 낯설고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살 때와 다름이 없다.

다만좀 더 편안하고 느긋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며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출 처 : 매경이코노미